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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힘법사의 서재입니다

내 몸 안의 블랙기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5.05 08:35
최근연재일 :
2022.02.05 18:40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13,202
추천수 :
327
글자수 :
1,661,802

작성
22.01.24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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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카인과 아벨 (2)

DUMMY

그날 밤, 검은 복면의 남자는 인간 황대근에게 과거를 보여주었다.

그 전에 인간 황대근은 자신이 무의식 속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있는 이곳이 영부의 무의식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곧 생각을 바꾸었다.


'여긴 그 남자, 검은 복면의 남자의 무의식이야.'


황대근은, 곧 무의식의 으스스함을 깨달아 이곳을 빠져나가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무의식의 배경은 어두웠고, 주위는 온통 나무들이었다. 아무래도 숲속인 듯하다.


'어두워...'


하늘은 나무들 때문에 보이지 않았지만 흐린 것 같았다.

나무들은 굵고 뿌리가 튼튼해 보였는데, 한편으로는 꽤 소름끼치는 모습으로 보였다.

공기는 스산하고, 어딘가 쓸쓸했다.


콰당-


그렇게 그 길을 걸어가다 황대근은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그 과정에서 바닥에 얼굴을 안 쳐박으려고 나뭇가지를 자신도 모르게 짚을 수 밖에 없었다.


콰직-


결국, 나뭇가지가 부러졌고 부러진 나뭇가지가 그에게 소리쳤다.


"왜 나를 꺾는거야?!"


황대근은 당황스러웠다. 일단 넘어져서 당황하기도 했지만 가장 큰 것은 나무가 말을 했기 때문이다.


"이 새끼, 가만 안 둬! 죽어라!"


곧 나뭇가지가 황대근을 공격했고, 그와 동시에 황대근은 잠에서 깨어났다.


"헉.... 헉...."


숨을 헉헉대며, 그는 화장실로 가려 침대 자리에서 일어났다.


끼이—


방문을 열고 나와 거실에 걸린 벽시계를 보니 시간은 새벽 2시다.


'일단... 화장실 좀 가야지. 갑자기 급하네. 아까 먹고 잔 우유가 화근이었나.'


쏴아—


볼일을 본 후, 두 손을 닦으며 황대근은 무의식적으로 거울을 쳐다보았다.


"어?"


그 순간, 그는 자신의 얼굴에서 흐르는 피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이건....?"


피가 흐르는 원인은 한 가지다.


"볼에서 피가 흐르잖아? 여긴 아까 나뭇가지가 날 공격했던 부윈데...?"








다음날 9월 29일, 목요일이었다.


"야, 너는 뭐 하러 그 늙은이 밑에서 일 하냐? 뭐가 좋다고?"


여경아에게는 알고 지내는 동료 형사가 한 명 있다. 바로 그녀와 동갑인 남경준 형사였다.

남경준은 황석현을 믿고 따르는 여경아를 늘 놀리고는 했다. 이런 경찰 세계에서는 줄을 잘 잡는 것이 좋다면서, 언제까지고 형사놀이나 할 수는 없는 일 아니겠냐며, 그는 여경아에게 늘 이렇게 말했다.


"형사로 은퇴할거야? 형사짓 하다가 일찍 죽어. 나랑 빨리 위로 올라가자니까?"


황석현. 경찰서에서 곧 은퇴할 뿐 아니라, 큰 힘이 없는 형사다.

황석현에게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니까.

형사에게는 천부적인 재능이라 할 수 있는 추리력, 감각, 신체적 능력, 가끔 필요한 무모함과 담력까지.


"윗선에서는 다 황석현 그 새끼 싫어한다고."


남경준의 말대로, 황석현을 좋아하는 윗사람들은 없었다.

모두 그를 싫어했다. 자기보다 어린 놈이 능력이 좋고, 머리도 좋고, 또 실적도 좋으니까.


이 세상은 내가 '잘 한다고'해서 무조건 잘 되지 않는 법이다.

때로는 지문이 지워질 정도로 사바사바를 잘 해야 할 때도 있다.


"괜찮아."


물론 단 한 사람, 여경아는 예외였다.


"나도 윗선 놈 새끼들 다 싫어해. 개같아서."







(경기도 평택시 - 구영원)



구영원은 바빴다.

무너진 건물 베들레헴의 뒷처리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이다.


여전히 그 누구도, 건물이 무너졌다는 것을 신고하지 않았다. 외부에서는 아마 눈치채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구영원이야 원래 차지하던 땅이 넓었고, 베들레헴은 건물이라고 하기에는 영 애매했으니까.


온갖 건축법이란 건축법은 다 무시한 채, 영하 20도의 날씨에서 억지로 2층짜리 건물을 세운 것이 전부다.

잠을 잘 수 있는, 일종의 임시 보호소같은 곳이다.


"저것 좀 봐. 결국은 못 나와서 죽었나봐."

"영부님이 절대로 이번 일 외부에 발설하지 말라고 했다며?"

"그게 말이 되니? 이건 알려야 해."

