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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힘법사의 서재입니다

내 몸 안의 블랙기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5.05 08:35
최근연재일 :
2022.02.05 18:40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13,195
추천수 :
327
글자수 :
1,661,802

작성
22.01.2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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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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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점점 부서지는 왕국의 벽

DUMMY

(경기도 평택시 - SSS클래스 노블리치골드프리미엄캐슬 아파트)



띠리릭-


현관문이 열린다. 문이 열리고 곧 익준엄마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녀의 얼굴은 제법 피곤해 보였다.


"익준아, 손 부터 씻어."


그녀의 뒤로 안익준이 따라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피곤해 보이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기분이 좋아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안광윤의 면회를 갔다 온 것인데, 어째 분위기가 영 좋지 않다.


저벅저벅-


손 부터 씻으라는 익준엄마의 말을 무시한 채, 안익준은 자기 방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자 익준엄마가 그에게 말했다.


"송편 먹어야지?"


그러자 안익준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문을 쾅 닫고 방으로 들어갔다.


"뭐, 뭐야?"


왜 화가 났는지는 모르겠으나, 익준엄마는 발을 쿵쿵 구르며 안익준의 방문을 벌컥 열어 젖혔다.


"너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다시 해 봐!"


안익준은 어안이 벙벙했다. 엄마가 화가 난 걸 보면 분명 제가 뭘 잘못한 듯 한데, 그게 무엇인지 몰랐던 것이다.


"예? 무슨 소리예요?"


안익준이 묻자, 익준엄마가 소리쳤다.


"몰라서 물어? 어디 어른 앞에서 문을 쾅 닫아? 어디서 배워먹은 싸가지야?!"


그제서야 안익준은 깨달았다. 아, 문에서 쾅 소리가 나서 그런 것인가?

젠장, 나는 문을 쾅 닫았는지 살포시 닫았는지도 모르고 있는데 무슨 헛소리란 말인가.


"너 대답 안 해?! 대답해!"


익준엄마가 소리치자, 안익준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엄마한테요."


아들의 대답에 익준엄마의 몸이 순간 휘청거렸다.


"뭐, 뭐?"

"엄마랑 아빠한테 배웠어요. 이렇게 살라고. 뭐든 내 마음대로 해도 되는 거니까, 너 맘대로 살라고."

"아니, 우리가 언제...?"

"어렸을 때, 제가 어떤 여자애에게 참 못되게 굴었죠. 그런데 엄마랑 아빠는 저한테 이렇게 말했어요. 네 잘못 없다고. 다 저 여자애가 너무 과민반응 한 탓이라고."

"아니....!"

"그런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저는 정말 가정교육 제대로 못 받고 자란 놈 같아요. 솔직히, 엄마아빠는 자식농사 망쳤어요."







(용산구 이태원)



약 몇시간 뒤 늦은 오후, 신용호는 이태원에 있었다. 그곳에는 그가 좋아하는 멕시코음식점이 하나 있었다.

원래 이태원에는 여러 나라의 다양한 전통 요리를 파는 곳이 있는데, 사실 신용호는 다른 나라의 음식들을 싫어했다.

맛이 없어서 싫어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그저, 그는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을 뿐이다.


"여긴 내 스타일이야."


그런 신용호가 좋아하는 외국 음식점이 이태원에 두 군데 있다. 바로 멕시코 음식점과 러시아 전통 음식점이다.

원래는 러시아 음식점에 가려고 했으나, 안타깝게도 오늘이 휴무일이라고 한다.


"어쩔 수 없지. 아쉽긴 한데."


이태원에는 외국인들이 많았다. 우리에게 명절이라면, 외국인들에게는 휴일이니까, 당연하다.


크으-


요리가 나오는 것을 기다리며, 신용호는 술 한 잔을 들이켰다. 멕시코 맥주였다.


"아~ 맛있구만. 이 맛이지."


벌써 3분의 2나 비운 맥주병을 톡톡 건드리며, 신용호는 자신의 무릎을 쓰다듬었다.


"누가 무릎 좀 갈아 끼워줬으면 좋겠구만."


확실히, 그의 몸은 성한 곳이 없었다.


이전에 테니스 선수생활을 할 때 발목이 몇 번 돌아갔고, 무릎은 이미 나가버린 상태다.

게다가 작년 즈음, 구영원의 영부에 의해 목에 흉터도 생겨버렸다.


"그 구영원, 아직도 있지."


영부와 있었던 그 끔찍한 일을 머릿속에 떠올리자, 신용호는 자신도 모르게 두 눈을 감았다.

