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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힘법사의 서재입니다

내 몸 안의 블랙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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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5.05 08:35
최근연재일 :
2022.02.05 18:40
연재수 :
3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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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10
추천수 :
327
글자수 :
1,661,802

작성
22.02.0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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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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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3)

DUMMY

"어이가 없네....?"


현재, 남경준의 심경은 나름 복잡했다.


"왜 그 녀석이 나보다 더 잘나가? 심지어 황석현은 이제 퇴물이나 다름 없는데..... 이럴 수는 없는 거야."


그는 인정하고싶지 않았다.

황석현과 여경아가 자신보다 잘 나가고, 상을 받고, 언론의 칭찬을 받는다는 사실이 역겨웠던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 사실에 역겨움을 느낀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가 역겹다고 느낀것은 사실, 자신의 무능력함이었으나 그는 그 사실을 외면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것을 인정하게 된다면, 자신의 자존감은 바닥을 치게 될 테니까.


"분명히 뭔가 있을 거야. 어느 날 갑자기 그러진 않았을 거란 말이야."


남경준은 궁금했다.

황석현과 여경아가 도대체 무엇을 보았길래 구영원을 저렇게 만들어놓을 수 있었을까?

도대체 무얼 했길래 영부를 나락으로 빠뜨려버릴 수가 있었던 것일까?


"황석현은 분명히, 13년 전 평택살인사건의 범인을 찾고 있었어."


남경준은 결심했다.


"내가 하면 된다고. 황석현이 공을 가로채기 전에, 내가 먼저 선수를 치겠어!"


자신이, 이번 일의 주인공이 되기로.







(경기도 평택시 - H아파트)



황대근의 곁에는 어느 새 양아버지뿐 아니라, 양어머니도 함께 있었다.

그들은 물론 함께 있기는 했지만, 따듯한 의미로서의 함께는 분명 아니었다.


"대근아, 네 얼굴 표정에서 모든 것이 다 드러나."


양어머니가 그에게 한 발자국 다가왔다. 그러자 양아버지 역시 함께 그에게 다가오면서 말했다.


"어린애잖아. 어쩔 수 없어."

"그렇지? 어린애는 어쩔 수가 없는 거지?"

"아직 사회생활도 안 해본 학생이 무슨 표정관리를 하겠어."

"하긴, 이 녀석은 어릴 때부터 모든 것이 표정으로 다 드러났지."

"그분이 재미있어할 만도 해. 저 녀석이 5살이었을 때, 그때 봤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니까."

"맞아. 나도 그 표정을 다시 한 번 더 보고 싶어."

"너도 그때 표정을 기억하는 거야? 이거 다행인데?"

"내가 잊을리 있어? 그 표정을? 가끔씩 밤에 자다가도 그 표정이 떠오를 때면, 나도 모르게 온 몸이 짜릿해진다니까?"


이제 황대근은 자기 방 안에 있었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양부모를 피해 뒷걸음질 치다 보니 도착해버린 것이다.


'무서워.'


황대근은 두려웠다.

그는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실제로 양부모들이 황대근에게 물리적인 위협을 가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두려웠다.


그는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저들이 이 집에 있다는 것이, 저들이 나와 함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온 몸의 세포들이 반응해주고 있다. 저 두 사람은 내게 위협적인 존재들이다.

오늘 내가 이 집에서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지 없을지도 불투명하다.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황대근은 이렇게 말을 내뱉으면서 속으로 후회를 했다.

왜 이렇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하는 거지?

최대한 씩씩하게 대답하려 했는데, 왜 이러는 거냐고?


'젠장할!'


허나 그는 모를 것이다.

자신의 두 다리가 얼마나 벌벌 떨리고 있는지.


'도망, 도망가야 해!'


황대근은 빠져나갈 만한 빈틈을 찾아보았다. 물론 찾을 수는 없었다.

