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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힘법사의 서재입니다

내 몸 안의 블랙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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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5.05 08:35
최근연재일 :
2022.02.05 18:40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13,208
추천수 :
327
글자수 :
1,661,802

작성
22.01.3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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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뒷조사 (2)

DUMMY

다음 날 11월 2일 수요일, 황대근은 아침 일찍 일어나 등교를 하고 있던 중이었다.


'손이 얼얼해.'


아침에 일어났을 때부터, 황대근의 두 손은 벌개져 있는 상태였다.


'손바닥이 왜 이렇게 새빨간 거지?'


그의 두 손은 빨갛다 못해 거의 부풀어올라 있었다.

물집이 잡힐 정도로 부푼 것은 아니었으나, 조금만 더 심한 상태였다면 충분히 물집이 잡히고도 남았을 정도였다.


"내가 자는 동안 뭔 짓을 했나?"


황대근은 별의 별 생각을 다 하며 모든 가능성을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자신의 잠버릇이 고약하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리 잠버릇이 고약해도 그렇지. 저렇게 되나.... 아!"


그제서야 그는 가장 확률이 높은 가능성을 하나 떠올렸다.

바로, 그가 전날 꾸었던 꿈이었다.


'분명히, 그림자의 목을 내가 졸랐어. 내가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모르게 그렇게 했어.'

'그런데, 꿈에서 그렇게 생생한 감촉을 느낄 수도 있나?'

'마치 현실 같았어.'

'꿈이 내가 원하는대로 움직일 수 있는 걸까?'

'하지만 그게 가능한가?'

'원래 꿈이라는 건 그날 꾸고 바로 잊어버리는 거 아니었나?'

'꿈은 꿈일 뿐인데, 현실에서도 이렇게 반응이 온다고?'

'말도 안 돼. 그냥 내가 자면서 박수를 치든 뭘 하든 했겠지. 그랬던 거겠지.'

'하지만.... 그래도 뭔가 이상해.'

'꿈이 너무 생생했어. 마치 현실처럼.'


"황대근!"


황대근이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있는데,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경민의 목소리였다. 그는 황대근이 서 있는 횡단보도의 저편에 있었다.


띡—


횡단보도의 불이 초록불로 바뀌자마자, 백경민은 황대근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뭘 멍 때리면서 걷고 앉아있어?"


백경민이 묻자, 황대근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잠을 좀 설친 것 같어."


그러면서 황대근은 자신의 여전히 붉은 두 손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백경민이 말했다.


"너 자면서 이상한 짓 하냐?"

"아니, 그런 거 아니라고."

"너무 격한 건 건강에 좋지 않아. 두 손이 벌게질 정도라는 건..."

"아니, 그런 거 아니라니까?"

"하지만 걱정하지 마. 그런 건 다 건강하다는 증거니까, 너무 스트레스받을 건 없어. 원래 우리 나이 때는 그럴 수 있다고."


황대근은 설명하기를 포기했다.

그런 황대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백경민은 계속해서 지껄였다.


"그나저나 나 요즘 아침마다 삼겹살 먹어. 이제 대회가 모두 끝났거든? 더 이상 체급 맞추려고 닭새끼 안 먹어도 된다고! 존나 행복하다!"


확실히, 백경민은 평소보다 살이 제법 오른 상태였다.

허구한 날 대회 체급 맞춰야 한다면서 별의 별 짓을 다 한 그였다.

그 바람에 겨우 19살밖에 안 된 청소년의 두 볼은 해골처럼 쏙 들어가 있었다.


"너도 아침부터 한번 삼겹살 구워 먹어봐라. 기분이 좋다."

"살찐다."

"살 안 쪄~ 다 키로 간다니까?"

"그런 말 다 구라야."


두 사람이 H고의 교문을 들어설 때였다.

순간, 황대근의 머리를 스치는 의문이 있었다.


"야, 백경민."


교문을 들어가기도 전에, 황대근이 묻자 백경민이 말했다.


"갑자기 왜? 가방 놓고 왔냐?"

"아니, 뭐 하나 물어볼 게 있어서."

"뭔데?"


황대근은 심호흡을 하더니 천천히 물었다.


"너는 너희 부모님이 만약 범죄자라면 어떨 것 같아?"







(대근건설 - 뇌부서 - 드림팀)



한편, 쉐도우는 드림팀에 있었다.

굳이 일개 비서일 뿐인 그가 이곳에 올 이유는 딱히 없을 터인데, 드림팀장 녹스는 의문이 들었다.

녹스의 옆에서 함께 커피를 마시고 있던 릴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뇌파자료를 좀 볼 수 있겠습니까? 전날 밤과 이틀 전 밤의 뇌파자료와 꿈에관한 자료들 말입니다."


쉐도우의 부탁에 녹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당연히 드릴 수는 있는데, 이유를 좀 알 수 있을까요?"


