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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힘법사의 서재입니다

내 몸 안의 블랙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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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5.05 08:35
최근연재일 :
2022.02.05 18:40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13,198
추천수 :
327
글자수 :
1,661,802

작성
22.01.24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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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카인과 아벨 (3)

DUMMY

검은 복면의 남자는 인간 황대근에게 과거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무의식 속 저편에 있는 기억 속으로 황대근을 데려갔다.

그러자 남자의 기억 속에 있던 방어기제들이 황대근을 침입자로 착각하고는 그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자~ 너희들은 이만 꺼지시고."


남자가 황대근을 감싸자, 방어기제들은 어쩔 수 없이 후퇴해야만 했다.

어쨌든 그들은 주인의 말을 들어야 할 테니까.


"됐지?"


남자가 물러가는 방어기제들을 보며 황대근에게 말했다.


"내가 앞서갈 테니, 내 발자국을 최대한 따라 밟으며 따라와라. 만약 다른 길로 새면 저놈들이 널 이곳에 묻어버릴 테니까."


황대근은 남자의 걸음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천천히, 그리고 정확히 남자의 발자국을 따라 걸어가다보니, 어느 새 그들은 한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 여긴?"


황대근은 이곳이 어디인지 대번에 알아차렸다.

그의 기억 속에도, 무의식 속에 저편에도 이곳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었으니까.


"여긴, 13년 전의 우리집이잖아요?"


황대근의 말대로, 남자가 그를 데려온 곳은 바로 약 13년 전의 H아파트였다.

이곳은 가정집이다. 4명의 어른들이 거실에 모여 하하호호 떠들어 대고 있다.


하하—


황대근으로 추정되는 어린 아이는 어른들과 떨어져 로봇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붉은색의 쫄쫄이를 입은 히어로 인형을 들고 있는 것을 보니 아마, 파워레인져 같은 장난감일 터다.


"저 사람들은 누구지?"


황대근은 5살의 황대근으로부터 고개를 돌려, 거실에 있는 어른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그들은 황대근의 친부모, 젊은 시절의 영부, 그리고 검은 복면의 남자였다. 다른 이들은 모두 얼굴이 보였으나 남자는 아니었다.


과거에도 저러고 다닌 것인지, 아니면 기억을 조작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남자는 이때도 복면을 쓰고 있었다.


"호호, 영부님!"


황대근의 친어머니가 영부를 불렀다. 아니, 과거의 영부가 아니었다.

13년 전에는, 검은 복면의 남자가 영부였던 것 같다.

친어머니는 남자를 영부라고 불렀다.


"과일을 좀 더 드릴까요?"


친어머니가 묻자, 영부 그러니까 검은 복면의 남자는 사양했다.


'저 남자가 영부라고?'


황대근이 이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동안, 친어머니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과일을 더 가지러 가려는 것인지, 아니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얼마 뒤 과거의 영부 역시 화장실을 가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실에는 결국 검은 복면의 남자와 친아버지만 남게 되었다.


후우—


두 사람이 거실을 떠나자, 친아버지는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친아버지가 남자에게 담배를 권했으나, 남자는 거절했다.


"괜찮습니다. 저는 담배를 피우지 않습니다. 그나저나 그 담배는 독한 담배가 아닙니까?"


친아버지가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 와이프가 참 싫어하죠. 독한 담배 피운다면서요."

"어렸을 때부터 그 담배를 피우셨나요? 국내에서 가장 독한 담밴데."

"네. 제가 고등학교 때였나? 친구놈이 권해서 호기심에 피우기 시작한건데... 그게 화근이었죠. 애초에 피워서는 안 됐는데."


친아버지가 연기를 내뿜는 순간, 황대근은 기억 속의 담배냄새를 선명히 맡을 수 있었다.


'이, 이 냄새는?'


그가 담배냄새와 관련된 기억을 무의식 저편에서 끌어오려는 순간, 현재의 검은 복면의 남자가 말했다.


"여기서는 더 이상 볼 게 없어. 아직까지는. 다른 곳으로 가 보는 게 어떨까?







장면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검은 복면의 남자와 황대근은 방 안으로 순식간에 스르륵하고 이동했다.

황대근이 이곳이 어느 방인지 궁금해하며 방 안을 둘러보는데,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잘 해주겠다니까요!"


