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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필러

판타지 세계의 사이코패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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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필러
작품등록일 :
2015.05.11 13:32
최근연재일 :
2015.06.24 00:08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8,967
추천수 :
104
글자수 :
169,264

작성
15.06.02 23:22
조회
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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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쉐딩거를 부숴라! (4)

DUMMY

쉐딩거를 부숴라! (4)


인이 제 옆에 서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너무 늦어버렸습니다.


"그는 죽었어."


인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주위는 조용했습니다. 기절했던 사람이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흡혈족을 감쌀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꼭 이래야만 했던 걸까요...


아아... 자렉스씨...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그분께서 진노하실 일이다! 빨리 그 덩치를 치워내고 더러운 족속의 목을 베어라!"


그루모아가 크게 소리쳤습니다.


"... ..."


피렌은 인상을 잔뜩 찌푸린채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러자 듣기 싫은 목소리의 쉐딩거 할아버지가 말했습니다.


"클클클... 그러면 안될텐데, 어지러운 숲의 대장. 우리와 나눴던 계약을 잊으면 큰일이 날거다. 아버지를 되찾고 싶다면 당장 그루모아님의 명령대로 움직여라."


아... 아버지...였습니다! 피렌이 사형 집행인을 맡은 것도, 쉐딩거에 협력하고 있는것도... 전부 협박이었던 겁니다.


쉐딩거엔 피렌의 아버지가 잡혀가 있다고, 드렌 마을의 신부님께 들은적이 있었습니다. 저희가 의식장에 내려가 있었을때동안, 피렌은 홀로 테라손의 거리를 돌아다닌게 분명합니다. 제가 남겨놓은 메세지를 읽지도 않고요.


자렉스씨는 쉐딩거가 바토리와 어지러운 숲의 대장을 죽이고 싶어한다고 그랬습니다. 아무것도 모른채 쉐딩거에 붙잡힌 피렌은 이 악질적인 인질극에 시달리고 있었던 겁니다.


"빨리 움직여라! 안그러면 너희 아버지의 목숨은 장담할 수 없다. 클클클..."


쉐딩거. 도대체 어디까지 썩어빠진 놈들일까요. 어린 아이를, 그것도 흡혈족을 대대로 지켜온 어지러운 숲의 대장을... 흡혈족을 죽이는 자리에 세우다니... 일부러 이런 짓을 꾸민게 분명합니다.


"... ..."


피렌은 분한 얼굴로 다시 환도를 들었습니다. 피렌이 자렉스씨를 밀어내자 웅크린채 떨고 있던 흡혈족의 모습이 드러났습니다.


"흐으윽... 흐윽... 흐윽..."


그녀는 울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쉐딩거 할아버지는 그 상황을 즐기고 있는것 같았습니다.


"클클클... 죽여라!"

"죽이지마!!!"


저도 모르게 탑 전체에 크게 울릴 정도의 목소리가 튀어나왔습니다. 자렉스씨가 마지막까지 지켜준 어린 아이의 마음. 그리고 흡혈족 분들의 목숨. 이대로 허무하게 망칠수는 없습니다.


쉐딩거 할아버지는 이마에 주름을 만들어 보이며 제게 폭언을 내뱉으려 하는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먼저 말을 꺼낸건 그 옆에 자리하던, 그루모아였습니다.


"뭐라."

"죽이지 말라고요!"

"소녀여, 왜 죽이지 말라고 하는건가."

"그럼 제가 되물을게요. 왜 죽이려 하는건데요!"

"그들은 하레의 피가 섞인 더러운 일족이다. 그분을 위해 제물로 바치려 하는것이지. 자, 이제 다시 묻겠다. 이렇게 성스럽고도 영광스러운 일을 왜 그만두라고 하는것이냐."


미쳤습니다. 이 사람들은 완전히 미쳤다고요. 제물? 영광? 성스럽다? 저들은 틀렸습니다.


저는 울음을 참아가며 말했습니다.


"당신들은 너무 많은 것들을 슬프게 만들었어요. 당신들 때문에 흡혈족은 지하 감옥에 갇힌채 희망을 잃어버리고 그저 죽을 날만을 기다렸어요. 당신들 때문에... 바토리가 괴로워하고, 피렌의 가슴이 찢어지고 있어요. 당신들 때문에 수많은 인간들과 흡혈족들이 헤어지고! 당신들 때문에 테라손을 비롯한 7개의 마을이 괴로워 해요!!"


