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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힘법사의 서재입니다

내 몸 안의 블랙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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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5.05 08:35
최근연재일 :
2022.02.05 18:40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13,215
추천수 :
327
글자수 :
1,661,802

작성
22.02.0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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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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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1)

DUMMY

(경기도 평택시- H아파트)



"미치겠네..."


그날 밤, 황대근은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진짜 돌아버리겠네."


온통 푸른색으로 뒤덮인 침대에 누워있던 그는 온 몸을 마구 뒤척였다.

너무 괴로웠다. 미칠 것 같았다.


"그럴리 없잖아."


도대체 왜 아빠가 검은 복면의 남자와 있던 것인가?


"영부가 잡힌 것 까지는 좋다 이거야."


그런데 왜? 대체 왜?


"검은 복면의 남자, 그 남자도 잡혀 가야 한단 말이야. 그 놈도 나쁜 놈이라고."


허나 남자는 멀쩡했다. 아무런 법적인 제재도 받지 않았다.

늘 그랬던 것처럼, 남자는 평범한 생활을 영위했다.

황대근은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13년 전 범인이, 그것도 세 사람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한 범인이 멀쩡히 살고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인정할 수가 없었다. 죄를 지었으니, 그만한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설마, 우리 아빠가 그 남자랑 같은 범인인가?"


사실, 황대근은 이미 눈치를 챈 상태였다.

그의 양부모는, 그가 꾼 꿈에 나온 그 사람들이다.

검은 복면의 남자와, 영부와 함께 손을 잡은 그 사람들이다.

그러니, 공범이라고 불러야 합당할 터다.


"그럴 리 없어. 그럴 리 없어."


하지만, 황대근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친부모가 아니라 해도, 어쨌든 15년 가까이를 키워준 고마운 분들이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기 앞에서 비정상적인 언행을 보였던 적이 없던 그들이다.

물론 오냐오냐 황대근을 키운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황대근은 그들을 친부모처럼 아끼고 사랑했다.


그런 사람들이 자신을 배신할 리 없다고, 그는 믿고 싶었다.

아니, 믿어야만 했다.


그러지 않으면 그의 정신은 무너질 것만 같았으니까.

그러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으니까.

이렇게라도 안 하면, 자신이 무너질 것 같으니까.


"내가 왜 그 장면을 봤을까, 그냥 야자하고 올 걸."


황대근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계속해서 끊임없이, 불길한 생각만이 떠올랐다.

애써 그런 생각들을 지우려 무진 애를 썼으나, 소용은 없었다.







(대근건설 - 메모리아부서)



"황대근!"


가까스로 지진이 멈추고, 인간 황대근이 잠에 빠져들었을 때쯤이었다. 프로틴과 광배가 4인방을 찾아온 것이다.

그들이 일하는 근골격부서는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원래는 (강제로)공사가 진행이 될 예정이었으나, 프로틴과 광배의 노력으로 무산될 수 있었다.


'나 좀 꺼내줘!'


참고로 주혁은 여전히, 근골격부서에 갇힌 채 밧줄에 칭칭 감겨 묶여있다고 한다.


"황대근, 이것 좀 봐."


프로틴은 황대근에게 종이쪽지 같이 생긴 것을 보여주었다.

그가 보여준 것은 다름 아닌 두 번째 기억에 대한 것이었다.

물론, 이미 두 번째 기억에 대해 알고 있는 4인방은 반응이 영 시큰둥했다.


"이거 어디서 났습니까?"


그래도 예의상 물어보기는 해야겠기에, 황대근이 묻자 광배가 대답했다.


"얼마 전에 중간고사였잖아요? 그때 제가 맷돌팀에서 맷돌을 굴리다가, 맷돌이 움직이지 않길래 확인해보니 맷돌 사이에 이런 게 끼어 있었습니다."


혜윰이 물었다.


"그럼 누가 이걸 끼워 넣은 걸까요?"


그러자 광배가 대답했다.


"CCTV를 전부 확인해 보긴 했는데, 딱히 의심스러운 직원은 없었습니다. 몇 번이고 확인해봤지만, 맷돌에 무언가를 끼워 넣는 직원도 없었어요. 아무도 맷돌에 가까이 가지 않았거든요."


광배의 대답을 들은 레이지가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럼 결론은 이거네요. 인간 황대근이 두 번째 기억에 대한 것을 조금씩 알아낸 겁니다. 그 결과, 자신도 모르게 잊혀져있던 기억이 떠오른 거죠. 원래 트라우마가 가득한 좋지 않은 기억은 어느 날 갑자기 수면 위로 떠오를 때가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맷돌이 작동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겁니다."


쿠궁쿠궁— 쿠궁—


그때, 천둥이 치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더니 곧 바닥이 울리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무방비상태로 서있던 4인방과 프로틴, 광배는 그만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지진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경기도 평택시 - H아파트)



같은 시각, 인간 황대근은 다시 잠에서 깨어나고 말았다.

그는 푹 자고 싶었다. 당장 내일 학교도 가야 하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


하지만 그는 도저히 잠을 이룰수 없었다.