영부의 목소리다. 그는 친어머니에게 애걸하고 있었다.


"저는 싫어요. 제가 몇 번이나 싫다고 했잖아요? 거절을 이만큼 했으면 좀 알아들으세요 지파장님!"


황대근이 상황을 판단해보니, 영부가 친어머니에게 구애를 한 듯 하다. 허나, 친어머니는 이미 결혼한 몸.

하지만 영부는 끈질겼다.


"저 자식 말은 잘 들으면서, 왜 내 말은 안 듣는 겁니까?"


저 자식이라 함은, 분명 검은 복면의 남자를 가리키는 것일 테다.


"영부님은 그래도 말이 되는 소리를 하시잖아요. 하지만...."

"내가 아직 영부가 안 되어서 그런 겁니까?"

"그런 게 아니라니까요! 왜 자꾸 이러시는 거예요?"

"나랑 한 번만 만나보자고, 한 번만! 그게 그렇게 어려워!?"

"싫어요!"


친어머니는 끈질기게 들러붙는 영부의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등을 돌리며 팔짱을 꼈다.


"아무런 감정도 없는 사람하고 만날 생각 없어요. 그리고 저한테는 대근이가 있어요. 이러지 마세요."

"그 말, 진심입니까?"


영부가 묻자, 친어머니가 대답한다.


"진심이에요."

"크으...."

"저는 당신하고 잘해볼 생각이 조금도 없어요. 왜 자꾸 착각하는 거예요? 이젠 그만하세요. 저 힘들어요."

"...."

"그리고, 자꾸 이러시는 거 솔직히 좋아 보이지 않아요. 찌질해 보인다고요."


친어머니가 마지막 일격을 날린 후 짐을 챙겨 방문 손잡이를 잡았을 때였다.


"기분 더러워지게 만드는 년!"


퍼억-


영부가 소리침과 동시에, 친어머니는 바닥에 쓰러졌다. 영부가 그녀의 머리를 녹슨 망치를 이용해 내리친 것이다.

친어머니가 바닥에 쓰러진 채, 피를 흘리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으나 영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이렇게 중얼거릴 뿐이었다.


"신의 선택을 감히 네가 거부해? 그건 죄악이야, 죄악. 넌 천벌을 받은 거라고."


황대근은 충격을 먹었다.

이 기억이 조작된 것이 아니라면, 그렇다면 영부가 13년 전의 범인이란 말인가?

그럼 내 옆에 있는 이 남자는 또 뭔데?


"황대근."


친어머니가 눈 앞에서 쓰러지는 장면과, 혼란스러운 다량의 정보에 힘겨워하는 황대근에게 남자가 말했다.


"이제 슬슬 아까 왔던 곳으로 가 볼까? 지금쯤이면 시간이 됐을 거야.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말이지."







검은 복면의 남자와황대근은 눈 깜짝할 사이에 거실로 이동했다.

거실에는 두 구의 시체가 있었다. 처음 보는 젊은 여자와, 친아버지의 시체였다.


"음~"


과거의 검은 복면의 남자는 소파에 앉아 멀뚱하니 시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곧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과거의 영부가 방에서 나왔다. 그의 몸에 피가 묻어나 있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과거의 남자가 영부에게 말했다.


"피는 좀 닦지?"


과거의 영부는 남자의 물음에 대답하지도 않고 물었다.


"너, 내가 이럴 줄 알고 데려온 거야?"

"무슨 말이야?"

"내가 저 여자를 죽일거라고 예상했지? 그렇지?"

"뭐, 어느 정도는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

"대체 왜?! 대체 왜 내가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내가 그런 놈 같ㅇ..... 뭐야, 이 두 놈 년들은 뭐냐고?! 얘네는 왜 죽어있어?!"


과거의 영부가 거실의 두 시체를 보며 소리치자, 과거의 남자가 말했다.


"널 위해 죽인거야."

"날 위 해 죽인 거라고? 무슨 개소리야?!"

"네가 그 여자를 죽일 걸 알았거든. 살인을 저질렀으니, 넌 분명 벌을 받을 테지 마치 검은 책 속의 카인처럼."

"닥쳐."

"하지만 걱정하지 마. 나의 형제여. 난 널 도와줄 수 있어."

"닥치라고 했잖아! 네가 날 무슨 수로 도와?!"


