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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필러

판타지 세계의 사이코패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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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필러
작품등록일 :
2015.05.11 13:32
최근연재일 :
2015.06.24 00:08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8,950
추천수 :
104
글자수 :
169,264

작성
15.06.24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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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돌아가는 길 (2)

DUMMY

돌아가는 길 (2)






로렌이라고 했던가요. 로렌 마을은 우리 드렌 마을보다 훨씬 큰 규모였습니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 봤을때 성당으로 보이는 건물이 2~3채, 시장가도 있었고... 아아~ 가장 중요한것. 마굿간도 있었지요. 주택도 얼마나 많은지요. 40명정도가 뭉쳐 살고 있는 드렌 마을과는 비교가 안됩니다.


잘 정돈되어 있는 보도와 깔끔한 거리가 마치 도시의 모습을 보는것 같았습니다. 더불어 평온해 보이는 사람들의 얼굴이 저까지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고요. 분위기가 정말 좋은 마을이네요.


길터씨와 저는 로렌 마을의 한복판을 거닐고 있었습니다.


"이야~ 이거 참 사람 골때리게 만드네. 무슨 길들이 거미줄처럼 사방팔방 뚫려있대? 마굿간은 분명 이쪽 방향이 맞을텐데 말야..."

"언덕 위에서 봤을때도 이쯤 주변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요... 흐음..."


호홋... 사실 거닌다는 여유로운 표현보다는, 헤매고 있었습니다. 길터씨의 말대로 이 마을의 길이란 길은 전부 연결되어 있는 바람에 거미줄과도 같은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지요. 정말 미로같았습니다.


"흐응~? 거기, 당신들. 모험가야?"


길터씨와 어떤 길로 나아갈지 상의하던중, 어떤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마도 우리를 부르는 소리인것 같았습니다.


"로렌에서 길찾기란 쉽지가 않지?"


그녀는 챙이 커다란 모자를 쓰고 있었습니다. 어깨부터 허리까지 내려오는 짧은 가죽 자켓과 편안해 보이는 넓은 바지, 롱 부츠 차림. 그리고 짧은 금빛 머리칼과 날카로워 보이는 눈빛이 인상적인 여자였습니다. 그녀는 입가에 물고있던 풀피리를 잘근잘근 씹으며 우리에게 다가섰습니다.


"어딜 찾는데?"

"아... 저기... 그러니까..."


저는 깜짝 놀라 말을 더듬고 말았습니다. 가까이에 선 그녀의 키가 왠만한 성인 남성과 맞먹을 정도로 커보였으니까요. 길터씨보다는 약간 작지만 여자의 등치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강인해 보이셨습니다. 그녀의 양 팔의 피부 위로, 울퉁불퉁한 근육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길터씨도 그 근육들에 놀란 표정이었습니다.


"이야~ 운동을 꽤나 열심히 한거 같은데? 젊은 처자."

"로렌의 자경단이라면 이 정도는 해 줘야지."


그녀는 오른쪽 팔을 들어올려 이두박근을 과시해 보였습니다. 그러자 길터씨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돌변했습니다.


"그 근육들은 '이 정도'라고 부를만한게 아니야. 남자라고 해도 근육의 윤곽이 드러날 정도로 몸을 만들려면 몇 개월에 걸쳐 죽을듯이 운동을 해야해. 여자의 몸으로 그 정도 근육이라... 어려서 부터서 지독한 훈련을 받아온 거겠지. 지금쯤이면 왠만하면 지지 않을 실력자가 되었을테고. 그런 사람이 이런 시골 바닥에서 모험가들에게 선뜻 말을 건다? 이건 흥미가 생기는데."


그녀는 팔을 거둬들이고는 피식 웃었습니다.


"흐응~ 눈썰미가 좋네. 그래도 내가 말을 걸었던건 별다른 악의는 없으니까 경계심은 풀어도 돼."

"난 그다지 경계하지 않았는데?"


길터씨는 어깨를 으쓱거렸습니다. 그녀는 제 머리 위에 손을 얹고 쓰다듬으며 말했습니다.


"아저씨쪽 말고 이 아가씨쪽. 털 세운 고양이 같잖아. 귀여워라."


그녀의 손이 머리 위에 닿았을때 알았습니다. 저는 길터씨가 그녀의 근육을 분석할때 무의식적으로 경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야, 보통 사람이 아닌데도 먼저 말을 걸었다는건 무슨 꿍꿍이가 있을것 같았거든요.


으으... 아무래도 제 생각이 틀렸나봅니다.


"그래서, 이름은 어떻게 되나? 젊은 처자."

"나는 줄리아. 아까전에 말했듯이, 로렌 마을의 자경단이지."

