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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힘법사의 서재입니다

내 몸 안의 블랙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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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5.05 08:35
최근연재일 :
2022.02.05 18:40
연재수 :
3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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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19
추천수 :
327
글자수 :
1,661,802

작성
22.01.25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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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공범들 (1)

DUMMY

(대근건설 - 제1건물 브레인 - 사장실)



다음 날 9월 30일 금요일, 메모리아 4인방은 사장실로 갔다.

아니, 쳐들어갔다.


"쉐도우!"


사장실에는 사장이 없었다. 그곳에는 쉐도우 혼자 뿐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쉐도우는 누군가'들'과 같이 있었다.


바로 얼마 전 실종되었던 두 명의 이사, 한지연과 안재환이었다. 두 남녀는 시체로 변해버린지 오래였다.


"쉐도우 비서님."


4인방 중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황대근은 쉐도우에게 물었다.


"인간 황대근에게 무얼 보여준 겁니까?"


그가 쉐도우에게 이런 질문을 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벌써 며칠째, 아니 어쩌면 그 전부터 몇 번이고 검은 복면의 남자는 인간 황대근을 자신의 무의식에 초대했다.


검은 복면의 남자가 인간 황대근에게 해를 입힌 것은 아니다. 허나, 남자는 분명 13년 전 인간 황대근의 친부모를 살해했던 남자다. 믿을 수 없는 남자란 말이다.

한 시도 방심할 수가 없다.


"별 것 아닙니다."


두 명의 이사의 시체를 툭툭 건드리던 쉐도우가 무심한 듯 대답했다.


"녀석이 곧 20살이니, 이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해 보여주는 것 뿐이죠."


그러자 황대근이 시체들을 가리켰다.


"그럼 저것들은 대체 뭡니까?"


쉐도우가 대답했다.


"이젠 필요가 없어졌거든요."

"뭐라고요?"

"인간 황대근이 제 무의식속에 자주 들어왔고, 또 저 역시 인간 황대근의 몸을 차지하고 이렇게 있으니 더 이상 인위적자아들이 필요치 않게 되었습니다."

".....?"

"이제, 인간 황대근은 완전히 제 손아귀에 있는 셈이 된 것이랄까요."

"인간 황대근이 당신을 가만 둘 것 같습니까?"

"흠, 글쎄요? 가만 두지 않으면 그 녀석이 절 어쩌겠습니까? 인간 황대근은 저의 정체를 조금도 모를텐데요."

"당신, 대체 누구야? 누구냐고?!"

"당신은 이미 날 알아요."

".....뭐요?"

"당신은 이미 날 알죠. 날 봤고, 또 나에 대해 알고 있어요. 하지만 당신은 나에 대해 안다고 생각하겠지만, 당신은 나를 모릅니다. 조금도 모르죠. 당신은 그저 착각을 할 뿐이에요. 잘 알고 있다고."


황대근이 침음을 삼켰다. 나머지 세 명의 동료들 역시 긴장한 모습이다.


"쉐도우."


황대근이 물었다.


"얼마 전, 검은 복면의 남자가 인간 황대근을 데리고 과거로 갔었어요. 그리고 5살의 인간 황대근의 머리에 손을 얹었었지요. 그건 뭡니까?"

"제가 이곳에 오기 위함이었죠."

"그게 무슨 말입니까?"

"바로 저, 쉐도우라는 남자가 인간 황대근의 몸 속에 오기 위한 작업이었다고나 할까요. 영부의 머리에 손을 얹은 것 또한 같은 이유에서랍니다."








후우—


황석현은 경찰서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뿌연 하늘에 자신이 내뿜은 담배연기가 흩어지는 것을 지켜보며,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때 그 여자 말이 사실이라면, 분명히....'

"황팀장님!"


휙-


뒤에서 들려오는 여자 목소리에 황석현은 피우던 담배를 발로 짓밟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황팀장님! 부르셨어요?"


여자는 다름 아닌 여경아였다.


"어, 그래. 이리 와봐."

"아~ 진짜! 담배 냄새! 제 폐 썩으면 책임지실 거예요?"

"의사가 책임져 줄 거야. 그리고 지금 담배 껐잖아."

"간접흡연이 몸에 가장 안 좋다는 건 아시죠?"

"알고 있다니까 그러네. 그리고 밖에서 잠깐 피우는 거 가지고 너무 뭐라고 하지 말라구."


여경아는 여전히 황석현을 노려보고 있었다.

밉지 않게, 그러나 단호한 눈빛으로 그녀는 황형사를 흘겨보았다.


