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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안의 블랙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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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5.05 08:35
최근연재일 :
2022.02.05 18:40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13,197
추천수 :
327
글자수 :
1,661,802

작성
22.01.23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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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J아파트 살인사건의 전말

DUMMY

(경기도 평택시 - 구영원)



행복했던 추석연휴가 모두 끝나고 얼마 뒤 9월 27일 화요일, 영부는 한 가지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직접적으로 들은 것은 아니고, 신도들이 떠드는 소리를 우연히 듣게 된 것이다.


'작년에, J아파트에서 남자 공무원 가죽 벗겨져서 죽었었잖아. 기억 나지요?'

'어휴, 말도 꺼내지마요. 그때 생각만 해도 무서워요.'


중년의 두 여성 신도가 구영원의 구석에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자세히 들어보니, 작년 J아파트 살인사건에 관한 이야기인 듯하다.


'그런데 그거 아시죠? 그때 그 범인 말이에요, 여기 구영원 신도였다고.'

'알고는 있는데... 영 껄끄러워요. 정말로 여기 신도였을까요?'

'본인이 직접 자백했대요. 물론 거짓말일 수도 있지만.'

'거짓말일 거예요. 구영원에 스크래치 내려고 거짓말한 거라고요. 분명 그냥 묻지마 살인이었을걸요?'

'중요한 건 이거예요, 그 여자가 감옥에서 자살을 했대요.'

'네? 자살이요? 아니, 감옥에서 어떻게 자살을?'

'칫솔있잖아요. 플라스틱 칫솔. 그 칫솔의 끝부분을 매일매일 갈아서 목을 그었다지 뭐예요?'

'세상에...'

'그런데 그 자살한 여자 집을 보니까, 마약이 나왔다지 뭐예요, 글쎄?'

'엥? 마약이요?'

'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쉽게 구하기 힘든 마약이래요.'

'세상에, 마약사범인가, 그럼?'

'더 무서운 건 뭔 줄 알아요?'

'뭔데요?'

'그 마약이, 얼마 전 GH도서관에서 발견된 마약하고 똑같대요, 글쎄!'



여기까지 듣게 된 영부는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좁혔다. 실제로, 그는 작년 J아파트 살인사건의 배후였기 때문이다. 자살했다는 여자는 실제 구영원 신도가 아니다.


'그 여자, 아까웠는데.'


영부는 원래 그 여자를 라헬의 여종들에 편입시려고 했었다. 허나, 여자의 저항으로 그것은 실패로 돌아갔고, 결국 영부는 다른 방안을 강구해야만 했다.


'내가 도와줄게.'


그때, 고민하던 영부에게 한 남자가 나타났으니, 그것은 검은 복면의 남자였다.

물론, 그때의 복면의 남자는 영부에게 모습을 드러낸지 오래된 때였다.


'내가 시킨 건 어떻게 됐지?'


그 당시, 남자는 영부에게 물었다.


'대충 어느 정도 진행이 되었는지 알고 싶은데, 영부.'

'일단 하고 있어. 조금만 기다려.'

'언제까지? 언제까지 내가 기다려야 하지? 그래, 넌 원래 이랬어. 어렸을 때부터 넌 항상 느렸지. 말은 제대로 들어 먹지도 않고, 알아듣지도 못했어. 그러면서 욕심은 많아서 항상 일을 그르쳤어.'

'난 너처럼 그렇게 머리 좋게 태어나지 못했어! 그리고 그렇게 따지면 너 역시 잘한 건 없어!'

'그래? 그렇게 네가 당당하면 내가 얘기했던 걸 당장 실행해.'

'아니, 그건...'

'거봐, 넌 못하잖아.'

'아니야!'

'그럼 어서 시작해. 황대근 그 녀석이 내가 돌아왔다는 걸 알아야 하지 않겠어?'



결국 J아파트 살인사건의 배후에 영부가 있고, 또 영부의 배후에는 검은 복면의 남자가 있는 것이다.

복면의 남자는 J아파트 살인사건을 통해, 황대근에게 자신의 귀환을 알리려는 속셈이었다.


물론, 자신의 손에는 피 한 방울도 묻히지 않았지만.


'그래서 그 여자를 이용하기는 했지. 나름 잘 하기는 했는데.'


영부는 그 여자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였고, 결국 사리분별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 여자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의지와는 조금도 상관없이 사람을 죽이고 말았다.