그는 이미 방 안 구석에 양부모에 의해 포위되었으니까.

그가 날 수 있다면 모를까, 빠져나갈 구멍은 없다.


'왜 몰랐을까?'


황대근은 자기네들끼리 여전히 떠들어대는 양부모를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왜 지금까지 저 끔찍한 표정들을 깨닫지 못했을까?'

'왜 아무것도 몰랐을까?'

'저 웃는 낯 뒤에 무시무시한 핏자국이 어려 있다는 걸 왜 인지하지 못했을까?'

'나는 왜 몰랐던 걸까?'


순간, 의문 하나가 황대근의 머리를 스쳤다.

그러자 그는 최대한 목소리를 똑바로 내려 애쓰며 양부모를 향해 겨우 입을 열었다.


"당신들."


황대근이 입을 열자, 떠들어대던 양부모들이 입을 다물고 그를 쳐다보았다.


"당신들, 나한테 임신 안 돼서 날 입양했다는 말은 거짓이었지? 불임이라고 했던 거, 거짓말이지?"


황대근의 질문에 양어머니가 웃으며 대답했다.


"대근아, 부모님한테 반말을 하면 쓰니?"

"당신은 내 부모가 아니야!"

"널 직접 낳지는 않았지. 하지만 우린 넌 14년이나 키워줬어. 이정도면 거의 너의 친부모나 다름없지 않겠니? 부모님한테는 존댓말을 써야지."

"닥쳐! 개소리하지마! 당신은 내 부모가 아니야!"

"어머, 대근아!"

"입 다물어, 다물라고!"


아차, 황대근은 순간 속으로 후회했다.

이렇게 악을 써서는 안 되었던 건데. 나 답지 않게 그만 흥분을 해버렸잖아.

어떡하지? 내가 괜히 저 두 사람을 자극한 걸까? 어쩌지?


"하하하!"


황대근의 우려와는 다르게, 양아버지는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재미있네, 재밌어! 그 분이 널 좋아할 만도 해!"


양아버지의 말을 끝으로, 양부모들은 황대근에게 점점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미 벽에 딱 붙어버린 채, 물러날 곳 없이 양부모를 노려보던 황대근은 속으로 생각했다.


'일단 흉기를 들고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다가와서 나한테 뭘 하려는 거지? 어떻게 할까? 아무리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둘이 한꺼번에 덤비면 승산은 없어. 잘 생각해보자. 빈틈을 노리자, 빈틈을 노려!'


하지만 빈틈이 없다.

황대근은 겁에 질려 더 이상 물러날 곳 없는 벽을 향해 뒷걸음질을 칠 뿐이었다.


턱-


그때였다.

황대근의 발에 무언가가 걸렸다. 바로 케틀벨이었다.

그것은 12kg짜리였는데, 가끔씩 황대근이 공부를 하다 머리가 돌아가지 않을 때 그것을 이용해 운동을 하고는 했다.


'그래, 좋아! 이거다!'


황대근은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


'던지기에는 약간 무거운 무게기는 하지만, 지금은 밑져야 본전이야!'


이렇게까지 생각했다면 더 이상 고민할 것도 망설일 것도 없다.

황대근은 재빨리 케틀벨을 들어올려 그의 양아버지를 향해 던졌다.


"으억!"


'하필'일까, 아니면 '다행'일까? 황대근이 던진 케틀벨은 의도치 않게 양아버지의 '거시기'쪽으로 날아가 버렸다.


"됐어!"


그 바람에 왼쪽을 방어하던 양아버지가 끔찍한 고통을 호소하며 쓰러졌고, 황대근은 쓰러진 그를 밟고 방을 빠져나갔다.


"거기 서!"


황대근이 현관문을 향해 달려가자, 멀쩡한 양어머니가 그에게 달려왔다.


"내가 네 말을 들을 것 같냐, 미친X야!"


양어머니가 살인자라고는 하지만, 달리기는 한참 어린 황대근이 한 수 위다.