"알겠어요. 뭐, 제가 황팀장님 마누라도 아니고. 그나저나 왜 부르신 거예요? 설마 담배냄새나 맡으라고 부르신건 아닐 거고."


황석현이 고개를 흔들었다.


"당연히 그런 건 아니지. 날 뭘로 보는 거야?"

"얼른 용건을 말씀해주셔요."


황석현은 입을 열기 전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누군가 둘 사이의 대화를 엿듣기라도 한다면, 그에게 좋을 건 없을 테니까.


"음, 아무도 없는 것 같군."

"제가 오면서 봤는데 아무도 없었어요."

"큼큼, 그럼 얘기 시작한다. 내가 얼마 전에 카페에서 한 여자랑 만났었거든?"

"...소개팅했어요?"

"아니."

"세상에, 저한테 말도 안 하고 소개팅이라니, 배신감 쩐다...."

"아니! 그런 거 아니라고!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


갑자기 소리질러서 그런 것일까, 황석현의 얼굴이 새빨게졌다.

가뜩이나 집안 유전자로 고혈압도 있는데, 진정하는 편이 그에게 좋을 것이다.


"아무튼간에... 그 여자는 라헬의 여종들 출신이야. 그게 뭔지는 자네도 알지?"

".....아뇨? 처음 들어보는데요?"

"그러니까 라헬의 여종들은....."


잠시 후, 여경아는 분한 듯 소리를 질렀다.


"으으으! 영부 그 자식 목을 따버려야겠어요! 뭐 그딴 새끼가 다 있어?! 세상에 어떤 신이 행동을 그따위로 하라고 가르치겠어요?"


여경아가 흥분하자, 황석현은 그녀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그렇지, 그렇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러니까 목소리 조금만 낮춰."

"후우.... 그런데, 그 여자가 뭐라고 했는데요?"


여자에게 말을 전해들은 황석현의 말에 따르면 내용은 이러했다.

여자는 검은 복면의 남자와 영부가 친형제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한다.

다만, 현재의 영부에게 형제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누군가는 영부에게 여자형제가 있었다고도 하기 때문에, 그 '형제'라는 것이 여자인지 아니면 남자인지는 불분명하다.


또 한 가지, 13년 전 평택 살인사건의 범인이 죽었다는 것은 거짓이다. 이 사실은 안광윤과 영부가 조작했다고 한다.

영부는 13년 전 범인이 신의 소명을 다해 죽었다는 말을 신도들에게 전파했다.


"그리고 검은 복면의 남자 있잖아, 그 남자 얼굴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대."

"구영원 신도들도 본 적이 없대요?"

"그래. 아무도 없다고 하더군. 구영원을 10년을 넘게 다닌 신도들도 본 이가 없고, 그 여자도 자기는 본 적이 없대."


검은 복면의 남자가 구영원에 나타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고 한다. 오래되어봐야 겨우 3년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신도들은 그 남자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초반에는 그 남자에 대해 불만을 품은 신도들이 꽤 있었나봐."

"불만이요? 왜요?"

"생각해봐. 구영원에 온지 얼마 되지도 않은 초짜 신도가 지파장 자리에 앉았어. 누가 좋아하겠어? 야망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분명 질투했겠지."


신도들이 불만을 아무리 품어도, 영부는 묵살했다. 영부는 희한할 정도로 그 남자를 감싼 것이다.


"뭐 아무튼, 그 남자에 대한 정보는 여기까지야. 그 여자가 알고 있는 건 여기까지라고 하더군."

"그럼 또 다른 건요?"

"얼마 전, 라헬의 여종들이 사는 건물인 베들레헴이 무너졌대."


그 과정에서 수많은 여자들이 죽었다.

헌데 영부는 이 사실을 밖으로 발설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구영원 측에서는 죽은 여자들을 그냥 구영원 땅에 아무렇게나 대충 묻어두었다고 한다.


"그 여자가 나한테 이렇게 물어봤어. '부실공사로 인한 사고도 죄가 되나요?'하고."

"부실공사요? 건축법을 위반하면 그에 대한 처벌은 받겠죠, 아무래도?"

"여자 말로는, 새끼돼지가 짚으로 엮어 만든 집처럼 대충 만든 거래. 영하 20도일때 지은 건 뭐 그렇다 쳐도, 얼기설기 지은 건물인가 봐."

"그 정도로 대충 지었으면 무너질 만도 하네요."

"또 이 질문도 했어."

"무슨 질문이요?"

"'그럼 살인죄도 적용이 되나요?'"

"살인죄....는 애매하지 않겠어요? 직접 죽인 건 아니니까."


황석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살인죄라고 하기엔 너무 애매하거든."

