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스텐필러

판타지 세계의 사이코패스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스텐필러
작품등록일 :
2015.05.11 13:32
최근연재일 :
2015.06.24 00:08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8,966
추천수 :
104
글자수 :
169,264

작성
15.06.24 00:08
조회
237
추천
1
글자
12쪽

돌아가는 길 (3)

DUMMY

돌아가는 길 (3)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하는 사람들, 도망가다가 죽는 사람들, 고문을 받다가 버티지 못해 혀를 깨물고 죽는 사람들... 다양했다. 로렌 마을은 사람이 많이 살기 때문에 죽는 모습도 가지각색이었다. 죽은 사람들의 옷에 피묻은 나이프의 검신을 닦아내던 일이 생생히 떠오른다.


그야, 이제 한달도 안되었으니까.


상식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광경이다. 하지만 세상은 점점 파멸로 치닫고, 미쳐가고 있으니 몰살당했던 사람들이 다시 되살아난다고 해서 신기할건 없다. 로베른과의 교전중에 나도 죽었다가 살아났는데 이런걸로 일일이 놀라면 앞으로도 놀라다가 신탁의 모험이 끝나버릴지도 모른다.


그래. 되살아났다는것 까지는 놀랄 필요는 없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당황하는건 리아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을 몰살했던 살인마가 얼굴에 철판을 깔고 여관을 잡으러 왔다?


마을은 난리가 나고, 내가 했던 변태적인 행각들이 리아에게 들킬것이다. 안들킬 확률? 3%정도도 안된다. 그렇다면 방법은 한가지. 내 정체를 숨기는것 밖에는 없다.


그래서 나는 얼굴을 가린채 마을 변두리에서 짱짱한 로브 하나를 구입했다. 옷감이 어찌나 질기고 껄끄러운지, 싸구려의 티가 팍팍 난다. 하지만 이거라도 어딘가. 정체를 숨기고, 리아에게 이 과거가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게 우선이다.


나는 카운터앞에 서서 주인장으로 보이는 여자에게 방을 요구했다.


"방."

"네? 목소리가 작아서 못들었습니다. 손님,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내가 찾은 여관의 이름은 '산들바람의 쉼터'. 리아와 길터의 부탁이니 어쩔 수 없이 가장 큰 여관으로 찾아왔는데... 역시나 점심을 먹으러 온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다.


원형 테이블을 둘러싸고 앉아 술판을 벌이거나, 식사를 즐기거나. 또는 긴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죄다 내가 죽였던 사람들일테지. 조심해야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경계해야하는 사람은 내 앞에 서있는 이 여자... 아들을 지키려고 가장 처절하게 애썼던 여자다. 사람은 강렬했던 기억은 잘 잊지 못한다. 죽기 직전에 봤던 내 얼굴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을게 분명하다. 죽인 사람을 쉽게 잊어버리는 나도 떠올렸으니 오죽하겠는가.


"방 두개."

"아~ 방 두개요. 2인실과 1인실이 있습니다만, 어떻게 해드릴까요?"

"2인, 1인 하나씩. 하루 묵을거야."

"네, 알겠습니다. 죄송하지만 모험가 분들께는 선금을 받고 있습니다. 조식은 숙박비에 포함되어 있구요, 총 금액은 35실버입니다."


나는 테이블 위에 1골드를 올려주었다.


"지금 거슬러 드리겠습니다."


그 여자는 테이블 밑쪽을 한참동안 뒤적거렸다. 이윽고 그녀가 꺼내준 것은 동전을 담을 수 있는 주머니였다. 그 안에는 은빛으로 번쩍거리는 65개의 동전들이 들어 있었다. 65실버... 의외로 많은 양이구나.


나는 돈주머니의 끈을 여며 허리띠에 매달아 두었다.


"열쇠를 드리겠습니다. 저희 산들바람의 쉼터에서는 먹거리, 술, 공연등 많은 즐길거리를 제공하고 있으니 원하신다면 제게 말해주세요."

"... ..."


이 여자는 자신과 자신의 아들을 죽인 살인자에게 깍듯이 대하고 있다는걸 알고나 있을까. 알게 된다면 얼굴이 가관으로 변하겠지.


