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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힘법사의 서재입니다

내 몸 안의 블랙기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5.05 08:35
최근연재일 :
2022.02.05 18:40
연재수 :
3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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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12
추천수 :
327
글자수 :
1,661,802

작성
22.01.2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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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공범들 (2)

DUMMY

"나는 사실 내 목소리가 마음에 안 들어."


영부의 몸 속에 있는 회사의 쉐도우를 닮은 사장이 미스터 이머전에게 말했다.


"뭐라고 해야 하지? 원래는 내 목소리가 이렇지 않았거든. 그런데 어느 날 보니까.... 내 목소리가 요 모양 요 꼴이 되고 말았지."

"저도 사장님의 원래 목소리가 기억이 납니다."

"그렇지? 너도 기억하지?"

"네. 사장님의 멋들어진 동굴 목소리를 저는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 나는 그때가 그리워. 언제쯤이 되어야 목소리가 돌아올까?"

"'그 사람'이 죽어야만 돌아올 겁니다. 그러지 않으면 사장님의 목소리는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나도 그건 알아. 하지만 '그 사람'을 어떻게 죽이냐?"


"......"

"이상은 좋다 이거야. 하지만 방법이 없잖아. 내가 반항을 해도 그 놈은 나를 언제나 쥐고 흔든단 말이야."

"......"

"13년 전에, '그 사람'이 영부의 머리에 손을 얹은 후부터였지."

"......"

"'그 사람'은 영부를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었던 거야. 자기 마음대로 영부를 조종하기를 원했겠지."

"....."

"끔찍해 죽겠어."

"......"

"하지만 인정해야지 뭐 어쩌겠어. '그 사람'은 드림워킹의 천재야. 가히 이 시대 최고의 드림워커라고 할 수 있을 걸."

"계속 이대로 계실 겁니까?"


"...뭐?"

"저희의 주인은 영부입니다. 영부를 위해서라면, 저희들은 무엇이든 해야 하는 것이 법칙 아닙니까?"

"나도 그러고는 싶은데, 뾰족한 수가 있어야지."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기다리라고?"

"네. 조금만 기다리시면, 인간 황대근도, '그 사람'도 모두 처리해 버릴 테니까요."

"야, 내가 그 말만 몇 번을 들었는 줄 아냐?"

"....."


"소용없어. 영부가 아무리 우리의 존재를 알아도, 우리 회사는 너무 힘이 없어."

"원래 인간이 나이 먹으면 몸 속의 회사도 늙습니다. 나이는 못 속이는 법이죠."

"뭐 이 새끼야?"

"아, 아니.... 그러니까..."

"나이 같은 소리하네. 요즘은 60대도 팔팔한 청춘이라고 하거든?"

"죄송합니다!"

"영부는 아직 50대야! 금방 60되기는 하지만! 아직 팔팔하다고! 정력 세다고!"







그날 밤, 인간 황대근은 또 다시 검은 복면의 남자의 무의식속에 가게 되었다.


"저 사람은.....?"


남자가 보여준 것은 다름 아닌 황석현이었다. 그것도 13년 전의 황석현.


"저 사람 그 사람인데?"


황대근은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내가 저번에 봤던 그 형사 아닌가? 왜 저기에 있는 거지?


"저희 측에서는.... 현재..."


황석현은 인터뷰 중이었다.


"....아마 공범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게 된 황대근은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다. 그곳은 13년 전 자신의 집이었다.

집에는 여전히 노란색의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었고, 동네 사람들은 마치 미어캣 마냥 고개를 쭉 내밀고 자신의 호기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황대근은 자신의 옆에 있는 검은 복면의 남자를 쳐다보았다.


나를 왜 이곳에 데리고 온 것일까? 왜 저 남자를 보여주는 걸까?

설마 내가 황석현에게 보냈던 편지를 알아챈 것일까?

그럴 가능성은 적지만.... 편지가 제대로 도착하지 못한 걸까?

저 남자가 도중에 편지를 가로챈 걸까?


황대근이 이렇게 고민하고 있었지만 남자는 요지부동이었다. 오히려 즐거워 보였다.


"미쳐버리겠구만..."


어느새 인터뷰를 모두 마친 과거의 황석현은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기가 막힐 정도로 증거를 인멸했잖아? 대충 범인이 누군지는 알 것 같은데... 젠장할."


황석현은 점점 멀어지는 기자의 뒷통수를 한참 동안이나 노려보다가, 방 안으로 들어갔다.

피해 여성, 그러니까 황대근의 친어머니가 과거의 영부로부터 살해된 바로 그 방이었다.


"허, 참나! 대담한 성격인가 보군."


황석현은 벽에 쓰인 문구를 보며 투덜거렸다.

그 문구는 범인이 피해자의 피로 남긴 것이었다.


"황형사님!"


그때, 여경아가 열려있는 문을 통해 들어왔다.

황대근은 물론 이 여자를 몰랐지만, 이때의 여경아는 지금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

그녀의 곁에는 한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는 남경준이었다.


