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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안의 블랙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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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5.05 08:35
최근연재일 :
2022.02.05 18:40
연재수 :
3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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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09
추천수 :
327
글자수 :
1,661,802

작성
22.01.28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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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3)

DUMMY

'저 복면 뒤에 숨겨진 얼굴, 그 얼굴이 궁금해. 난 오늘 꼭 알아야겠어.'


황대근은 두 손을 뻗었다. 그의 두 손이 점점 남자가 쓰고 있던 검은 복면에 가까워졌다.

분명 남자에게 있어서는 위기일발의 상황일 터인데, 남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복면에 가려져 남자의 표정은 조금도 알 수 없었지만, 황대근은 느낄 수 있었다.


남자는 지금 상당히 여유로운 상태라는 걸.


'이 이유 모를 위압감. 이건 대체 뭐지.'


그런 남자의 태도를 보며, 황대근은 자신도 모르게 알 수 없는 중압감을 느꼈다.

물론, 그의 두 손은 여전히 남자의 복면을 향해 뻗어갔다.


덥썩-


황대근이 복면의 밑부분을 쥐려고 하자, 남자가 그의 두 손목을 강하게 낚아챘다.

강한 힘이었다. 황대근은 자신의 손목을 쥐고 있는 이 남자의 강력한 힘을 온 몸으로 느꼈다.


'힘, 힘이... 무슨 힘이 이렇게 세?'


황대근은 조금 당황했다.

지금까지 그는 수많은 사람들, 그러니까 수많은 강한 사람들을 만나왔지만 이 남자는 차원이 다르다.

도대체 무슨 힘이 이렇게 강하단 말인가?


"오늘은 여기까지."


남자가 여전히 황대근의 손목을 쥐며 말했다.


"더 이상은, 아직은 아냐."


남자가 황대근의 손목을 놓아주었다.

그러자 황대근은 자신의 두 손목을 확인했다. 붉은 손자국이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내가 왜 그랬지?'


황대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이 왜 저 남자의 복면을 벗기려 했는지,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황대근."


남자가 황대근으로부터 점점 멀어지며 이렇게 말했다.


"아직은, 아직은 때가 아니야."







(경기도 평택시 - 구영원)



한편, 전주한은 영부와 함께 있었다.


"말씀하신대로 황대근의 책상 서랍 속에 쪽지를 넣어뒀습니다만."


전주한의 말에 영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이상하군요."

"뭐가 이상하단 말씀이십니까?"

"전주한 선생님, 혹시 안익준 학생에게 무어라 언지를 주셨습니까?"

"언지라고요?"

"네. 왜 하필 안익준 학생이 그 시간에 그곳에 있었던 걸까요?"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냥 우연이겠지요."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절묘합니다."

"하지만 저는 정말로 모릅니다. 저는 그 시간에, 그 장소에 안익준이 거기 있을 줄 몰랐다고요."


전주한은 억울했다. 지금 영부는 자신을 의심하고 있다.


'나는 정말로 모른단 말이야! 내가 어떻게 아느냐고!'


허나 전주한이 억울해 하든 말든, 영부는 여전히 그를 의심했다.


"일이 제대로 성사되지 않았으니, 어쩔 수 없이 보류해야겠군요."


전주한은 이해할 수 없었다.


"보, 보류라니요?"

"이번 일이 성사되는 조건으로, 당신에게 금을 주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 그런데요?"

"일이 성사되지 않았으니, 일단 보류해야겠지요."


영부의 말에 전주한은 울화통이 터졌다.

자기가 지금까지 얼마나 노력했는데, 황대근 놈이 없는 틈을 타서, 3학년 1반에 몰래 들어가 쪽지를 놓아두는 등 얼마나 고생했는데 대접이 겨우 요 정도란 말인가?


"영부님, 솔직히 그건 좀 아니.... 아!"


그때, 전주한은 무언가 생각이라도 났는지 고개를 쳐들었다.


"그러고 보니까, 안익준이 왜 그 시간에 거기 있었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습니다!"


그러자 영부가 물었다.


"이유를 알 것 같다는 겁니까?"


전주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3학년 1반 학생들이 없는 틈을 타서, 황대근의 책상서랍에 쪽지를 넣어뒀었죠. 그렇게 하고 복도에 아무도 없나 확인한 다음 교실 뒷문으로 나가려는데, 교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 겁니다."

"이상한 소리?"

"쿵하는 소리였습니다. 누군가 부딪힌 것 같은 소리였죠."

"안익준이었습니까?"

"그건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소리가 들려서 허둥지둥 교실을 빠져나왔거든요."

"....안익준이 몇 반 학생이지요?"


전주한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3학년 1반입니다."







(대근건설 - 메모리아부서)



인간 황대근이 검은 복면의 남자와 헤어지자, 메모리아 4인방은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피니시팀장님 말씀대로 정말 범인이 여자라서 저러는 걸까요?"