절그럭


나는 그녀가 테이블 위에 올려둔 열쇠를 집어 여관 밖으로 향했다. 사람이 북적거리는 곳에서 이 이상 지체하다간 정말로 정체를 들킬지도 모른다.


"저기! 거기 너!"

"... ..."


여자의 목소리?


여관의 문 밖으로 나가기 직전, 테이블에 앉아있던 누군가 나를 향해 말을 걸어왔다. 나는 곁눈질로 나를 부른 사람을 살펴보았다.


특이한 여자였다. 챙이 긴 모자와, 펑크한 스타일의 옷차림. 특히나 검은색 롱부츠가 인상적이다. 게다가 이 여자... 짧은 금발을 하고 있었다. 그냥 금발이 아니라, 골드처럼 반짝거리는 금발말이다. 이런 머리칼은 이쪽 세상에 와서 처음 보는것 같다.


그녀는 나에게 다가오면서 말했다.


"어디서 많이 본것 같은데?"


아니. 우린 만난적이 없다. 로렌 마을의 사람이 아닌게 분명하다. 내가 로렌을 죽일때 이런 금발은 본적이 없으니까.


나는 지금 모험가라는 칭호를 달고있다. 수상한 행동을 보이면 사람들에게 자연스레 의심을 살테고, 모처럼 샀던 이 싸구려 로브가 무용지물이 될지도 모른다. 대충 대답해 주는게 좋을것 같았다.


나는 뒤로 돌아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무슨 용무지?"


앞에서 바라보자 내 기억에 확신이 생겼다. 난 이 여자를 만난적이 없다. 게다가 로브를 푹 눌러쓰고 있으니까 얼굴이 다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


하지만 그건 내 판단 실수였던것 같다. 그녀의 두 눈은 크게 팽창하고 있었다. 동공이 확장되고,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으며 약간 벌려진 입 사이로 새하얀 치아가 보였다. 그녀는 경직된 얼굴로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다.


냉철하게 분석하자면, 이 여자의 반응은 내 정체를 알고 있다는걸 나타내고 있었다. 본적이 없는 여자가 날 알고 있다라... 곤란하게 되었다. 로렌에서 모든걸 잡아 죽였었는데 어째서 살아남은 사람이 있는거지?


이 상황에서 내가 취해야할 행동은 단 한가지였다. 그녀를 죽이는것. 하지만 신중해야한다. 단검으로는 죽일 수 없으니 암살은 불가능하다. 최상의 방법은 으슥한 골목길로 데려가 교살하는것이다.


그러면 안된다고, 가슴속 콩알이 조잘거리지만 이번엔 신경쓸 겨를이 없다. 내 살인 행각이 드러나면 리아와 나의 관계는 완전히 끝난다. 최악의 여행이 될테지. 난 그녀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아있고 싶었다. 그러니... 난 이 여자를 죽일것이다.


물론, 살인은 최후의 수단이다. 한번 더 확인할 필요성이 있었다. 대답에 따라 이 여자의 운명은 달라진다.


"날 알고 있나?"

"너는...! 도대체 왜...!"


알고 있군.


"따라와라. 따라오지 않으면 여관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죽일거다."

"윽... 더러운 살인마가...!"

"쉿... 그 말을 들은 사람들도 살아남지 못할걸. 너는 로렌의 사람들이 죽어가는걸 봤을테지. 내가 하는말은 거짓말이 아니라는것도 잘 알거라고 생각한다. 니가 할 수 있는건 나를 따라와서 홀로 죽는것 뿐이다. 마을 걱정은 하지마. 난 이 마을을 죽이러 온게 아니니까."


그녀는 현명했다. 아무말 없이 여관의 주인장에게 음식값을 계산한뒤, 내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나는 사람들을 피해가며 으슥한 골목길에 들어갔다.


그녀가 경계하는 목소리로 물었다.


"너 같은 살인마가 다른 목적이 있는거냐."

"말좀 사고... 눈좀 붙이려고."


그녀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뭐,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사고방식이겠지.


"미친놈! 여긴 니가 피바다로 만들었던 곳이라고! 그런곳에 말을 사려고 와? 아니, 잠을 잘 수 있기나해?!"

"난 할 수 있어."

