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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힘법사의 서재입니다

내 몸 안의 블랙기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5.05 08:35
최근연재일 :
2022.02.05 18:40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13,206
추천수 :
327
글자수 :
1,661,802

작성
22.01.31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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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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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뒷조사 (1)

DUMMY

그날 밤, 인간 황대근은 꿈을 꾸었다.

그는 꿈 속에서 한 남자를 만났다. 처음 보는 남자였다.

그 남자는 검은 복면의 남자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해서 검은 모자의 남자도 아니었다.


"누구세요?"


황대근이 질문했지만, 남자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남자는 그저, 안타까움과 사랑스러움이 뒤섞인 눈빛으로 황대근을 바라볼 뿐이었다.


"따라오라는 거예요?"


남자는 손짓으로 황대근을 불렀다.

황대근은 남자를 따라 어딘가로 걸어갔다.


슥-


남자가 그를 데리고 간 곳은 다름 아닌 문이었다.

그것은 그저 평범하게 생긴 일반적인 문이었는데, 아무것도 없는 어두운 배경에 문만 떡하니 있으니 어딘가 기괴한 느낌을 자아냈다.


"여기로 들어가라고요?"


황대근이 질문하자,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문 뒤에 뭐가 있는 줄 알고 들어가라는 거야?'


황대근은 고민했다. 여길 들어가야 할까?


'하지만 여긴 꿈 속이잖아. 상관없겠지.'


언제부터인가 황대근은 자신이 꿈 속에 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이 과연 언제부터였을까? 검은 복면의 남자를 만난 후부터일까?


'좋아, 별 일이야 있겠어.'


끼이익—


결심이 선 황대근은 남자가 알려준 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잠깐의 심호흡 끝에, 황대근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쿵-


문이 닫히고, 황대근을 이곳으로 안내한 남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나를 모르는 군. 하긴, 모습이 다르니까."


남자의 정체는 헨리였다.

황대근은, 헨리의 초대로 인해 꿈을 꾸게 된 것이다.


"네가 충격을 받겠지만, 이건 너를 위한 일이다."


헨리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굳게 닫힌 문을 쳐다보았다.


"언젠가, 네가 내 정체를 알게 된다면....."


휙-


헨리가 문으로부터 등을 돌렸다.

그의 어깨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내가 너에게 정말로 미안해하고 있다는 것만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한편, 문 너머로 간 황대근은 집에 있었다.

그곳은 전형적인 집이었다. 유치원생부터 어른까지, 모두에게 종이와 크레파스를 주고 집을 그려보라 하면 그리는 바로 그 집 말이다.

네모를 그리고, 그 위에 세모를 그린 다음 굴뚝과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를 그리면 끝이 나는 단조로운 집.


"여긴 누가 사는 곳이지?"


황대근은 잠시 고민했으나,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

집의 거실에 이 집의 주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잠깐만, 저 사람들은?"


황대근은 거실에 모여있는 이들의 정체를 금방 알아낼 수 있었다.

5살로 추정되는 어린 남자아이는 바로 자신이 어렸을 적 모습이다.

그리고 남자아이 옆에는 분명...


"우리 엄마아빤데."


그들은 행복해 보였다.

그런데, 어딘가 씁쓸했다.


핵폭탄이 터지기 전, 알 수 없는 고요함과 기이한 평화로움을 자아내는 모습같다고나 할까.

곧이어 닥치게 될 절망과 불행은 꿈도 꾸지 못한 채, 그저 지금이 좋다고 웃고 있는 저 바보들의 모습.


"우리 대근이 잘하네~"


황대근의 친부모는 어린 황대근과 함께 놀고 있었다.

즐거워 보인다. 행복해 보인다. 뭐라고 해야 할까, 정말로.... 가족같다.


'나한테 저런 시절이 있었나.'


황대근의 마음은 복잡했다.

분명히 자신에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을 텐데, 왜 이렇게 낯선 것일까.

왜 이렇게 어색할까.


'나한테는 저런 시절이 없었던 것만 같아.'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어느 날 갑자기, 그는 애매한 어른이 되어버렸다.

어느 날 갑자기, 그는 어설픈 어른이 되어버렸다.

어느 날 갑자기, 그는 어린아이도, 어른도 아닌 이상한 인간이 되어버렸다.


물론 그가 원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살기 위해서, 살아 남기 위해서,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그랬을 뿐이다.

단지 그것 뿐이다.


쾅쾅쾅—


그때, 갑자기 누군가 집의 현관문을 마구 두들겼다.

어린 황대근은 겁을 집어먹고는 두 손으로 귀를 감쌌다.

그의 친부모는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하며 현관문을 열었다.


그들은 그래서는 안 되었다.

문을 열어주어서는 안 되었다.

최소한 밖에 누가 있는지, 인터폰으로 확인을 했어야했다.


