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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힘법사의 서재입니다

내 몸 안의 블랙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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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5.05 08:35
최근연재일 :
2022.02.05 18:40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13,205
추천수 :
327
글자수 :
1,661,802

작성
22.02.03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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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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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등잔 밑이 어둡다 (1)

DUMMY

여경아가 말했다.


"황팀장님, 이것 좀 보세요."

"뭔데?"

"황대근의 양부모에 대한 신상정보입니다."

"이런 거 함부로 알아내도 괜찮나?"

"저희에게는 어느정도의 권한이 있으니까요. 불법루트로 알아낸 것도 아닌데요 뭐."

"그런데 이게 뭐야?"

"좀 이상하죠?"

"이상한 정도가 아니라 수상한데?"

"이 두 사람, 정보 찾는데 진짜 오래걸렸어요."

"대포통장에, 대포폰에.... 대체 뭐야?"

"황형사님, 이것도 좀 보세요."


여경아는 키보드의 한 버튼을 누르더니, 동영상 하나를 재생시켰다.


"13년 전, H아파트 CCTV를 복원한 거예요."

"이건 왜?"

"여길 자세히 보세요."


여경아가 보여준 CCTV에는, 두 남녀의 모습이 찍혀있었다. 화면에 나온 두 사람은 1층 공동현관을 걸어가고 있다.


"자, 얼굴 부분을 확대해 볼게요."


여경아가 두 남녀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며 말했다.


"13년 전에 이 살인사건 터졌을 때, 경찰들은 이 두 남녀에게 관심이 없었죠. 아니, 이걸 확인할 생각조차도 안 했어요. 왜냐하면 그 당시 H아파트 경비원이 CCTV가 고장났으며, 고친지 10년이 넘었다고 했거든요."

"그 말만 믿고 확인을 안 했단 말이야?"

"네. 황형사님도 그때 사건현장에 있으셔서 알잖아요?"

"아니, 나는.... 윗대가리들이 확인했다고 하길래 안 한 거지."

"그걸 믿는 황팀장님도 이상하네요."

"아무튼! 그런데 이 두 사람은 설마.... 자네, 혹시?"

"맞아요. 여기 이 남자 얼굴, 자세히 보세요. 세월이 지나서 약간 늙기는 해도 똑같으니까."


여경아는 다른 동영상을 재생시켰다. 그러더니 씨익 수상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제가 아~주 큰 건 하나 건졌답니다."


이번 동영상 역시 CCTV화면이었다.

화면의 배경을 보아 하니, H아파트 107동, 그것도 저녁시간때의 CCTV화면이다.

황석현은 별다를 것 없는 동영상을 보며 툴툴거렸다.


"아니, 아무것도 안 나오잖아. 이건 그냥 복도 CCTV라고. 여기서 뭐가 나온다..... 어라?"


투덜대던 황석현은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소리를 질렀다.


"아니, 아니! 저게 뭐야?! 이봐, 저 부분 확대해봐!"


여경아가 확대한 CCTV화면 속에는, 양아버지의 얼굴이 보였다.

그의 손에는 흰 라텍스장갑이 씌워 있었는데, 피가 잔뜩 묻어있었다.

황석현은 그런 그를 보며 중얼거렸다.


"아주 수상하게 집에서 나와서... 주위를 두리번 거린다라.... 그런데 저 남자는 H아파트에 살기는 해도 다른 동에 살지 않나? 왜 107동에서 나오는 거야?"


그때, 여경아가 또 다른 동영상을 재생시켰다.


"황팀장님은 저한테 진~짜로 고마워해야 해요. 소고기 사주세요. 한 10인분 쯤 먹게."

"아니 지금 그런 게 문제가 아니야!"


소고기고 뭐고, 황석현은 재생된 동영상을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금 전, 양아버지가 들어갔던 그 집에서 또 다른 남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저 새끼..... 뭐야, 대체?"


