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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힘법사의 서재입니다

내 몸 안의 블랙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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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5.05 08:35
최근연재일 :
2022.02.05 18:40
연재수 :
3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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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99
추천수 :
327
글자수 :
1,66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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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26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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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공범들 (3)

DUMMY

(대근건설 - 제1건물 브레인 - 사장실)



사실, 쉐도우가 팝콘브레인에게 건넸던 것은 두번째 기억의 일부였을 뿐이다. 나머지 기억의 조각은 현재 쉐도우의 손에 들려있었다.


"자, 이걸 팝콘브레인에게 전달해 주십시오."


쉐도우가 주혁에게 말했다. 그러자 주혁의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한꺼번에 전달하지 않으신 겁니까?"


"팝콘브레인 녀석을 쉬이 믿기 어려웠으니까요."

"한번에 전달해주시는 것이 좋을 텐데요."

"제 의도를 굳이 알 필요는 없습니다."


쉐도우가 서늘한 두 눈을 빛내며 말하자, 주혁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쉐도우에게는 언제나 거역할 수 없는 분위기가 풍겨나오고는 했다.


"아직은..."


주혁이 사장실을 나오고 얼마 뒤, 쉐도우 역시 사장실을 빠져나갔다. 그러면서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직은 인간 황대근이 양부모의 대한 진실을 알아서는 안 돼. 아직은 때가 아니니까. 그렇게 되면... 내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


쉐도우가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영부... 네놈은 이제 끝이야. 기껏 좋은 자리 얻어 줬더니, 날 배신해?'


한편, 헨리는 사장실에 있었다.

원래부터 있던 것은 아니다. 그저, 주혁과 쉐도우가 사장실을 빠져나오는 것을 멀리서 확인한 후, 사장실로 들어왔을 뿐이니까.


"속이... 속이 안 좋아..."


며칠 사이, 아니, 작년부터 헨리의 건강은 눈에 띄게 나빠졌다.

쉐도우가 그의 진짜 자아를 자꾸만 빼내었기 때문에, 그의 건강은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점ㅈ점 최악으로 치달았다.


"팝콘.. 브레인..."


헨리는 조금 전, 쉐도우와 주혁의 대화 내용을 엿들었다.


"주혁이... 나머지 조각을 팝콘브레인에게 건내 준다면... 그렇다면..."


헨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두 번째 기억에 대한 것을.

두 번째 기억에 대한 헨리의 의견은 쉐도우와 비슷했다.

지금 인간 황대근이 그 기억에 대해 알아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인간 황대근은 혼란스러워 질 테니까.


하지만, 헨리와 쉐도우는 아주 미세한 차이로 의견이 갈렸다.

쉐도우는 자신의 이익 때문에 두번째 기억을 봉인하려 하지만, 헨리는 아니었다.


헨리는 진심으로 인간 황대근을 걱정했다.


"주혁을 따라잡자. 그게... 그게 먼저야."


결심이 선 헨리는 사장실을 나왔다.

아주 오랜만에 하는 외출이라 그런가, 주변에 있던 직원들의 눈들이 동그래졌다.

오랜만에 보는 사장의 얼굴은 아주 초라했다. 제대로 먹지 못했는지, 양 볼은 해골처럼 쏙 들어가 있었다.

그런 헨리의 모습에, 직원들은 자기네들끼리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저거, 사장님 맞지?"

"그런 것 같은데. 이야, 죽었다는 소문이 나돌더니 그건 아니었나보군."

"어디 아프신 거 아니야?"

"에이, 그럴리가. 사장님이 얼마나 팔팔하신데."

"요즘 별 소문 다 돌잖아. 쉐도우가 사실은 실세라며?"

"그런 말 함부로 하지 마! 듣는 귀가 몇 인데!"

"아니, 맞잖아. 저 사장 헨리는 그냥 바지사장이라구."

"아이고, 이것 참..."

"걱정하지마. 어차피 다들 어느 정도는 눈치 챘잖아? 어느 순간부터 페로도 사장님이 아니라 쉐도우랑 연락하고 말이야. 브레인 부장님도 그렇고!"

"그건 맞는 말인데...."

"그나저나, 사장님 건강이 진짜 안 좋으신가 보네. 아주 죽을상이야."







(대근건설 - 소화기부서 - 위장팀)



쾅쾅쾅—


위장팀은 한창 일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구강팀에서 일부 소화된 음식물들이 식도를 통해 위장팀으로 쏟아져 내려왔다.

이제 입사한지 1년이 되어서 그런지, 미르의 망치질 실력은 제법 좋아졌다.


"어쭈, 꼬맹인줄 알았더니 이젠 좀 제법 하는데?"


곁에서 함께 망치를 두들기던 개털이 말하자, 미르가 얼굴을 붉혔다.


"꼬맹이는 무슨 꼬맹이야!"

"나랑 키 비슷하니까 꼬맹이지."

"아니거든! 내가 1센티 더 크거든!"

"너 몇살이냐?"

"네가 알 바야?!"

"아마 내가 너보다 누나일걸? 나 26살인데."

"젠장할!"

