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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무한의 물자로 대한독립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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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멧돼지
그림/삽화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4.08.15 17:16
최근연재일 :
2024.09.19 07:20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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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5,916

작성
24.08.1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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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중국의 지배자

DUMMY

김병두는 부대의 2인자로 태현보다 전투 지휘에 능하며 박격포도 잘 다룬다.


그는 말이 많은 성격은 아니지만, 충칭에 머무는 동안 궁금한 것이 많이 쌓여있었다.


“국민당이 우리에게 아주 잘해주던데. 왜지?”


“내가 여기에 대공포를 좀 보냈거든. 소련제 76.2mm M1931 하고 49-K 45mm. 소련 국경에서 본 적 있어서.”


병두는 언제나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하지만 눈이 조금 커진 채 태현을 뚫어지게 보았다. 그는 태현의 비밀을 알고는 있지만 그 능력으로 국민당에 장비를 보낸 건 몰랐다.


“얼마나?”


“다섯 번에 걸쳐 열 세 문 정도? 뜯어서 비행기에 싣더라고.”


“의심을 살 거란 생각은?”


“의심이야 가도, 당장 필요한 물건을 준다는데 그게 더 중요했겠지.”


병두는 기가 막혀 말을 잇지 못했고, 태현은 폭격으로 곳곳이 파괴된 도시를 보며 나직이 말했다.


“그래도 장제스의 입장에서는 한참 부족했을 걸. 고작 열 셋은.”


중일전쟁 후 국민당은 난징과 우한을 잃고 충칭까지 쫓겨왔고, 지금 충칭에는 일본의 폭격기가 날아와 폭탄을 떨어트리고 있다.


일본이 저지른 난징 학살과 무차별 폭격은 서방 세계의 반발을 불러오고, 미국의 대 일본 군수물자와 석유 수출이 제한되는 계기가 된다. 그것이 태평양 전쟁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앞으로 2년.


장제스와 약속한 시간이 되었고, 태현과 병두는 방공호 한 곳으로 안내를 받았다. 방공호 안에는 커다란 식탁 위에 화려하지는 않지만 애쓴 것이 분명한 음식들이 김이 나는 상태로 놓여 있었고, 가장 상석을 비운 채 국민당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태현과 병두는 그들과 악수와 포옹을 나누었다.


‘나이와 차림을 볼 때 장제스의 중요한 심복들은 아니고···’


두 명에게 질문이 쏟아졌다. 만주국 한복판에서 어떤 보급을 받으며 움직였는지, 소련군과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것인지, 1930년대답게 부모님은 누구인지, 왜 키가 큰지, 공산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중요한 것과 사소한 것들이 섞여서.


태현은 이리저리 둘러대며 중요한 질문을 예리하게 하는 사람들을 기억해 두었다.


그러던 중 방공호의 문이 열렸고, 태현과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이 모두 자리에서 차렷 자세로 일어나 움직이지 않았다. 태현과 병두도 그들과 똑같이 했고, 지금 중국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인물, 중화민국 총통 장제스가 들어왔다.


몇 가지 전제가 붙을 수는 있지만 명실공히 중국의 지배자. 그가 지배하는 자는 많지만 그를 지배하는 자는 없다.


장제스는 젊은 시절 국민당에 들어가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 쑨원 사후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권력을 잡는다.


이후 31년까지 중국 각지의 다른 군벌들을 차례차례 무릎꿇렸고, 마지막에 자신을 향해 들고 일어난 반란인 중원대전마저 승리하고 권력을 굳힌다.


1936년 시안에서 장쉐량이 배신하지 않았다면 마지막 경쟁자인 중국공산당마저 끝냈을 것이고, 이듬해 일어난 중일전쟁이 아니었다면 본인이 잘 이끌던 중국의 산업화를 완료했을 지도 모르는 자.


그러나 지금 그가 육성한 공업지대는 모두 일본 제국의 손아귀에 넘어갔고, 중국군은 공장에서 항공기와 기갑전력을 찍어내는 일본군을 상대로 턱없이 초라한 장비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장제스는 호위병 사이를 나와 식탁의 자기 자리에 선 다음 말했다.


“모두 앉게나.”


태현이 내심 감탄했다. 수십 년간 군사와 권력을 움직여 지배자로 등극한 자의 카리스마는 예상한 만큼 대단했다.


장제스는 손을 펼쳐 태현 쪽을 가리키며 맞은 편의 국민당원들에게 소개한다.


“모두 알고 참여했겠지. 이 자가 간도의 임태현. 거기서 수많은 장비를 우리에게 보내준 협력자네.”


태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고, 국민당원들은 절제된 박수를 보냈다. 장제스는 옆의 병두도 소개한다.