말을 할 때마다 가슴이 아픕니다.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비극들이 머릿속에 생생히 떠올라서 결국 눈물이 흘러 나왔습니다.


"그리고... 당신들 때문에... 자렉스씨가... 죽었어요... 도대체 이런 일을 하면 뭐가 좋아진다고 그러는 거예요?! 그만... 당장 그만 두라고요!"


그루모아는 눈꺼풀도 까딱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중후한 목소리에도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왕이다."

"...?"

"쉐딩거의 우두머리, 벤다라는 자는 왕의 자리를 위해 이런 일들을 벌이고 있다. 그에게 있어서 흡혈족은 수단에 불과하고, 너희는 유흥거리일 뿐이다."

"... ..."


그는 새하얀 머리칼을 흩날리며 뒤돌아섰습니다.


"자, 너의 입지가 파악 되었느냐. 그러니 너의 입에서 나오는 어떤 이유라도 이 숙청을 막을 이유가 되지 못한다. 그러니 가만히 있거라 소녀여."


쉐딩거 할아버지는 신나서 소리쳤습니다.


"바로 그 말씀대로입니다. 클클클... 뭐하냐! 빨리 그 년의 목을 베지 않고!"


아, 피렌이 다시 일어서서 환도를 집어들었습니다.


"피렌!!! 안돼!!!"




제 어깨에 손이 얹혔습니다. 그건 인이었습니다.


"호들갑 떨지마. 내가 있잖아."


그는 당당하게 피렌이 있는 돌출부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맞습니다. 아직 인이 있었습니다. 저는 안심하고 있었습니다. 어느새 인이 모든걸 해결해 줄 거라고 굳게 믿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인의 손에 무언가가 들려 있네요. 저건 인형... 인가요?


"저놈은 또 뭐냐! 늑대! 저놈을 붙잡아라!"

"베... 벤조님..."


쉐딩거 할아버지의 이름은 벤조인듯 싶었습니다. 벤조의 명령이 떨어진지 한참이 지나도 늑대들은 인에게 달려들지 못했습니다.


"뭐하는거냐! 빨리 잡으라니까!"

"벤조님 저길 보십쇼..."

"아니!? 저게 뭐냐!!!"


벤조의 턱이 쩍! 하고 벌어졌습니다.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인의 손에 들려있던 인형이... 말을 하는게 아닙니까?!


"사랑한다 늑대들아!!! 그러니까 다가오지마!!!"

"좋아. 잘했어. 듄."

"헤헤... 뭘요."


인형의 등 뒤에는 보라색 체크 무늬 망토가 걸려 있었습니다. 쉐딩거 사람이었나요... 그런데... 왜 사지가 없는걸까요. 아, 사랑의 단검을 사용한 거군요.


벤조는 이마에 혈관 마크를 띄우며 소리쳤습니다.


"듄? 탑의 입구를 지키고 있어야할 네놈이 왜 여기에 있는 것이냐!"

"할배. 세상은 만만한게 아니더라고. 어거지로 사랑을 배웠지뭐야."

"사랑?"


영문을 알 수 없는 대화였습니다. 그렇군요... 인이 늦게온건 듄이라는 사람을 잡기 위해서였군요. 이미 우리는 지명 수배자... 인 혼자서라면 몰라도 우리를 구해 나간다는건 자살과도 같은 일이죠. 하지만 저렇게 인질을 잡아 놓으면...


인은 피렌과 마주섰습니다.


"야! 꼬맹이!"

"... ..."

"어쭈 대답 안해?"

"... ..."


피렌은 다시 죽은 눈이 되어 환도를 들어 올렸습니다. 인이 경고했습니다.


"죽이면 후회한다."


피렌은 울부짖는 목소리로 소리쳤습니다. 설움이 북받친, 그런 목소리였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죽이지 않으면 내 아버지가 살아 돌아오지 못해! 나는... 나는..."

"미안한데, 난 니 기분까지 헤아려줄 틈이 없어. 저기 재수없게 생긴 흰둥이를 손봐야 하거든. 야, 듄. 내가 아까전에 피렌의 아버지에 대해 물었던거, 다시 말해봐."

"넵!"


머리가 똑똑한 인은 아마 전부 알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지금 깨달은 거지만 피렌이 쉐딩거에 협력할 이유라면 아버지밖에 없었으니까요.