그렇게, 영부는 한 여자의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려버린 것이다.


'저기, 제가 들은 이야기가 있거든요.'


영부가 과거를 회상하는 동안, 두 여성 신도는 여전히 수다를 떠는 중이었다.


'제가 예전에 들은 이야기인데, 영부님이 혹시....'

'아니, 하지 마요!'


단발머리의 여성 신도가 상대방의 입 틀어막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 말 함부로 하지 마요. 요즘 구영원 분위기도 뒤숭숭한데!'

'아니, 그런데 솔직히 맞잖아요. 요즘 영부님도 영 이상하시다니까요?'

'휴... 그건 그렇죠.'

'그냥 지난번에 박병철 지파장님 따라 갈 걸 그랬어요.'

'지금이라도 갈까요?'

'하지만, 우리가 여길 쉽게 빠져나갈 수 있을까요?'

'뭐 어때요? 이미 다들 빠져나갔는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 신도는 의기투합하여 서둘러 구영원을 빠져나갔다.

멀찍이서 그녀들의 언행을 지켜보던 영부는, 점점 멀어지는 여자들을 노려보았다.


"어머, 지파장님!"


구영원을 벗어나려던 여자들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는데, 이유가 있었다. 검은 복면의 남자를 마주친 것이다.


"지파장님, 점심 드셨어요?"


결국, 그녀들은 구영원에 남기로 결정했고, 영부는 꼴 사나운 장면을 보며 속을 끓였다.








며칠 뒤 주말, 황석현은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영부에게 형제가 있다는 사실이다.


"어디 보자~"


그는 온갖 잡동사니가 너저분하게 늘어져 있는 사무실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들여다 보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딱히 그래 보이지는 않겠지만, 나름 자료 조사 중이었다.


"위로 형제 한 명이 있다는 거지. 그런데 이상해."


자료를 찾기는 했다. 헌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이 자료는 조작된 것이라는 사실이다.


"형제, 그러니까 남자 형제가 있다는 게 거짓말이라는 거잖아.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아저씨, 뭐 해요?"


황석현이 죄없는 컴퓨터 모니터를 노려보고 있는데, 황규현이 다가와 그의 무릎에 앉았다.

황석현은 원래 사무실에 혼자 오려고 했으나, 황규현의 고집으로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데리고 사무실로 와야만 했다.


다행인 점은, 오늘이 주말이라 사무실이 한가하다는 것이다.

평일 바쁜 시간대였으면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었을 터다.







"상대방의 열등감을 내 손안에 쥐고 있다는 건, 관계의 주도권이 바로 나에게 있다는 뜻도 되지요."


혜윰이 점심을 먹으며 동료들에게 말했다.


"그만큼 상대를 내 마음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조종할 수 있는 거예요."


그러자 숟가락으로 거무튀튀한 죽을 휘적이며 황대근이 물었다.


"무슨 소릴 하고 싶은 건가요?"

"쉽게 얘기하면 이 소리예요. 대근씨가 만약 발에 무좀이 있다고 쳐요."

"저 무좀 없는데요!"


혜윰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 예를 들면 그렇다는 거죠. 예를 들면. 암튼, 그렇다고 치자구요. 그럼 저는 대근씨의 약점인 무좀을 알고 있는 거죠. 그런데 대근씨가 무좀에 대해 열등감이 있어요."

"끙... 유쾌한 예시는 아니네요."

"그럼 저는 대근씨의 약점, 즉 열등감을 손에 쥐고 대근씨를 협박할 수도 있는 거죠. 그렇게 되면 결국 대근씨는 제가 하라는 대로 움직일 수 밖에 없는 거예요."

"혜윰씨 완전 못돼 먹었네요."

"그렇죠. 완전 못돼먹... 아니, 예를 든 거라니까요?!"

"무슨 예를 그런 걸로 듭니까? 저 밤마다 발바닥 박박박박 씻습니다!"

"조용히들 해!"


결국, 참다못한 레이지가 두 남녀에게 소리를 질렀다. 밥상머리에서 무좀같은 이야기를 꺼내고 있는 꼴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밥 먹는데 왜 이리 드러운 얘기들입니까! 그만! 그만!"