혜윰이 동료들에게 물었다.


"자기가 여자니까, 복면을 벗으면 성별이 드러날 테니까 저러는 걸지도 몰라요!"


그러자 메모리가 그녀의 의견에 반박했다.


"하지만 여자같지 않은걸요."

"뭐 가요?"

"아니, 목소리도 그렇고, 풍겨지는 분위기부터가 여자같진 않아요."

"그게 편견이라는 거예요. 세상엔 생각보다 별의별 사람들이 다 살고 있다구요. 그렇게 안일하게 생각하다가 범인을 놓치는 거란 말이에요!"







뚜벅뚜벅—


한편, 검은 복면의 남자는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었다.


"좋은 날씨로군."


길거리에는 낡아빠진 가로등이 줄지어서 있었다. 이 가로등들의 불빛은 약하다 못해 꺼져있는 경우도 꽤 있었다.

날은 어두웠다. 지금 시간이 밤이니 당연하겠지만, 은은하게 이 세상을 비추는 달빛은 이미 모습을 감춘지 오래다. 달빛을 조명삼아 걸어가지도 못할 정도였다.

게다가 구름이 껴있었기에, 더욱 어두웠다.


"딱 좋은 날씨지. 오늘 같은 날은 말이야."


띡—


남자는 아파트 입구로 들어갔다.

1층에 서있는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르자, 문이 열렸다.


쿵-


남자가 그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자 엘리베이터는 불안한 듯 흔들렸다.

어째, 오늘따라 엘리베이터의 조명이 흐릿한 것 같기도 하다.


지이잉—


위로 올라가던 엘리베이터는 금방 멈추었다.

사실, 계단으로 올라가도 무리 없을 층수기는 하지만, 남자는 그냥 엘리베이터를 선택했다.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 오늘따라 힘이 없는 것 같기도 한 그런 무기력한 날.


띠리릭-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남자는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누른 후 안으로 들어갔다.

집은 어두웠다. 평수는 대략 32평 정도로, 혼자 살기에는 조금 넓게 느껴질 수도 있는 크기다.


"흐음...."


남자는 습관적으로 부엌에 있는 의자에 입고 있던 자켓을 걸쳐 놓았다.

그런 다음 화장실에 가서 두 손을 씻었다.


"청결이 중요하지."


불도 켜지 않은 어두운 화장실에서, 남자는 콧노래를 부르며 손을 씻었다.

집은 어두웠다. 그런 탓일까, 분위기가 상당히 으스스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온 몸에 오한이 도는 것만 같았다.


단순히 집의 모든 조명을 껐기 때문이 아니다.

이 집에서 자체적으로 내뿜는 이상한 기운이 있다. 심지어 썩은 내도 나는 것 같다.

청소를 안 해서는 아니다. 청소를 단지 안했다고 이런 냄새가 나지는 않는다.

이 냄새는, 평범한 인생을 사는 인간이라면 단 한 번도 맡아볼 기회가 없는, 그런 냄새다.


"큰일 날 뻔 했군. 녀석이 갑자기 내 복면에 손을 댈 줄은 몰랐어."


남자가 쓰고 있던 복면을 벗었다. 집은 여전히 어두웠기에,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한 가지 알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그의 머리가 짧다는 것 뿐이다.


"어디.... 간단하게 저녁이나 먹어볼까."


남자는 부엌으로 걸어갔다. 그런 다음 의자의 반대편에 놓여진 냉장고 문을 열었다.

집이 으스스해서일까, 냉장고에서 흘러나오는 냉기가 마치 유령같이 느껴진다.


치익-


남자는 냉장고에서 500ml짜리 콜라 하나를 꺼내 마셨다.

이 남자는 사람도 아닌 것인지, 콜라를 분명 원샷으로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트름 한 번 하지 않았다.


"이제 슬슬 움직여볼까."


다 마신 콜라의 텅 빈 캔을 으그러뜨린 후, 남자는 개수대를 향해 찌그러진 캔을 던져버렸다. 그런 다음 그는 거실 옆에 있는 안방으로 들어갔다.

이 방 역시 어두웠다. 방 한 가운데에는 천으로 무언가가 가려진 채 바닥에 눕혀져 있었다.


"오랜만이지, 그렇지?"


남자가 무언가의 위에 올려진 천을 치워버렸다.


솨악-


어쩐지 불길한 소리를 내며 천이 바닥에 스르륵 떨어졌고, 천에 가려져 있던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시체였다.


"거의 완성되었다니까."


그런데 시체가 조금 특이하다.

한 사람의 시체가 아니다.


"아직... 얼굴을 얻지 못했는데."


시체의 모습은 어딘가 기묘했다.

이것은 분명, 여러 사람의 신체 조각을 이어 붙인 시체인형일 것이다.