"이야~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자경단으로 쓰기엔 아까운 인물이야."


줄리아씨는 제 머리에서 손을 떼고 두 걸음 뒤로 물러나며 말했습니다.


"그것보다, 당신들 길을 찾고 있지 않았어?"

"아, 맞다. 그랬었지."

"마굿간을 찾고 있었어요..."

"정말?!"


갑자기 그녀의 눈이 커다래졌습니다.


"네. 모험길엔 말이 꼭 필요할것 같더라고요. 여기까지 걸어오느라 발이 퉁퉁 부어버렸어요..."

"모험엔 말이 필수지. 꼭 비싼놈으로 사가도록 해."

"예...? 비싼놈이요?"


그녀는 머리를 긁적였습니다.


"아, 내 부보님이 여기서 마굿간을 운영하시거든. 아마 아저씨랑 아가씨가 찾는곳이 우리집인것 같은데 길 안내 비용이라고 생각하고 비~싼 놈으로 한마리 사가주라고. 로렌이 빌룬과 가까이 있는 바람에 여기서 말을 사는 사람들이 거의 없거든."

"하하핫! 걱정 안해도돼. 이 아저씨는 상당한 부자걸랑?"

"좋아. 어디보자... 우리 마을 지도가..."


품 안에서 종이를 한장 꺼낸 그녀는 제 손위에 그 종이를 올려 주었습니다. 아무래도 이게 로렌 마을의 지도인것 같습니다.


"마굿간은 마을 서쪽 변두리에 있으니까 지도만 있다면 잘 찾아갈 수 있을거야. 아, 이런. 늦었군. 난 이만 가볼게. 다음에 또 볼 수 있다면 보도록 하지. 즐거운 여행 되길 바래, 모험가들."


그러면서, 줄리아씨는 손을 흔들며 길을 따라 저 멀리 걸어갔습니다. 자경단이랬으니까 마을을 순찰하고 있는거겠지요. 호홋... 좋은 사람이네요. 길을 헤매서 제때 인과 만날수 있을런지 걱정했는데 다행입니다.


"활기찬 처자네."

"그러게요."







저는 길터씨를 따라 마굿간 안쪽으로 따라들어갔습니다. 마굿간만 해도 굉장히 넓었는데 말들이 달릴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공터가 마굿간 뒤로 쭉 펼쳐져 있었습니다. 공터에선 말 몇마리가 돌아다니며 놀고 있었습니다.


말이라... 저는 말을 처음 봅니다. 드렌 마을에서 자라면서 수많은 모험가분들을 봐왔지만 사실, 드렌에 가려면 어지러운 숲과 강을 건너야 하기에 모험가분들이 말을 데리고 온적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어렸을적 신부님께서 주신 동화책이 몇권 있습니다. 저는 그 동화책에 그려진 흰 백마들을 보며 동경을 하게된것 같습니다. 사람이 탈 수 있는 동물이라는게 가장 신기했고 간혹, 꿈 속에서 말을 타고 넓은 초원을 달리다보면 그토록 즐거울 수가 없었거든요.


언젠가 한번쯤 말을 타보고 싶었는데... 지금이 기회인 겁니다!


길터씨는 말의 털을 빗어주고 있는 남성에게 다가갔습니다. 그 남성분은 후덕한 인상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복슬복슬한 턱수염이 구렛나루와 연결이 되어서 멋져보였습니다.


"안녕하슈~!"

"안녕하세요~"

"오오. 모험자들인가? 어서오게. 뭘 찾는가. 말? 마구(馬具)? 말만 하게."


길터씨는 마굿간에 들어와 있는 말을 쓱 훑어 보더니,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습니다.


"당신네 딸내미가 비~싼놈으로 한마리 사가라더만, 이거야 원... 병약한 말밖에 없잖아."

"내 딸, 줄리아을 만났는가? 허허. 무례하게 굴지 않았길 비네만..."

"무례한걸로는 나도 만만치 않으니까. 신경쓰지마."

"자네는 재밌는 사람이군. 그래서, 비~싼놈으로 사갈텐가?"


길터씨는 아직까지 팔짱을 낀채 영 시답잖다는 표정입니다.


"하하... 사갈게 있어야 사가지. 여긴 퇴물 집합소인건가?"

"허허, 그런말 하지 말게. 이 녀석들은 늙은 놈들일세. 로렌과 빌룬의 사이를 오가던 마차를 담당하던 놈들이지. 이젠 편안하게 쉴 때니, 돌봐주고 있는거라네."

"마차?"