“그 옆은 박격포 반장 김병두라고 하더군. 부대의 2인자로, 만주국에서 관동군 예순을 섬멸한 그 김병두가 맞네. 앞으로 제군들과 협력하겠지. 인사 나누게.”


병두는 어색한 자세로 일어나 상체를 숙였다. 역시 짧은 박수가 이어졌고, 병두는 혀로 입을 한 번 훑고 자리에 앉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숨막히네.”


“소곤거리지 말고.”


장제스의 위압감은 어마어마했다. 태현은 그가 중국을 정복해가며 그런 존재감을 갖게 된 건지 처음부터 이런 카리스마가 있어 정복이 가능했던 것일지가 궁금했다.


장제스는 식사 자리를 주도하며 자연스럽게 임태현을 띄워주었다. 강력한 관동군을 상대로 많은 작전을 성공시키고 국민당의 어려운 공작을 도왔으며 소련과 일본의 물자를 빼돌려 국민당군에 보낸. 마지막 부분은 특히 강조되었다.


“대전차포보다 가벼운 것들은 모조리 우리에게 보냈다고 할 수 있지. 그렇지 않은가?”


“많이 부족했겠지만, 도움이 되기를 바랬습니다.”


“더 나은 기술로 만든 장비는, 특히 적의 것은 단 하나라도 중요한 법. 그런 장비를 탈취하는 것도 어려운데 빼내기까지 했지. 어떻게 한 것인지 내가 배우고 싶군.”


태현은 병두가 살짝 웃으려는 걸 보고 눈치를 주었다. 장제스는 말을 마무리했다.


“마오 주석 휘하에 뛰어난 조선인들이 그렇게 많다고 하지만, 나는 그가 전혀 부럽지 않아. 자, 이 사람이 말이 많았네. 다들 들게나.”


태현도 병두도 앞에 놓인 음식을 조금 먹고는 깜짝 놀랐다. 태현의 기준으로는 21세기 한국에서 1인당 7만원쯤 할 음식이 1939년의 전쟁 중인 도시에 갖춰져 나온 거였다.


‘내가 어지간히 마음에 든 거라면 다행이고, 그런 건 아니어도 상황은 좋은데.’


간도에 있는 3년간 태현은 정규군과 세 번 전투를 치뤄 모두 이겼고, 장제스와 다른 국민당원들은 그 상황에 대해 물었다.


“38년 9월이었지. 바이산 시 서쪽에서의 승리에 대해 듣고 싶군.”


“적 행렬을 발견하고, 선두의 적과 최후미의 적의 발을 묶은 후 시간을 두고 천천히 공격했습니다. 포위 섬멸은 어려웠기에 적의 기동력을 첫 번째, 중화기 화력을 두 번째 목표로 잡고 분대별로 후퇴와 교란, 잠복 후 제압을 반복하는 작전이었습니다.”


“그때 중화기는 얼마나 운용했나?”


“소련제 DP 경기관총이 열 두 정 있었습니다. 보여드릴 기회가 없었지만 저희 부대원들은 모두 무거운 짐을 지고 뛰는 걸 잘합니다.”


“병사를 그렇게까지 훈련시킬 여유마저 있었나. 대단하군.”


식사가 종료되었고, 장제스는 같이 식사한 당원들을 내보낸 후 자신을 따라온 호위병도 모두 방공호 바깥으로 나가게 했다. 호위병들은 예상 외의 지시에 의아해하긴 했지만 태현과 병두의 몸을 수색한 후 방공호의 문을 지키러 갔다.


방공호 안에는 태현과 병두, 장제스 세 명뿐. 장제스는 태현에게 묻는다.


“731이라고 했지? 부대의 자료는 확보했다고 들었네.”


“예. 사진은 막사에 엄중 보관 중입니다.”


“병두 부대장, 지금 가져와주겠나?”


태현이 병두에게 사진의 위치를 말해주었다.


“내 짐 중에서 벨트 하나 빠진 가방 있어. 그거 가져다 줘.”


“응.”


장제스는 사진이 올 때까지 별다른 말 없이 기다리다 사진이 도착하자 신중히 한 장씩 꺼내 보았다.


장제스는 그렇게 스무 장쯤 확인한 다음 긴 탄식을 뱉았다.


“내 눈이 젊을 때에 비해 많이 어둡지만, 이 안에 배인 동포의 고통과 적의 흉악함은 정신에 바로 꽂히는군.”


“일본 제국군 전체가 이성을 잃은 것으로 보입니다.”


“귀관 말에 동의하네. 이것의 필름은?”


“저희 대원을 시켜 서방 언론에게 보냈습니다.”


“역시 그랬나. 어째서인가? 이 사람에게 줄 수도 있었을 것을.”


“행여 있을 밀정이, 아니면 소문이 두려웠습니다.”


“잘 했네. 잘 했어. 그래서 나 역시 여기서 모두 내보냈지. 이 사진들은 내게 주겠나?”