"맞아. 건축법도 위반하고 대충지었잖아. 이건 불법이야."

"아이고, 아이고! 저 여자 임신했었는데, 아이고! 결국은 죽었구나!"


신도들은 자기네들끼리 쑥덕거리고 있었다.

영부는 물론 그 자잘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지만, 애써 무시했다.


"자, 여기에 묻으세요!"


영부의 지시로 신도 여럿이 땅을 팠고, 무너진 건물탓에 죽은 라헬의 여종들은 그곳에 묻혔다.

그녀들을 묻고 흙으로 그 위를 덮기 전, 아직 살아있는 여종들이 몇몇 보였으나 영부는 무시했다.


그렇게 결국,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여종들은 그만 생매장되었다.


"큰하늘님이시여!"


모든 뒷처리가 끝이나고, 영부는 라헬의 여종들이 묻힌 무덤에서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저한테 왜 이러시는 겁니까? 예?!"

"꺄아아악!"


영부의 추한 모습을 구경하던 신도들은 갑자기 들려오는 날카로운 비명 소리에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그들이 고개를 돌린 곳에는, 깨진 유리조각으로 목을 그으려는 한 여성 신도가 있었다.

그것을 본 신도들이 일제히 그녀에게 달려들었고, 여신도는 다행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왜 그러셨습니까, 자매님?"


여신도에게 영부가 다가가 왜 자살하려 했느냐 묻자, 여신도가 대답했다.


"죄책감 때문이에요."

"죄책감?"

"아니, 나는 괴로워요."

"무엇이 자매님을 괴롭게 합니까?"

"베들레헴에서 죽은 여자, 내 친구였어요. 내 친구의 죽음을 그렇게 헛되게 하면 안 돼요. 이건 잘못된 거예요."

"자매님."

"영부님!"

".....!"

"이건 아니에요. 이건 아니라구요. 이렇게 묻힐 사안이 아니란 말이에요."

"자살은 나쁜 겁니다."

".....예?"


영부가 어째서 여신도의 자살을 막았을까?

그녀가 불쌍해서? 그녀의 목숨은 소중하니까?


아니다. 모두 아니다. 영부는 그저, 여자가 자살함으로서 구영원에 누를 끼칠까 두려웠던 것이다.


"자매님. 자살자들이 얼마나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는지 아십니까? 큰하늘님께서는 자살을 금지하십니다. 그분이 우리에게 주신 이 소중한 생명을 함부로 다루는 것은 큰 죄악입니다. 용서 받지 못할 죄악입니다."


아무리 괴롭고 비참해도 살아야 한다. 모든 것은 신의 뜻이니, 참고 살아라. 이것이 영부의 논리였다.

물론, 이 개 같은 논리는 자신에게는 적용시키지 않았다.

'나는 괜찮지만, 너는 안 된다'가 바로 영부의 모토(moto)였으니까.


"여러분!"


영부가 주위에 있던 신도들에게 소리쳤다.


"지금 이 일은, 그 누구에게도 발설해서는 안 됩니다! 큰하늘님의 명예와 명성에 누를 끼치는 일을 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명심하십시오!"


조금 뒤, 신도들과 지파장들이 떠나고, 영부는 라헬의 여종들이 묻힌 땅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원래.... 이 자리는 그 놈의 자리였지. 큰하늘님은 언제나 그 놈만을 좋아했어. 나는 늘 뒷전이었고. 어째서... 어째서 내 성의는 무시하는 것일까? 내가 더 열심히 기도하고, 더 많이 기도하고, 당신을 더 많이 생각했는데. 왜 나를.... 받아들이지 않으시냐고?"







황석현은 카페에 있었다. 그는 한 여자와 함께 카페에서 가장 구석진 자리에 앉아있었다.

물론, 그와 함께 있는 여자는 황석현과는 아무런 사이도 아닌 여자다.


여자의 얼굴은 많이 상해있었다. 키는 160대 후반 정도로 꽤 큰 키였으나, 체격은 작았다.

아니, 체격이 작은 것보다도 몸에 살집이 없어 상당히 야위어있었다. 볼살이 쏙 들어간 것을 보니,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잠을 자지도 못한 듯 하다.


"...."


한동안, 여자는 아무런 말 없이 손에 들린 커피를 응시할 뿐이었다.

황석현은 그런 여자를 참을성 있게 기다려주었다. 본래 성질이 급하고 다혈질이며, 한 번 생각하면 바로 실행해야 하는 그였으나, 그는 재촉하지 않았다.


'굳이 내가 급하지 않아도, 알아서 입을 열게 되어있지. 연락은 내가 아닌 저쪽에서 먼저 한 거니까.'


황석현의 예상이 들어맞은 것일까, 여자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심호흡을 해 보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미리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구영원의 라헬의 여종들 소속이에요. 아니, 이젠 아니긴 하지만."


황석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여자가 그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한 채 말했다.


"소문으로 들었어요. 형사님 관련한 소문이요."


황석현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럴 줄 알았다고. 하지만 티를 내진 않았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테니까.