(경기도 평택시 - 구영원)



그날 저녁, 영부는 영부실에 있었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영부는 굴러가지 않는 머리를 이용해 궁리를 하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그 놈을 처리할 수 있는 거지? 아니야, 섣불리 처리했다가는... 나도 다친단 말이지. 하지만, 그 놈을 처리하지 않으면 나한테 불리해. 나쁜 놈. 내 약점을 쥐고 나를 괴롭히려 해? 솔직히, 애초에 지가 잘못한 거면서 왜 나한테 뭐라 그런 거지?"


으아악-


"나는 그냥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어차피 얼굴도 제대로 못 드러내는 놈 말을 믿은 내가 병신이지!"


영부는 아마 몰랐을 것이다.

불이 켜진 영부실을, 구영원 건물 밖에서 누군가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재미있네."


영부실을 훔쳐보고 있던 것은 다름아닌 검은 복면의 남자였다.

그 남자의 눈에 비친 영부의 흐릿한 모습은, 마치 뭐 마려운 개 마냥 불안해 보였다.

안절부절 못하면서도, 화를 삭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재밌어. 정말로."


그런 영부를 보며 남자는 씨익 웃었다.


"훤히 보인다, 보여. 네가 무슨 짓을 할지 보인다고. 나한테 무슨 짓을 할지 말이야."


그때, 창문으로 비치는 영부가 영부실을 방방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나름의 좋은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른 모양이다.


그 모습을 보며, 남자는 중얼거렸다.


"네 열등감은 이미 내 손아귀에 있지. 네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너는 내 안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







저녁을 먹고 난 후, 메모리는 직원 휴게실 소파에 앉아 통장을 들여다 보았다.

완전한 무(無)에서 시작한 그의 통장은, 이제는 숫자 0이 5개나 붙어있었다.


"아~ 뿌듯하네. 계속 모은 덕분인가?"


끼이익-


그때, 황대근이 휴게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심장라떼가 들려있었다.


"아, 대근씨! 이것 좀 봐요!"


메모리가 자랑스러운 듯 통장을 들어보였다.


"벌써 이만큼 모았습니다!"


그러자 황대근이 그를 칭찬했다.


"많이 모았네요. 이번에는 또 뭐 안 사십니까? 도박복권이나 일일복권같은 거 말이에요."


황대근이 능글맞게 질문하자, 메모리가 얼굴을 붉혔다.


"이젠 안 해요~ 또 광배한테 끌려가기 싫습니다. 진실의 방.... 거기는 진짜... 합법적 고문을 당하는 곳이라니까요. 진짜! 나의 한계가 어느정도인가를 시험하는데, 그딴 거 더 이상은 알고 싶지 않습니다. 두 번 거기 갔다가는, 제 명에 못 살것 같아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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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외전(完) 22.02.05 52 0 14쪽
299 수능전야 22.02.05 36 1 14쪽
298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3) 22.02.05 21 1 12쪽
297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2) 22.02.04 17 1 12쪽
296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1) 22.02.04 18 1 11쪽
295 등잔 밑이 어둡다 (2) 22.02.03 15 1 12쪽
294 등잔 밑이 어둡다 (1) 22.02.03 14 1 12쪽
293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3) 22.02.02 15 1 12쪽
292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2) 22.02.02 14 1 12쪽
291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1) 22.02.01 16 1 12쪽
290 뒷조사 (3) 22.02.01 16 1 11쪽
289 뒷조사 (2) 22.01.31 16 1 11쪽
288 뒷조사 (1) 22.01.31 14 1 11쪽
287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8) 22.01.30 14 1 11쪽
286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7) 22.01.30 18 1 11쪽
285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6) 22.01.29 15 1 11쪽
284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5) 22.01.29 13 1 11쪽
283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4) 22.01.28 16 1 13쪽
282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3) 22.01.28 13 1 11쪽
281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2) 22.01.27 16 1 10쪽
280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1) 22.01.27 16 1 12쪽
279 공범들 (4) 22.01.26 17 1 11쪽
278 공범들 (3) 22.01.26 14 1 12쪽
277 공범들 (2) 22.01.25 13 1 12쪽
276 공범들 (1) 22.01.25 16 1 12쪽
275 카인과 아벨 (3) 22.01.24 14 1 10쪽
274 카인과 아벨 (2) 22.01.24 13 1 12쪽
273 카인과 아벨 (1) 22.01.23 14 1 12쪽
» J아파트 살인사건의 전말 22.01.23 18 1 10쪽
271 점점 부서지는 왕국의 벽 22.01.22 1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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