"모르는겐가. 허허, 모험가라면 그럴 수도 있지. 로렌과 빌룬 사이에는 교역로가 있었는데, 최근에 전부 끊겨버렸다네. 하루 아침에 말일세. 덕분에 마을 사람들이 혼란에 빠졌었지. 로렌은 자급자족을 하고 있던 마을이라 큰 타격을 입지는 않았지만 기호품이라던지... 기계 부품이라던지... 뭐 그런게 부족하다네."


하루 아침에 교역로가 끊겼다...? 신기하네요. 빌룬도 이익이 나기 때문에 로렌과 거래하고 있었을텐데. 그래도 늙은 말들이 쉴 수 있으니까 좋은걸까요. 하지만...


"줄리아씨 말로는 장사가 잘 안된다고 그러던데... 이 말들을 관리하려면 힘들지 않으신가요...?"

"허허, 이녀석들은 우리 마굿간에서 자란 놈들이라네. 막 태어나서 다리를 절고있을때 부터서 키워온 아이들이지. 어려서부터 사람을 위해 죽도록 뛰었으니, 죽을때라도 사람이 말을 위해 돌봐주는것도 괜찮지 않은가? 그러니 아가씨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네."


복슬복슬한 수염만큼이나 말을 대하는 태도가 푸근했습니다. 늙은 말들도 주인을 잘 만나서 행복할 겁니다.


아저씨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습니다.


"아차차... 쓸데없는 이야기가 길어졌군. 말을 사러 왔댔지? 여기, 마굿간 뒷문을 나가면 바로 공터라네. 젊고 튼튼한 말들이 몇마리 있지. 마음에 드는 놈으로 골라보게나."

"차여 죽으면 어쩔려고."

"차... 차여 죽어요?"


길터씨의 한마디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말이 사람을 차서 죽인다니? 동화책에 그런 일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럼~ 차서 죽이지. 말들은 겁이 많아서 위협을 가하면 곧바로 발길질이야. 그래서 말에서 떨어지는게 위험한게 아니라, 말에서 떨어진뒤 발굽에 밟히거나 맞는게 위험하다지."

"정말요...?"


아, 상상속 말의 환상이 깨져갑니다. 멋진 왕자님을 태우고 공주님을 구해내는 멋진 말들이 아니라, 사람을 쳐 죽이는... 말. 갑자기 제 옆에 있는 늙은 말들이 무서워졌습니다.


"거짓말 하지 말게. 자네는 말을 보는 눈이 있는것 같은데 맞을일 역시 없겠지. 그러니까 직접 골라오라고 하는거라네."

"쪽집게네. 하핫."

"길터씨~! 놀리지 말아요!"


길터씨... 정말 못됐습니다. 말이 그럴리가 없잖습니까?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사람을 죽인다니... 헛! 처음 만났던 인의 모습과 비슷할지도...?


"뭐해? 리아야, 후다닥 고르고 광장쪽으로 가야지. 인이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으면 어쩌려고."

"앗! 알았어요."


그러고보니, 인의 성격상 기다리는걸 좋아할리가 없죠. 토라지기 전에 빨리 일을 끝내고 만나야겠습니다. 로렌 마을에서는 꼬치 요리가 유명하다던데, 그것도 같이 먹고... 호호... 오늘은 깨끗하게 씻은뒤 푹~ 자야겠습니다. 상상만 해도 즐겁습니다.


저는 마굿간 뒷문을 통해 공터로 뛰어나갔습니다. 다시금 따뜻한 햇볕이 쏟아졌습니다. 두 눈 가득히 펼쳐진 넓은 공터 군데군데, 젊고 팔팔해 보이는 말들이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 백마 한마리가 눈에 띄었습니다.


"저는 저 애로 할래요!"

"오호라, 저건 좀 쓸만 하겠군. 좋아. 기다려봐라."


길터씨가 그 말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뭐랄까... 따스하다고 해야하나. 으음... 아닌것 같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나른해지는, 그런 기분입니다. 신탁의 모험을 시작하자마자 어려운 일에 휘말려서 그랬을까요. 이런 기분에 적응이 잘 되지 않습니다.


적응되지 않은 편안함... 분명 모순되어 있을 이 기분. 그래도 확실한건 그 기분이 좋다는 겁니다.


'소녀여.'


꽃잎님이 말을 걸기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로렌이라 불리는 이 마을은 사자(死者)의 마을이구나. 로베른의 기운이 느껴진다. 그러니 좀 더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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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돌아가는 길 (3) +1 15.06.24 237 1 12쪽
» 돌아가는 길 (2) 15.06.24 128 1 11쪽
31 돌아가는 길 (1) 15.06.16 230 2 11쪽
30 [검은 머리] +1 15.06.12 155 2 5쪽
29 [1부 마무리] 캐릭 설정 + 배경 설정 = 세계관 (1) +2 15.06.12 296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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