"황형사님! 용의자를 찾았습니다!"


여경아가 황석현에게 말하자마자, 장면이 바뀌었다.

크게 무언가 바뀐 것은 아니다. 그저 방에서 거실로 바뀌었을 뿐이다.

황석현은 어쩐지 싸늘한 분위기가 풍기는 거실에 서서 여경아가 건넨 자료를 보고 있었다.

그 자료는 바로, 현재의 영부가 용의자라는 것을 증명하는 자료였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점이 있어요."


여경아가 황석현에게 말했다.


"이 영부를 용의자로 지목한 다음 DNA를 분석해봤는데, 범인이 아니었어요."

"DNA를 분석했어?"

"네. 살해현장에서 발견된 범인의 흔적으로 추정되는 걸 이용했는데.... 범인이 아니었어요."

"그럼 무슨 이유로 영부를 범인으로 지목한 거야?"

"그야.... 아파트 CCTV로 확인했으니까요."

"아파트 CCTV?"

"네. 피해자 두 명하고, 영부가 CCTV에 찍혔어요. 그리고 또 한 명, 여자가 있었죠."

"내연녀? 그 피해여성 말하는 거냐? 그 여자라면 나도 알아."

"아뇨, 그 여자가 아녜요. 피해여성이 아니라구요."

"또 다른 여자가 있어?"

"네. 아마 영부랑 공범일 것으로 추정되는 여자였죠."

"그 여자, 신원파악했어?"

"아뇨, 신원파악이 안 됩니다."


황석현은 당황스러웠다.


"뭐라고?"

"조작을 했는지 어쨌는지, 영 확인할 수가 없어요."

"이런..."

"아, 그런데 한 가지 더 있어요."

"뭔데?"

"범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저한테 이걸 보냈어요. 아, 참고로 이걸 어디서 보냈는지는 못 알아냈어요. 알아낼 수 없게 그쪽에서 조치를 취한 모양이에요. 접근하려고만 하면 컴퓨터가 다운되거든요."







얼마 뒤 10월 1일 토요일이 되었다.

황석현은 의자에 허리를 기대 앉아, 애써 머리를 굴려가며 현재 상황을 생각해 보았다.


"수상한 사람 두 명의 존재를 알게 되긴 했어. 여기까진 좋아. 하지만 일단 보류해야해. 우선은 구영원을 족쳐야 하니까."


그는 베테랑 형사다. 일의 우선순위를 아는 사람이다.

그러니 구영원부터 처리해야 한다는 그의 생각은 옳다. 하지만, 그 역시 사람이다.

사람이기에, 수상쩍은 냄새가 나고 어딘가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되는 법이다.


"수상한 그 두 사람, 두 놈이 의심스럽단 말이야. 구영원부터 처리해야 하는 건 맞는데... 그래도 의심스러워. 아오, 이 두 놈부터 처리하고 싶은데!"


그렇게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하다, 황석현은 컴퓨터를 켰다.

컴퓨터가 켜지고, 그는 파일에 있는 음성파일을 재생했다.

음성파일이 저장된 날짜는 약 13년 전. 오래 된 파일이라 음질은 구리다.


지직—


잠시 지직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파일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지직—


[황형사님.]


"아오, 씨바..."


목소리를 듣자마자, 황석현은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십 년을 넘게 이 목소리를 매일같이 들었지만, 여전히 적응 되지 않는다.

심지어, 얼마 전 안락원에서 그 목소리를 직접 들었음에도 계속 적응이 되지 않는다.


[황형사님, 저를 찾는 줄로 압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검은 복면의 남자다.

이 음성파일은 약 13년 전, 황석현이 한창 살인사건을 조사할 때 여경아가 건넨 음성파일이다.

황석현은 늘 이 목소리를 찾아 헤맸지만, 목소리의 주인을 찾지 못했다.


[아직은,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헌데, 이때로부터 13년이 지난 지금 드디어 목소리의 주인을 찾은 것이다.


[언젠가 그 때가 올 겁니다. 형사님과 제가 만날 수 있는 그 날 말이죠.]


황석현은 13년 전, 여경아가 했던 말을 떠올린다.


'황팀장님, 범인을 여자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그래.'

'CCTV에 찍힌 것만 보고요? 그 화질 구린 거?'

'범인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잖아. 화질이 구리기는 해도, 어쨌든 여자였어.'

'단지 머리가 길고 체격이 작고 피부가 하얗다는 이유만으로 범인의 성별을 여성이라고 단정 짓는 건 너무 단식판단아닐까요?'

'흠...'

'잘 생각해봐요. 그냥 머리긴 남자일 수도 있잖아요? 요즘은 남자들 중에서도 여자들보다 체격 작고 마른 남자들도 태반이니까요.'


황석현은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면 그 검은 복면의 남자 체격이.... 큰 건 아니었지. 분명 나이는 나랑 엇비슷할 텐데, 그 흔한 뱃살도 없었고...."


황석현은 머리가 아파왔다.

