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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힘법사의 서재입니다

내 몸 안의 블랙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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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5.05 08:35
최근연재일 :
2022.02.05 18:40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13,207
추천수 :
327
글자수 :
1,661,802

작성
22.01.30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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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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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7)

DUMMY

(대근건설 - 근골격부서)



쾅쾅쾅-


사장실에 있던 황대근은 근골격부서로 달려갔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황대근, 인간 황대근을 구해야 한다!'


황대근이 근골격부서로 달려가는 것을 목격한 프로틴과 광배, 그리고 세 명의 메모리아부서 직원들은 일제히 황대근의 뒤를 쫓았다.


"젠장할!"


황대근이 근골격부서에 도착하기는 했으나, 문제가 있었다.

근골격부서는 당장 내일부터 공사에 착수하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문이 잠겨있었던 것이다.


"어쩔 수 없지."


황대근은 생각했다.

이렇게 된 이상, 방법은 단 하나 뿐이라고.


쾅- 콰앙-


조금 무식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문을 부숴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든 근골격부서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테니까.


"황대근! 같이 하자고!"

"대근형 같이 해요!"


황대근이 부서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근골격부서의 닫힌 문을 두들기자, 프로틴과 광배가 그에게 달려와 합세했다.

저 멀리서는 혜윰과 메모리, 레이지가 달려오고 있었다.


쾅- 콰앙- 쾅- 지직-


6명의 직원들이 힘을 합쳐 문을 부술 듯이 두들기자, 곧 문은 부서져내렸다.

수리비가 제법 들기는 하겠지만, 지금은 그런 것 따위 신경 쓸 때가 아니다.


"뭣들 하는 거야!"


부서진 문 사이로 6명의 직원들이 들어가자, 소란을 듣고 달려온 주혁이 그들에게 달려왔다.


"당장 각자 부서로 돌아가!"


허나, 6명의 직원들은 순순히 주혁의 말을 들을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왜 대답을 안 해? 당장 돌아가라니까!"


6명의 직원들은 서로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자, 자, 잠깐! 으읍!"


6명의 직원들은 힘을 합쳐 주혁을 제압했다.

그런 다음 밧줄로 그의 몸을 꽁꽁 묶었고, 입에는 테이프를 붙였다.


"됐습니다."


황대근이 주혁을 근골격부서 한 구석에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후, 나머지 직원들에게 말했다.


"영부와 남자가 대치하고 있습니다. 지금이 기회입니다. 인간 황대근을 도와주러 갑시다!"







(경기도 평택시 - 구영원)



영부는 검은 복면의 남자와 대치하고 있었다.

반면, 황대근은 아니었다.


'지금, 지금이 기회다!'


그는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안익준은 죽었고, 검은 모자의 남잔지 뭐시긴지 하는 놈도 죽었다.

잘못 하다가는 자신 역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영부의 정신상태가 멀쩡한 것 같지는 않았다. 갑자기 흥분한 영부가 크레인으로 자신을 짓밟아 버릴 수도 있었다.


'우선은 이 밧줄을 풀어야 한다.'


문제는 밧줄이었다.

황대근의 몸을 칭칭 둘러싼 밧줄은 영부의 짓이었다.


'뭘 이렇게 꽁꽁 묶었냔 말이지.'


황대근은 몸을 움직였다. 허나, 밧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제발, 내 몸 안에 있는 근육들아! 제발! 제발 좀! 힘을 써달라고!'


그때였다.


투둑- 툭-


만리장성처럼 견고해 보였던 밧줄이 조금씩 뜯어지기 시작했다.


'뭐, 뭐지?'


황대근은 놀라웠다. 자신에게 이런 힘이 있었던가?

이 어지간한 성인 남성의 손가락보다 몇 배는 굵은 밧줄을 아무렇지 않게 뜯어내다니?


'아무도 안 보고 있지?'


밧줄을 뜯어내면서, 황대근은 영부와 남자의 눈치를 보았다.

그들이 자신의 이런 행동을 눈치챈다면, 구영원을 무사히 빠져나가기란 어려울 테니까.


'조심스럽게, 티나지 않게 도망가야 해.'


밧줄은 모두 풀렸다. 여전히 바닥에 앉아있던 황대근은, 두 남자 몰래 몸을 낮추었다.


'기어가자. 최대한 빠르게!'


바닥과 물아일체가 될 정도로 몸을 낮춘 그는 조심스럽게 현장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하늘이 도운 것일까? 영부는 그런 황대근의 행동을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다.

영부가 지금 관심이 있는 것은 오로지 하나였다.


'저 놈이 왜 살아있느냐고?'


검은 복면의 남자가 어째서 살아있는지에 대해 궁금했을 뿐이다.


"내가 왜 여기 있는지 궁금해?"


남자가 묻자, 영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가 왜 여기있지? 분명 조금 전에 죽었는데?"

"별 거 아니었어."

"별 거 아니라ㄱ... 뭐, 뭐야?! 잠깐! 잠깐만!"


