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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힘법사의 서재입니다

내 몸 안의 블랙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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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5.05 08:35
최근연재일 :
2022.02.05 18:40
연재수 :
3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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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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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61,802

작성
22.02.0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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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등잔 밑이 어둡다 (2)

DUMMY

(대근건설 - 뇌부서)



뚝딱뚝딱-


한바탕 소란이 끝이나고, WBC는 유리멘탈을 보수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유리조각에 찔려 부상입은 뇌부서 직원들은 즉시 WBC응급실로 옮겨졌다.


"이제 다 닦았어요."

"닦았어요."


플루와 키가 피 묻은 걸레를 보여주며 케어에게 말하자, 그가 대답했다.


"잘했어. 비린내 많이 났을텐데 수고 많았어."


부상입은 뇌부서 직원들이 흘린 피 때문에, 한동안 뇌부서에서는 피비린내가 진동을 했다.

대다수 직원들은 단순한 찰과상에 불과한 정도의 부상을 입었으나, 목숨의 위협을 받을 정도의 부상을 입은 직원들도 적지는 않았다.


"그 직원들은 응급실에 잘 데려다 줬어?"


유리멘탈을 복구하는 작업을 하며, 케어가 플루에게 물었다.


"팔이 많이 찢어졌던데 말이야."


플루가 대답했다.


"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다행히 골든타임 맞춰서 도착했거든요."

"그 직원들, 한동안 팔을 쓰기 어려울 거야. 힘들 거라고."

"그러게나 말이에요."

"진짜... 왜 갑자기 유리멘탈이 부서진 거지?"

"저도 그게 궁금해요."

"19년 동안 겨우 딱 한 번 금이 갔을 뿐인데, 갑자기 무슨 일이람."

"복구는 어느 정도 하셨어요?"

"하고는 있는데... 쉽지가 않네. 정확한 원인파악이 힘들어."







(경기도 평택시 - H아파트)



CCTV를 확인한 황석현과 여경아는 즉시 H아파트로 출동했다.

물론, 진짜 경찰차를 타고 출동한 것은 아니고 개인차량을 이용해 출동한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 사건이 터진 것은 아니었으니까.

혐의도 없는데 무작정 체포하는 것은 위법이니까.


"저거, 걔 차량 아니에요?"


H아파트에 도착해 주차를 완료하자마자, 여경아가 건너편에 주차된 검은색 차량을 보며 말했다.


"남경준, 그 자식 차예요, 저거! 설마, 벌써 여길 온 건가? 위험한데?!"


그러자 황석현이 귀찮다는 듯 투덜거렸다.


"멍청한 자식! 허구한 날 저 모양이지!"


두 사람은 황대근이 사는 동으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황석현이 여경아에게 말했다.


"조심해, 공범들은 흉기를 갖고 있을 거란 말이야."


여경아가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잘 알고 있어요, 황팀장님. 그나저나, CCTV에 나온 그 양아버지 말이에요. 장갑에 왜 피가 묻은 걸까요?"


황석현이 고개를 저었다.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제가 지금 생각한 게 있기는 한데."

"자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아."

"....아직 말도 안 했는데요?"

"그거 아냐, 그거."

"그거 뭐요?"

"살인."


띵-


올라가던 엘리베이터가 멈추었고, 두 사람은 주위를 경계하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그냥 문을 부수고 들어가죠?"


굳게 닫힌 현관문을 보며 여경아가 말하자, 황석현은 그런 그녀를 흘겨보았다.


"너네 족치러 왔소~ 하고 광고할 일 있어?! 여기서 함부로 범인들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순순히 문을 열어줄까요?""

"안 열어줄 리 없어."

"어째서요?"


여경아가 반문하자, 황석현은 손가락으로 현관문을 가리켰다.

여경아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래요, 문! 이미 봤어요. 수도 없이 봤다구요."

"아니, 틈새를 잘 봐봐."


