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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힘법사의 서재입니다

내 몸 안의 블랙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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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5.05 08:35
최근연재일 :
2022.02.05 18:40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13,201
추천수 :
327
글자수 :
1,661,802

작성
22.02.05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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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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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3)

DUMMY

인간 황대근은 이미 이전에 무의식에 와 본 적이 있었기에, 당황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메모리아 황대근과 마주한 지금 이 순간, 그는 당황했다.


"당신.... 설마 나야?"


인간 황대근은 놀라웠다. 그도 그럴것이, 그의 앞에 있는 또 다른 황대근의 모습은 자신과 똑 닮았으니까. 게다가, 자기보다 나이도 많아 보인다.

뭐랄까, 미래에 내가 저 모습인 것 같달까? 미래의 나 자신을 본 것 같다고나 할까?


"만나서 반갑군요, 인간 황대근."


그때, 저 멀리 저편에서부터 낯선 남자가 그에게 다가왔다.

인간 황대근은 그 남자가 대체 누구인 것인지, 정체를 알 수 없었다.


"이 날이 오기를 기대했지요."


그 남자는 다름 아닌 쉐도우였다.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쉐도우가 인간 황대근의 손을 잡으려 하자, 메모리아 황대근이 그를 막아섰다.


"이 녀석 털끝 하나도 건들지 마!"


그러자 쉐도우는 피식 웃었다.


"재미있군요, 황대근씨. 저는 그저 인간 황대근에게 선물을 주려는 것 뿐입니다."


쉐도우가 그를 무시하고 인간 황대근에게 다시 다가서려 하자, 또 다른 황대근이 그를 막았다.


"안 된다고 했잖아! 네가 무슨 권리로 저 녀석에게 다가가는 건데?!"


메모리아 황대근의 말에 쉐도우가 미간을 좁혔다.


"저 역시 대근건설의 일부입니다. 인간 황대근에게 말을 걸 권리가 있지요."


그의 말이 끝나는 순간, 그의 몸에서 그림자가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그 그림자들은 메모리아 황대근을 순식간에 제압해 버렸다.


"으으윽!"


메모리아 황대근이 고통에 몸부림치는 것을 확인한 쉐도우는, 인간 황대근에게 다가갔다.


"당신에게 줄 선물이 있습니다."


인간 황대근은 혼란스러웠다.

그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이 남자가 좋은 놈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 보는 남자가 선물을 준다니 기분이 이상하다. 이 남자는 대체 누구지?


"좋은 선물입니다."


스르륵—


쉐도우의 말이 끝나자, 그의 모습이 변했다.

처음에는 검은 복면의 남자로 변했다가, 마침내 신용호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쉐도우, 아니 신용호가 인간 황대근에게 선물을 건넸다.


"풀어보시죠."


인간 황대근은 잠시 고민하더니 선물의 끈을 풀었다. 끈이 곧 풀리고, 포장지가 벗겨졌다.

그곳에서 나온 것은 다름 아닌 시체인형이었다.


"으억, 썅!"


황대근, 깜짝 놀랐다. 그럴 수밖에 없다. 여러 인간의 조각난 신체를 엮어 만든 시체 인형이었으니까.


"하하하!"


신용호는 인간 황대근의 얼굴에 공포가 가득 담겨있는 것을 보며 껄껄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너무 즐겁구나, 즐거워! 역시 인간의 그런 표정은 날 행복하게 만들어! 저 절망감, 저 공포감, 저 두려움! 너무 희열이 느껴진단 말이야!"


인간 황대근은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메모리아 황대근이 그림자에 의해 부상 당한 몸을 애써 일으키며 소리쳤다.


"야, 황대근! 쟤는 범인이야, 범인!"


인간 황대근은 그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신용호가 범인이라고? 무슨 범인? 이게 무슨 말인데?

그러자 메모리아 황대근이 다시 소리쳤다.


"13년 전 평택 살인사건의 범인! 지금까지 평택에서 일어난 모든 일의 배후가 저 새끼라고! 저 새끼가 가장 악질이라고!"


바로 그때, 무의식은 지진이 일어난 듯 크게 흔들렸다. 인간 황대근이 또 다시 충격을 먹은 것이다.

신용호는 그 모습을 보더니 더욱 즐거워했다.


"하하하하! 너무 재미있어! 인간의 절망감은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하하하하!"


신용호의 입에서 개소리가 튀어나오자, 메모리아 황대근이 그에게 소리쳤다.


"이 변태새끼야! 무슨 개X같은 소리야!"


신용호가 메모리아 그런 그에게 말했다.


"솔직히 말이야, 나는 조금 아쉬웠어. 벌써 들킬 줄은 몰랐어. 최소한 내가 준비한 시체 인형을 보여줄 시간은 될 줄 알았다구. 그런데 시간이 없더란 말이지. 그래서 조금 우울했는데, 생각해보니까 아주 좋은 생각이 있었어. 무의식을 지배하면 되는 거였다고! 무의식을 통해서, 저녀석 인간 황대근에게 보여주면 되는 거였어! 이제 인간 황대근은 끝이다! 메모리아 황대근! 너도 끝이야, 이제는!"


