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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안의 블랙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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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5.05 08:35
최근연재일 :
2022.02.05 18:40
연재수 :
3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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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22
추천수 :
327
글자수 :
1,661,802

작성
22.01.27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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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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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1)

DUMMY

(경기도 평택시 - 구영원)



10월 4일 화요일, 영부가 떠올린 방법은 제법 단순한 방법이었다.

그는 얼마 전, 검은 복면의 남자가 안익준을 죽이기 위해 사용했던 검은 모자의 남자를 불러들였다.


"나를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형제님."


검은 모자의 남자는, 안타깝게도 구영원 신도는 아니었다.

허나 영부는 그 사실을 몰랐다. 검은 복면의 남자의 수하이니까, 당연히 구영원 신도일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나를 도와주세요, 형제님."


검은 모자의 남자는 고민스러웠다.

일단 자기 주인인 검은 복면의 남자가 영부에게 가보아도 좋다고 해서 오긴 왔는데, 괜히 걱정스러웠다.


지금까지 자기 주인에게 영부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를 듣지 않았던가.

김철환, 곽두팔, 이생망, 서세희, 안성택, 안광윤, 금방준, 안익준, 박바람 등등... 영부에게 희생된 이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이 늙은 여우의 말을 잘못 들었다가는, 내 모가지도 나가리가 되어버리는 거지.'


검은 모자의 남자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영부가 그에게 말했다.


"당신의 주인이 이건 제대로 주덥니까?"


남자는 영부의 손모양을 쳐다보았다. 영부는 검지와 엄지를 이용해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였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남자가 모를리 없다.


'이걸 대답해, 말아?'


잠시 고민하던 남자는 헛기침을 몇 번 해 보이더니 대답했다.


"큼큼! 먹고 살 만큼 주십니다. 혼자 살기에는 충분하죠."

"하지만 야망을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겠지요."


야망이라. 남자는 속으로 헛웃음을 쳤다.

부모도 없고 배우자도, 자식도, 심지어는 친구도 없는 자신을 거둬들여준 것은 바로 검은 복면의 남자였다.


당장 공장에 들어가 일하기에도 부족하고, 최종학력은 겨우 중학교 졸업일 뿐인 그였다.

그런 그를 그나마 밥벌이 하며 살 수 있게 해준 것은 바로 검은 복면의 남자였다.


'그런 나한테 야망 같은 게 있을리가. 그냥 하루 먹고 하루 사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감사한 것을.'


남자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영부에게 말했다.


"저에게 야망 같은 건 없습니다. 저는 그저 이대로 좋습니다."


남자의 말에 영부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 새끼가 요놈에게 아주 세뇌를 시켜버렸구만. 분명히 이런 식으로 말했겠지. '네 주제에 큰 걸 바라지 마라. 오늘 하루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 만족해라.''


영부가 입가에 인위적으로 인자한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하지만 형제님. 한 번 사는 인생을 잘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

"당신에게 부귀영화를 주겠습니다."

"괜찮습니다."


이거 만만치 않은 상대로군. 영부는 생각했다.

그러나 영부가 누구던가, 지금까지 수십명의 인간들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무차별적으로 죽여온 남자가 아니던가.

겨우 이정도로 포기할 그가 아니다.


슥-


영부가 남자에게 번쩍거리는 물건 하나를 넌지시 건넸다.

그것은 황금이었다. 현재 금의 시세가 꽤 올랐으니, 금은방에 팔면 현금이 두둑이 쌓일 터다.

얼떨결에 두 손에 황금을 받게 된 검은 모자의 남자 당황스러운 듯 영부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영부가 인자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의 성의입니다."

"하지만 이건 너무 부담스러운데요."

"당신을 향한 제 마음입니다. 아무런 대가 없이 그냥 드리는 겁니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셔서, 푹 쉬시면서 제가 했던 말을 천천히 생각해 보세요, 형제님."







영부실을 나온 검은 모자의 남자는 두 손에 황금을 든 채 구영원을 산책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 남자는 구영원에 처음 온 것이다. 지금까지는 단 한 번도 구영원에 온 적이 없다.

자신의 주인인 검은 복면의 남자가 이곳에 다닌다는 것은 알았지만, 한 번도 와 본 적은 없다.

주인이 남자에게, 이곳에 굳이 올 필요는 없다고 얘기하기도 했었으니까.


"얘기 잘 끝났습니까?"


영부를 형상화한 동상을 지나치고 있는데, 남자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그의 주인이었다.

깜짝 놀란 남자는 서둘러 들고 있던 황금을 자켓 주머니에 억지로 쑤셔넣었다.


자켓 주머니가 커봐야 얼마나 크겠는가. 제법 티가 나긴 했지만, 남자는 알지 못했다.


"아, 주인님!"


남자의 말에 검은 복면의 남자가 손사래를 쳤다.


"여기선 그냥 형제님이라고 부르십시오. 지파장님도 괜찮습니다."

"아.... 그럼, 지파장님."