황석현의 말에 여경아가 몸을 돌려 현관문의 틈새를 보았다.


"어라? 문이 열려있네요?"

"그렇지?"

"왜 문이 열려있는 걸까요?"

"그야 나도 모르지. 원래 아파트 문은 분명 잠갔다고 생각해도 알고보면 안 잠근 경우가 많거든. 그래서 늘 조심해야 해."

"일단은 들어가 볼까요?"

"예의바르게 문은 똑똑 두들기고 가자고. 경찰배지 가지고 왔지?"

"당연하죠~"

"잘했어. 그거 없으면 그냥 무단으로 자택침입한 게 되니까."


두 사람은 자켓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경찰 뱃지를 꺼내며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어?"

"어라?"


그런데,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뭔가 수상한데.'


황석현은 거실을 둘러보았다.

거실은 난장판이었다.


'발자국... 신발 자국인가? 사이즈를 추정해보면 한... 275mm정도?'


거실에는 발자국이 찍혀있었다.

찍힌 방향을 보니, 누군가 현관문 쪽으로 급히 달려간 것 같았다.


'발자국 사이의 간격이 넓다. 아마도 뛴 것 같은데, 뭐 때문에 뛴 걸까? 그것도 집 안에서 신발을 신고? 버르장머리 없이 신발 신고 들어오기는.... 아, 우리도 신발 신고 있구나.'


황석현은 여경아에게 거실 바닥에 난 발자국을 훼손하지 말라고 당부하며 집 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쪽에 있는 건가?'


황석현은 황대근의 방으로 들어갔다. 이 방 역시 난리가 난 상태였다.


'케틀벨은 왜 바닥에 엎어져있어?'


12kg짜리 케틀벨은 방바닥에 아무렇게나 엎어져있었다.

양아버지가 중요부위를 케틀벨에 맞은 후,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이곳에 있던 것이다.


"황팀장님."


난장판이 된 황대근의 방 안을 둘러보며 여경아가 말했다.


"황대근 그 녀석, 납치되었거나 최악의 경우 살해당한 것은 아닐까요?"

"...왜 그렇게 생각해?"

"양부모가 보이지 않잖아요."

"....."

"대근이가 양부모의 정체를 알아냈을지도 몰라요."

"....."

"그래서, 양부모가 대근이를 어딘가에 숨겨놓은 거죠. 자신들의 정체가 들키지 않도록."

"또 다른 가능성은?"

"가능성은 같은데, 이유는 다를 수도 있어요. 양부모가 대근이를 숨긴 이유."

"어떤 이유지?"

"자신들의 정체를 알아낸 게 괘씸했을지도 몰라요."


사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상관이 없다.

아직 황대근이 양부모의 정체를 알아냈다는 확신도 없다.

하지만, 수상한 냄새가 나는 것만은 분명하다.


'집안이 온통 난장판이라는 건, 결국 황대근이 양부모의 정체를 알아냈다고 밖에는 설명이 안 돼. 그게 아니라면 강도가 들었거나 둘 중 하나인데.'

'강도일리는 없어. 강도라면 보통은 집 안에 있던 식구들을 살해하고는 하니까. 납치할리는 없어. 너무 눈에 띄니까.'

'결국은 그게 답인 건가....'


"황팀장님!"


여경아가 생각에 잠긴 황석현을 불렀다.


"그런데 남경준은 대체 어디 있는 걸까요? 이 집에 있는 줄 알았는데?"







결국 두 형사는 황대근의 집을 빠져나왔다. 남경준을 발견하지는 못했으나, 딱히 상관 없었다. 또 다른 수확을 얻어냈으니까.


"황형사님, 그럼 거기로 가 볼까요?"

"당연히 그래야지. 지금 당장 가야한다고."

"남경준이 왠지 거기 있을 것 같지 않아요?"

"....."