끔찍하다. 더 이상 떠올리고 싶지 않다.


"트라우마 생기겠구만."

"여기 음식 나왔습니다."


때 마침 끔찍한 생각을 잊을 수 있는 요리가 나왔다.

신용호는 서빙하는 직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후, 입맛을 다시며 포크를 집어들었다.







황대근네 집은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원래부터 지내지 않았으니, 갑자기 지낼 이유도 없다.


설에는 인간 황대근의 친부모가 있는 무덤과, 양부모의 돌아가신 부친과 모친이 묻혀있는 곳에 가서 절을 하곤 하지만, 추석에는 아니다. 오늘 황대근네집은 삼겹살을 구워 먹을 예정이다.


"이번 추석은 다 같이 삼겹살이나 구워 먹을까?"


작년에는 황대근이 고삼이 아닌 고2였기 때문에 세 명의 가족들은 경기도 안성에 놀러갔었다.

그들은 그곳에 새로 생겼다는,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대형 쇼핑몰에 놀러갔다.


그런 다음 동물들과 꽃들이 만발한 곳에도 놀러갔다. 그곳의 땅이 매우 넓었기 때문에, 그들은 그곳에서 대여해주는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녀야만 했다.


"자, 대근아. 엄마랑 내가 마트가서 삼겹살 사왔다."


황대근이 공부를 하는 동안, 그의 양부모님은 대형마트에 가서 세일하는 삼겹살을 사왔다.

추석에 삼겹살이라. 어차피 추석음식들도 전부 기름지니 또이또이할지도 모른다.







(대근건설 - 심장부서 혈관팀)



대근건설에는 추석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들에게는 즐거운 휴일일지 모르겠으나, 대근건설은 아니다.

추석과 설날, 크리스마스 등등의 유명한 휴일은 대근건설에게는 빡세게 야근을 해야 하는 날이기도 하니까.


"아오!"


혈관팀은 미칠 지경이었다.


인간 황대근이 삼겹살을 먹을 때마다, 그들의 고통은 이루말할 수 없이 커지곤 했다.


"진짜 미쳐버리겠네! 도대체 몇 개야, 이게?!"


혈관팀장 베인(vein)은 책상에 가득 쌓인 서류들을 보며 기함을 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서류들을 살펴보니, 익숙한 이름들이 보인다.


[근골격부서 근육과 운동팀장 프로틴 - 빨리 인간 황대근을 운동을 시켜야.... 그러지 않으면 체지방이 쌓여...]

[소화기부서 위장팀장 피니시 - 삼겹살은 저희 측에서만 할 일이 아니야.... 혈관팀과 근육과 운동팀의 도움이 절실....]


"뭐야, 테이스트 이 새끼는 왜 이걸 나한테 보내?"


[뇌부서 미각팀장 테이스트 - 미미(美味)!]







(경기도 평택시 - 구영원)



얼마 뒤, 모두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추석이 되었다.

물론, '추석'을 기다렸다기보다는 아마 추석'연휴'를 기다린 이들이 더 많을 듯 하다.


"형제자매여러분, 우리를 굽어살피시고 언제나 은혜를 주시는 큰하늘님을 위해 기도합시다."


영부 역시 추석만을 기다렸다.

구영원은 추석이나 설날같은 명절에 유독 바쁜 편이다. 추석 특집 예배가 있기 때문이다.


추석에는 그 날이 무슨 요일이던 간에 한 번만 예배를 드린다.

점심에 다같이 모여 예배를 드리는 것인데, 그 날은 저녁 예배나 오후 예배 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큰하늘님께서 지금의 우리를 만드시기 위해서, 조상님들을 이 땅에 내려보내셨습니다."


영부의 기도는 조금 특이한 편이다. 분명히 큰하늘님을 위해 예배를 드리는 것 같은데, 누군지도 모르는 조상들한테까지도 예배를 하고 있다.


뭐랄까, 한국식 유교문화와 서양식 예배문화의 짬뽕이랄까.


"전능하신 큰하늘님, 오늘 하루 저희를 굽어 살피소서. 저희는 열심히 수확한 신선한 과일과 음식들로 당신을 기쁘게..."


헌데, 예배실이 텅 비어보이는게 영 이상하다.

올해 초 설날에 예배실에 모인 신도들 수와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줄어든 모습이다.


"당신을 찬양하며...."


12명이나 있던 지파장들은 벌써 반이나 도망을 했거나 감옥살이 중이고, 신도들 역시 많이 줄어있었다.