황대근은 운 좋게도, 집을 탈출할 수 있었다.







(대근건설 - 제1건물 브레인 - 사장실)



같은 시각, 쉐도우는 화가 나 욕을 한 바가지로 하고 있었다.


"왜 황대근을 죽이려 드는 거야?! 죽이지 말라고 했잖아!"


그는 인간 황대근을 놓친 양부모를 향해 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의 곁에 있던 페로와 주혁은 어리둥절한 채로 그를 쳐다볼 뿐이었다.

두 남자는 쉐도우에게 보고를 하러 온 것이다.


"저, 쉐도우님?"


주혁이 입을 열자, 쉐도우가 흥분을 가라앉히며 대답했다.


"무슨 일입니까?"

"저희도 실패했습니다."

"뭐요?!"

"피니시랑 황대근을 납치하라고 했잖아요. 실패했습니다."


쉐도우는 다시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도 평택시 - H아파트)



황대근은 내달렸다. 자신의 두 다리가 어디로 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는 내달렸다.

어디로든 상관 없다. 갈 곳도 없고, 자기를 반겨줄 곳도 물론 없겠지만 어쨌든 그는 내달렸다.

저 끔찍한 집에서 탈출할 수만 있다면 뭐든 상관없었다.


그는 약 3분 전, 난리통에 겨우 가지고 나온 핸드폰 화면을 보았었다. 그때 시간이 오전 8시 7분이었으니, 지금은 10분 쯤 되었을 터다.


'이건 배신이야.'


툭. 분명 앞을 보고 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황대근이 길을 가던 낯선이의 어깨를 쳐버렸다.

허나 황대근은 그 사실을 몰랐다. 낯선 이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는 것도.


'이건 배신이라고. 어떻게 나한테 그래? 내가 그 집에서... 그 집에서 얼마나.... 얼마나 즐거운 추억이 많았는데... 13년 전의 그 사건을 잊으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데....'


그는 고민했다. 어디로 가야 할까?

내가 갈 곳이 있을까?

집도 없고, 가족도 없다.

내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나를 정말 친자식처럼 대해줬잖아.'

'그럼 지금까지 보여준 것들은 뭐였는데?'

'다 거짓말이라는 거야?'

'그럼 차라리 나를 못되게 대하던가.'

'차라리 때리던가.'

'그랬으면 이렇게 괴롭지 않았을 텐데.'

'차라리 그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이었다면, 나에게 나쁘게 대했다면 덜 아팠을 텐데.'

'그럼 납득하기 더 쉬웠을 텐데.'


그는 나름 기대했다.

양부모들의 입에서, 네가 아는 것은 거짓말이고 네가 잘못알고 있는 것이라는 말이 나오길 기대했다.


허나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그들의 표정은, 그들의 얼굴은 더 이상 황대근이 알고 있는 그 얼굴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더 이상 그들이 아니었다. 황대근이 모르는, 황대근이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을 뿐이다.


한 순간에, 순식간에 양부모들은 낯선 사람보다도 더 낯선 사람들이 되어버렸다.

그는 배신감을 느꼈고, 좌절감을 느꼈고, 모멸감을 느꼈다.

그가 느끼는 감정의 복잡함은 상상을 초월했다.


저벅저벅—


한참을 내달리던 그는 어느 순간부터 걷기 시작했다.

힘들어서가 아니었다. 더 이상 달릴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갈 곳이 없는데 뭐하러 달리겠는가.


'H고등학교...'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다름아닌 H고등학교였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오늘 그는 등교를 해야 하니까.

현재 시각이 오전 8시 22분이니까, 등교할 시간이기는 하다.


'집도 없고, 가족도 없는 나 같은 놈에게는 학교가 그나마 집이라고 할 수 있나.'

'하지만, 이 학교도 결국은.... 나에게 관심이 없는데.'