또 다른 남자의 정체는 바로 검은 복면의 남자였다.

남자는 두 손을 복면 뒤로 뻗었다. 그러자 여경아가 손뼉을 치며 화면을 가리켰다.


"드디어 나왔네! 여기서부터가 진짜예요. 황팀장님은 저한테 소고기 한 세 번은 사주셔야 한다니까요?"


남자가 복면을 벗었고, 황석현은 입을 떡 벌린 채 한동안 굳어있었다.







(경기도 평택시 - H고등학교)



황대근은 결국 지각을 하고 말았다.


"이야, 지각메이트가 있으니까 좋네!"


그의 곁에는 백경민이 있었다. 백경민은 아침잠이 많아서인지 몰라도, 늘 지각을 하곤 했다.

과장해서 말하면 그가 지각하지 않는 날을 손에 꼽는 것이 더 쉬울지도 모를 정도니까.


"수능치르면 금방 20살이다, 이 놈아!"


물론, 3학년 1반 담임인 신용호는 그런 백경민을 혼냈다.


"아니, 왜 갑자기 20살 만드세요, 쌤?"

"수능만 쳐봐라. 금방 20살이야."

"대학생 되면 이렇게 일찍 안 일어나도 될 걸요!"

"지각하는 놈들이 꼭 그렇게 말하지. 나중에 대학생 되어 봐라. 어? 9시 수업이 너~무 힘들다고 찡찡 댄다니까?"

"아니, 대학생 되어서까지 9시 수업이 있단 말이에요?"

"당연한 거 아니냐?"

"교수들은 왜 잠도 안 잔대요? 좀 자라고 해요."

"늙으면 원래 있던 잠도 달아나는 법이야."

"좀 붙잡으시면 안 되나요?"

"아무튼, 계속 이런 식으로 지각하면 나도 어쩔 수가 없다고."

"저 수시 쓰잖아요. 좀 잘 좀 해줘요. 병결 처리하면 되지 않을까요?"

"체대 간다는 놈이 병결처리는 무슨. 나 이렇게 아프고 빌빌대요~ 하고 광고할 일 있냐?"



결국 백경민은 오늘 하루 야자를 하고 가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대근아."


백경민을 혼낸 후, 신용호는 함께 지각한 황대근을 쳐다보았다.


"무슨 일 있냐?"


신용호는 그를 복도로 따로 불러내었다.


"너 요즘 통 집중을 못 한다. 수능이 코 앞으로 다가와서 긴장했냐?"


신용호의 말에 황대근은 고개를 저었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멍해 있었기에, 신용호는 안쓰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힘든 일이 있으면 이놈아, 말을 해라. 너는 통 그런 말은 안 해서 가끔 속을 모르겠으니까."


황대근은 멍해 있던 두 눈을 부릅 떴다.

신용호가 나를 걱정하는 것인가? 왜? 어째서?

이 인간도 나를 속이려는 것인가?


"나도 예전에 수능 치렀을 때, 엄청 긴장을 했지. 전날 밤에는 글쎄 화장실만 한 다섯 번을 왔다갔다 했다니까. 갑자기 배에서 요란하게 천둥이 치지 뭐냐. 아주 죽겠더라고. 5번쯤 가니까 감독관이랑 다른 학생들이 날 노려보는 것 같기는 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참을 수는 없잖아. 교실에다 지릴 수도 없고."


신용호가 떠드는 동안, 황대근은 생각했다.

대체 저 인간이 왜 날 혼내지 않고 위로를 하려는 것인가?


'거짓말이야.'


이미 황대근의 마음속에는 불신의 싹이 싹트고 있었다.


'원래 그렇지. 어른들은.'

'그런 것처럼 보이면서, 실제로는 전혀 아니니까.'

'날 생각할리가 없잖아.'


황대근이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신용호는 계속 지껄여댔다.