"원래는 얼굴 부분을 황대근을 하려 했지만.... 이젠 아니야. 마음이 바뀌었어."


남자는 시체인형을 쳐다보던 고개를 들어올리더니, 그 옆 탁자 위에 놓여진 영부의 사진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황대근도 분명 좋아할 거야. 내가 이렇게 정성들여서 인형을 만들어줬으니까.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인형이거든."







(대근건설 - 제1건물 브레인 사장실)



비슷한 시각, 쉐도우는 소파에 앉아있었다.

그의 손에는 사진이 들려있었는데,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니 조금 전 검은 복면의 남자가 보았던 바로 그 시체 인형이었다.


"헨리."


쉐도우가 낮은 목소리로 헨리를 불렀다.

헨리는 사장전용 책상 의자에 앉아있었는데, 힘이 없어 보였다. 기운도 없어 보였는데, 툭 치면 그냥 쓰러질 것만 같았다.


"자네 짓이지?"


쉐도우가 재차 물었지만, 헨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허나 쉐도우는 그런 것 따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자네가 피니시에게 범인이 여자니 뭐니 하며 떠들어 댄 거지?"


헨리는 여전히 대답이 없다.

그러자 쉐도우가 말했다.


"아마 자네는 두 번째 기억을 얻고 싶었겠지. 하지만 자네는 그럴 수 없을 걸."


벌떡-


쉐도우는 들고 있던 사진을 소파 옆 탁자에 올려두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다음, 천천히 헨리에게 걸어갔다.


"헨리, 아동용 판타지 동화에는 이런 이야기가 종종 나와. 죽은 친한 친구나 강아지, 혹은 고양이. 그리고 부모님이 내가 위급상황이 닥쳤을 때 나에게 나타나 도움을 주거나 목숨을 구해주는 이야기 말이야."


어느 새 헨리의 뒷편에 도착한 쉐도우는 그의 양 손으로 어깨를 짚었다.

그 바람에 헨리는 쉐도우의 묵직한 손을 견뎌내야만 했다.


"그런데 말이지 헨리. 그런 이야기는 모두 판타지 세상속의 이야기일 뿐이야.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지. 결국은 사랑으로 귀결되는 유치하고 뻔한 이야기 말이야. 부모나 친한 친구, 혹은 나와 함께 지냈던 동물들이 영원히 내 마음속에 살아있다고 떠들지. 하지만, 그런 건 이 세상에 없어."


쉐도우의 말이 끝나자, 침묵을 유지하던 헨리는 고개를 쳐들었다.


"아니, 있어."


쉐도우가 고개를 저었다.


"있다고? 헨리, 무슨 수로? 네가 무슨 수로 인간 황대근을 돕겠다는 건데? 이미 넌 이 세상 사람이 아니야."

"......"

"넌 죽었어. 13년 전 바로 그 날에."

"....."

"아니지. '너'가 아니지."

"......"

"너희.... 라고 표현해야 더 옳은 거겠지? 인간 황대근의 친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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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외전(完) 22.02.05 52 0 14쪽
299 수능전야 22.02.05 37 1 14쪽
298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3) 22.02.05 22 1 12쪽
297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2) 22.02.04 17 1 12쪽
296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1) 22.02.04 18 1 11쪽
295 등잔 밑이 어둡다 (2) 22.02.03 15 1 12쪽
294 등잔 밑이 어둡다 (1) 22.02.03 15 1 12쪽
293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3) 22.02.02 15 1 12쪽
292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2) 22.02.02 14 1 12쪽
291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1) 22.02.01 16 1 12쪽
290 뒷조사 (3) 22.02.01 16 1 11쪽
289 뒷조사 (2) 22.01.31 17 1 11쪽
288 뒷조사 (1) 22.01.31 15 1 11쪽
287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8) 22.01.30 14 1 11쪽
286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7) 22.01.30 19 1 11쪽
285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6) 22.01.29 16 1 11쪽
284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5) 22.01.29 13 1 11쪽
283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4) 22.01.28 16 1 13쪽
»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3) 22.01.28 14 1 11쪽
281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2) 22.01.27 17 1 10쪽
280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1) 22.01.27 16 1 12쪽
279 공범들 (4) 22.01.26 17 1 11쪽
278 공범들 (3) 22.01.26 15 1 12쪽
277 공범들 (2) 22.01.25 13 1 12쪽
276 공범들 (1) 22.01.25 16 1 12쪽
275 카인과 아벨 (3) 22.01.24 15 1 10쪽
274 카인과 아벨 (2) 22.01.24 14 1 12쪽
273 카인과 아벨 (1) 22.01.23 14 1 12쪽
272 J아파트 살인사건의 전말 22.01.23 18 1 10쪽
271 점점 부서지는 왕국의 벽 22.01.22 1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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