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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필러

판타지 세계의 사이코패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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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필러
작품등록일 :
2015.05.11 13:32
최근연재일 :
2015.06.24 00:08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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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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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9,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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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24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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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환영받지 못하는 자들 (1)

DUMMY

환영받지 못하는 자들 (1)


바토리는 말이 많았다. 탑에서 부터서 시작해서 테라손 도시에 거의 근접할때까지, 쉴 새 없이 떠드는게 정말이지 너무 시끄러웠다. 그래도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조그만한 흡혈족은 나에게 도움이 될 지도 모르니까.


바토리가 우리의 몸을 가볍게 만든 기술. 나는 그게 마법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계약'이라는 흡혈족 고유의 힘이라고 했다. 흡혈한 대상과 계약을 맺어 효과를 발휘하는건데, 우리에게 걸었던 계약의 조건은 '주먹을 보기'였고 효과가 '가볍게 만들기'란다. 가히 사기적이라 할 수 있는 강제적 계약. 잘만 길들여 놓는다면 쓸데가 생길 것이다.


거대한 절벽 위로 활강 했을때, 나는 의외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렇게 높은 곳은 대부분 춥거나 척박한 땅이 산등성이를 이루며 쭉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곳은 온화한 기온에 어지러운 숲과 전혀 다를것 없이 울창한 숲이 깔려 있었고 또, 시야가 닿지 않을만큼 넓은 평야와 호수, 강이 나타났다. 아랫동네 풍경과 다를게 전혀 없었다.


그 와중에도 테라손 도시는 규모가 워낙 커서 그런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노을빛에 일렁이는 거대한 호수 한 가운데, 마치 섬처럼 홀로 떠있는 땅덩어리가 있었다. 테라손 도시는 바로 그 위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곳에선 망할 여자의 눈을 피해 쾌락을 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속박을 풀어버리고 지금까지 당했던 모든걸 되갚아 줄 것이다. 이제 곧 이었다. 곧!


그런데 내 희망과는 다르게 바토리는 활강을 멈추고 호수 언저리에 착지해 버렸다.


'더 못날겠어~! 배고파~!'


라면서. 정말이지... 일단 칭얼거리는 습관 부터서 뿌리를 뽑은뒤 서서히 세뇌를 시켜야겠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내 말에 따르도록. 내 완벽한 세뇌 기술로 바토리의 여린 정신을 파괴하는건 일도 아니다. 완전히 내 무기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우리는 곧바로 도시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호수 위로 뻗은 다리를 통해 출입하는듯 싶었다. 열심히 다리를 건너가 성문을 두드렸다. 드디어 이 망할 여자를 갈갈이 분해할 수 있다!


...는 내 생각일 뿐이었다. 성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이렇게 거대한 도시가 벌써 잠든다는것은 어불성설. 무언가 일어나고 있는게 틀림없다.


우리는 쫒겨난 손님처럼 다시 호숫가로 걸어와 평평하고 마른 땅에 자리를 잡았다. 도시란 상업의 결정체. 상인들의 돈이 불어나는 시간인 정오엔 성문이 반드시 열릴 것이다.


그리고 이 빌어먹을 속박을 걷어 낸 뒤, 조개 껍데기 꼬맹이를 잘게 썰어 호숫가에 물고기 밥으로 던져야 겠다. 망할 여자는 그냥 죽이는건 아깝다. 바토리의 정신이 붕괴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것이다. 아! 그리고 완벽하게 세뇌된 바토리에게 그녀의 피를 전부 빨아 죽이라고 명령하면... 하아아... 역시 난 완벽하다.


보글 보글


그런데... 내 완벽한 계획과는 달리 지금 오른손엔 고기 스프가 가득 담긴 나무 국자가 들려있다.


망할 여자는 내 고통스러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환하게 웃으며 소리쳤다.


"와아! 맛있어...! 아까껀 취소. 이런 여행이라면 행복할지도...?"


이 몸이 만들었으니 맛있는건 당연하다! 아니 아니. 그런데 내가 왜 너희들이 처먹을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거지?! 도대체 왜?!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잘근잘근 씹어 삼켰다. 뭘 어쩌겠는가. 지금 나는 호감을 얻기위해 만들어진 인격체. 목적을 이루기 위해선 완벽한 자기 컨트롤로 불쾌감을 드러내면 안된다. 참자... 후우우...