그의 양아버지가 검은 복면의 남자와 있던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던 것이다.


지우고 싶었지만, 지워지지 않았다.

이것은 그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내가 잘못 들었던 거라면 좋겠어.'


황대근은 배게에 얼굴을 묻은 채, 양아버지와 남자가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대근이 아버님, 그동안 힘드셨지요?'

'당연히 힘들었죠. 몇 달을 고생했는데.'

'야근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지요. 저도 올해들어서부터 종종 야근을 하곤 하는데, 머리가 깨질 것 같더군요. 어쩐지 머리카락도 좀 빠지는 것 같고.'

'그래도 뭐, 그만큼 고생한 보람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요. 그보다, 저번에 그 일은 제대로 하신 겁니까?'

'그럼요. 제가 가서 보니까, 방 안의 찬기가 많이 사라져 있더군요.'

'제대로 설치했지요?'

'물론 제대로 설치했지요. 그것들을 보관하기 위해서는, 낮은 온도는 필수니까요.'

'덕분에 꾸리꾸리한 냄새도 덜 나는 것 같더군요.'

'다행입니다.'


'그나저나, 그 일을 하시면서 꽤 힘드셨을 텐데요. 장갑은 제대로 처리하신 겁니까? 제가 당신이 일할 때 편하도록 일회용 라텍스 장갑을 가져다 두었는데요.'

'덕분에 잘 사용했습니다. 피가 많이 묻어나던데요?'

'제가 그때 뒷처리를 제대로 못해서 그렇습니다. 요즘 예상치 못한 일들이 하도 많이 벌어져서 말입니다. 피가 많이 나와서 당황스러우셨겠습니다.'

'아닙니다. 뭐, 피 본 게 하루이틀도 아니니까요. 괜찮습니다.'

'그렇군요. 다행이네요.'

'그나저나 황대근한테 인형은 언제 전달해주실 계획이십니까?'

'금방 때가 올 겁니다.'

'녀석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군요.'

'기대되십니까?'

'제법 기대가 되지요. 녀석의 얼굴 표정이 어떻게 변할지도 궁금하고.'

'기대하십시오. 제가 열심히 준비했으니.'


대화를 떠올리던 황대근은 괴로운 신음을 내뱉었다.


"끄으으..."


그는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다.


차라리 몰랐다면, 그 대화 내용을 듣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쯤 편히 잠들 수 있었을까.

차라리 몰랐던 게 나은 걸까.

모르는 채로, 바보인 채로 사는 게 나은 걸까.


누군가는 아는 게 힘이라고 하던데,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이지 않나.

모든 것을 안다고, 모든 진실을 안다고 해서 다 행복한 건 아니지 않나.


하지만 내가 저 대화를 듣지 못했다면? 나는 어떻게 됐을까?

저 두 남자가 나를 죽였을까? 그랬을까?

저들이 말하는 인형이라는 건 뭘까? 그 인형은 대체 무엇일까?

그 인형이 무엇이길래, 피가 나온다는 걸까?

설마 인간으로 만든 인형일까?


.....아니다. 그럴 리 없다.

인간으로 어떻게 인형을....


아니지, 그럴 수도 있어.

어쩌면... 두 남자가 사이코패스라면... 그럴 수도 있잖아.

이 세상은 정상적으로만 굴러가는 게 아니잖아.


'그 둘의 대화는 충분히 신빙성이 있어.'

'둘의 대화가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아빠가 왜 야근을 몇 달 씩이나 했는지, 냉동업체에서 일했는지도 설명이 된다고.'

'솔직히, 냉동업체에서 일하는 게 아무리 바빠도, 몇 달을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내리 야근을 시키지는 않을 것 같단 말이야. 그것도 퇴근하고 집에 오면 평균시간이 밤 12시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황대근은 유추해보았다.

양아버지가 갔던 그 집이 누구의 집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분명해.'


유추한 결과, 그 집은 검은 복면의 남자의 집이 분명했다.

대화 내용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유추 가능하다.

그러다 황대근은 순간 의문이 들었다.


'잠깐만, 그 집.... 누구네 집이지 않았나? 뭔가 이상한데?'


새로운 고민으로 이불을 뒤척이던 황대근은 갑자기 스르륵 잠이 들고 말았다.

이는 인간 황대근이 더 이상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하는 녹스의 배려였다.

허나 안타깝게도, 녹스의 배려가 무색하게도, 인간 황대근이 잠을 자는 동안 거실에서는 양부모의 수상쩍은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같은 시각, 인간 황대근은 꿈을 꾸고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 그는 자신이 꿈 속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오늘의 꿈의 배경은 별 것 없었다.

그냥 그저 그런 시커먼 바탕일 뿐이었다.


'저건 누굴까?'


그렇게 시커먼 바탕을 돌아다니던 황대근은 누군가를 마주할 수 있었다. 그 누군가는 사람은 아니었고, 빛이나는 형체였다.