남자는 눈에 띄게 당황했다. 어린 초등학생 1학년이 이 남자를 봐도 눈치챌 정도였으니까.


'황금을 받았군.'


검은 복면의 남자는 눈치가 빨랐다.

영부는 분명 자신의 수하를 회유하려 했을 것이고, 수하는 그것을 거절했을 터다.

결국, 영부는 최후의 수단을 사용해야 했을 것이고, 그 수단은 바로...


'자켓 주머니에 있는 황금이겠지.'







(대근건설 - 메모리아부서)



점심시간이 시작되기 전 쯤이었다. 메모리아 4인방은 피니시와 함께 직원휴게실에 있었다.

그들은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 중이었다.


"범인이... 여자라고요?"


피니시의 말에 황대근이 깜짝 놀라 물었다.


"그럴 리가...."


황대근 뿐만 아니라 다른 메모리아 직원들도 놀란 눈치였다. 상당히 충격을 먹은 모습이다.


그도 그럴 것이, 4인방은 지금까지 13년 전의 범인이 남자인 줄 알았다고 한다.

당연한 일이다. 그들이 여태까지 얻은 정보는 범인의 성별이 남자라는 것을 암시하곤 했으니까.

어찌 보면 이것 역시 일종의 편견일 수도 있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말했잖아. 리콜을 만났다고."


피니시는 4인방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어제 망각의 호수에 다시 한 번 더 갔거든. 그곳에서 리콜을 만났어."

"그런데 리콜에게 말을 걸려고만 하면 망각의 호수가 자꾸 난동을 부리는 거야. 그 바람에 실질적으로 대화는 못했지."

"대신, 리콜이 호수의 물결을 통해 흘려보낸 정보가 하나 있어."

"그리고 그 정보가 바로, 범인이 여자라는 거였지."


피니시의 말에 여전히 의심을 떨치지 못한 황대근이 물었다.


"조작된 정보 아닐까요? 때로는 무의식 안에서도 정보나 기억은 조작됩니다."


그러자 피니시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니야. 인간 황대근이 5살이었을 때, 바로 그 때 그 시절의 정확한 기억이야. 범인은 여자다. 이건 확실해."


조금 전부터 인상을 팍 찌푸린 채 중얼거리던 혜윰이 말했다.


"잠깐만요, 그럼 뭔가 이상해지는데요?"


피니시가 그런 혜윰에게 물었다.


"뭐가? 뭐가 이상해?"

"아니 그렇잖아요. 검은 복면의 남자가 범인 아니었나요? 그 남자가 지금까지 인간 황대근을 데리고 자기 무의식으로 데려갔던 거잖아요?"


혜윰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황대근이 말했다


"복면 쓴 그 남자의 목소리는 분명 남자였어요."


그러자 레이지가 의견을 첨가했다.


"목소리를 조작한 게 아닐까요?"


황대근이 반박했다.


"목소리를 어떻게 조작합니까?"

"아니 왜, 일본에 그 유명한 탐정 만화 보면 주인공 남자애가 리본 넥타이로 목소리 변조하던데요.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건 판타지 만화 영화니까 가능한 일이죠. 이건 현실입니다."


피니시는 토론하는 두 남자를 말리며 말했다.


"이렇든 저렇든 간에, 내가 조금 전에 말한 건 다 사실이야. 거짓이 아니라고."


4인방은 헷갈렸다.

분명히 검은 복면의 남자가 범인일 텐데, 범인이 분명할 텐데. 피니시의 말은 그들의 가뜩이나 복잡한 머릿속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경기도 평택시 - H고등학교)


사각사각-


3학년 1반 교실은 조용했다.

교실에는 오직 볼펜의 뾰족한 촉이 하얀 종이를 건드리는 사근거리는 소리와, 책상에 엎어진 아이들이 내는 낮은 코고는 소리 뿐이었다.

간혹 가다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도 조근조근 들어오기는 했으나, 신경쓰일 정도는 아니었다.


사각사각—


황대근은 당연하겠지만, 공부를 하고 있었다. 고삼이니까.

이번 시간은 신용호의 시간이었는데, 어차피 신용호는 체육선생이기에 굳이 수업을 할 이유는 없었다.

물론 체육수업을 한다고 해서 문제는 없겠지만, 신용호는 굳이 하지 않았다.


잘못하다가 학부모들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별의 별 소리를 다 듣게 될 테니까.

당장 내일 모레가 수능인데 애들한테 자습시간을 주지는 못할 망정 쓸데없이 체육을 했다느니 하며 욕을 한 바가지로 얻어먹을 것이다.


굳이 학부모들에게 욕을 얻어먹을 이유는 없다.

가만히 있어도 욕 먹는 게 요즘 세상인데, 뭐하러 그러겠는가.


'휴우~'


두꺼운 수학 문제집을 모두 푼 황대근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약 한 달 뒤면, 이 지긋지긋한 짓도 안녕이겠지.


'.....뭐지?'