영부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자, 남자가 물었다.


"뭐야? 무슨 일이야?"

"이, 이봐! 저, 저기!"

"저기 뭐?"

"황대근! 황대근이 사라졌어!"







가까스로 구영원을 빠져나온 황대근은 미친듯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지금 자신의 발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목적지는 어디인지 그런 것 따위는 관심 없었다.

그는 그저, 구영원으로부터 멀리 벗어나고 싶었다.


"황대근?"


한참을 내달리던 황대근을 멈춰세운 것은 다름 아닌 황석현이었다. 그의 곁에는 아들 황규현도 있었다.

그들은 지금 막 돼지갈비를 먹고 오는 길이었다. 황규현의 먹성이 날이 갈수록 좋아졌기에, 황석현의 지갑은 반대로 홀쭉해져갔다.


"황대근, 맨발로 뭘 그렇게 달려가냐?"


황석현의 말에 그제서야 황대근은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이 맨발이라는 것을.


'어쩐지, 발이 아프더라니.... 아!'


순간, 황대근은 또 다른 한 가지를 깨달았다.


'황석현 아저씨, 경찰이잖아!'


내 눈 앞에 이 남자가 경찰이다. 그렇다는 건...


"저기, 구영원에 당장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된 거야?!"


영부가 남자에게 소리쳤다.


"그 검은 모자 쓴 놈 말이야, 분명히 내가 매수했는데?!"


영부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분명히 얼마 전, 검은 모자의 남자를 자기 편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검은 모자의 남자가 검은 복면의 남자처럼 행세하더니, 복면의 남자를 대신해 죽어버렸다.


저 두 남자가, 저 두 싸가지 없는 놈들이 나를 속였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그 놈은 내 수하가 되었는데? 내가 놈에게 돈을 주기로 약속했단 말이야!"


영부가 울분을 터뜨리자, 검은 복면의 남자가 말했다.


"내 수하들은 너처럼 멍청하지 않거든. 네놈의 덜떨어진 수하들과는 비교가 안 되게 충성스럽지. 네놈의 부하들은 하나같이 멍청해."

"그럼.... 놈을 위장시킨 거야? 너처럼 보이도록?"

"그래."

"비겁한 놈!"

"살기 위한 발버둥을 비겁하다고 할 수 있나?"


남자가 죽은 안익준과 검은 모자의 남자를 쳐다보며 말했다.

두 사람의 시체는, 더 이상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지 않았다.


"영부."


남자가 시체들로부터 눈을 돌리며 말했다.


"곧, 놈들이 들이닥치게 될 거야."


그러자 영부가 물었다.


"누, 누가 들이닥치는데?"


남자가 대답했다.


"경찰들."

"경찰들이라고?"

"황대근이 구영원을 탈출했어. 놈이 누구에게 갈 것 같아?"

"누구라니.... 설마, 경찰들?"

"그래. 경찰들. 황대근이 친한 경찰이 한 놈 있거든. 그 놈에게 갔을 수도 있지."

"말도 안 돼. 아직 경찰들 중에서 나랑 친한 놈들이 있어. 그놈들이 있으니까!"

"남들이 널 언제까지 지켜줄 것 같나?"

"뭐?"

"그놈들은 널 지킬 힘이 없어. 예전에는 있었을지 몰라도, 이젠 아니야. 넌 철저히 혼자야."

"뭐라고?"

"이제 슬슬 감았던 눈을 뜨는 게 어때? 이제 네 주변에는 아무도 없어. 널 사랑하고 선망하고 존경하고 숭배했던 신도들? 이제는 없어. 넌 이제 혼자야."


털썩—


다리에 힘이 풀려버린 영부는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그의 두 눈에는 더 이상의 생기가 존재하지 않았다.

언제나 거만하고, 언제나 자신만만했던 영부의 두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나는... 나는 큰하늘님의 아들이야... 하늘의 아들, 천제의 아들이라고!"


영부는 자신에게 닥친 이 현실을 외면하고 싶었다. 믿고 싶지 않았다.

조금만 있으면, 조금만 더 기다리면 자신이 세운 구영원은 전국적으로 세력을 뻗치게 될 텐데.

대통령도 내 손아귀에 들어올 텐데.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너무 억울하다. 내 인생이 여기서 끝나야 하는가? 이럴 수는 없는 것이다.

신은 아직 나를 저버리지 않았단 말이다.


"나는.... 나는 여기서 못 그만 둬! 포기 안 한다고!"


영부는 순식간에 옷 속에서 칼을 꺼내들었다.

그것은 상당히 작은 크기의 휴대용 칼이었다. 아마 캠핑을 할 때 사용하는 칼인 듯 하다.


"죽어! 죽으라고!"


영부가 남자에게 칼을 휘두르며 달려들었으나, 남자는 조금도 다치지 않았다.

영부는 남자의 몸에 어떠한 생채기도 낼 수 없었다.


"이봐, 영부."


남자가 영부의 공격을 가볍게 피하며 말했다.