여자의 표정은 여전히 기운도 없고 힘이 없어보였지만, 나름 단단해보였다.


"영부가.... 제 값을 치를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고 하셨죠?"


황석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럼.... 그 댓가로..."

"구영원의 지파장, 검은 복면의 남자에 대한 정보를 좀 얻고 싶습니다만."







그날 밤, 인간황대근은 또 다시 꿈을 꾸었다. 아니, 꿈이 아니었다.

그는 또 다시 전날 밤에 왔던, 바로 그 무의식 속에 있었다.

주위 풍경은 같았다. 숲 속이었다. 그곳에 있는 나무들은 여전했다. 여전히 매서워 보였고, 또 공포를 조장했다.


"어? 너는!"


황대근이 숲길을 빠져나가려는 그 때, 나무 하나가 그를 발견하더니 소리쳤다.


"야! 너지? 네가! 네가 내 팔을 부러뜨렸잖아!"


사실, 황대근은 식물에 영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함부로 대한다는 말은 결코 아니고, 그냥 관심이 없을 뿐이다. 흥미가 없는 것이다. 꽃을 보던, 나무를 보던.


헌데 그런 그가 자신이 전날 부러뜨렸던 나무를 알아본다니, 이보다 신기한 일이 있을까.


"그게 팔이야?"


황대근이 순수한 의도로 묻자, 나무가 분개했다.


"내 팔이야, 팔! 너 잘 만났다. 오늘 내 손에 죽어봐라!"


나무가 날카로운 나뭇가지를 몸에서부터 뿜어내더니, 곧 황대근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나뭇가지의 사나운 끝부분이 황대근의 심장을 꿰뚫려는 그 순간, 누군가 나뭇가지를 꺾어버렸다.


"손님에게 함부로 이러면 못 쓰지."

"아, 아니...! 주인님!"


나뭇가지는 주인님이라 불리는 남자가 나타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태도가 온순해졌다.


'저 남자는?'


황대근은 주인님이라 불리는 남자가 누군인지, 대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검은 복면의 남자였다.


"미안하다. 원래 무의식의 세계라는 건, 외부인을 싫어하거든.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니 이해해줘."


남자의 출현으로, 공포를 조장하던 숲속 나무들은 마치 엘프의 세계에 있는 나무들처럼 아름다운 형체로 변했다.


무의식의 주인이 와서 그런 것일까?


"날 따라와라."


황대근이 몽환적으로 변한 나무들을 보며 감탄을 하고 있는데, 남자가 그에게 말했다.


"어서."


황대근은 망설였다. 그도 그럴것이, 저 남자는 13년 전 평택살인사건의 범인이니까.

지금까지 발견된, 그리고 발생한 모든 사건들이 저 남자가 범인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허나, 그것은 모두 심증일 뿐, 확실한 증거는 없다.


'답답하군. 저 남자가 범인인 건 확실한데...'


남자는 그런 황대근의 마음을 잘 안다는 듯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자, 어서 날 따라와. 날 따라오면 네가 그렇게 궁금해하는 모든 것들을 알 수 있을 테니."


"내가 궁금해 하는 게 뭔지 당신이 어떻게 압니까?"

"모를리가 있나. 내가 영부와 무슨 관계인지, 내가 어떤 놈인지 알고 싶지 않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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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외전(完) 22.02.05 52 0 14쪽
299 수능전야 22.02.05 36 1 14쪽
298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3) 22.02.05 22 1 12쪽
297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2) 22.02.04 17 1 12쪽
296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1) 22.02.04 18 1 11쪽
295 등잔 밑이 어둡다 (2) 22.02.03 15 1 12쪽
294 등잔 밑이 어둡다 (1) 22.02.03 14 1 12쪽
293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3) 22.02.02 15 1 12쪽
292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2) 22.02.02 14 1 12쪽
291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1) 22.02.01 16 1 12쪽
290 뒷조사 (3) 22.02.01 16 1 11쪽
289 뒷조사 (2) 22.01.31 16 1 11쪽
288 뒷조사 (1) 22.01.31 14 1 11쪽
287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8) 22.01.30 14 1 11쪽
286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7) 22.01.30 18 1 11쪽
285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6) 22.01.29 16 1 11쪽
284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5) 22.01.29 13 1 11쪽
283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4) 22.01.28 16 1 13쪽
282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3) 22.01.28 13 1 11쪽
281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2) 22.01.27 16 1 10쪽
280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1) 22.01.27 16 1 12쪽
279 공범들 (4) 22.01.26 17 1 11쪽
278 공범들 (3) 22.01.26 15 1 12쪽
277 공범들 (2) 22.01.25 13 1 12쪽
276 공범들 (1) 22.01.25 16 1 12쪽
275 카인과 아벨 (3) 22.01.24 15 1 10쪽
» 카인과 아벨 (2) 22.01.24 14 1 12쪽
273 카인과 아벨 (1) 22.01.23 14 1 12쪽
272 J아파트 살인사건의 전말 22.01.23 18 1 10쪽
271 점점 부서지는 왕국의 벽 22.01.22 1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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