'나에게 관심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건 결국 나의 학벌일 뿐인 걸.'

'내가 대학에 입학하고, 현수막을 걸 수 있을 때까지만 관심이 있겠지.'

'딱 그 정도야, 학교에게 있어서 학생의 본분이라는 건.'

'그냥 현수막 정도라고.'

'칼로 찢어버리면 그만인 현수막.'







"아니, 제가 그럴라고 그런 게 아니라 도와주려고 그런 거라니깐요?!"


남경준은 의자에 묶여있었다. 여경아가 그를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놓은 것이다.

그녀에게 변태적인 취향이 있는 것은 아니었고, 다 이유가 있었다.


"도와주기는 무슨, 자료 훔쳐보다 걸린 게 도와주는 거야?"


남경준은 여경아의 수사자료를 훔쳐 자신의 공으로 만드려고 했었으나, 금방 들키고 말았다.

여경아는 더 이상 혼낼 것도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묶여있던 그를 풀어주었다.


"너는 아직 한~참 멀었어!"


여경아의 말에 남경준은 두 눈에 눈물방울을 그렁그렁 맺힌 채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그가 사무실을 빠져나가자, 황석현과 여경아는 한숨을 쉬며 의자에 앉았다.


"이봐, 나 담배 피우면 뭐라 할 거지?"


황석현의 물음에 여경아가 말했다.


"뭐~ 원래는 뭐라 하려고 했는데, 오늘은 봐줄게요."

"그것 참 고맙군."

"신나는 담배타임을 즐기시는 동안~ 그동안 저는 뭣 좀 알아봐야겠어요."

"뭘 알아보려고?"


여경아가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대답했다.


"저번부터 이상했던 게 있었는데... 아!"


여경아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자, 황석현은 그만 담배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뭐야? 뭔데? 무슨 일인데? 왜 갑자기 소리 지르고 난리야?"

"황팀장님, 이것 좀 보세요!"

"뭔데?"

"여기요, 여기! 이거 봐봐요!"

"어디 보자.... 어? 이거는?"

"황대근의 양부모, 그 사람들 맞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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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외전(完) 22.02.05 52 0 14쪽
299 수능전야 22.02.05 37 1 14쪽
298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3) 22.02.05 22 1 12쪽
297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2) 22.02.04 17 1 12쪽
296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1) 22.02.04 18 1 11쪽
295 등잔 밑이 어둡다 (2) 22.02.03 15 1 12쪽
294 등잔 밑이 어둡다 (1) 22.02.03 15 1 12쪽
»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3) 22.02.02 16 1 12쪽
292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2) 22.02.02 14 1 12쪽
291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1) 22.02.01 16 1 12쪽
290 뒷조사 (3) 22.02.01 16 1 11쪽
289 뒷조사 (2) 22.01.31 17 1 11쪽
288 뒷조사 (1) 22.01.31 15 1 11쪽
287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8) 22.01.30 14 1 11쪽
286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7) 22.01.30 19 1 11쪽
285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6) 22.01.29 16 1 11쪽
284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5) 22.01.29 13 1 11쪽
283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4) 22.01.28 16 1 13쪽
282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3) 22.01.28 14 1 11쪽
281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2) 22.01.27 17 1 10쪽
280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1) 22.01.27 16 1 12쪽
279 공범들 (4) 22.01.26 17 1 11쪽
278 공범들 (3) 22.01.26 15 1 12쪽
277 공범들 (2) 22.01.25 13 1 12쪽
276 공범들 (1) 22.01.25 16 1 12쪽
275 카인과 아벨 (3) 22.01.24 15 1 10쪽
274 카인과 아벨 (2) 22.01.24 14 1 12쪽
273 카인과 아벨 (1) 22.01.23 14 1 12쪽
272 J아파트 살인사건의 전말 22.01.23 18 1 10쪽
271 점점 부서지는 왕국의 벽 22.01.22 1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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