무려 3분의 2나 되는 신도들이 구영원을 외면했으니, 현재 예배실에 모인 이들이 이렇게 적은 것도 이상할 것은 없다.


"믿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구영원의 규모는 워낙 컸던 터라 신도들은 여전히 많았다.


"전능하신 큰하늘님."


영부는 신도들의 얼굴을 일일이 마주하며 기도문을 읊기 시작했다.


"큰하늘님. 추석을 맞아 사랑하는 형제자매들과 함께 모여 예배할 수 있게 하심에 감사드립니다. 이 시간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수 많은 은혜를 기억하며 감사의 마음으로 당신 앞에 나아갑니다. 오늘 이 예배를 통해, 우리의 주인이 당신이심을 고백하게 하시고, 당신께 순종함으로 풍성한 열매를 맺는 우리가 되게 하소서. 큰하늘님.우리는 어려운 시기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운데 때를 따라 도우시는 손길을 경험하며, 당신이 주시는 힘으로 감당할 수 있는 은혜를 주소서."



영부의 기나긴 기도가 끝이나자, 신도들은 일제히 대답했다.


'믿습니다.'


웅성웅성-


길고 지루했던 예배가 끝이 나고, 영부와 지파장들 그리고 신도들은 구영원 마당에 앉아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기 시작했다.

사과와 배, 한과, 약과, 떡, 송편, 잡채, 산적, 야채전 등등 온갖 추석차례음식이란 음식은 다 모여있었다.


몇 몇 신도들의 손에서는 기름 냄새가 솔솔 풍겼는데, 이 모든 음식들을 준비하느라 새벽부터 애를 쓴 탓이었다.


"지파장님, 막걸리 한 잔 하시겠어요?"

"지파장님, 여기 녹두전 좀 드셔보세요."

"지파장님, 산적이 참 부드럽게 됐어요. 잡숴봐요."


검은 복면의 남자는 신도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특히 여성 신도들이 그가 쓴 복면을 벗기려 무진 애를 썼으나, 그는 절대 벗지 않았다.


'저것도 참 능력이란 말이야.'


영부는 그런 장면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저 놈은 적당히 거절을 하면서도, 상대방이 마음을 상하거나 기분나쁘지 않도록 하는 법을 잘 아는 놈이다.


"지파장님, 이거 집에 가져가서 드세요."

"지파장님! 이것도 가져가세요!"


검은 복면의 남자에게 치대는 신도들을 보며, 영부는 속으로 이를 갈았다.


'어쩌면, 저 놈은 나보다도 신도들에게 더 많은 신뢰를 받고 있는지 몰라. 마음에 안 들어. 어렸을 때부터 저 놈은 항상 저랬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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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외전(完) 22.02.05 52 0 14쪽
299 수능전야 22.02.05 36 1 14쪽
298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3) 22.02.05 21 1 12쪽
297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2) 22.02.04 16 1 12쪽
296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1) 22.02.04 18 1 11쪽
295 등잔 밑이 어둡다 (2) 22.02.03 15 1 12쪽
294 등잔 밑이 어둡다 (1) 22.02.03 14 1 12쪽
293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3) 22.02.02 15 1 12쪽
292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2) 22.02.02 14 1 12쪽
291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1) 22.02.01 16 1 12쪽
290 뒷조사 (3) 22.02.01 16 1 11쪽
289 뒷조사 (2) 22.01.31 16 1 11쪽
288 뒷조사 (1) 22.01.31 14 1 11쪽
287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8) 22.01.30 14 1 11쪽
286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7) 22.01.30 18 1 11쪽
285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6) 22.01.29 15 1 11쪽
284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5) 22.01.29 13 1 11쪽
283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4) 22.01.28 16 1 13쪽
282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3) 22.01.28 13 1 11쪽
281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2) 22.01.27 16 1 10쪽
280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1) 22.01.27 16 1 12쪽
279 공범들 (4) 22.01.26 17 1 11쪽
278 공범들 (3) 22.01.26 14 1 12쪽
277 공범들 (2) 22.01.25 13 1 12쪽
276 공범들 (1) 22.01.25 16 1 12쪽
275 카인과 아벨 (3) 22.01.24 14 1 10쪽
274 카인과 아벨 (2) 22.01.24 13 1 12쪽
273 카인과 아벨 (1) 22.01.23 14 1 12쪽
272 J아파트 살인사건의 전말 22.01.23 17 1 10쪽
» 점점 부서지는 왕국의 벽 22.01.22 1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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