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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힘법사의 서재입니다

내 몸 안의 블랙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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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5.05 08:35
최근연재일 :
2022.02.05 18:40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13,221
추천수 :
327
글자수 :
1,661,802

작성
22.02.01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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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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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뒷조사 (3)

DUMMY

"대체 어디로 가는 거야?"


황대근은 양아버지를 따라 집을 나섰다.

오늘 따라 밤하늘은 맑았다. 구름 한 점 없었기에, 하늘에 뜬 별들과 달이 훤히 보였다.


'날씨는 드럽게 좋네.'


날씨가 좋으면 사람의 기분도 덩달아 좋아진다던데, 황대근은 그런 말들은 모두 개소리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상조차 되지 않는다. 날씨가 좋건 말건 내가 알 바는 아니니까.


'오늘따라 사람들도 없구나.'


주위에는 사람들도 없었다. H아파트 내에 주차된 차량들만 잔뜩 있었을 뿐이다.


"네, 지금 가고 있습니다."


황대근의 앞에서 걸어가던 양아버지는 계속해서 통화 중이었다.

누구와 통화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양아버지의 목소리는 선명히 들려와 황대근의 귀에 꽂혔다.


"저번에 주신 마스터키로 들어가 볼게요."

"네. 제가 가서 한 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상태가 어떤지 확인을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그럼요, 알고 있죠. 당신이 13년 전 부터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 말입니다."

"..... 뭐, 그렇죠. 덕분에 안 들키고 지금까지 잘 살고 있는데."

"제 마누라요? 걔는 뭐, 저도 그렇고 걔도 그렇고 임신이 안 되니까요."

"네. 당신의 도움 덕분에 애도 생기고 이렇게 평범하게 잘 살고 있지 않습니까."

"하하! 뭐, 물론 그닥 평범하다고는 할 수 없기는 하지만요."


양아버지의 대화 내용은 수상했다.

그를 처음 보는 사람이 이 내용을 듣는다 해도, 충분히 의심할 수 있을 정도의 수상함이었다.

당연히 황대근 역시 의아함을 느꼈다.


'뭔가 이상한데. 뭔가 수상해. 대체 뭐지? 덕분에 안 들켰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아빠, 대체 뭘 하려는 거예요?'


도대체... 누구랑 통화하는 거냐구요?

들키지 않았다는 건 또 뭔데요?

마스터키라니, 그게 뭔데요?

13년 전부터라니?



13년 전. 황대근은 언제부턴가 누군가 싫어하는 숫자가 무엇이냐 물으면 망설임 없이 13을 꼽았다. 바로 13년 전 평택 살인사건 때문이었다.


'13년 전이라는 말이 너무 마음에 걸려.'


황대근은 양아버지의 입에서 나온 '13년 전'이라는 짧은 단어가 너무나 신경이 쓰였다.

왜 하필 많고 많은 숫자 중에서 13이란 말인가? 1년 전도 있고, 5년 전도 있지 않은가?


"네, 지금 들어갈 것 같습니다. 네 다음에 뵙겠습니다."


통화가 끝났다. 양아버지는 휴대폰을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어딘가로 들어갔다.

양아버지가 들어간 곳이 어디인지 깨달은 황대근은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왜... 여기를?'


양아버지가 간 곳은 다름 아닌 H아파트였다.

황대근네 집 근처에 있는 다른 동이었던 것이다.

황대근의 아파트가 101동이라면, 양아버지가 들어간 곳은 107동이었다.


'여긴 왜...? 굳이? 대체 왜? 무슨 일로?'


황대근은 마음 속에 의문을 한 가득 품으며 양아버지 몰래 그의 뒤를 쫓았다.


띡띡—


양아버지가 1층에 있는 공동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누르자, 닫혔던 문이 열렸다.


'좋아, 바로 들어가면 의심받으니까, 조금만 기다렸다가 가자.'


약 5분 뒤, 황대근은 양아버지가 있었던 공동 현관문으로 갔다.

당연히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이 문을 열기 위해서는 비밀번호가 필요했다.


'분명히~ 어딘가에 적혀 있을 거야. 잘 찾아보자고.'


H아파트는 지역 특성상 노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

노인들이 자주 깜빡깜빡해서일까, H아파트의 경비원들은 공동현관문 근처에 있는 게시판에 아주 작은 글씨로 비밀번호를 적어 놓고는 했다.


'역시.'


게시판에 적혀있는 비밀번호를 발견한 황대근은 즉시 네 자릿수의 비밀번호를 눌렀다.


띡띡—


곧 문이 열렸고, 황대근은 공동 현관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3층에 멈춰있어.'


황대근은 숨을 죽인 채 소리를 들어보았다.

사람이 움직이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는 것은, 그의 양아버지는 이미 집에 들어갔다는 뜻이 된다.

엘리베이터가 3층에 멈춰있으니, 아마 3층에 있는 집에 들어갔을 터다.