콰앙-


문이 열리고, 누군가 집 안으로 들이닥쳤다.

누군가는 두 명이었다. 남자 한 명, 그리고 여자 한 명.

그들의 얼굴은 아주 험악해 보였다. 무서웠다. 마치 악마처럼 보인다.


'.....잠깐, 저 사람들?!'


두 남녀의 정체를 알게 된 황대근은 그만 넘어질 뻔했다. 다리에 힘이 풀린 것이다.


'아니야, 이건.... 이건.....'


두 남녀의 정체는, 황대근의 양부모들이었다.







(경기도 평택시 - H고등학교)



다음 날 11월 1일 화요일, 수능을 앞둔 H고등학교의 분위기는 영 좋지 않았다.

전주한과 안익준의 부재로 분위기가 뒤숭숭하게 뒤바뀐 것이다.

선생들은 학생들, 특히 고삼학생들에게 정신을 차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허나, 고삼 학생들의 대다수는 자신들에게 벌어진 이 사태에 휘말리고 말았다.

사실, 그들과는 조금도 상관없으니 각자 할 일을 하면 되건만, 학생들을 그러지 못했다.

어떤 학생들은 이번 사태를 기회 삼아 핑계를 대며 공부를 하지 않는 학생들도 종종 보였다.


또 어떤 학생들은, 이번 사태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조퇴를 하거나 결석을 하는 등의 행동을 보이고는 했다.


"우리 반 아주 그지같어, 지금."


천강우는 3학년 3반이다. 전주한은 천강우의 반의 담임이다.


"우리 반은 전주한 그 새끼한테 존나 실망했다고."


천강우의 말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전주한은 학생들에게 인기가 제법 많은 선생이었으니까.

그가 가르치는 과학 과목이 비록 비인기 과목이기는 하지만, 선생 자체는 나쁜 편은 아니었다.

나이 많은 선생들이 대다수인 H고에 드물게 있는 젊은 선생이기도 했으니까.


'어쩐지, 이유는 모르겠는데...'


천강우의 투덜거림을 들으며, 황대근은 생각했다. 바로 자신이 전날 꾼 꿈에 대해서 말이다.


'뭐라 설명할 수는 없지만, 어쩐지 꿈 속에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대근건설 - 제1건물 브레인 사장실)



"대체 뭐 하는 짓이야, 이게!"


쉐도우는 화가 났다.


"왜! 왜 황대근에게 그런 짓을 했느냐고?! 내 계획을 망칠셈이야?!"


그가 화를 내는 대상은 다름 아닌 헨리였다.

쉐도우는 도대체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헨리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고, 또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대체 부모란 것들은 왜 그런 거야?!"


쉐도우는 인간을 몰랐다.

아니, 그는 인간을 안다고 생각했다.

그는 대다수 인간들이야, 이성적이지 못하고 개인적인 감상에 젖어 늘 일을 그르친다고 생각했다.

인간들은 논리적이지 못하고, 자신들이 똑똑하다고 착각하고, 별 것도 아닌 걸로 목숨을 건다고 생각했다.


"부모가 뭔데?! 대체 그게 뭔데?!"


특히 쉐도우가 이해하지 못한 것은 '부모'라는 존재였다.

지금까지 쉐도우가 관찰한 결과, 부모라는 존재들의 행동은 참으로 기이했다.


그까짓 자식이 뭐길래, 저렇게 멍청한 짓을 하는 걸까?

그까짓 자식이 뭐길래, 자신들의 삶을 희생하는 걸까?


저들은 바보인가?

아니면 멍청이들인가?

생각이라는 걸 할 줄 모르는 놈들인가?


"그놈들 정체를 드러내서 뭘 어쩌겠다는 거냐고?! 그렇게 하면 인간 황대근이 멀쩡할 것 같아? 그냥 모르는 척 넘어가란 말이야!"

"자식을 믿으니까."


쉐도우에게 발로 짓밟히던 헨리가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쉐도우에게 폭행을 당하면서, 단 한 번도 신음소리를 내지 않았다.


"나는 자식을 믿으니까."


쉐도우는 헨리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믿는다고? 대체 뭘 믿는다는 거지? 어차피 너랑 황대근은 남이야, 남! 뭘 믿는다는 거냐고?! 남을 믿는 거냐, 너는?!"

"무조건 감싸주는 것이 부모라고 생각해? 그건 아니야."

"뭐?"

"물론 자식이니까, 내 새끼니까 어느 정도는 당연히 감싸겠지. 하지만 그건 아니야."

"......"

"자식을 정말 생각하고, 자식을 정말로 믿는다면, 한 번쯤은 그 녀석이 하고 싶은대로 내버려 두는 것, 그것이 부모의 역할 중 하나야."

"......"

"네가 뭘 알겠어, 멍청아. 한 번도 내새끼 안 키워본 놈이 뭘 알겠냐고."

