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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필러

판타지 세계의 사이코패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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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필러
작품등록일 :
2015.05.11 13:32
최근연재일 :
2015.06.24 00:08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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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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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9,264

작성
15.05.25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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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환영받지 못하는 자들 (2)

DUMMY

환영받지 못하는 자들 (2)


바토리는 거대한 절벽을 넘게 해주었습니다. 고마운 아이지요. 하지만 더이상 데리고 다닐 수는 없습니다. 앞으로 벌어질 일들은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엔 조금 힘들지도 모르거든요. 저는 바토리에게 돌아가라고 말했습니다. 자칫 잘못하다간... 제가 죽는 모습을 볼지도...


죽는다... 저는 잠들기 전까지 그걸 생각했습니다. 드렌 마을을 지킬 수만 있다면 죽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겐 신탁의 주인공이라는 무거운 책임이 한가지 더 있습니다만... 그래도 마을 사람들이 고통 받는것 보다는 훨씬 가볍습니다. 마데하솔님껜 정말로 죄송할 뿐입니다.


그렇게 결심할때, 바토리는 '나~ 가족들이 일 하는거 보고 갈래~!' 라며 동행을 요청했습니다. 제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꺼내기는 좀 부적절했고... 어쩔 수 없이 받아 들이게 되었습니다. 대장님께서 눈치도 안보고 '물론이지!'라고 대답한것 덕분에요.


그래서 우리 4명은 지금 다리위에 서있습니다.


"우리 꼭 이렇게 하고 들어가야해?"

"당연하지. 나는 이미 악명이 높은데다가 너는 쉐딩거 가문의 일원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얼굴은 숨겨두는게 좋아."


그래도... 바닥에서 주운 낡은 로브를 둘러쓴다고 해서 성문을 통과할 수 있을리가 없을 뿐더러 구지 숨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이곳에 온 목적은 죄가 온전히 제게 있고, 드렌 마을은 무고하다는걸 증명하기 위해 온 것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쉐딩거 가문에 잡혀가는게... 제가 해야할 일이니까 구지 숨을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인. 하지만 나는 이럴 필요가..."

"있어. 잘 생각해봐. 드렌 마을을 수탈하는것과 여자 한명의 목을 치는것중에 어떤게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그야..."

"마을을 수탈하는게 이익이 더 남아. 만약 니가 자백을 해버리면 수탈의 정당성이 무너져. 그런데도 자백하는걸 가만히 냅둘것 같아? 몰래 잡아다 죽일게 분명해. 쥐도 새도 모르게."


듣고 보니... 그러네요. 인은 어제보다도 더 상냥하게 변해 있었습니다. 죽이겠다고 이를 갈던게 바로 24시간 전이었습니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뾰루퉁한 표정으로 침울해 하고 있었는데... 오늘의 인은 정말로 '보통 사람'같았습니다.


그는 성문앞에 서있는 경비병을 노려보며 말했습니다.


"자백을 하기 전까지 절대로 정체를 들키면 안돼."

"...알았어."


거대한 호수 위로 테라손과 육지를 연결해주는 다리는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성문도 하나밖에 없었지요. 이렇게 큰 도시인데다가 출입구가 하나밖에 없으니 다리 위에는 사람들이 많이 붐빌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수상한 로브를 둘러쓰고 있는 저희 4명과 길다란 창을 든 채 꾸벅꾸벅 졸고 있는 경비병 의외에는 사람 그림자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신기하네요. 테라손 안에 사람이 살기나 하는 걸까요. 그나저나 큰일났습니다.


"많이 한적하네. 인. 이래선 들킬거야."

"아니, 이게 더 좋아."


저는 인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몰랐습니다. 그는 곧이어 바토리를 앞으로 내세우며 말했습니다.


"바토리. 아침에 말했던것, 부탁해."

"알았어~!"


바토리는 신이나서 경비병 아저씨 앞으로 깡총깡총 뛰어갔습니다. 그때까지 졸고 있었던 경비병 아저씨는 인기척을 느낀것인지 화들짝 놀라며 날카로운 창을 들이 밀었습니다.


"누... 누구냐!"


바토리는 싱글벙글한 얼굴로 인사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응...? 뭐야. 거지 꼬마인가. 훠이~ 저리가. 우리 도시는 적선 같은거 안해."

"히이~"


아...! 이런 작전이었던 건가요. 바토리를 앞장 세워서 초라한 모습의 거지로 둔갑하는 작전?! 아무리 매몰찬 아저씨라고 해도 저렇게 귀여운 소녀가 사정사정한다면 분명히 틈이 생길겁니다. 인은 머리를 잘 쓰네요.




