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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필러

판타지 세계의 사이코패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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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필러
작품등록일 :
2015.05.11 13:32
최근연재일 :
2015.06.24 00:08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8,958
추천수 :
104
글자수 :
169,264

작성
15.06.0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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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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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쉐딩거를 부숴라! (2)

DUMMY

쉐딩거를 부숴라! (2)


인이 대장님을 찾으러 나간뒤, 저와 자렉스씨는 흡혈족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트라우마를 조금이나마 덜어주려 애썼습니다.


그들은 아직도 벌벌 떨고 있었습니다. 쉐딩거 사람들의 체벌과 끔찍한 고문들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심한 경우에는 '흡혈족은 하레의 피가 섞여 균형을 어지러트리는 더러운 일족이다'라고 끊임없이 되뇌이며 세뇌당한 문구를 떨쳐내지 못하더군요.


그래도 저희는 포기하지 않고 그들의 상처를 보듬어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겨우겨우 73명의 흡혈족들을 진정시키고, 앞으로 다시 자유롭게 살 수 있을거라고 설득 시키는데엔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밤을 꼬박 새워 버렸으니까요.


이변은 갑작스레 일어났습니다.


술집에서 아지트로 이어지는 비밀 통로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점점 다가오더니, 늑대들이 나타난 겁니다!


'드러운 흡혈족 새끼들! 땅속에서 도망쳐서 고작 땅속으로 숨어든거냐! 얼른 튀어 나와!'


그렇게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한 늑대가 소리쳤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선언이었습니다. 그런데 흡혈족 분들은 그들의 말에 따라 하나, 둘씩 아지트에서 빠져나가는게 아니겠습니까?


어떻게 해서 아지트가 발각된 것인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대로 가다간 애써 구출해낸 흡혈족 분들도 전부 잃을 상황이었으니까요.


바토리는 기절해 있는 상태였고 저는... 전투에는 도움이 안됩니다. 싸울 수 있는건 오직 자렉스씨밖에 없었습니다.


자렉스씨는 아지트 창고에서 강철 글러브를 꺼내 장착하신뒤, 늑대들과 교전했습니다.


자렉스씨는 우람한 등치에 걸맞게 매우 강했습니다. 적의 무기들은 자렉스씨의 손아귀에 잡힐때마다 엿가락처럼 휘어버렸습니다. 무기를 잃고 당황하는 늑대들은 자렉스씨의 펀치 한방에 한명씩, 쓰러져 갔습니다.


고작 7명으로 자렉스씨를 상대하겠다니... 등치만 봐도 싸움의 결과는 나와 있었습니다. 하지만 늑대들도 숨겨둔 비장의 카드가 있었습니다. 지원군으로 온 늑대 한명이 총을 들고 있었던 겁니다.


자렉스씨의 오른쪽 어께에 총탄이 적중했고, 싸움의 승패는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아지트는 늑대들에 의해 점령 당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손목에 수갑을 채우고는 연행을 시작했습니다.


"하아아... 인..."


왜 하필 인이 없을때 늑대들이 처들어온 걸까요. 일이 상당히 곤란하게 꼬여버렸습니다.


"뭐라고 씨부리는 거야! 빨리 빨리 가라고!"


퍽!


"꺅!"


한 늑대가 뒤에서 저를 걷어 찼습니다. 이번이 6번째네요. 이러다가 정이라도 들겠습니다.


아야야... 아픕니다. 최대한 빨리 걷고 있는데도 느리다고 하면 어쩌라는 겁니까...


"자꾸 빨리 걸어라, 빨리 걸어라... 이게 제 한계라고요! 도대체 어딜 가는건데요!"


늑대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웠습니다.


"당돌한 아가씨. 듣고 놀라지나 마. 우리는 지금 저 탑으로 가는거라고. '숙청의 탑'이라고 아는가 모르겠어?"


그가 숙청의 탑이라고 칭하며 가리킨 장소엔 테라손 도시에서 가장 높게 솟아있는 건축물이 있었습니다.


"몰라요."

"저건 말야. 쉐딩거 나리들이 질서를 어지르는 놈들을 잡아 죽이는 탑이야. 저 위에 돌출부 보이지?"


탑에는 넓적하게 튀어나온 부분이 있었습니다. 지붕으로 가려져있지 않았고... 멀리서 봐도 잘 보일정도이니 꽤 면적이 큰듯 싶습니다.


"...네."

"저기가 숙청하는 장소야. 아가씨가 이번에 의식장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았잖아? 그래서 쉐딩거 나리들이 난리가 났잖아. 흡혈족이고 뭐고간에 전부 죽여버린다는 듯해."

"... ..."


정확히 말하면 인이 엉망으로 만든거죠.


"그럼, 지금 죽으러 가는거예요?"