"저번에 우리 자료 훔치려고 했잖아요. 백퍼 그 녀석 거기 있을 걸요? 혼자서 공을 세워보겠다고 별 짓 다하고 있겠죠, 뭐!"

"....짜증나니까 빨리 가자고."


두 형사는 CCTV로 일찌감치 확인했던 H아파트 107동으로 달려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그곳에 가야 한다고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황형사님, 여기도 문이 열려있어요."


약 5분 정도를 내달린 끝에, 그들은 CCTV속 H아파트 107동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경아가 열린 문 틈 사이를 가리키자, 황석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가 보자고. 몸 조심하도록 해. 여기선 뭐가 튀어나올 지 모르니까."

"저는 젊어서 괜찮아요. 황형사님이나 몸 조심 하세요. 걱정 되니까."

"날 뭐 하러 걱정해? 난 다 살아서 괜찮아."

"제가 안 괜찮아요."


황석현은 집 안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분위기가 서늘하다. 공기도 차갑다.


"황형사님."


그 날카로운 추위에 여경아는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황석현을 불렀다.

황석현은 이미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보았다.


"집 안이 온통 냉동실 같아. 온 몸이 얼어붙을 것만 같다고."


그의 말대로, 집 안은 거대한 냉동고 같았다.

아직 오전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집 안은 밤보다도 더 어두웠다.


"황팀장님!"


황석현의 반대편을 수색하던 여경아가 그를 불렀다.


"무언가를 찾았어요!"


여경아는 부엌에 있는 식탁 위에 놓여진 사진을 가리켰다.

그 사진은 액자에 걸려있었는데, 집주인의 모습인 듯 했다.

그 사진을 보며 황석현은 속으로 생각했다.


'설마 했는데, 역시 범인은 그 사람이었던 건가.'


[으므으으...!]


그때, 이상한 소리가 두 사람의 귀를 울렸다.


[으므으...!]


거실 옆 안방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자세히 들어보니 비명소리다.


그런데 내지르는 비명이 아니라, 쥐어짜는 듯한 비명이다.


"여형사."

"황팀장님."


두 사람은 눈빛을 주고 받더니, 곧 문을 발로 차며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두 사람은 자신들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세상에... 황팀장님...? 이게 다.... 뭘까요...?"

"미친 놈..."


바닥에는 시체가 아니, 여러 사람의 신체를 이어붙인 시체인형이 놓여있었다.

창문 쪽에는 안막 커튼이 달려있었기에, 방 안 역시 거실처럼 어두웠다.


"이상한 냄새가 나요, 황팀장님!"


여경아의 말대로 방 안에서는 시체 특유의 냄새가 가득 차 있었다.

본능적으로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그런 냄새였다.


"황팀장님, 저기 남경준이 있어요."


남경준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는 천장에 묶인 채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는데, 그의 발 밑에는 초가 잔뜩 불을 피운 채 놓여있었다.


"으므...! 으므으... 으므으으!"


남경준은 비명을 질러댔다. 물론, 괴로움 때문에 지르는 비명은 아니었다.

황석현과 여경아는 그가 왜 비명을 지르는지 깨닫지 못했다.

그들은 깨달아야만 했다.

그가 왜 비명을 지르는 것인지.


"근데 너무 어둡네요 황팀장님. 방 안이 너무 어두워서 잘 안보이.... 으아아악?!"


두 손을 뻗어 주위를 두리번 거리던 여경아는 그만 깜짝 놀라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저, 저, 저, 저기 뭐가 있어요!"


여경아가 말을 더듬으며 어둠 속을 가리켰고, 황석현은 곧 그녀가 왜 비명을 질렀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용케 여기까지 왔군."

"오랜만이야, 황형사."


황대근의 양부모가 어둠 속에 숨어있었다.







(경기도 평택시 - H고등학교)



보건실 침대에 누워있던 황대근은 자신의 두 눈을 비볐다.

검은 복면의 남자가 있다니, 그는 자신이 잘못 본 것이라 생각하고 감았던 눈을 다시 떴지만,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뭘 자꾸 눈을 비벼대?"