"이게 전부 내 주도면밀한 준비성 덕분이야. 이럴 줄 알고 고기랑 야채랑 식기도 전부 챙겨왔지! 가방속엔 담요도 있다고?!"

"대장님 최고~!"


바토리도 신나서 망할 여자를 따라했다.


"대장 최고~!"

"엣헴! 그럼 맛있게들 먹으라고."

"... ..."


빠직


나도 모르게 손아귀에 힘을 주고 있었던건지 나무 국자에 균열이 일어났다. 저 꼬맹이도 간단히 죽여서는 안될것 같다. 저 조개 껍데기 마스크를 날카롭게 조각내어 그렇게 좋아하는 고기 스프와 함께 먹여 주겠다.


망할 여자는 벌써 고기 스프를 비운듯 내 앞으로 그릇을 내밀었다.


"인. 한그릇 더 줘."

"아... 아 알았어."


나는 국자에 불쾌감을 가득 담아 스프를 따라주었다. 망할 여자는 뭐가 그리 신나는지 스프를 들이키기 시작했다.


"나도! 나도!"


이번엔 바토리가 그릇을 내밀었다. 언젠간 내 무기가 될 아이다. 지금부터서 잘 구슬려 놓으면 세뇌 작업도 수월해 질 것이다.


"물론. 많이 먹어."


바토리의 그릇엔 고기 건더기를 잔뜩 담아 주었다. 분명히 고기를 좋아한댔지.


"오빠 이상해."

"어... 왜?"

"이빨을 뽑아버린뒤 산채로 토막낸다면서 왜 갑자기 상냥해 졌어? 아, 입도 발라낸다고..."

"...!"


나는 황급히 망할 여자의 눈치를 살폈다. 다행히도 스프에 정신이 팔린 상태라 바토리의 말을 듣지 못한듯 보였다.


상황을 정리해야했다. 나는 바토리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아, 그건~ 오빠의 종족 내에선 그게 인사와 비슷한거야. 너무 친밀해서 막말을 하는거지. 바토리네 종족에도 그런게 있을것 아냐? 날개로 인사를 한다든지 그런거."


바토리는 골똘히 생각하다가 한가지 더 물어보았다.


"머리카락을 잡아 당기는건?"

"그건 '니가 너무 좋아~' 라는 뜻이야. 그런데~ 오빠네 종족의 문화는 바토리가 알기엔 조금 어린것 같은데."

"우웅~ 그렇구나. 하지만 나 안어려! 다 이해했으니까!"


그건 이해를 못한거다 멍청아.


나는 속내와는 다른 환한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바토리는 똑똑하구나."

"응!"


바토리가 갑자기 내 머리칼을 한움큼 집더니 세게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으으아!"

"바토리도 오빠가 정말 좋아~!"


그리고는 뭔가 대단한 일이라도 해낸양 싱글벙글한 얼굴로 망할 여자의 옆으로 돌아가 스프를 홀짝였다.


잡힌 머리가 욱씬거렸다. 참아야지... 참아야지...


"하아아..."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오늘 밤만 넘기면 지금까지 모든 인내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부하! 나도 줘!"


순간, 표정이 굳었다. 분명히 이 꼬맹이는 조개 껍데기를 마스크처럼 쓰고 있었다. 뚫린 구멍이라곤 눈구멍 두개뿐인데... 도대체 어떻게 스프를 먹는거지?


마음 같아선 부글부글 끓고 있는 스프를 전신에 뿌려서 익혀 죽이고 싶지만... 나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했다.


스프를 받아든 꼬맹이는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 숟가락과 그릇을 들어 입가에 가져다 댔다. 아직 조개 껍데기가 입을 가로막고 있었다.




꼬맹이가 스프를 먹는 법은 간단했다. 꼬맹이는 조개 껍데기를 벗어 옆에다가 두고는 그릇에 입을 가져다 대고 후르륵 거린다.


"아~ 역시 우리 텃밭에서 난 채소는 맛있어!"

"... ..."


조개 껍데기 마스크... 중요한거... 아니었나. 얼굴을 가리려 했던것도... 아니었나...


이제 꼬맹이의 그런 모습에도 아무런 불쾌감도 들지 않았다. 그냥... 속박을 풀어내고 본심을 드러내기 전까지 무시하는게 좋을듯 싶다.