"너는 죄책감도 없나봐? 아니지... 아니야... 그날, 피로 잔뜩 칠해진채 미친듯이 웃어대던 니 얼굴이 기억난다. 죄책감같은게 있을리가 없지. 넌 쓰레기중에서도 가장 미쳐있는 쓰레기야."


나는 그녀의 양 손목을 붙잡아 막다른길, 벽쪽에 몰아붙였다.


"도발하지마. 계속 도발한다면 다시 되살아난 마을 사람들을 전부 죽여버릴테니까. 말해두지만 나는 참을성이 별로 없거든."


그러자 그녀는 피식 웃었다. 이건 예상 외의 반응인데?


그런데. 이 여자는 무언가를 알고 있는것 같다. 내가 죽여버린 로렌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데도 다시 되살아난 로렌에 아무런 거리낌없이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그녀의 말투 또한 '로렌은 죽었다 살아났다'라는 전제를 깔고 대화하는것 같았다. 좀 더 알아볼게 있을것 같다.


그녀는 조금씩 웃으면서 중얼거렸다.


"어차피 날 죽이고 하나, 둘씩 또 죽여나가겠지. 하지만..."


푹!


"!"


하복부쪽에 한기가 감돌았다. 단단하고 차가운 이물질이 피부를 뚫고 뱃속에 침투한 것이다. 내려다보니, 이물질의 정체는 그녀의 무릎보호대에 숨겨져 있던 긴 칼날이었다. 양 손이 구속되어 있어서 반항할 줄은 생각치도 못했는데, 무릎을 차올리면서 내 뱃속에 칼날을 우겨넣은 것이다.


그녀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피부가 엄청 단단하군... 보통 사람이라면 척추까지 관통했을텐데. 역시 넌 사람이 아니야. 괴물이지. 머리도, 몸도 전부 괴물이야. 그래... 넌 쓰레기 괴물이야!!!"


한번 더, 하복부에 압박이 느껴졌다. 조금만 더 파고들면 내장에 닿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귀찮아진다. 피부와 근육 조직은 회복속도가 빠르지만, 내장은 그러지 않기 때문이다.


"힘주지 마라."

"웃기는 소리!"


그러네. 좀 웃긴다. 입막음으로 죽이려 했는데... 오히려 그녀의 입에서 무언가 정보를 캐내야 한다니.


나는 자꾸만 파고드는 칼날을 손가락으로 잡았다. 약간 힘을 주자, 더이상 파고들지 못했다.




"윽...!"


그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라고 할줄 알았냐!"


부웅!


뱃속에 박힌 칼날을 지지대삼아 살짝 점프한 그녀는 몸을 비틀어 반대쪽 무릎을 내 관자 놀이에 박아 넣으려 했다. 무릎 보호대에서 튀어나오는 칼날의 속도와, 온 몸의 탄력을 받은 무릎의 속도가 합쳐지면 두개골이 위험할지도 모른다.


푹!


나는 손을 뻗어 칼날을 막아내었다. 아, 정확하게 말하자면 칼날에 관통된 손이 그녀의 무릎을 멈추게 만든것이지만. 아슬아슬하게, 관자놀이 주변에서 칼날의 끝이 흔들리고 있었다.


이로써 그녀의 비장의 카드는 다 떨어진것 같았다.


"으윽... 젠장..."

"대단하군. 보통 사람은 내 피부에 흠집도 못내는데."

"닥쳐! 괴물이 사람의 말을 주절거리지 마!"


허, 이건 좀 상처입는다. 나도 어엿한 사람이었단 말이지? 이쪽 세계에 넘어오기 전까지는...


"생각이 바뀌었어. 너, 로렌 마을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는거지?"

"뭐?"

"시치미 떼지마. 좀 알려줘야겠어. 내가 죽였던 이 마을에서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야 하거든."

"갑자기...? 너... 너랑은 관계 없는 일이잖아! 날 죽이던 말던 그냥 이 마을에서 좀 꺼져!"


또 당황하는건가. 그나저나, 나랑 대화하는 사람들은 왜 이렇게 사람들이 착각하는게 많지...