"하지만 말이다, 한 번 치뤄보면 별 거 없는 게 수능이야."

"한 문제 차이로 인생이 갈리니 뭐니 하는데, 그냥 다 개소리라고 생각하고 살아라."

"인생이 겨우 수능 하나로 결정되겠냐? 100세 시대에 수능 치루는 나이는 겨우 19살이다."

"별 것도 아니야. 그러니까 긴장하지 말라고.'

"막말로 대학 못가면 뭐, 인생 망하겠냐? 금방 20살인 네가 뭐가 문제냐?"

"하지만 군대는 일찍 갔다와라. 미뤄봐야 손해야."

"물론, 빠질 수 있으면 빠지는 것도 좋지만 한 번 갔다오는 게 네 미래에 좋다."

"아무튼간에, 긴장하지 말란 말이야."

"주위 어른들이 다 너한테 압박하고 그러지?"

"너희 부모님도 그럴 수도 있어. 원래 부모들이란 건 자식한테 거는 기대가 큰 법이니까."

"하지만 부모님은 부모님이고, 너는 너야."

"너는 네 인생을 사는 거라고."

"부모님 가슴에 대못 박는 일만 안 하면 된다. 너 하고 싶은 대로 살아."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인데, 네가 하고 싶은 걸 해야 하지 않겠냐?"

"심각하게 살지 말어. 그냥 살어."

"대충 살라고, 대충. 그렇다고 막 살지는 말고."



이런 신용호의 말을 들으면서, 황대근은 속으로 고민했다.


'신용호 선생님이라면 날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이 분은 정말로 내게 잘해주셨잖아.'

'조금 거칠기는 하지만, 그래도 좋은 분이란 말이야.'

'이분한테는 그 어떤 기분나쁜 느낌도 없었어.'

'그러니까... 믿어도 될까?'

'딱 한 번만, 딱 한 번만 믿어봐도 될까?'

'그래도 될까?'


허나, 황대근의 마음 저편에서는 이런 생각이 싹트고 있었다.


'아니야, 어른들은 다 못 믿을 존재들이잖아.'

'그 사람들도 나의 진짜 부모인 척 하면서 날 속였어.'

'그 사람들도, 나한테 잘해줬었지.'

'심지어 나는 눈치도 채지 못했어.'

'나는... 나는... 우리 친부모님을 죽인 놈들과 같이 산 거야.'

'그것도 무려 14년을 살았잖아.'

'난 멍청이인가.'

'왜 그걸 눈치 못채서는.'



황대근의 마음속에는 언제부턴가 불신의 싹이 트이고 말았다.


어른들은 믿을 수가 없다.

어른들을 어떻게 믿는가?

어른들은 늘 거짓말만 한다.

우리를 위한 것이라 하면서, 늘 우리를 속인다.

저들은 믿을 수가 없다.

어른들은 적이다.


"정 힘들면, 보건실가서 누워있어도 된다. 확인증도 줄 테니까."


신용호가 말했다.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네가 서울의대를 가든 혹은 대학을 안 가든 그건 네 자유고, 네 선택이야. 나는 네가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직 좋은 날은 많단 말이야. 벌써부터 그러면 안 되지."







1교시가 시작되었고, 황대근은 보건실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는 침대에 드러눕자마자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는데, 아무래도 긴장이 풀린 모양이다.

오늘 새벽부터 집을 탈출하면서 미친듯이 뜀박질을 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으음..."


그는 자신의 무의식 속에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 그는 자신이 있는 곳이 무의식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건강한 아드님이세요.]


무의식 속의 배경은 병원이었다.

그는 한 늙은 여자 간호사의 품에 안겨있었는데, 그의 눈 앞에는 한 남자가 있었다.


[아니... 내가 드디어....!]


그 남자는 바로 젊은 시절의 황대근의 친아버지였다.

황대근이 10년만 더 늙으면 제법 닮아보일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한 번 안아보세요.]