듄이라 불린 남자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전 어지러운 숲의 대장은 드렌 마을에서 늑대들에게 체포됐어요. 30일간의 약물 투여 끝에 흡혈족이 있는 탑의 위치를 불게 만들었고 그는 약물의 후휴증으로 죽었습니다. 오래된 이야기예요."

"뭐라... 고?"


피렌은 무너져 내리듯 주저앉았습니다.


그럼... 지금 살아있지도 않은 사람을 가지고 인질극을 펼쳤다는 겁니까. 그 벤다라는 사람의 유흥을 위해서요...?


피렌은 환도를 떨어트리고, 두 손으로 머리를 쥐어 뜯었습니다.


"그럼... 나는... 자렉스 아저씨를..."

"시끄러. 그놈은 지가 하고 싶은거 다 하고 죽었어. 울지 말라고. 자꾸 그러면 저놈 성격에 편하게 죽지 못할거다."

"끄윽... 끄윽..."


그 말에 필사적으로 울음을 참는 피렌. 하지만 시커멓게 타들어간 마음이 훤히 보이는듯 합니다.


인은 뒤로 돌아서서, 그루모아와 벤조, 늑대들을 노려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사랑의 단검을 뽑아들면서 말했습니다.


"그럼, 너희들을 족치는것만 남았네."


벤조는 늙었는데도 목소리가 매우 컸습니다.


"족쳐어?! 어디서 굴러먹던 촌뜨기인지는 몰라도 네놈 따위가 감히 우리 쉐딩거에 맞서..."


촤아악


"아...?"


순식간에 벤조의 목이 잘려나갔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그의 머리. 그는 공포에 질린 얼굴이 되어선 마구 소리쳤습니다.


"으아아아!"

"시끄러."


퍽!


그의 비명에 인은 짧막하게 대꾸하며 머리를 계단 아래로 걷어찼습니다.


"으아아아아~!"


벤조의 처량한 비명소리가 멀어져 갑니다. 곧이어, 인은 늑대들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의식장에서 봤던 얼굴들이 몇몇 있군... 뒈지기 싫으면 다 꺼져!"


늑대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그 괴물이야... 도망가~!"

"왜? 왜?!"

"미친놈아 빨리 도망가라면 도망가라고!"

"저놈은 괴물이야!"

"상대했다간 뼈도 남지 않아!"


그러면서, 늑대들은 계단 아래쪽으로 우르르 몰려 나갔습니다. 한바탕 폭풍이 몰아친듯한 어수선한 분위기가 사라지고 이제 숙청의 탑 최상층에 남은 적은 그루모아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아직도 여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재미있군..."

"넌 누구냐."


인의 물음에 그루모아는 조금씩 웃어댔습니다.


"그래. 넌 날 기억하지 못해. 아니, 기억할 가치도 없었던 건가. 소문에 의하면 초라한 모습이 되었다고 하던데, 이런식으로 만나다니. 이것도 그분의 뜻인가..."


그루모아는 인을 알고 있는듯한 눈치였습니다.


"개소리. 넌 좀 잘려야겠다."


인은 그 반대였고요.


"그런 상태에서도 적개감이 남아 있다니 역시 넌 흥미로워."

"날 안다는듯이 말하지마. 곧 죽을놈이..."


인이 단검을 그를 향해 겨눴습니다.


"그렇지. 너는 나를 죽인다. 당연한 일이야."

"개소리를 자꾸..."

"하지만 지금은 아닌것 같다. 니가 나를 죽이는게 아니라. 내가 너를 죽일 것이다. 그분의 뜻대로 말이지!"


인은 조그만하게 중얼거렸습니다. 조금 떨어져 있어도, 이젠 입모양 만으로도 알 수 있습니다.


"왜곡."


왜곡. 마법의 한 종류일까요... 인이 그걸 사용할때마다 기이한 일이 펼쳐집니다. 물건이 늘어나기도 하고, 높은곳에서도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으며, 상대방이 알아차리기도 전에 제압할 수 있죠.


이제 그루모아라는 저 사람도 눈 깜짝할 새...


푸욱!


무언가가 관통되는 소리. 정신을 차리고 보니, 둘은 맞붙어 있었는데...


후두둑 투둑


바닥 위로 피가 한움큼씩 쏟아졌고...


"커헉..."


그 신음 소리는... 인의 것이었습니다! 그루모아의 손이 인의 복부를 관통하고 있었던 겁니다...!


작가의말

오늘은 1회연재네요 죄쏭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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