복면남이 범인인 것은 확실한데, 13년 전 CCTV에 찍혔던 건 대체 뭐였나? 역시, 자신의 편견일까? 고정관념일까?


"썩을, 골치아파 죽겠구만!"


결국, 머리가 터질 것 같은 황석현은 자리를 박차고 커피 사러 밖으로 나갔다.







(대근건설 - 제1건물 브레인 - 사장실)



쉐도우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와그작-


그는 손님용 소파 앞에 있는 사장 전용 소파에 앉아있었다.

얇디 얇은 다리를 꼰채, 그는 손에 들고 있는 팝콘통을 지분거렸다.


"맛있군."


팝콘통 안에는 캬라멜맛 팝콘과 어니언맛 팝콘, 그리고 평범한 맛의 팝콘이 섞여 들어있었다.


"캬라멜맛은 너무 달군. 난 그냥 평범한 맛이 좋은 것 같아."


시건방진 자세로 팝콘이나 씹는 것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예의바른 자세인지는 모르겠으나, 쉐도우는 나름 즐거워 보였다.


똑똑-


팝콘통의 팝콘이 절반 정도 비어졌을 때 쯤, 누군가 사장실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곧, 누군가 사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쉐도우 비서님."


누군가는 다름 아닌 팝콘브레인이었다.


"아~ 오셨군요! 여기 앉으시죠."


쉐도우가 자리를 권하자, 팝콘브레인은 손님용 소파에 털썩 앉았다.


"왜 부르신 겁니까?"


팝콘브레인이 묻자, 쉐도우가 팝콘통을 그에게 들이밀며 말했다.


"성격이 급하시군요. 팝콘 좀 드시겠습니까?"


팝콘브레인이 고개를 저었다.


"아뇨, 배가 고프진 않습니다."

"그래요? 팝콘브레인씨는 팝콘을 좋아할 줄 알았는데."


재미도 없는 개그같지 않은 개그에 팝콘브레인은 인상을 찌푸렸다.


"큼큼, 왜 부르신 건지 말씀해 주시죠."


절반 정도 남은 팝콘을 소파 옆 탁자에 올려놓은 후, 쉐도우가 말했다.


"저를 좀 도와주셔야겠습니다."

"도와달라고요?"

"네. 당신이 아주 잘 하는 거 있잖습니까."

"제가 잘 하는 거라면...?"

"당신은 인간들이 집중을 하지 못하게 방해하고는 하죠. 생각하려 했던 것도 금방 잊어버리게 만들고요."

"그렇죠."


슥-


쉐도우가 자료 하나를 팝콘브레인에게 건넸다.


"별로 어려운 부탁은 아닐 겁니다."

"이게 뭔가요?"

"그게 무엇인지는 굳이 알 것 없습니다. 다만, 제 부탁은 이겁니다. 당신은 그 기억을 쥐고 있기만 하면 됩니다."


팝콘브레인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쥐고만 있으라는 건 식은 죽 먹기니까, 까다로운 부탁은 아니었던 것이다.


"뭐, 별 것도 아니네요."


어려운 부탁을 받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팝콘브레인을 보며, 쉐도우는 속으로 생각했다.


'됐어. 이제 두 번째 기억에 관한 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 아직은 인간 황대근이 그 사실을 알게 되어선 안 되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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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외전(完) 22.02.05 53 0 14쪽
299 수능전야 22.02.05 37 1 14쪽
298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3) 22.02.05 22 1 12쪽
297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2) 22.02.04 17 1 12쪽
296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1) 22.02.04 18 1 11쪽
295 등잔 밑이 어둡다 (2) 22.02.03 15 1 12쪽
294 등잔 밑이 어둡다 (1) 22.02.03 15 1 12쪽
293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3) 22.02.02 16 1 12쪽
292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2) 22.02.02 14 1 12쪽
291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1) 22.02.01 16 1 12쪽
290 뒷조사 (3) 22.02.01 16 1 11쪽
289 뒷조사 (2) 22.01.31 17 1 11쪽
288 뒷조사 (1) 22.01.31 15 1 11쪽
287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8) 22.01.30 14 1 11쪽
286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7) 22.01.30 19 1 11쪽
285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6) 22.01.29 16 1 11쪽
284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5) 22.01.29 13 1 11쪽
283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4) 22.01.28 16 1 13쪽
282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3) 22.01.28 14 1 11쪽
281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2) 22.01.27 17 1 10쪽
280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1) 22.01.27 16 1 12쪽
279 공범들 (4) 22.01.26 17 1 11쪽
278 공범들 (3) 22.01.26 15 1 12쪽
» 공범들 (2) 22.01.25 14 1 12쪽
276 공범들 (1) 22.01.25 16 1 12쪽
275 카인과 아벨 (3) 22.01.24 15 1 10쪽
274 카인과 아벨 (2) 22.01.24 14 1 12쪽
273 카인과 아벨 (1) 22.01.23 14 1 12쪽
272 J아파트 살인사건의 전말 22.01.23 18 1 10쪽
271 점점 부서지는 왕국의 벽 22.01.22 1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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