포대기에 싸여있던 아기 황대근은 친아버지의 품에 안기게 되었다.

그의 품에 안긴 황대근은 친아버지의 표정을 생생히 관찰할 수 있었다.


'아빠...?'


그런 표정은 처음 보았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경험해보지 않으면 쉽사리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을 내포한 표정이었다.


'울어?'


친아버지는 울고 있었다.

펑펑 울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의 쏙 들어간 볼 사이로 눈물 한 줄기가 흘러내렸다.


[수고 많았어. 정말 고마워.]


여전히 아기 황대근을 품에 든 채, 친아버지는 침대에 누워있는 친어머니에게 다가갔다.

친어머니의 모습은 매우 지쳐보였지만, 아기 황대근을 보자마자 얼굴에 웃음을 띄웠다.


'기분이 이상해.'


황대근의 마음속은 상당히 복잡한 상태였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모든 어른들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니었다.


'이 세상에 버림받은 줄 알았는데.'

'내 주위에는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내 곁에도 누군가 있기는 있었구나.'

'나한테도... 저런 사람들이 존재했구나.'


스르륵—


그때, 세 사람이 있는 병실에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그림자는 황대근의 친부모의 목을 졸라 죽여버린 후, 바닥에 떨어진 아기 황대근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으악!'


그림자의 팔이 황대근의 배를 관통하려하는 순간, 황대근은 잠에서 깨어났다.


"헉... 헉..."


보건실 침대에 누워있던 황대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누워있던 자리에 땀이 흥건하다.


"뭐, 뭐야....."

"뭐긴 뭐야."


휙-


갑자기 들려오는 낯설지만 익숙한 목소리에 황대근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의 곁에 누군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황대근은 그만 바람빠진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그러자 누군가가 말했다.


"아무리 비명 질러도 여긴 아무도 너 안 찾아와."


황대근은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이 누군가의 존재를 믿기 어려웠다.


"또 다시 만났구나, 황대근. 내가 다시 만날 거라고 했었지?"


누군가의 존재는 바로, 검은 복면의 남자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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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외전(完) 22.02.05 52 0 14쪽
299 수능전야 22.02.05 37 1 14쪽
298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3) 22.02.05 22 1 12쪽
297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2) 22.02.04 17 1 12쪽
296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1) 22.02.04 18 1 11쪽
295 등잔 밑이 어둡다 (2) 22.02.03 15 1 12쪽
» 등잔 밑이 어둡다 (1) 22.02.03 15 1 12쪽
293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3) 22.02.02 15 1 12쪽
292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2) 22.02.02 14 1 12쪽
291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1) 22.02.01 16 1 12쪽
290 뒷조사 (3) 22.02.01 16 1 11쪽
289 뒷조사 (2) 22.01.31 16 1 11쪽
288 뒷조사 (1) 22.01.31 14 1 11쪽
287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8) 22.01.30 14 1 11쪽
286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7) 22.01.30 18 1 11쪽
285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6) 22.01.29 16 1 11쪽
284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5) 22.01.29 13 1 11쪽
283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4) 22.01.28 16 1 13쪽
282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3) 22.01.28 13 1 11쪽
281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2) 22.01.27 17 1 10쪽
280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1) 22.01.27 16 1 12쪽
279 공범들 (4) 22.01.26 17 1 11쪽
278 공범들 (3) 22.01.26 15 1 12쪽
277 공범들 (2) 22.01.25 13 1 12쪽
276 공범들 (1) 22.01.25 16 1 12쪽
275 카인과 아벨 (3) 22.01.24 15 1 10쪽
274 카인과 아벨 (2) 22.01.24 14 1 12쪽
273 카인과 아벨 (1) 22.01.23 14 1 12쪽
272 J아파트 살인사건의 전말 22.01.23 18 1 10쪽
271 점점 부서지는 왕국의 벽 22.01.22 1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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