"흥분한 남자를 상대하는 것만큼 쉬운 상대는 없지."


그런 남자의 말 따위, 영부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아니, 듣지 않으려 애를 써야만 했다.


"으아아아!"


영부는 마구 팔을 휘둘렀다. 정확도가 없는 어설픈 휘두름이다.


"하하하!"


남자는 그런 영부의 어설프고 애매한 행동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재미있구만, 재미있어. 네 움직임이 전부 보인단 말이지. 네가 아무리 발버둥 쳐 봤자, 내 손바닥 안이야."


남자의 말에 자극을 받은 영부는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으악!"


그러다 영부는 잘못 발을 헛디뎌 그만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철푸덕!


그 과정에서 칼이 바닥에 함께 떨어졌다.

남자는 그 틈을 노려, 바닥에 떨어지던 영부의 뒷통수를 재빨리 발로 밟아 눌러버렸다.


콰지지직!


얼굴이 점점 바닥에 가까워지던 영부는, 남자의 행동 때문에 그만 끔찍한 일을 당하고 말았다.

떨어지던 칼의 날카로운 부분이, 그의 입에 처박힌 것이다.


"끄흐흐흐!"


입 속에 칼이 처박혔다.

비록 작고 나름 무딘 편인 칼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칼은 칼이다.

칼이 영부의 뒷통수를 뚫고 나오지 않은 것만으로도 천운이라고 할 수 있다.


"끄흐흐!"


영부는 괴로운 듯 흐느꼈다.

당연히 괴로울 수밖에 없다. 입에 칼이 처박혔는데 행복할리는 없으니까.


"영부."


남자는 그런 영부를 불쌍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난 이제 갈게."


영부는 고통때문에 계속해서 흐느꼈다.

남자는 그런 영부에게 자랑스럽다는 듯 말했다.


"그나저나 내 실력 어때? 내 흔적은 조금도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처리하는 모습이."

"끄흐흐...!"

"아, 참고로 손은 안 댔어. 널 좀 따라해보고 싶었거든. 나도 지문 같은 건 남기기 싫어서 말이야."

"끄흐!"

"아마 넌 죽지는 않을 거야. 입에 칼 좀 박혔다고 죽지는 않거든?"


삐용삐용-


"마침 경찰들이 오나 보네. 아마 경찰들은 네 입 속에 박힌 칼을 빼내주려 노력할 거야. 하지만 너의 혐의는 벗을 수 없을 걸."


이 말을 마지막으로, 남자는 영부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잘 있어.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널 다시 만나러 오겠어."

"끄흐흐흐!"


순식간에, 남자는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 약 3분 뒤, 경찰들은 구영원으로 들이닥쳤다.


"세상에....!"


영부가 있는 현장에 도착한 경찰들은, 그 처참한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쪽입니다, 황형사님!"


남자가 구영원의 뒷문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황대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황형사님, 여기로!"


남자가 들어보니, 황대근이 분명 황석현을 데리고 살인 현장으로 가고 있는 듯 했다.


'재미있네.'


남자는 두 황씨의 다급한 움직임을 노래삼아 들으며, 뒷문으로 유유히 빠져나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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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외전(完) 22.02.05 52 0 14쪽
299 수능전야 22.02.05 37 1 14쪽
298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3) 22.02.05 22 1 12쪽
297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2) 22.02.04 17 1 12쪽
296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1) 22.02.04 18 1 11쪽
295 등잔 밑이 어둡다 (2) 22.02.03 15 1 12쪽
294 등잔 밑이 어둡다 (1) 22.02.03 15 1 12쪽
293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3) 22.02.02 15 1 12쪽
292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2) 22.02.02 14 1 12쪽
291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1) 22.02.01 16 1 12쪽
290 뒷조사 (3) 22.02.01 16 1 11쪽
289 뒷조사 (2) 22.01.31 16 1 11쪽
288 뒷조사 (1) 22.01.31 15 1 11쪽
287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8) 22.01.30 14 1 11쪽
»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7) 22.01.30 19 1 11쪽
285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6) 22.01.29 16 1 11쪽
284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5) 22.01.29 13 1 11쪽
283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4) 22.01.28 16 1 13쪽
282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3) 22.01.28 13 1 11쪽
281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2) 22.01.27 17 1 10쪽
280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1) 22.01.27 16 1 12쪽
279 공범들 (4) 22.01.26 17 1 11쪽
278 공범들 (3) 22.01.26 15 1 12쪽
277 공범들 (2) 22.01.25 13 1 12쪽
276 공범들 (1) 22.01.25 16 1 12쪽
275 카인과 아벨 (3) 22.01.24 15 1 10쪽
274 카인과 아벨 (2) 22.01.24 14 1 12쪽
273 카인과 아벨 (1) 22.01.23 14 1 12쪽
272 J아파트 살인사건의 전말 22.01.23 18 1 10쪽
271 점점 부서지는 왕국의 벽 22.01.22 1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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