“예, 총통. 그렇게 하겠습니다.”


“지금 보안을 유지한 채 선전자료를 만들기는 쉽지 않지만··· 좋은 생각이 있네.”


먼 곳에서 공습 경보 소리가 울렸다. 장제스는 비교적 평온한 얼굴을 유지하다가 벌컥 짜증을 냈다.


“또인가.”


“폭격입니까?”


“이 안에 있게.”


장제스가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총통, 바깥으로 나가십니까? 폭격이···”


“이 가방, 자네 둘이 갖고 있어. 나중에 내가 달라고 할 테니. 여기서 사진을 지켜, 알겠나? 위병. 위병!”


장제스는 방공호 바깥으로 나갔고, 태현은 그가 사라진 방향을 보며 침을 한 번 삼켰다. 병두도 같은 곳을 보고 있다가 조용히 한 마디 했다.


“확실히 좀 다르네. 사람이.”


1940년도 되지 않은 동북아시아다. 권력과 군사력을 가진 사람이 비열함과 오만함을 사방에 흘리고 다니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기. 장제스가 둘에게 보인 모습은 병두에게 깊은 감격을 주었다.


물론 태현은 생각이 달랐다. 장제스는 식사 자리 내내 처음부터 끝까지 태현 자신과 병두를 치켜올리며 감화시키려 했다. 필름을 따로 빼돌린 것을 신경쓰지 않고, 마지막에 위엄 있는 모습을 보인 것까지 그 일환으로 보기는 어렵지 않다.


어쨌거나 지금 태현에게 장제스가 어떤 자인지는 두 번째 문제다. 그가 일본 제국을 상대로 할 반격을 성공시키는 것이 가장 어렵고 중요한 문제였다.


“총통이 어떤 자던, 우리는 저 자를 도울 수밖에 없어.”


“임시정부 편이니까.”


“응.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중일전쟁 후 장제스는 중국 공산당의 공격 아래 허물어진다. 태현이 생각하기에 한반도에 가장 좋은 상황은 중국 본토에 국민당의 중화민국이 굳건히 버티는 것이고, 그것을 위해서는 장제스가 일본에게 잃은 것들을 되찾게 할 필요가 있었다.


‘...말이 쉽지.’


지금 일본군에는 이삼천 대의 기갑차량과 수 백 대의 항공기가 있고, 해안의 도시를 공격하면 전함과 항공모함이 막아설 것이다. 그에 비해 중국에서 생산하는 가장 위협적인 병기는 야포 정도.


일본이 미국과의 전쟁을 벌이는 1941년 후에도 중화민국군은 일본 제국의 지배영역을 위협할 수 없었다.


아득한 목표다. 그리고 지금 끙끙거린다고 해결책이 나올 리도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태현은 사진을 잘 챙겨 가방에 넣으며 중얼거렸다.


“하다 보면 길이 보이겠지.”


폭격기의 엔진 소리가 가까워졌고, 대공포의 발포음이 연이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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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1942년부터 43년, 과달카날에서 파푸아까지 24.09.17 72 3 12쪽
38 나치 독일에 드리운 그림자 24.09.16 72 3 16쪽
37 필리핀 탈출 24.09.15 88 3 14쪽
36 탈출 계획 24.09.14 88 4 13쪽
35 악전고투 24.09.13 90 3 15쪽
34 필리핀 침공 24.09.12 103 3 14쪽
33 필리핀으로 24.09.11 101 4 13쪽
32 철과 화약은 생명과 같이 비산하고 24.09.10 102 4 13쪽
31 신임 장교 24.09.09 102 3 12쪽
30 때로는 싸우지 않는 것이 24.09.08 104 4 12쪽
29 조선의용대 24.09.07 112 4 13쪽
28 우한 방어전 (2) 24.09.06 107 4 15쪽
27 우한 방어전 (1) 24.09.05 117 4 15쪽
26 모두는 서로 다른 미래를 꿈꾸고 24.09.04 125 5 13쪽
25 협상, 짧은 평화, 다른 협상 24.09.03 143 6 16쪽
24 이청 전투 (2) 24.09.02 126 6 13쪽
23 이청 전투 (1) 24.09.01 136 4 14쪽
22 호랑이들 24.08.31 156 5 17쪽
21 사나이의 약속 24.08.30 153 5 15쪽
20 공산당의 조선인 24.08.29 177 4 13쪽
19 우한의 범 24.08.28 175 3 12쪽
18 미국의 장교 24.08.27 178 5 12쪽
17 국제 정세 24.08.26 177 5 13쪽
16 고된 크리스마스 24.08.25 174 5 12쪽
15 겨울의 우한에 꽃잎이 흩날리고 24.08.24 180 7 11쪽
14 세 가지 물질 24.08.23 201 5 12쪽
13 임시정부 24.08.22 207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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