과거의 남자가, 과거의 영부에게 다가가 머리에 손을 얹고 말했다.


"널 죽이는 자는, 일곱배의 벌을 받도록 만들어주겠어. 내가 약속하지."


머리에 얹은 손에서 무언가 날카로운 빛이 번쩍 하더니, 과거의 영부가 바닥에 쓰러졌다.


"으윽!"


현재의 황대근 역시, 그 눈부시면서도 날카로운 빛에 순간 괴로워했다.


"이, 이봐!"


바닥에 쓰러진 과거의 영부가 두 손을 덜덜 떨면서 물었다.


"내... 내 몸 속에 무슨 짓을 한 거야? 몸이... 몸이 뜨거워...!"


영부의 질문에 과거의 남자가 대답했다.


"드림워킹이야."

"드... 드림워킹...?"

"네가 구영원의 영부가 될 수 있게 도와주지. 네가 방금 저지른 이 짓 모두, 내가 다 뒤집어써 주지."

"저... 정말로?"

"그래. 대신, 네가 날 좀 도와줘야 해."

"뭘 도와줘야 하는데?"

"나 대신 구영원을 맡아줘."


말을 마친 과거의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다음, 거실 한구석에서 벌벌 떨고 있는 어린 5살의 황대근에게 다가갔다.

아이는 또래 5살들 중에서도 가장 체격이 작은 편이라, 5살이 아닌 4살 정도로 보였다.


슥-


과거의 남자가 아이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그와 동시에, 어디선가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봐."


과거의 남자가 과거의 영부에게 말했다.


"이 아이가 어느정도 자라기 전까지, 나는 다른 곳에 있을 거야."


그러자 과거의 영부가 소리쳤다.


"뭐? 그럼 나는 어떡하라고?!"

"걱정하지마. 네 몸 속에 나를 심어뒀으니, 내가 널 도와줄 테니까."

"몸 속에... 너를 심어놨다고?"

"바로 이해하기는 어려울 거야. 하지만, 곧 알게 될 거다."

"무, 무슨....?"

"얼굴을 씻고, 옷을 갈아입은 다음 어서 여길 빠져나가라."

"하지만, 너는...!"

"내 걱정은 하지 마라. 어서 옷을 갈아입고, 얼굴을 씻어. 그리고 여길 벗어나."


과거의 남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현재의 황대근과 현재의 남자는 그 곳에서 빠져나왔다.

그 과정에서, 황대근은 거실쪽에 있는 현관문이 열리는 것을 느꼈다. 누군가 들어온 듯 한데, 누군지는 모르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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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외전(完) 22.02.05 52 0 14쪽
299 수능전야 22.02.05 36 1 14쪽
298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3) 22.02.05 21 1 12쪽
297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2) 22.02.04 17 1 12쪽
296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1) 22.02.04 18 1 11쪽
295 등잔 밑이 어둡다 (2) 22.02.03 15 1 12쪽
294 등잔 밑이 어둡다 (1) 22.02.03 14 1 12쪽
293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3) 22.02.02 15 1 12쪽
292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2) 22.02.02 14 1 12쪽
291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1) 22.02.01 16 1 12쪽
290 뒷조사 (3) 22.02.01 16 1 11쪽
289 뒷조사 (2) 22.01.31 16 1 11쪽
288 뒷조사 (1) 22.01.31 14 1 11쪽
287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8) 22.01.30 14 1 11쪽
286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7) 22.01.30 18 1 11쪽
285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6) 22.01.29 15 1 11쪽
284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5) 22.01.29 13 1 11쪽
283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4) 22.01.28 16 1 13쪽
282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3) 22.01.28 13 1 11쪽
281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2) 22.01.27 16 1 10쪽
280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1) 22.01.27 16 1 12쪽
279 공범들 (4) 22.01.26 17 1 11쪽
278 공범들 (3) 22.01.26 14 1 12쪽
277 공범들 (2) 22.01.25 13 1 12쪽
276 공범들 (1) 22.01.25 16 1 12쪽
» 카인과 아벨 (3) 22.01.24 15 1 10쪽
274 카인과 아벨 (2) 22.01.24 13 1 12쪽
273 카인과 아벨 (1) 22.01.23 14 1 12쪽
272 J아파트 살인사건의 전말 22.01.23 18 1 10쪽
271 점점 부서지는 왕국의 벽 22.01.22 1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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