".....뭐라고?"

"지금까지 그런 적 없고, 앞으로도 네새끼 키워볼일 없다면 그 싸가지 없는 입 다물어, 개같은 놈아."







그날 밤, 인간 황대근은 다시 꿈을 꾸었다.

인간 황대근은 밤에 잠에 들기 전, 한 가지를 생각했다.


'다시 꿈을 꾸게 되면, 그 꿈에 동화되어서는 안 돼. 각성을 해야 해. 꿈이 심상치 않아. 평범한 꿈이 아니란 말이야.'


이번에도 역시 그는 집 안에 들어갔다. 전날 밤 꿈에서 꾸었던 바로 그 집이다.

다른 것은 없다. 배경은 같았고, 그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이 같았다.

가구의 배치부터 신발장에 어질러진 신발들도 모두.


집 안에는 5살 정도의 인간 황대근과 그의 친부모가 있다.

그들의 즐거운 한때가 끝이나고, 누군가 집을 두들겼다.

어린 황대근이 겁을 먹고, 그의 친부모가 문을 열었다.


콰앙-


현관문이 강제로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그리고 이때, 이 모든 장면을 지켜보던 인간 황대근은 생각했다.


'전날 밤 꾼 꿈에 의하면, 분명 지금쯤 나의 양부모님께서 들어와야 해.'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뭐지?'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양부모가 아니었다.

아니, 분명 양부모일텐데, 양부모가 아니다.


'그림자?'


들어온 이들의 얼굴에는 먹물처럼 짙은 그림자가 어려 있었다.

그것은 문어처럼 마구 꾸물거렸다.


'저, 저게 뭐지?'


슈우욱-


얼굴에 그림자를 얹은 이들의 몸에서 검은 손이 뻗어져 나왔다.

그 손들은 즉시 황대근을 향해 날아왔다.


"우, 우왁!"


깜짝 놀란 황대근은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뻗었다.


쿠륵— 쿠르륵—


황대근의 두 손에 이상한 감촉이 느껴진다.

풍선같기도 하고, 이상한 지네를 만지는 것 같기도 하다.


"뭘... 뭘 잡은 거지?"


황대근의 손에 쥔 것은 그림자들의 목이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그림자들의 목을 휘어잡았다.







(대근건설 - 제1건물 브레인 - 사장실)



"크헉!"


헨리와 함께 사장실에 있던 쉐도우는 갑자기 신음소리를 내었다.


"모, 모, 목이....!"


인간 황대근이 꿈 속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기 전에, 쉐도우는 방해공작을 펼쳤다.

그리고 모든 일이 순조롭게, 제 뜻대로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했을 즈음, 쉐도우의 목이 졸렸다.


"크으윽!"


쉐도우는 당황스러웠다.

인간 황대근은 아직 드림워킹의 '드'자도 모르는 초짜다.

헌데, 꿈 속에서 대체 무엇을 알고 내 목을 조른단 말인가?

이 놈은 대체 뭐란 말인가?


'설마 저, 저놈이.... 각성을 했어? 각성을 한 거야? 그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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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외전(完) 22.02.05 52 0 14쪽
299 수능전야 22.02.05 37 1 14쪽
298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3) 22.02.05 22 1 12쪽
297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2) 22.02.04 17 1 12쪽
296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1) 22.02.04 18 1 11쪽
295 등잔 밑이 어둡다 (2) 22.02.03 15 1 12쪽
294 등잔 밑이 어둡다 (1) 22.02.03 15 1 12쪽
293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3) 22.02.02 15 1 12쪽
292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2) 22.02.02 14 1 12쪽
291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1) 22.02.01 16 1 12쪽
290 뒷조사 (3) 22.02.01 16 1 11쪽
289 뒷조사 (2) 22.01.31 16 1 11쪽
» 뒷조사 (1) 22.01.31 15 1 11쪽
287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8) 22.01.30 14 1 11쪽
286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7) 22.01.30 18 1 11쪽
285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6) 22.01.29 16 1 11쪽
284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5) 22.01.29 13 1 11쪽
283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4) 22.01.28 16 1 13쪽
282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3) 22.01.28 13 1 11쪽
281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2) 22.01.27 17 1 10쪽
280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1) 22.01.27 16 1 12쪽
279 공범들 (4) 22.01.26 17 1 11쪽
278 공범들 (3) 22.01.26 15 1 12쪽
277 공범들 (2) 22.01.25 13 1 12쪽
276 공범들 (1) 22.01.25 16 1 12쪽
275 카인과 아벨 (3) 22.01.24 15 1 10쪽
274 카인과 아벨 (2) 22.01.24 14 1 12쪽
273 카인과 아벨 (1) 22.01.23 14 1 12쪽
272 J아파트 살인사건의 전말 22.01.23 18 1 10쪽
271 점점 부서지는 왕국의 벽 22.01.22 1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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