"... ..."


아... 아니네요. 바토리는 갑자기 폴짝 뛰어올라 경비병 아저씨의 목을 물었습니다.


"으아앗! 뭐하는 거냐! 이 망할 꼬맹이가...! 당장 지원을 부르겠..."


바토리는 피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이건... 계약이군요.


그 아저씨는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바토리의 두 눈을 곧장 바라보고 있던 그 아저씨는 보기 좋게 계약에 걸려든 겁니다.


"아저씨~! 우리를 잊어버려라~! 잊어버려라~!"


갑자기 경비병 아저씨의 눈빛이 퀭~ 해졌습니다. 각목 인형처럼 몇 걸음 걷더니 그만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아...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지 말 것. 마데하솔님의 교리중 한가지를 어겨버렸어요.


저는 인상을 찌푸리며 인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인~! 애한테 뭘 시키는 거야!"

"워워~ 진정해. 이런 방법 말고는 없잖아."

"... ..."


분하지만 그렇네요. 하아아...


바토리가 멀리서 다시 깡총깡총 뛰어 옵니다. 그 조그만한 입술에 피가 잔뜩 번져 있었습니다.


"바토리! 저 아저씨, 죽지는 않았지?"

"응!"

"정말... 깜짝 놀랐잖아... 이리와."


바토리는 제 앞으로 와서 '히히~'거렸습니다. 저는 주머니에 있던 손수건을 꺼내 바토리의 입가를 닦아 주었습니다.


"... ..."


깨끗하게 닦아주던 손이 멈칫했습니다.


잠깐, 이 손수건...


"망했다아..."

"언니, 왜~?"


무심코 꺼내서 닦아주는데, 이제서야 깨달았습니다. 이 손수건은 저를 드렌 마을에 맡겼던 사람의 물건이었습니다. 그 사람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단서일지도 모르는 상황에...


"...아니야. 우~ 해봐."

"우~"


아아~ 어떻게든 되겠지요. 어차피 손수건이니 핏자국 쯤이야 빨면 그만입니다. 저는 새끼 오리처럼 입을 쭉 내밀고 있는 바토리의 입가를 깨끗하게 닦아 내었습니다.


"다 됐다."

"언니, 고마워~!"

"천만의 말씀."


대장님께서 일행 앞으로 걸어 나오셨습니다.


"좋아. 모든 준비는 끝났군. 부하들이여.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가 많았다. 이제 진정한 목적을 이룰때가 왔다!"


그러더니, 팔을 걷어 붙이고 테라손 도시를 향해 검지 손가락을 내밀며 소리쳤습니다.


"전부 공격~!"

"... ..."

"... ..."


흐음... 쉐딩거를 부순다더니 물리적인 이야기였던 걸까요. 인도 저와 똑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참... 대장님은 언제쯤 철이 들까요.


"공격~!"


신난건 바토리와 대장님 뿐이군요. 이럴수록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대장님... 일단 정황을 살피는게 어떨까요?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데, 저희는 테라손 안에 있는 쉐딩거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흐으음... 지푸라기면 백정불백이라. 역시 뭔가 좀 아는군. 좋아. 작전 참모의 말대로 해야겠다."


호호홋... 제가 작전 참모였다는걸 처음 알았습니다. 대장님께선 뭔가 많이 틀리셨습니다만... 어찌됐든 공격 명령을 접어 주셔서 다행입니다.


인이 앞장서며 말했습니다.


"좋아. 들어가자."

"응."

"가자~! 가자~!"

"지푸라기면 백정불백!"






"나는 센걸로 한잔. 이쪽은 이집에서 잘나가는 칵테일로. 그리고..."


인은 장난치고 있는 대장님과 바토리를 보며 머리를 긁적였습니다. 이곳은 술집, 애들이 마실 음료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우유... 있나?"

"물론."


바텐더씨의 목소리는 굵고 묵직했습니다. 바 뒷쪽으로 진열된 와인들이 보이지 않을 만큼 커다란 덩치에 딱 맞는 목소리군요.


"그걸로 부탁해."

"사실 우유는 그대로 팔지 않는게 원칙이지만... 요 귀여운 놈들한텐 감당할 수가 없군. 조금만 기다려줘."


달그락


곧이어 바텐더씨는 잔에 우유와 술을 따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도시에 들어서자 마자 술집으로 이끈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설마 낮술이라도 즐기려는 걸까요...


"인. 왜 술집에 온거야?"


그는 한손으로 턱을 괴며 말했습니다.