녹스가 미간을 좁혔다.


"요즘 회사 분위기가 영 뒤숭숭해서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서, 브레인 부장님께서 자료 유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라고 하셨거든요."


그러자 쉐도우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큰 일이 나지는 않을 겁니다. 인간 황대근을 위한 일이니까요."


사실, 꿈이나 뇌파자료를 타 부서직원들에게 유출한다고 큰일이 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딘가 불안한 것은 사실이었기에 녹스는 망설였다.


"하지만...."

"녹스, 괜찮을 거야."


릴리가 녹스를 안심시켰다.


"별 거 아니잖아. 게다가 쉐도우 비서님이 뭘 하시겠니? 그냥 드리자구."


릴리의 꽤나 우호적인 태도에 쉐도우는 속으로 사악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여기 있습니다 쉐도우 비서님."


릴리는 자신이 차곡차곡 정리한 뇌파자료와 녹스의 꿈의 자료를 쉐도우에게 건넸다.

그러면서 쉐도우에게 이렇게 말했다.


"무엇에 쓰시려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부디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자료를 받아본 쉐도우는 즉시 자료의 내용을 확인했다. 그가 자료들을 원한 이유는 있었다.

혹시 인간 황대근이 꿈에 대한 각성을 하지는 않았을까 걱정되었던 것이다.


"으음....."


쉐도우는 비록 전문가는 아니었으나, 자료를 볼 줄 아는 눈을 가졌다.


"평소와 다를 것이 없군요."


그러니 자료를 보고,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평소와 조금도 다를 것 없는, 그런 자료들이었으니까.

아무리 눈에 불을 켜고 쥐잡듯 뒤져봐야,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을 테니까.


"뭐, 어쨌든 고맙습니다. 릴리팀장님, 녹스팀장님? 다음에 뵙겠습니다."


드림팀을 빠져나온 쉐도우는 찝찝한 기분으로 사장실을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뭔가 이상한데. 아무런 이상반응이 없었다고? 하지만 어제 인간 황대근의 그 행동은...'


욱씬—


'으윽!'


사장실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르던 쉐도우는 작은 비명을 내질렀다.


'목이... 목이 아파...'


쉐도우는 오늘 새벽, 화장실에 갔다가 한 가지를 발견하고 말았다. 그의 목에 붉은 손자국이 나 있었던 것이다.


'너무 아픈데.'


엘리베이터에 오른 후, 쉐도우는 자신의 목을 쓰다듬었다. 통증이 느껴진다. 약간 쓰라린 것도 같다.


'인간 황대근. 그 녀석은 분명히 알고 한 거야. 모르고 내 목을 조르진 않았을 거라고.'


쉐도우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잘못했다가는, 전날 밤 인간 황대근의 꿈 속에서 생을 마감했을 수도 있다.


'나는 아직 인간 황대근의 몸을 지배하지 못했다. 그 말은 즉, 인간 황대근의 꿈이나 무의식에서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 거야.'

'하지만, 인간 황대근은 아직 제 몸에 대근건설이 있다는 걸 모르는데.'

'이건 다 헨리, 그 놈 때문이다. 왜 그놈들의 정체를 알려주려고 해가지고는!'








"큰일 날 뻔 했어요!"


쉐도우가 완전히 다른 곳으로 갔다는 것을 확인한 녹스가 릴리에게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긴장으로 떨리고 있었다.


"진짜, 급하게 자료를 바꿔치기 하기를 잘했네요!"


그녀들이 쉐도우에게 준 자료는 가짜였다.

그녀들이야 뭐, 허구한 날 자료들을 들여다보아야 하니, 자료 하나 쯤 조작하는 것은 일도 아닐 터다.


"이제 어떻게 할 까요?"


녹스가 불안한 듯 묻자, 릴리가 대답했다.


"일단 메모리아부서로 가죠. 거기로 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잠시 후, 릴리와 녹스는 메모리아부서에 도착했다.

그녀들은 4인방에게, 쉐도우가 자신들을 찾아왔으며, 전날 밤과 이틀 전의 뇌파자료와 꿈의 자료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녀들은, 쉐도우에게는 진짜 자료를 주지 않았으며 조작된 자료를 주었다고 설명했다.


"전날 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인간 황대근이 무슨 꿈을 꾼 거죠?"


황대근이 묻자, 녹스가 대답했다.


"인간 황대근이 각성을 하려 하는 것 같아요."


그러자 황대근이 미간을 좁혔다.


"각성이라고요? 그게 뭐죠?"

"자신이 있는 곳이 꿈이라는 것을 알고, 꿈 속에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랄까요. 대근씨가 잘 하시는 드림워킹과 같은 거예요."

"갑자기 왜 각성을 하려 하는 거죠?"