세상에, 황대근은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저 남자가 왜 내 눈 앞에 있는 것일까?


"여기는 어떻게 온 겁니까?"


황대근은 이해할 수 없었다.

요즘 세상에 외부인이 함부로 학교 내로 들어오는 것은 불가능한데 말이다.


"내 직장에 내가 오면 안 되는가?"


남자의 대답에 황대근은 혼란을 느꼈다.

직장이라니? 여기가 당신 직장이라니?


"내가 오랫동안 다닌 이 직장에.... 내가 오지 말란 법이 있는가?"


황대근은 여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저 남자가 대체 여길 어떻게..... 어라?

남자를 노려보던 황대근은 그에게서 이상한 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그가 쓴 복면이었다.

예전에는 목까지 가려주는 기다란 복면이었는데, 지금은 얼굴만 가리고 있다.


'뭐지.... 어?!'


남자의 복면을 훑어보던 황대근은 한 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그의 목에 있는 흉터였다.


'저, 저, 저 흉터는?'


황대근의 두 눈이 동그랗게 커지자,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이제야 눈치챘나?"


황대근 생각했다.


'저 흉터는, 그 선생님한테 있는 그 흉터인데....?'


황대근은 자신도 모르게 남자의 복면을 향해 자신의 두 손을 뻗었다.

그런다음 아주 천천히, 급하지 않게, 복면을 벗겨냈다.

신기하게도 남자는 이번만큼은 저항하지 않았다.


'제발... 내 예상이 틀리기를....'


황대근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신이란 신에게 모두 기도했으나, 그 누구도 그의 기도를 들어주지 않았다.

복면이 벗겨지자마자, 황대근은 온 몸의 힘이 탁 하고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이 남자가, 자신에게 사실 이 모든 건 거짓말이라고, 늦은 할로윈을 축하하는 것이라고 말해주기를 간절히 바랬다.


하지만, 남자는 재미있다는 얼굴로 황대근을 쳐다볼 뿐이었다.


"시, 시, 신용호.... 선생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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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외전(完) 22.02.05 53 0 14쪽
299 수능전야 22.02.05 37 1 14쪽
298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3) 22.02.05 22 1 12쪽
297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2) 22.02.04 17 1 12쪽
296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1) 22.02.04 18 1 11쪽
» 등잔 밑이 어둡다 (2) 22.02.03 16 1 12쪽
294 등잔 밑이 어둡다 (1) 22.02.03 15 1 12쪽
293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3) 22.02.02 16 1 12쪽
292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2) 22.02.02 14 1 12쪽
291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1) 22.02.01 16 1 12쪽
290 뒷조사 (3) 22.02.01 16 1 11쪽
289 뒷조사 (2) 22.01.31 17 1 11쪽
288 뒷조사 (1) 22.01.31 15 1 11쪽
287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8) 22.01.30 14 1 11쪽
286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7) 22.01.30 19 1 11쪽
285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6) 22.01.29 16 1 11쪽
284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5) 22.01.29 14 1 11쪽
283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4) 22.01.28 16 1 13쪽
282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3) 22.01.28 14 1 11쪽
281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2) 22.01.27 17 1 10쪽
280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1) 22.01.27 16 1 12쪽
279 공범들 (4) 22.01.26 17 1 11쪽
278 공범들 (3) 22.01.26 15 1 12쪽
277 공범들 (2) 22.01.25 14 1 12쪽
276 공범들 (1) 22.01.25 16 1 12쪽
275 카인과 아벨 (3) 22.01.24 15 1 10쪽
274 카인과 아벨 (2) 22.01.24 14 1 12쪽
273 카인과 아벨 (1) 22.01.23 14 1 12쪽
272 J아파트 살인사건의 전말 22.01.23 18 1 10쪽
271 점점 부서지는 왕국의 벽 22.01.22 1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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