그런데... 내 스프가 그렇게 맛있나...? 요리는 처음 해보는데 반응이 상당히 좋군.


나는 냄비를 바라보았다.


"... ..."


한입만 먹어볼까? 하는 생각이었지만 냄비안은 이미 텅텅 비어 있었다.


"젠장... 못해먹겠네. 정말..."


순간 울컥하는 느낌을 받았고, 그건 상당히 불쾌하다고 생각했다.






부스럭 부스럭


"... ..."


나는 인위적인 소리에 눈을 떳다. 나는 이런 소리 하나도 절대로 놓치지 않는다. 전에 살던 세계에선 경찰의 발걸음 소리를 듣느냐 마느냐로 생사가 갈라졌으니 말이다.


바람이 식물을 스치고 지나가는 소리... 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분명히 어둠속에 억지로 숨어든 자의 인기척이었다. 나는 알 수 있다. 굶주린 곰이 1km밖의 먹이를 추적하듯이 저게 인간이란것쯤은 청각 하나로도 충분히 분간한다.


나도 굶주렸으니.


아직 망할 여자와 꼬맹이들은 푹 자고있었다. 보통 사람이 느낄만한 기척은 아니었으니 당연하다. 괜히 이곳에서 소동을 일으켜 망할 여자가 일어나면 재미를 못보게 된다.


숨은 사람은 대략 6명가량. 나를 향한 살기를 표출하고 있었다.


나는 슬슬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다. 누이좋고 매부좋고라는 말을 이런데다 쓰면 딱 맞는 것인가. 그들도 얘네들이 말려 들기를 원하지 않는것 같았다. 아, 아니지. 결국 죽을 사람은 저놈들이니 결국 누이좋고 매부죽고가 되는건가.


주변 사람을 말려들지 않게 하려는 두리뭉실한 사상과 각오, 그리고 죽기 직전까지 나에게 반항하는 강한 눈빛을 지닌 족속들...


'기사'들이다.


역시, 드렌 마을에 처음 들어가기전에 만났던 그 기사와 똑같은 냄새를 풍긴다. 바토리를 타고(?) 하늘을 활강해서 거대한 절벽을 올랐는데도 추적은 끊기지 않은 모양이다.


아아~ 그래서 성문이 굳게 닫혀 있었던건가. 쉐딩거 일원의 살인자, 리아. 탑에 홀로 남은 흡혈족의 아이, 바토리. 쉐딩거에 아버지가 잡혀있는, 피렌. 그리고 역대 최강, 최고의 살인마인 이몸. 이런 4명이 도시 안에 들어가려는데 환영을 해주겠는가.


이들이 테라손 도시에 먼저 귀띔을 해주었다고 보는게 맞다.


나는 호숫가에서 멀리 벗어나 깊은 숲속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나는 가슴 주머니에서 접이식 나이프를 꺼내 칼날을 드러냈다.


끼릭


아아~ 이 소리. 행복하다. 곧 들이닥칠 쾌감을 상상하면... 정말로... 하아아...


"인! 네놈은 절대로 테라손 도시에는 들어갈 수 없다!"


대장으로 보이는 기사가 풀숲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소리쳤다. 드렌 마을 앞에서 만났던 기사처럼 중갑옷을 치렁치렁 달고, 망토를 두른채 말이다.


"야, 시끄러워. 애들 깨면 어떻게 할려고."

"최악의 살인마가 여자 한명과 아이 두명을 데리고 다닌다? 웃기지도 않는군. 네놈은 여기서 시체가 되어 쓰러지고 그들은 우리가 구해낼 것이다!"


음음... 상당한 오해를 하고 있는것 같았다. 그런걸 풀 생각은 없다.


쾌감의 부재는 내 가슴을 공허하게 만들었고 가슴은 곧 괴로움을 토해냈다. 사실, 이 인격을 유지하는것도 아슬 아슬했다. 오랬동안 쾌감을 얻지 못한 탓에 목구멍에 모래가 가득 찬것처럼 갈증이 났다.


그들의 생명을 전부 갈아 마셔야 이 갈증이 풀릴듯 하다.


나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 기사에게 나이프를 겨누었다.


"구해내? 지금 구원이 필요한건 걔들이 아니라 바로 나야. 구원해 줄거지? 니들의 생명으로 말이야!!!"


작가의말

전날, 빵꾸!@@@@@@@ 나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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