"있잖아, 난 사람을 죽이면 안된다고 그런다. 마데하솔인가 뭔가가 그런 모험을 하라고 시켰거든. 이건 내 마음을 고쳐주는 모험이야. 하지만 아직까지도 마음이란것에 대한건 이해가 잘 안가. 이게 무슨 말인지 알겠어?"

"무슨 소리를..."

"난 아직도 살인에 대해 그리 거부감이 들지 않아. 쾌감을 느끼라면 정말로 느낄수도 있어. 전처럼 살인에 대한 갈증은 일어나지 않지만, 너 하나쯤 죽여버리는건 쉬운 일이라 이거지."

"으윽..."


그녀는 일그러진 얼굴로 무릎을 움직이려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나와 그녀의 근력 차이는 절대적이다.


"나는 동료가 아닌 사람에게 단 한번도 부탁을 해본적이 없어. 이건 부탁이 아니야 니 목숨과 정보를 교환하는, 거래다."

"거래? 날 살려주겠다는 거냐?"


로렌에 처음 발걸음을 내딛었을때 느껴진 거북한 기운... 가슴속 깊숙한 곳으로 부터서 역겨움을 발산 시키는 본능적인 거절. 이것은 흰 색의 기운, 로베른의 기운이다. 로렌의 모든곳에서 그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로베른이 개입된 일이라면 뭐든지 제대로 되는게 없다. 제대로 정리해버려야겠다.


정리가 끝나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몰라도 로렌은 다시금 죽은 마을로 돌아올테지. 리아에게 직접 나불거리지만 않는다면 이 여자를 죽일 필요성도 없어진다.


"제대로 말해준다면."

"드러운 괴물자식... 그건 거래가 아니라 강매잖아."


흥, 맞는 말이군.


작가의말

시골갔다와서 알러지때문에 두드러기만 잔뜩 생겼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판타지 세계의 사이코패스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죄송합니다. +1 15.06.24 246 0 -
공지 연재 공지입니다. [2015.06.11] 15.05.28 217 0 -
» 돌아가는 길 (3) +1 15.06.24 238 1 12쪽
32 돌아가는 길 (2) 15.06.24 128 1 11쪽
31 돌아가는 길 (1) 15.06.16 230 2 11쪽
30 [검은 머리] +1 15.06.12 155 2 5쪽
29 [1부 마무리] 캐릭 설정 + 배경 설정 = 세계관 (1) +2 15.06.12 297 1 9쪽
28 시작 +2 15.06.11 140 5 16쪽
27 쉐딩거를 부숴라! (10) +2 15.06.10 222 2 11쪽
26 쉐딩거를 부숴라! (9) +1 15.06.09 231 2 11쪽
25 쉐딩거를 부숴라! (8) +2 15.06.08 217 2 11쪽
24 쉐딩거를 부숴라! (7) +2 15.06.05 219 2 13쪽
23 쉐딩거를 부숴라! (6) +2 15.06.04 209 2 13쪽
22 쉐딩거를 부숴라! (5) +1 15.06.04 216 4 12쪽
21 쉐딩거를 부숴라! (4) +2 15.06.02 208 2 11쪽
20 쉐딩거를 부숴라! (3) +1 15.06.02 346 2 11쪽
19 쉐딩거를 부숴라! (2) +2 15.06.01 255 2 12쪽
18 쉐딩거를 부숴라! (1) +1 15.05.31 188 1 12쪽
17 흡혈족 (6) +2 15.05.30 249 3 12쪽
16 흡혈족 (5) 15.05.30 218 1 12쪽
15 흡혈족 (4) 15.05.29 229 2 11쪽
14 흡혈족 (3) 15.05.27 220 2 11쪽
13 흡혈족 (2) +1 15.05.27 197 1 10쪽
12 흡혈족 (1) 15.05.26 408 9 12쪽
11 환영받지 못하는 자들 (2) 15.05.25 247 1 12쪽
10 환영받지 못하는 자들 (1) 15.05.24 334 1 11쪽
9 흡혈귀의 탑 (2) 15.05.22 270 2 11쪽
8 흡혈귀의 탑 (1) +1 15.05.20 276 2 9쪽
7 어지러운 숲의 대장 (2) +2 15.05.20 250 1 12쪽
6 어지러운 숲의 대장 (1) +2 15.05.19 381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