"물론."


그 늑대는 킬킬거리며 제 표정을 살폈습니다. 아무래도 겁에 질린 제 얼굴이 보고 싶은가 보네요.


저는 그를 위해서라도 담담한 표정을 지어보였습니다.


"쳇, 재미없기는."


그는 앞줄로 이동해가며 '빨리가!'라고 연신 윽박질렀습니다. 겁에 질린 흡혈족들의 발걸음 속도가 점점 빨라지네요.


"아...!"


윽, 저건 계단인가요. 숙청의 탑으로 올라가야 하니 고지대로 이동해야 하는건 알겠지만... 계단이라니... 밤을 꼬박 세워서 그런지 단의 수가 너무 많아 보입니다.


제 손목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었고 자렉스씨와 바토리는 기절한 상태. 하아아... 이제 정말로 인이 구해주러 오기만을 기다려야 겠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죽을거라는 생각은 안듭니다. 꽃잎님도 있고, 조금 비겁하긴 하지만 인의 생명이 저를 감싸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흡혈족 분들이 죽는다는건 절대로 안됩니다.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지요.


역시, 이 상황을 타개해 줄 사람은 인밖에 없는 걸까요.


아니죠. 한가지 변수가 더 있었네요. 바로, 대장님입니다. 늑대들의 난동으로 난장판이 된 아지트를 보면 혹시 구해주러 올 지도 모릅니다.


사실 기대는 안합니다.


"...?"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리리속에 휘몰아치고 있을때, 얼굴을 환하게 비추는 붉은 빛이 느껴졌습니다. 이건... 어디선가 봤던 빛입니다.


아, 바토리가 몸이 가벼워지는 계약을 맺을때 뿜어낸 빛이군요.


"... ..."


그렇지만 제가 보고 있는 빛은 혼탁하고 역겨운 붉은 빛이었습니다. 계단을 올라가, 성벽의 높이를 넘었을때 이것이 보인 겁니다.


어제, 의식장에서 흘려보낸 가마솥의 내용물... 그것은 고스란히 테라손 도시를 감싸고 있는 호수에 스며들었고 아침 햇살과 붉은 핏물이 만나 제 얼굴을 비추고 있었던 겁니다.


"설마..."


자렉스씨와 처음 만날때 제게 주셨던 칵테일. 분명 이름이 '테라손'이었지요. 과자성을 건드리면 색이 붉게 변하는 칵테일... 그렇습니다. 자렉스씨는 이걸 알고 있었던 거네요.


3년이라는 의식 주기마다 붉게 변하는 호수. 칵테일로 보았던 테라손이 지금 제 눈 앞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흡혈족 분들의 영혼이 호수에 흩뿌려 졌을까... 슬픈 이야기입니다.


"안돼..."


자렉스씨는 아직 의식을 되찾지 못했음에도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눈을 감고 있지만... 이 호수가 보이는 걸까요.


그래요. 안됩니다. 쉐딩거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는 않을 겁니다.






"끙..."


인은 왜 이렇게 늦는 걸까요. 동이 튼지도 오래 되었으니, 난장판이 된 아지트를 발견했을 겁니다. 게다가 늑대들이 뿌려대는 지명 수배지도 있었구요. 똑똑한 인이 이런것에 눈치를 못챈다는건 말이 안됩니다.


우리는 이미 숙청의 탑의 꼭대기에 올라와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구하러 오지 않는 거냐고요...!


성벽에 가깝게 지어진 숙청의 탑에서 튀어나온 돌출부는 성벽 밖까지 이어져 있었습니다. 돌출부를 통해 붉게 물든 호수가 훤히 보입니다.


"비켜라! 고개를 숙여라! 이분은 너희들을 심판하실 그루모아님이시다!"


한 늑대의 외침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흡혈족들이 두갈래로 갈라져 길을 터 주었습니다. 곧, 그루모아로 보이는 사람이 돌출부로 나아갔습니다.


그는 양 팔을 벌리고 호수를 바라보며 중얼거렸습니다. 중후한 목소리였습니다.


"아아~ 아름답도다."


그의 옷은 특이했습니다. 고대 신화에서나 등장할법한 부드러운 주름들과 하늘거리는 옷소매를 가진 흰 옷이였고 마치 자기가 신이라도 되는것 처럼 움직이는 과장된 몸짓, 콧날이 오똑하고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얼굴은 의외로 그 옷과 잘 어울렸습니다.


그리고 옷처럼 새하얀 머리칼을 지닌 남자였습니다.


이름이 그루모아... 라고 했나요. 우리를 심판할 사람이라더니, 쉐딩거가 어디서 이상한 사람 한명 데려온게 분명합니다. 그의 등 뒤엔 보라빛 체크 무늬 망토가 없었거든요.