황대근의 질문에 녹스는 약간 주저하는 듯 하더니,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인간 황대근이, 그의 양부모를 의심해요."







(경기도 평택시 - H아파트)



인간 황대근은 자신의 부모를 의심했다.

친부모가 아니라, 지금의 양보를 의심한 것이다.

허나 한편으로 그는 고민했다.


'하지만... 그분들은 지금까지 나에게 아주 잘 해주신 분들이야. 혼내기도 많이 혼내셨지만, 그건 부모로서 정당한 것이었어. 내가 혼날 만한 짓을 했으니까. 부모가 되어서 그런 것도 훈계 안 하면 안 되잖아.'


황대근은 핸드폰의 화면을 켰다. 시간을 보니 오후 8시였다.

공부에 집중하기는 글러먹은 듯하니, 그는 잠시 편의점에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끼이익—


황대근이 방에서 나와 거실로 나오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현재 그의 집에는 황대근의 그의 양아버지 뿐이다.


웅성웅성—


거실 옆에 있는 안방에서 통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황대근은 원래 타인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오늘만큼은 아니었다.


통화를 엿듣고 싶었다. 아니, 그래야 할 것 같았다.


'미안하기는 한데... 알 수 없는 본능이 나한테 시키는 것만 같아.'


결국, 황대근은 양아버지의 통화내용을 엿듣기로 결정했다.

밖에서 들리는 양아버지의 통화 내용은 이러했다.


[인형의 팔이 약간 이상하다고요?]


황대근은 의아했다. 인형이라니? 갑자기 웬 인형?


[그거 그냥 냉동 보관하면 되는 건데... 아니, 그렇게 해야 부패하지 않거든요. 이제 11월이라 상온에 둬도 금방 썩지는 않겠지만...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여기까지 들은 황대근은 기분이 이상했다.

어쩐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런 건 아니겠지. 설마. 무슨 드라마도 아니고. 하지만.... 내가 한달 전 쯤에 꾸었던 꿈을 생각해봐.'


한 달 전, 그는 자신의 친부모가 살해 당하는 꿈을 꾸었다.

짧았던 살육의 시간이 끝나고, 누군가 피비린내 나는 집으로 들어왔다.

그들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분명 검은 복면의 남자가 이렇게 말했었다.

집으로 들어온 저 두 사람이 자기들을 도울 것이라고.


부스럭—


그때, 갑자기 방 안에서 부스럭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발자국 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는 점차 방문쪽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헉!'


순간 당황한 황대근은 다급한 움직임으로 방문에서 벗어나 부엌으로 달려갔다.


끼이익—


"어? 대근아! 집에 있었냐?"


양아버지가 방문을 열고 나오자, 부엌에서 물 마시는(척하는)황대근이 물었다.


"네, 어디 가세요?"


그러자 양아버지가 대답했다.


"갑자기 일이 생겨서 말이다. 급한 일이야. 잠깐 나갔다 올게. 오래 걸리진 않을 거다!"


양아버지가 집을 나서고, 약 5분 뒤였다.

황대근 역시 양아버지를 따라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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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 수능전야 22.02.05 37 1 14쪽
298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3) 22.02.05 22 1 12쪽
297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2) 22.02.04 17 1 12쪽
296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1) 22.02.04 18 1 11쪽
295 등잔 밑이 어둡다 (2) 22.02.03 15 1 12쪽
294 등잔 밑이 어둡다 (1) 22.02.03 15 1 12쪽
293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3) 22.02.02 15 1 12쪽
292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2) 22.02.02 14 1 12쪽
291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1) 22.02.01 16 1 12쪽
290 뒷조사 (3) 22.02.01 16 1 11쪽
» 뒷조사 (2) 22.01.31 17 1 11쪽
288 뒷조사 (1) 22.01.31 15 1 11쪽
287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8) 22.01.30 14 1 11쪽
286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7) 22.01.30 19 1 11쪽
285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6) 22.01.29 16 1 11쪽
284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5) 22.01.29 13 1 11쪽
283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4) 22.01.28 16 1 13쪽
282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3) 22.01.28 13 1 11쪽
281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2) 22.01.27 17 1 10쪽
280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1) 22.01.27 16 1 12쪽
279 공범들 (4) 22.01.26 17 1 11쪽
278 공범들 (3) 22.01.26 15 1 12쪽
277 공범들 (2) 22.01.25 13 1 12쪽
276 공범들 (1) 22.01.25 16 1 12쪽
275 카인과 아벨 (3) 22.01.24 15 1 10쪽
274 카인과 아벨 (2) 22.01.24 14 1 12쪽
273 카인과 아벨 (1) 22.01.23 14 1 12쪽
272 J아파트 살인사건의 전말 22.01.23 18 1 10쪽
271 점점 부서지는 왕국의 벽 22.01.22 1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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