'혹시 모르니까, 나는 계단으로 가야겠어.'


계단을 오른 황대근은 4층과 3층 사이를 연결하는 계단에 몸을 숨겼다. 그리고 양아버지가 집에서 나오기를 기다렸다.


'밖에서 창문을 통해 아빠가 움직이는 걸 확인해보니까, 분명 왼쪽 집에 들어간 걸 거야. 여기 계단에서 기다리다 보면 뭔가를 알 수 있겠지.'


10분 정도 지났을까, 왼쪽 집에서 띠리릭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렸다.

문을 열고 나온 것은, 황대근의 예상대로 그의 양아버지였다.


'저게 뭐야?'


양아버지의 손에는 기이하게도 피 묻은 장갑이 들려있었다.


'오메, 썅!'


황대근은 진심으로 깜짝 놀랐다. 얼마 전, 안익준이 눈 앞에서 죽은 것보다도 더 깜짝 놀랐다.

아니, 솔직히 까무러칠 정도였다.


그래서일까? 그는 계단에서 굴러떨어질 뻔했으나 가까스로 참아내야만 했다.


"....."


양아버지는 자신이 피 묻은 장갑을 벗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주위를 살피더니 장갑을 벗은 다음 바지 주머니에 쏙 넣어버렸다.

그런 다음, 그는 여전히 3층에 멈추어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


'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황대근은 당황스러웠다.

피 묻은 장갑이라니, 설마 누굴 죽인 걸까?


"나간 건 확실해."


황대근은 복도 계단 창문을 통해 양아버지가 107동을 빠져나간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뭐지? 이 집은 대체 누구 집인데? 누구 집이길래 여길 오신 거야?'

'아빠가 아파트를 또 샀나? 아니야, 그럴리가 없어. 아무리 평택 땅값이 안 비싸다고 해도... 아빠한테는 2억짜리 집을 살 만한 여유자금이 없으실 텐데.'

'그럼 여기는 대체 누구 집인데?'

'아니야, 지금은 이 집이 누구 집인 게 중요한 게 아냐.'

'중요한 건, 이거야.'

'왜 아빠가 저 집을 나오고 나서, 피묻은 장갑을 끼고 있었느냐는 거지.'



여전히 의문을 한가득 품은 채, 황대근 역시 107동을 빠져나갔다.

허나 황대근도, 그의 양아버지도 아직 깨닫지 못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바로, 그들이 있던 복도에 CCTV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대근건설 - 메모리아부서)



쿠르릉— 쿠릉—


인간 황대근이 107동을 빠져나가는 사이, 대근건설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 대근건설에 갑자기 지진이 일어난 것이다.

메모리아부서에 있던 4인방은 넘어지지 않기 위해 중심을 잡아야만 했다.

그러다 도저히 서있기가 어려웠는지, 그들은 황대근의 주도 하에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그러고 나니, 좀 더 버티기가 수월했다.


띠링—


타이밍이 기가막히게도, 4인방이 바닥에 납작 엎드리자 전서혈이 도착했다. 황대근은 전서혈을 받기 위해 바닥을 기어갔다.


"릴리팀장님한테 전서혈이 왔습니다!"


그것은 릴리로부터 온 전서혈이었다.

릴리는 전서혈을 통해 4인방에게 이렇게 전했다.


'아무래도 인간 황대근이 정말로 각성을 한 것 같아요. 뇌파가 평소와는 다릅니다. 곧 수능인데, 뇌파가 이런 식으로 변동을 하다가는 큰일이 일어날지도 몰라요.'


황대근을 포함한 메모리아 4인방은 릴리의 의견에 동의했다.

허나,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한 가지가 있었다.


갑자기 인간 황대근이 왜 이러는 것인가?


"수능 포기하고 싶은 거 아닐까요?!"


메모리의 말에 황대근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지금 와서 포기할 거면 뭐하러 그렇게 뼈빠지게 공부했겠냐고요!"

"갑자기 싫어질 수도 있죠!"

"그건 제가 못하게 막을 겁니다!"


그때, 도란도란 고민을 나누던 4인방을 누군가 찾아왔다. 바로 피니시였다.


"이봐들!"


피니시가 4인방을 찾아오는 이 순간에도, 지진은 계속 되었다.


"지진은 처음 겪어보지?"


피니시의 물음에 4인방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서있는 피니시와는 다르게, 여전히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었다.

그 모습이 제법 우스웠는지, 피니시는 피식 웃었다.


"대근건설에 '그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때도 이렇게 지진이 일어났었지. 아주 심각했었거든."


그러자 황대근이 물었다.


"지금이 그 때와 비슷한 상황인 겁니까?"


피니시가 대답했다.


"비슷할지도 모르지. 인간 황대근으로서는 아주 충격적일 테니까."


혜윰이 물었다.