황대근은 앞자리에 앉아있었는데, 그의 바로 앞에 신용호가 있었다.

그는 칠판 앞에 선생님용 간이 의자를 갖다 두고는 앉아있었다.


찌익-


신용호의 무릎에는 무릎 보호대가 있었다.

그는 불편한지, 딱 달라 붙어있던 무릎 보호대를 풀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신용호쌤은 무릎이 안 좋으시다고 했지.'


황대근은 속으로 생각했다.


'치료를 계속 받고 계신다고는 했는데, 이제 좀 많이 좋아지셨나. 최근 보니까 덜 절뚝거리시는 것 같기는 하던데.'


찌익—


마침내 무릎 보호대를 모두 풀어낸 신용호는 해방된 무릎이 시원한지 미소를 지었다.

그의 손에 들린 무릎 보호대의 사이즈는 제법 컸다.


"그런 보호대는 어디서 사요?'


황대근이 질문하자, 신용호가 보호대를 들어보이며 대답했다.


"약국에서도 팔고, 편의점 같은 데서도 가끔 팔아. 보통은 인터넷에서들 많이 사지. 내 보호대는 그냥 싸구려 짜리야. 5000원."

"사이즈가 꽤 크네요. 허벅지까지 가리는 걸 보면."

"어, 맞아. 조금 긴 걸 사고 싶었거든."


두 남자의 가벼운 대화가 끝나고, 수업시간이 끝나기 약 5분 전 쯤이었다.


"그 문제집이 어딨더라..."


황대근은 책상 속 서랍에 손을 넣고 마구 뒤지고 있었다. 그의 책상 속 서랍은 제법 지저분했다.

더럽게 음식물이 있다거나 이런 것은 아니었고, 단지 정리정돈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뿐이다.


"어, 요건가?"


그렇게 한참을 뒤지다가, 그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게 뭐지?"


그것은 쪽지였다. 아주 깔끔하게 접힌 쪽지였는데, 누가 보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쪽지 겉부분에는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았다.


'누가 보낸 거지?'


황대근은 의문을 가지며 쪽지를 펴 보았다.

쪽지 안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오늘 저녁 7시, H아파트 뒷골목으로 - 안익준]


황대근은 의문스러웠다.

안익준이 나에게 쪽지를 보낸다고?


휙-


황대근은 뒤를 돌아 안익준이 앉아있는 자리를 보았다.

당장이라도 쪽지를 보여주며 이게 무슨 말이냐고 묻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다.

안익준은 잠을 자고 있었기 때문이다.


딩동댕-


그때 4교시 끝나는 종소리가 울렸다.

드디어 학생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점심시간이 된 것이다.


드르륵-


"야, 황대근!"


교실의 앞문이 벌컥 열리고, 천강우가 들어왔다.


"황대ㄱ.... 아악! 신쌤! 왜 때려요!"


황대근에게 달려오던 천강우의 머리를 신용호가 들고있던 출석표로 내리쳤다.


"아직 선생님이 수업 끝내지도 않았는데 뭐 하는 짓거리야, 이게? 요놈아! 함부로 남의 반에 쳐들어와서는!"


결국, 천강우는 머리 위에 난 혹을 매만지면서 점심을 먹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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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외전(完) 22.02.05 53 0 14쪽
299 수능전야 22.02.05 37 1 14쪽
298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3) 22.02.05 22 1 12쪽
297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2) 22.02.04 17 1 12쪽
296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1) 22.02.04 19 1 11쪽
295 등잔 밑이 어둡다 (2) 22.02.03 16 1 12쪽
294 등잔 밑이 어둡다 (1) 22.02.03 15 1 12쪽
293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3) 22.02.02 16 1 12쪽
292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2) 22.02.02 15 1 12쪽
291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1) 22.02.01 17 1 12쪽
290 뒷조사 (3) 22.02.01 17 1 11쪽
289 뒷조사 (2) 22.01.31 17 1 11쪽
288 뒷조사 (1) 22.01.31 15 1 11쪽
287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8) 22.01.30 15 1 11쪽
286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7) 22.01.30 19 1 11쪽
285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6) 22.01.29 16 1 11쪽
284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5) 22.01.29 14 1 11쪽
283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4) 22.01.28 16 1 13쪽
282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3) 22.01.28 14 1 11쪽
281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2) 22.01.27 17 1 10쪽
»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1) 22.01.27 17 1 12쪽
279 공범들 (4) 22.01.26 18 1 11쪽
278 공범들 (3) 22.01.26 15 1 12쪽
277 공범들 (2) 22.01.25 14 1 12쪽
276 공범들 (1) 22.01.25 17 1 12쪽
275 카인과 아벨 (3) 22.01.24 15 1 10쪽
274 카인과 아벨 (2) 22.01.24 14 1 12쪽
273 카인과 아벨 (1) 22.01.23 14 1 12쪽
272 J아파트 살인사건의 전말 22.01.23 18 1 10쪽
271 점점 부서지는 왕국의 벽 22.01.22 1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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