요정인지, 아니면 정령인지 모를 존재였다. 확실한 것은 사람이나 흔해빠진 동물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슥- 슥-


그 정령은 황대근에게 자신을 따라오라는 듯 손짓했다. 말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아마 말을 할 줄 모르는 듯 하다.


"따라오라고?"


황대근은 정령을 따라 걸어가기 시작했다.

물론, 정령을 따라간다고 해서 배경이 달라지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


정령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황대근은 녀석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몰랐으나, 대충 눈치는 챌 수 있었다.


슥슥-


정령이 손짓을 했고, 황대근이 물었다.


'여기가 무의식이라고?'


정령이 하는 손짓 만으로도 황대근은 눈치를 챌 수 있었다. 신기하긴 했지만, 지금은 그런 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내 무의식이 이렇게 어두워?'


그의 무의식은 상당히 어두웠다. 정령의 몸에서 나오는 빛이 아니었다면, 길을 잃었을 것이 분명할 정도로 어두웠다.


웅성웅성—


황대근이 자신의 무의식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심지어 배경도 바뀌었다. 여전히 검기는 했으나, 검은 배경에서 회색의 구름들이 몰려왔다.


그 구름들은 지금 들려오는 목소리들이었다.

구름들은 글자처럼 모양이 변하면서, 황대근의 귀로 들려오는 목소리들을 마치 자막처럼 보여주었다.


[언제까지 저 녀석을 맡아줘야 하죠?]


황대근은 지금 들리는 이 목소리의 주인을 잘 알고 있었다.


[지겨운데요.]


이 목소리의 주인은, 그의 양어머니였다.


[연기실력 늘어나니까 좋기는 한데, 솔직히 재미도 없고 지겹거든요. 그냥 빨리 없애고 끝내면 안 되나요?]


양어머니가 질문하자, 곧이어 양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말 조심해. 저 녀석 지금 방 안에 있어. 놈이 들으면 큰일 난다고.]

[걱정 마요. 걔 지금 자고 있어요. 그 녀석, 잠에 한 번 빠져들면 잘 안 깨어나요. 깊이 잠드는 타입이라.]

[그래? 그럼 다행이고.]

[아무튼, 얼른 그분께 말해봐요. 빨리 처리하고 다른 아이를 찾아보자구요. 이번에는 딸을 키워보고 싶어요.]

[그게 내 마음대로 되나? 그 분이 우릴 선택한 거야. 우린 그분 말을 들어야 해. 그 분 덕에 이렇게 잘 살고 있잖아.]

[하지만, 나는 지겨워요. 이젠 딸을 키워봐요. 딸이 좋다구요.]

[이봐 당신, 13년 전에 있었던 일 기억 안나? 저녀석 친부모의 시체를 처리하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데?]

[힘든 거야 저도 알죠. 하지만 지겨운 걸 어떡해요?]

[우리 이제 나이도 먹었잖아.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고.]

[아, 정말! 그때 생각이 갑자기 나네요. 그때 저 대근이 녀석 친아빠 가죽 벗기는 게 어찌나 힘들던지.]

[그러고보니까, 그 가죽은 우리가 어떻게 처리했더라?]

[원래는 믹서기에 갈아서 대근이 먹이려고 했는데, 실패로 돌아갔잖아요.]

[아, 그랬던가? 조금 아쉽네.]

[저도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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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외전(完) 22.02.05 53 0 14쪽
299 수능전야 22.02.05 37 1 14쪽
298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3) 22.02.05 22 1 12쪽
297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2) 22.02.04 17 1 12쪽
296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1) 22.02.04 18 1 11쪽
295 등잔 밑이 어둡다 (2) 22.02.03 16 1 12쪽
294 등잔 밑이 어둡다 (1) 22.02.03 15 1 12쪽
293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3) 22.02.02 16 1 12쪽
292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2) 22.02.02 14 1 12쪽
»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1) 22.02.01 17 1 12쪽
290 뒷조사 (3) 22.02.01 16 1 11쪽
289 뒷조사 (2) 22.01.31 17 1 11쪽
288 뒷조사 (1) 22.01.31 15 1 11쪽
287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8) 22.01.30 14 1 11쪽
286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7) 22.01.30 19 1 11쪽
285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6) 22.01.29 16 1 11쪽
284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5) 22.01.29 14 1 11쪽
283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4) 22.01.28 16 1 13쪽
282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3) 22.01.28 14 1 11쪽
281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2) 22.01.27 17 1 10쪽
280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1) 22.01.27 16 1 12쪽
279 공범들 (4) 22.01.26 17 1 11쪽
278 공범들 (3) 22.01.26 15 1 12쪽
277 공범들 (2) 22.01.25 14 1 12쪽
276 공범들 (1) 22.01.25 16 1 12쪽
275 카인과 아벨 (3) 22.01.24 15 1 10쪽
274 카인과 아벨 (2) 22.01.24 14 1 12쪽
273 카인과 아벨 (1) 22.01.23 14 1 12쪽
272 J아파트 살인사건의 전말 22.01.23 18 1 10쪽
271 점점 부서지는 왕국의 벽 22.01.22 1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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