"피니시팀장님은 이성이라면서요. 좀 어떻게 해 봐요!"

"이성은 나약한 놈이야. 어설프기 그지없지. 이성은 언제나 감성 앞에서 무너져 내리고는 해. 늘 다짐하면서 다시는 그러지 말자고 하지만, 결국 힘이없는 이성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니까."


피니시는 지진 때문에 흔들리는 바닥에서 능숙하게 중심을 잡으며 4인방에게 다가갔다.


"너희들 두 번째 기억, 아직 모르지?"


피니시의 말에 황대근이 소리쳤다.


"두 번째 기억에 관해 알고 계시는 겁니까?!"

"당연하지. 내가 모를리가 있나?"


바닥에 납작 엎드린 황대근이 그에게 부탁했다.


"두 번째 기억, 그것이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황대근의 부탁에 피니시는 흔쾌히 수락했고, 4인방은 드디어 두 번째 기억에 대한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실, 4인방은 이미 두 번째 기억에 대한 것을 알고 있었다.

허나 그들은 믿지 않았다. 스켈레톤이 잘못 알고 있던 것이라 믿고 싶어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었다.







(경기도 평택시 - H고등학교)



11월 3일 목요일, 인간 황대근이 3교시 체육시간에 자습을 하고 있을 때였다.


"야, 임마! 정신차려 임마!"


황대근이 멍 때리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 신용호가 그의 머리를 툭툭 치며 소리쳤다.


"수능 이제 30일도 안 남았다 요놈아. 30일이 뭐냐? 20일도 안 남았어!"


그제서야 황대근은 정신을 차리고 다시 문제집을 풀 수 있었다. 물론, 여전히 집중은 하지 못했다.


'이상해.'


황대근은 수학을 공부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요즘 이상하다. 뭔가 이상하다. 계속 수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우리 아빠는.... 아빠는....'


황대근의 두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자신의 양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하면 할수록 어딘가 답답해지는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하교 후, 황대근은 집에 돌아가고 있었다.

오늘따라 일찍 하교를 마친 그는 서둘러 집을 향해 달려갔다.

평소 같으면 저녁시간이 훌쩍 지나야 하교를 할 터인데, 오늘은 아니었다.


'빨리, 빨리 집으로 가 보자!'


황대근이 H아파트 쪽으로 들어설 때였다.


'뭐야?'


황대근이 무언가를 목격했고, 그에 맞추어 그의 발걸음도 멈추었다.


'아빠?'


그가 목격한 것은 다름아닌 양아버지였다. 아직 퇴근할 시간이 되지 않았을 텐데, 왜 이렇게 일찍 집에 돌아오신 걸까?


'인사하러 가야지.... 어?'


비록 복잡하기는 했지만, 순간적으로 반가운 마음이 든 황대근은 양아버지에게 달려갔다.

아니, 그러려고 했었다. 분명히.


'.....저 남자는?'


황대근은 양아버지에게 달려갈 수 없었다. 아니,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대체 왜 저 남자랑?'


양아버지의 곁에는 검은 복면의 남자가 있었으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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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외전(完) 22.02.05 53 0 14쪽
299 수능전야 22.02.05 37 1 14쪽
298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3) 22.02.05 22 1 12쪽
297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2) 22.02.04 17 1 12쪽
296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1) 22.02.04 19 1 11쪽
295 등잔 밑이 어둡다 (2) 22.02.03 16 1 12쪽
294 등잔 밑이 어둡다 (1) 22.02.03 15 1 12쪽
293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3) 22.02.02 16 1 12쪽
292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2) 22.02.02 15 1 12쪽
291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1) 22.02.01 17 1 12쪽
» 뒷조사 (3) 22.02.01 17 1 11쪽
289 뒷조사 (2) 22.01.31 17 1 11쪽
288 뒷조사 (1) 22.01.31 15 1 11쪽
287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8) 22.01.30 15 1 11쪽
286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7) 22.01.30 19 1 11쪽
285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6) 22.01.29 16 1 11쪽
284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5) 22.01.29 14 1 11쪽
283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4) 22.01.28 16 1 13쪽
282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3) 22.01.28 14 1 11쪽
281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2) 22.01.27 17 1 10쪽
280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1) 22.01.27 16 1 12쪽
279 공범들 (4) 22.01.26 18 1 11쪽
278 공범들 (3) 22.01.26 15 1 12쪽
277 공범들 (2) 22.01.25 14 1 12쪽
276 공범들 (1) 22.01.25 17 1 12쪽
275 카인과 아벨 (3) 22.01.24 15 1 10쪽
274 카인과 아벨 (2) 22.01.24 14 1 12쪽
273 카인과 아벨 (1) 22.01.23 14 1 12쪽
272 J아파트 살인사건의 전말 22.01.23 18 1 10쪽
271 점점 부서지는 왕국의 벽 22.01.22 1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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