"이제 인간 황대근은 살아있지만 죽지 않은 상태로, 영원히 절망감에 휩싸여 살아가게 될 걸!"


"아주 즐거워, 아주 즐거워!"






(경기도 평택시 - H고등학교)



한편, 백경민과 이시연, 그리고 천강우는 의식없이 누워있는 황대근을 보며 걱정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러다 황대근이 깨어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


또 다른 고민도 있었는데, 바로 신용호에 관한 것이었다.

분위기로 봐서는 분명 신용호가 범인이라거나 뭐 그런 것 같은데, 믿기 어려웠다.


하지만 신용호의 몸에서 나온 그 검은 복면은... 분명 그들이 아는 '그' 복면이 맞았다.

저 신용호가 황석현을 인질로 잡고 있는데, 자신들이 어찌할 방도가 없다는 사실에 그들은 절망했다.


한편, 신용호에 의해 목숨의 위협을 받고 있던 황석현은 걱정이 되었다.


'이런 사이코를 잘못 건드렸다가는, 황대근이 오히려 위험해져. 하지만 그대로 내버려 두자니, 그래도 위험하단 말이야. 어떡할까? 그냥 막 나가봐?'

"너희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잘 알고 있지."


그때, 이 상황을 재미있다고 여기는 신용호가 말했다.


"이 녀석은 다시는 깨어나지 않을 거야. 이미 정신이 붕괴되었거든. 이제 내가 이 녀석의 무의식에 잠든 핵심 코어를 붕괴하게 된다면, 녀석은 이제 말 못하지만 살아있는 인형이 되게 된다."







메모리아 황대근은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저 녀석, 정신을 점점 놓아버리고 있잖아! 녀석의 얼굴에서 희망이 사라졌어!'


인간 황대근의 상태가 점차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충격이 컸던 것인지, 인간 황대근의 무의식은 지진이 일어나다 못해 거의 멸망해버릴 지경이었다.


'아니야, 아직 기회는 있어. 포기하지 말란 말이야, 이 멍청한 놈!'


메모리아 황대근은 간절히 기도했다. 누구에게 하는 기도인지는 모른다.

영부가 그토록 찾아 외치던 큰하늘님인지, 아니면 정체모를 성인군자인지.

벼랑끝에 서 있으니 매달릴 곳도 그럴 만한 존재도 없으니 보이지 않는 것에 매달리는 것이다.

신비스러운 어떤 궁극적인 존재가 날 도와주겠지.


아니, 꼭 그래야만 해.


'인간 황대근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면 되는데!'

'제발, 제발! 대근아, 포기하지 말란 말이야!'

'네가 신용호의 손에 놀아나면 안 된다고!'

'제발, 제발, 제발!'


우리가 살면서 기적을 바라는 때는 언제일까?

행복할 때? 배부를 때? 부족함이 없을 때?

아니다.


인간들이 살면서 기적을 바라는 때는 절망의 끝에 다다랐을 때다.

앞은 보이지 않고, 미래는 불투명하고,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을 때, 우리는 늘 기적을 원한다.


"썅.... 진짜....!"


메모리아 황대근은 괴로웠다. 그림자 때문에 부상당한 온 몸이 너무나 아팠던 것이다.

부상당한 부위가 한 군데가 아니라 그런가,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이젠... 이젠 끝인가...."

"우리 왔따!!!!!"


그때였다.


"우리 왔드아아!"


절망에 휩싸인 채 깊은 어둠 속으로 떨어지려 하는 찰나, 어디선가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의 주인공은 플루와 키였다.


"쟤네들이 여길 어떻게?!"


메모리아 황대근은 그들을 보고 당황했다. 그리고 의문을 느꼈다.


'케어 대장은 어디있는 거지?'


하지만 그 의문은 곧, 플루의 옆에 있는 한 남자 때문에 금방 잊혀졌다.


"피니시?"


그 남자의 정체는 바로 피니시였다. 플루가 피니시를 데리고 온 것이다.


"야, 황대근."


피니시가 바지주머니에 두 주먹을 푹 찔러넣은 채, 메모리아 황대근에게 말했다.


"내가 대근건설에 '그 사건'이 일어나고 얼마 뒤, 도깨비불의 형태로 태어난 널 마이크로에게 건네 주었다고 했지. 그게 다 이유가 있는거다. 나 역시, 무의식에 얼마든지 올 수 있다고. 쉬운 일은 아니지만."


당연히 피니시에게는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이성은, 무의식에 접근하기 쉽지 않으니까.


"저 놈들은 또 뭐야?"


한편, 인간 황대근은 처음보는 인물들을 보고 황당함을 금할 수 없었다.

대체 저놈들은 누구이기에 나와 똑 닮은 남자와 말을 하는 것인가?

분위기로 보아하니 아는 사이 같은데.


"헉, 인간님이시다!"

"인간님이시다!"


인간 황대근에게 플루와 키가 다가왔다.

그들은 인간 황대근을 발견하자마자, 환관이 황제를 맞이하는 것처럼 허리를 숙였다.


"우리 주인님!"

"우리 주인님!"


인간 황대근은 기겁을 하고 말았다.