"루비빛 호수에, 청명한 하늘... 그리고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한 소녀. 이토록 아름다운게 어디 또 있겠느냐!"


방금, '소녀'라고 하면서 절 바라본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착각이겠지요. 그는 아직 돌출부 위에서 호숫가쪽을 향하고 있었으니까요.


"일부러 이런 촌구석까지 발걸음을 해 주시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의식장만 엉망이 되지 않았더라도 저희끼리 기도를 계속 할 수 있었을텐데. 죄송합니다."


금속을 칼로 비비는듯한 듣기 싫은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늑대들 사이를 비집고 나타난 그 사람은 허리가 구부정한 할아버지였습니다. 나무 지팡이에 의지한채 돌출부로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루모아는 활기찬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아니다! 이렇게 아름다운걸 보게된건 그분의 축복임에 틀림없다. 사과하지 말거라."


할아버지가 눈을 번뜩이며 말했습니다.


"클클클... 그루모아님. 이 연보랏빛 괴물들을 어서 처단하면 풍경이 더 아름다워질 겁니다."

"오오, 물론이다. 그분께서 너희들의 바람을 들을 수 있게 기도해 주겠다. 그러니, 어서 저 더러운 오물들을 처리하거라."

"어떤 숙청 방식이 좋겠습니까. 그루모아님."

"아아... 역시. 목을 잘라내는게 좋겠도다. 그분께서 이들의 절단면을 확실히 볼 수 있도록..."

"알겠습니다."


할아버지는 늑대들에게 무언가를 명령했습니다. 아, 이 할아버지의 등 뒤에는 보라색 체크 무늬 망토가 걸려 있었습니다. 역시 쉐딩거 사람인건가요.


그나저나 그루모아도 미치광이였습니다. 생긴건 멀끔하게 생겨가지고... 그럴것 같긴 했습니다만...


할아버지의 명령에 따라 늑대들이 데려온건...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작은 키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저보다도 어린 아이일지도 모릅니다. 그의 굳게 쥔 손에는 한눈에 봐도 묵직한 참수용 환도가 들려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사형집행인... 이겠지요. 아아... 시간이 없어요! 인... 제발 빨리좀 와줬으면!


터벅 터벅


그는 천천히 제 앞을 지나갔습니다.


"... ..."


저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 사형 집행인은... 대장... 아니, 피렌이었습니다!!!


아니겠지요. 아닐겁니다. 저는 애써 불안한 추측들을 전부 날려 버렸습니다. 하지만 저 거대한 환도는 뭐고, 늑대들에게 끌려오기보단 스스로 걸어가는듯한... 이 느낌은 또 뭡니까...


저는 그래도 아닐것이라 믿었습니다. 절대로 피렌은 그럴 아이가 아닙니다. 개구장이에, 하고 싶은 대로만 하는 어린 아이일 뿐이지...! 사람을 죽이는 그런 아이가 아니란 말이예요!


아닙니다... 아닙니다... 아니예요... 아닐거라고요...


"미안."


작은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건 피렌의 목소리였습니다. 제 앞을 스쳐 지나가면서 남긴 한마디.


저는 멍하니 그 아이의 뒷모습을 보았습니다. 피렌은 돌출부 위에 서서 대기했습니다. 영락없이 사형수를 기다리는 사형집행인의 모습이었습니다.


"아..."


저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 사이에 늑대들이 흡혈족 분들중 한명을 끌어다가 돌출부 쪽으로 던져버렸습니다. '꿇어!'라는 소리에 그녀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무릎을 꿇은채 목을 내밀었습니다.


그리고 피렌은 그녀를 차가운 시선으로 내려다 보고 있었습니다.


"피렌...?"


피렌은 거대한 환도를 하늘 높이 들어올렸습니다. 아... 안돼...


"피렌...!"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습니다. 쉐딩거를 처부순다던 아이가... 올 곧은것 밖에 모르는 순수한 아이가... 왜... 저런 슬픈 눈을 하고 있는건가요.


"제발... 하지마... 하지마...!"


제 외침에도 불구하고 피렌은 환도로 그녀를 내리쳤습니다.


촤아악!


공중에 흩날리는 피와 함께 실낱같던 믿음도 전부 날아가 버렸습니다.


작가의말

탑의 돌출부를 묘사할 단어를 몰라서 열심히 인터넷을 뒤져봤습니다. 20분간요. 그런데 우리나라 석탑만 나오는 거예요!!! 독자분들께선 정확한 명칭을 아시고 계시나요...?  혹시 안다면 가르처 주세요 ㅜ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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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흡혈족 (3) 15.05.27 219 2 11쪽
13 흡혈족 (2) +1 15.05.27 19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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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환영받지 못하는 자들 (1) 15.05.24 33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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