"술을 마시는건 그날 좋은일, 나쁜일이 일어날때야. 그러니 술집이란 곳은 도시의 좋은일 나쁜일이 전부 모여드는 곳이지. 게다가 취기라는것은 사람의 입에서 정보를 털어내기 딱 좋은, 일종의 마법이야. 그렇게 보면 술집은 한 도시의 정보 창고가 아니겠어?"

"오오오... 그렇구나."


새삼스럽게 느끼지만 인은 참 똑똑한것 같습니다.


바텐더씨는 인의 앞에 황금빛 술을 한잔 내밀었습니다.


"형씨, 모험을 많이 다녀봤군? 아무렴~ 술집만큼 정보가 많이 모이는 곳은 없지. 자, 이건 환각곡주다."

"환각곡?"

"어지러운 숲에서 수확한 곡물들을 환각곡이라고 부르지. 비싼놈이야. 아, 안심해. 환각을 일으키는 물질들은 발효과정에서 전부 날아가버리니까."

"흠."


인은 환각곡주의 향을 맡아보고는 한번에 마셔버렸습니다.


"음음... 괜찮군."

"자, 다음은 아가씨."


제 두세배는 될 듯한 커다란 손가락이 칵테일잔을 건네주었습니다. 손가락에 찌부러져서 유리가 부서질까 은근히 무서웠습니다.


"이건 테라손이라는 칵테일이다."

"네...? 테라손이요?"


테라손은 도시 이름입니다. 아마도 그걸 본따서 만든 칵테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영롱한 푸른빛을 띄는 칵테일은 호수일테고, 그 위를 둥둥 떠다니는 성모양의 과자는 테라손 도시를 가리키는 것이겠지요. 아... 예쁩니다.


"그 과자를 한번 먹어 보라고."

"아... 네."


저는 손가락으로 과자성을 집으려 했습니다.




아주 살짝 건든것 뿐인데, 과자성이 순식간에 뒤집히더니 칵테일 속으로 침몰해 버렸습니다. 기포가 보글보글 올라오며 푸른빛 칵테일 밑에서 붉은색이 스멀스멀 올라왔습니다.


"하하! 사실 그 과자는 먹는게 아니야. 거짓말을 해서 미안하군."

"그런건가요... 맛있어 보였는데..."

"그 맛은 칵테일에 그대로 녹았을거야. 마셔봐."


저는 칵테일을 한 모금 들이켰습니다. 달콤 쌉싸름한 맛과 사과와 레몬 향이 섞여 있었습니다. 아아... 좋네요.


"맛있어요."

"고마워. 자아~ 그럼 우리 귀염둥이들 차례."


턱 턱


대장님과 바토리 앞에 흰 우유가 놓였습니다. 잔뜩 기대하고 있던 그 둘의 표정은 순식간에 시들어 버렸습니다.


"뭐야. 우유뿐이야?"

"싫어어~! 나도 과자성 줘~!"

"이건 미안한데. 애들을 위한 음료는 거의 없거든..."


바텐더씨가 그렇게 말하자 둘의 표정은 더더욱 시무룩해졌습니다.




그때 바텐더씨가 등 뒤에 숨겨놓았던 과자 대장과 바토리 앞에 놓으며 씨익 웃어 보였습니다.


"...은 거짓말이었습니다!"

"이... 이건!"

"과자다~! 과자~!"


거대한 덩치와 어울리지 않게 권위도 없고, 아이들을 좋아하는 모습. 이 바텐더씨는 분명히 좋은 사람일것 같습니다. 그는 환하게 웃으며 다시 인의 앞으로 걸어왔습니다.


"귀여운 애들이군."

"흥."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바텐더씨의 얼굴이 굳었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인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흡혈족의 생존자와 어지러운 숲의 대장이라..."

"!"


저와 인은 깜짝 놀랐습니다.


"너희들이 어떤 정보를 얻기 위해 우리 술집을 찾은건지는 몰라. 하지만 이것 하나만 알려주고 싶군. 저 아이들은 포기해. 그러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울 테니까."

"포... 포기라뇨?!"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아이들의 신변은 내가 맡도록 하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그러니 너희는 어서 이 도시를 빠져나가."


인이 인상을 쓰며 소리쳤습니다.


"영문 모를 소릴 자꾸...!"

"이 도시로 들어올때, 경비가 허술했을거야. 그건 의도된것이다. 이 도시, 테라손은 단건 삼키고 쓴건 죽여버리지. 저 둘은 테라손에 있어선 사약보다도 더 쓴 존재야. 이미 쉐딩거의 감시원들이 붙었을거다. 죽여버리기 위해서. 아직 너희라면 늦지 않았다. 도망가라."


작가의말

기원합니다.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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