처음 보는 여자와 남자가 자신에게 주인님이라는 낯간지러운 호칭을 사용하다니. 당장이라도 이곳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귀찮게 되었군..."


지금까지의 모든 상황을 관전하던 쉐도우, 즉 신용호는, 갑작스레 나타난 3인방을 보며 혀를 찼다.

그러는 동안, 플루와 키는 메모리아 황대근의 몸을 고쳐주었다.


"어이, 이봐."


그 동안, 피니시는 신용호에게 다가갔다.


"내가 있는 한, 인간 황대근은 죽지 않아."

"......"

"녀석은 인간이거든. 인간에게는 이성(reason)이라는 게 있지."

"....."

"이성의 존재가 바로 인간 존재의 이유 아니겠냐."

".....역시, 너부터 없애 버렸어야 했어. 널 별 거 아닌 듯 내버려둔 내 실수다."

"잘 알고 있네."

"하지만 네가 착각하고 있는 게 한 가지 있지."

"....뭐?"

"인간에게는 이성이라는 게 있기에, 즉 생각하는 힘이 있기 때문에 더욱 절망 속에 빠져들 수 있는 거야."


스윽—


신용호는 저 멀리있는 인간 황대근을 향해 손짓을 해 보였다. 그러자 인간 황대근의 몸 주변에 검은 그림자가 우글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에게 말했다.


"너는 이제 끝이야. 네 인생을 봐. 주위를 둘러보라고."


그의 말을 따라 인간 황대근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둡다. 어지럽다. 희망이 없다.


신용호가 말을 이었다.


"넌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거야. 네 주위에 누가 있는데? 아무도 없잖아? 가족도 없고, 뭣도 없고. 이제 넌 끝이야 그냥. 널 기다리는 건 끔찍한 절망 뿐이잖아."


신용호의 말이 계속되면 될수록, 무의식은 점점 밑으로 추락했다.

그리고 더욱 어두워졌다.


"너는 여기서 벗어날 수 없어."

"이게 너의 현실이야."

"너의 미래이자, 지금이지."

"너의 장래는 이렇게 어두워."

"네가 살아서 뭘 하겠어?"

"아무런 의미도 없지."

"그냥, 이 어둠 속에서 살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까 편하잖아?"

"넌 이미 죽었어, 황대근."

"그냥 포기해."

"네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신용호의 말이 끝나자마자, 무의식의 밑바닥이 입을 벌렸다.

그리고 곧, 무의식의 가장 맨 아래 층, 림보가 열렸다.


"으으으...."


인간 황대근은 마치 종이인형처럼, 힘없이 림보를 향해 이끌려갔다.

그의 의지가 아니었다. 신용호의 날카롭고 독이 묻어있는 말들 때문이었다.

신용호의 말들은, 너무나도 손쉽게 인간 황대근을 무너뜨렸다.


"좋아, 그렇게 계속 가라... 계속....!"


인간 황대근이 림보에 끌려가면 갈수록, 신용호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렸다.


"그렇게 계속 가라, 가!"

"대근아!"


인간 황대근의 하반신이 림보에 빠지는 순간이었다.


"대근아!"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 명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두 명의 목소리, 남자와 여자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두 명의 황대근은 동시에 두 눈을 번쩍 떴다.


"대근아! 넌 아직 죽지 않았어! 아직 끝나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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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외전(完) 22.02.05 52 0 14쪽
299 수능전야 22.02.05 36 1 14쪽
»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3) 22.02.05 21 1 12쪽
297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2) 22.02.04 17 1 12쪽
296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1) 22.02.04 18 1 11쪽
295 등잔 밑이 어둡다 (2) 22.02.03 15 1 12쪽
294 등잔 밑이 어둡다 (1) 22.02.03 14 1 12쪽
293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3) 22.02.02 15 1 12쪽
292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2) 22.02.02 14 1 12쪽
291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1) 22.02.01 16 1 12쪽
290 뒷조사 (3) 22.02.01 16 1 11쪽
289 뒷조사 (2) 22.01.31 16 1 11쪽
288 뒷조사 (1) 22.01.31 14 1 11쪽
287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8) 22.01.30 14 1 11쪽
286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7) 22.01.30 18 1 11쪽
285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6) 22.01.29 16 1 11쪽
284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5) 22.01.29 13 1 11쪽
283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4) 22.01.28 16 1 13쪽
282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3) 22.01.28 13 1 11쪽
281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2) 22.01.27 16 1 10쪽
280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1) 22.01.27 16 1 12쪽
279 공범들 (4) 22.01.26 17 1 11쪽
278 공범들 (3) 22.01.26 15 1 12쪽
277 공범들 (2) 22.01.25 13 1 12쪽
276 공범들 (1) 22.01.25 16 1 12쪽
275 카인과 아벨 (3) 22.01.24 15 1 10쪽
274 카인과 아벨 (2) 22.01.24 13 1 12쪽
273 카인과 아벨 (1) 22.01.23 14 1 12쪽
272 J아파트 살인사건의 전말 22.01.23 18 1 10쪽
271 점점 부서지는 왕국의 벽 22.01.22 1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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