"어쭈, 누나 앞에서 고운 말 해야지?"

"뭔 누나야, 누나는!"

"나이 많으면 누나잖아?"

"야!"

"야라니, 너 진짜..... 어라? 사장님...?"


미르에게 위협적으로 망치를 휘두르려던 개털은 순간 움직임을 멈추었다. 위장팀에 누군가 찾아온 것이다.


"사장님!"


그 누군가는 바로 헨리였는데, 개털은 손에 잔뜩 묻은 음식물 찌꺼기를 아무렇게나 바닥에 내팽개쳐져 있던 수건으로 닦은 후 그에게 다가왔다.


"사장님. 여긴 어떻게...?"


헨리는 위장팀에 온 적이 없다.

그 말은 즉, 위장팀에서 풍기는 묘하게 구린 냄새 역시 맡아본 적이 없다는 뜻이 된다.


"끄응..."


헨리는 한 손으로 코를 틀어 막고는 개털에게 말했다.


"피니시 팀장을 좀 만나고 싶은데."







개털이 헨리를 위장팀 직원휴게실로 안내한 후, 약 10분 정도가 지났을 때였다.

어디로 꺼졌는지 보이지 않던 피니시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사장님."


피니시가 직원휴게실의 문을 조심스레 열며 들어왔다.


"절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만."

"피니시팀장."


위장 모양 소파에 앉아있던 헨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바람에 소파에 앉으려 했던 피니시는 어정쩡한 자세로 일어나야만 했다.


"피니시팀장. 할 말이 있네."


헨리의 목소리는 진지했다. 피니시는 속으로만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예. 말씀하십시오."


헨리는 한숨을 한 번 내뱉더니 말했다.


"내 정체를 알고 있지?"


쿵. 순간 피니시의 가슴에 커다랗고 무거운 돌덩어리가 하나 내려앉았다.

물론, 피니시는 헨리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황대근도 아는 사실이다.


쉐도우가 헨리의 진짜 자아를 억압하고, 자신의 자아를 집어넣어 헨리를 괴롭힌다는 사실 말이다.


"....알고는 있습니다."


이렇게 대답하면서, 피니시는 속으로 의문을 가졌다. 어쩐지 다른 진실이 있을 것 같다고. 내가 아는 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것 같다고.


"자네가 나에 대해 아는 진실은, 쉐도우에 관한 것이겠지. 물론 맞는 말이야. 하지만, 그건 반쪽 짜리 진실일 뿐이지. 진짜는 따로 있어. 대근건설에서 이 사실에 대해 아는 것은 오직 나와 쉐도우 뿐이야."


헨리는 피니시에게 부탁했다. 자신의 정체를 다른 이들에게 말하지 말아달라고. 쉐도우가 알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피니시팀장. 자네에게 제안을 하나 하지."

".....무슨 제안입니까?"

"나의 정체를 자네에게 알려줄 게. 언젠가 올 '그 날'에 도움이 될 테니까."

"....그럼 저는 무엇을 해 드려야 합니까?"

"두 번째 기억에 관해 알고 있지?"

".....그렇습니다."

"쉐도우가 두 번째 기억에 관한 것을 없애려 해."

"....."

"주혁이 그 기억을 망각의 호수에 던져버릴지도 몰라. 그것을 막아내도록 해. 사장으로서의 명령이다."


말을 끝낸 후, 헨리는 피니시에게 자신의 정체를 드러냈다.

그것을 본 피니시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헨리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것은 복종의 표시였다.






(경기도 평택시 - H아파트)



띠리릭-


현관문의 비밀번호가 눌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문이 열렸다.


"아빠!"


아직 이른 시간인데, 물론 퇴근하기에는 딱 괜찮은 시간대긴 하지만.


"오늘 정말 일찍 오셨네요!"


물론, 오늘이 주말이라는 것이 함정이기는 하지만.


"요즘 일요일에도 밤 12시에 오시더니?"


황대근이 묻자, 그의 양아버지는 기분이 좋은 듯 웃어 보였다.


"퇴근하는 게 이렇게 신이 날 수가 없다, 대근아!"


실제로, 양아버지의 표정은 너무 밝아도 지나치게 밝아 보였다.

애초에 주말에 출근을 한다는 것 자체부터가 혐오스러운 일일 터인데, 그는 기분이 좋았다.

주말에 정시퇴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도 기뻤던 것이다.


"오늘은 오랜만에 욕조에 몸 좀 담가야겠어. 몇 달을 내리 땀을 흘렸더니, 몸에서 쉰내가 날 지경이거든."


양아버지의 말에 양어머니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주말에도 몇 달 째 야근에 매일 업무였는데, 오랜만의 휴식이잖아요. 얼른 들어가서 목욕 좀 해요. 고기라도 구워먹을까요, 오랜만에? 대근아! 나가서 상추 좀 사와라!"







"휴우..."


피니시는 고민스러웠다.

헨리의 지시대로 팝콘브레인을 잡긴 잡아야 할 터인데, 잡지 못했다.

팝콘브레인을 발견하는 것 자체는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다만 문제는...


"겁나게 빠르네."


팝콘브레인은 이름답게, 정말 잽쌌다.


"그래서 미생물인 마이크로에게 부탁한 건데..."


피니시는 마이크로에게도 부탁해서 팝콘브레인을 생포하려 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미생물들은 체격이 작고 말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상당히 몸이 잽쌌다.

어지간한 단거리 달리기 선수 저리가라 할 정도로 빨랐다.


"그냥 포기해."


마이크로가 피니시에게 얼음물을 건네며 말했다.


"팝콘브레인 그 녀석, 잡기 어려울 거야. 지금까지 그 놈이 잡혔던 적은 다섯손가락 안에 꼽는다고."

"얼마 전에 돌쇠랑 마님이 잡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제가 듣기로는 그 놈 판결받고 감옥 갔다고 하던데."

"그랬지."

"....그런데 쉐도우 그 놈이 풀려나도록 내버려둔 거군요."

"권력의 힘이란 게 그렇게 대단한 거다."


피니시는 입술을 비쭉 내밀고 미간을 좁혔다.

권력의 힘이라니, 사장 헨리한테 권력이 집중된 게 아니라 일개 비서에게 권력이 집중되다니..... 어라?


"마이크로!"


피니시가 말했다.


"그때 기억나지요? 제가 당신에게 황대근을 건네주었을 때 말입니다. '그 사건'이 일어난 후에 말이에요."


마이크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기억나지. 그게 왜?"

"이렇게 힘든 상황이 계속될 때는, 차라리 그때의 황대근을 그냥 없애버리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요."

"원래 정도의 길을 걷는다는 건 괴로운 거야."

"...."

"정의롭다고 일컬어지는 길 역시 괴로운 법이지. 나는 분명 선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째서 신은 나에게 이리도 가혹하게 구는지 헷갈릴 때도 있어."

"황대근이 저렇게까지 큰 것에서 내 역할은 끝이야. 자네의 역할도, 사실상 끝이지."

"마이크로, 헨리가 얼마 전 저에게 왔습니다."

"...헨리가?"

"당신은 헨리가 누군지 알지요?"


피니시의 질문에 마이크로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길었던 침묵을 깨고, 마이크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가끔 생각합니다. 부모와 자식이라는 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복잡한 사이라는 걸."

"그걸 이제 알았나?"

"내 곁에 없어도, 늘 내 곁에 존재하는 이상한 사이라는 걸."

"....."

"마이크로, 당신 말대로 제 역할은 이제 끝이 났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아요."

"......"

"인간 황대근을 도와야 합니다."







피니시는 릴리에게 달려갔다.


"릴리팀장님, 도움이 필요합니다."


릴리는 올프리패스 카드를 이용해 모든 것을 총동원했으나, 두번째 기억을 손에 넣을 수는 없었다.

두 팀장이 고군분투 하는 동안, 팝콘브레인은 대근건설의 이곳저곳을 마구 쏘다니고 있었다.


"피니시팀장님, 그냥 팝콘브레인 잡는 게 더 빠를텐데요."


릴리의 말에 피니시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 쉬웠으면 여기 안 찾아왔지요."


릴리도 도움이 되지 않고, 마이크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이고... 내가 여기를 올 줄이야."


피니시는 결국, 최후의 수단을 이용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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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외전(完) 22.02.05 52 0 14쪽
299 수능전야 22.02.05 36 1 14쪽
298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3) 22.02.05 21 1 12쪽
297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2) 22.02.04 17 1 12쪽
296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1) 22.02.04 18 1 11쪽
295 등잔 밑이 어둡다 (2) 22.02.03 15 1 12쪽
294 등잔 밑이 어둡다 (1) 22.02.03 14 1 12쪽
293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3) 22.02.02 15 1 12쪽
292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2) 22.02.02 14 1 12쪽
291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1) 22.02.01 16 1 12쪽
290 뒷조사 (3) 22.02.01 16 1 11쪽
289 뒷조사 (2) 22.01.31 16 1 11쪽
288 뒷조사 (1) 22.01.31 14 1 11쪽
287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8) 22.01.30 14 1 11쪽
286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7) 22.01.30 18 1 11쪽
285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6) 22.01.29 15 1 11쪽
284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5) 22.01.29 13 1 11쪽
283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4) 22.01.28 16 1 13쪽
282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3) 22.01.28 13 1 11쪽
281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2) 22.01.27 16 1 10쪽
280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1) 22.01.27 16 1 12쪽
279 공범들 (4) 22.01.26 17 1 11쪽
» 공범들 (3) 22.01.26 15 1 12쪽
277 공범들 (2) 22.01.25 13 1 12쪽
276 공범들 (1) 22.01.25 16 1 12쪽
275 카인과 아벨 (3) 22.01.24 15 1 10쪽
274 카인과 아벨 (2) 22.01.24 13 1 12쪽
273 카인과 아벨 (1) 22.01.23 14 1 12쪽
272 J아파트 살인사건의 전말 22.01.23 18 1 10쪽
271 점점 부서지는 왕국의 벽 22.01.22 1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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