"하지만, 영부에게 불리하게 작용될 수는 있을 것 같네요."


여경아는 잠시 미간을 좁히며 생각을 하더니, 황석현에게 물었다.


"그런데.... 황팀장님."

"왜?"

"검은 복면의 남자를 잡으려던 게 아닌가요?"

"맞아."

"그런데 왜 구영원을 조사하시는 거죠?"


그러자 황석현이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우선 구영원을 족쳐야, 그 남자의 껍질이 벗겨질 것 아니냐."







비슷한 시각, 안익준은 벌벌 떨고 있었다.


"무서워, 무서워!"


그는 평소의 그 답지 않게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그 남자.... 그 남자가....."


그는 얼마 전, 검은 복면의 남자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그 남자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무서워....."


그 때문일까. 안익준의 행동은 눈에 띄게 얌전해졌다.

얌전해진 것 뿐만 아니라, 어딘가 소심해지고 겁이 많아졌다. 예전의 건방짐은 모두 사라져버렸다. 마치 마법처럼.


사각사각-


한편 인간 황대근은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있었다.







"편지잖아? 요즘 같은 시대에 무슨 편지야?"


우체국 퀵으로 도착한 편지를 받아든 황석현은 편지를 이리저리 훑어보며 중얼거렸다.


"그래, 누가 쓴 건지 내용이 뭔지 알아나 보자."


편지의 주인은 다름 아닌 황대근이었다.

그는 자신이 그동안 꾸었던 꿈들과 무의식에 관한 모든 것을 편지에 적어냈다.


"이게 다 뭐지?"


마지막 줄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이 모든 것들은 단지 저의 꿈일 뿐이니까, 그냥 참고만 해주세요. 수사를 진행하시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 보냅니다.]


황석현은 생각했다.

만약 황대근이 그저 그런 학생이거나, 떠벌리기를 좋아하거나, 혹은 어른을 놀리기 좋아하는 학생이었다면 이 편지는 곧장 쓰레기통에 처박혔을 것이다.

허나, 황대근은 13년 전 범인의 간접 피해자다. 나에게 거짓말을 할 리가 없다.


"게다가..."


황석현은 그가 지금까지 조사해 온 모든 것들과 편지의 내용을 연결시켜 보았다.

그리고 둘 사이의 퍼즐은 놀라울 정도로 잘 맞아 떨어졌다.


"신통방통한 꿈이로구만. 마치 황대근이 범인의 머릿속에 가 보기라도 한 것 같달까."

"아저씨!"

"으악!"


바로 그때, 황규현이 황석현에게 달려들었다.

황규현이 어리기는 해도 그동안 잘 먹고 자라 몸무게가 부쩍 증가했기에, 침대에 걸터앉아있던 황석현은 그만 뒤로 넘어가고 말았다.


"아이구! 요 녀석아! 아저씨 허리 다쳐 임마!"


어린아이들이 으레 그렇듯이, 황규현 역시 그의 허리 따위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아저씨! 저녁에 맛있는 거 먹어요!"


아이의 말에 황석현이 물었다.


"뭐 먹고 싶은데?"

"음~ 돈까스요!"

"알겠다. 그럼 잠깐 나가서 기다려라. 아저씨가 곧 시켜줄 테니까."

"아싸~ 떡볶이 돈까스로 해줘요! 크림 아니라 토마토로!"

"알겠어, 알겠어."


곧 황규현이 방을 나가고, 황석현은 조금 전 하던 생각을 계속하기 시작했다.


"이게 뭐지?"


여경아의 자료와 황대근의 편지, 그리고 자신이 발견한 모든 것을 생각하던 그는 이상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황대근의 편지 마지막 부분에 이런 구절이 있던 것이다.


[꿈 속에서 이상한 걸 봤는데, 마지막에 꿈에서 빠져나올 때 거실현관문을 열고 누군가 들어왔어요. 자세히 못 봐서 확실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두 명이었어요. 성별은 모르겠어요. 성인인 건 확실해요.]


여경아가 발견한 자료에도 이런 게 있었다.


'제가 13년 전 당시 기사를 쭉 뒤져봤거든요? 그런데 이런 기사가 있었어요. 이런 내용을 다룬 건 이 기사밖에 없었죠. 그래서 아마 금방 묻혔을 거예요.'


기사에는 인터뷰가 있었는데, 이렇게 적혀있었다.


[황석현 형사 : 당시 현장을 살펴보면, 범인으로 추정되는 발자국 외에 다른 발자국들도 있었습니다. 성인으로 추정되는 발자국들인데, 피해여성이 죽은 방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거실에서 발자국이 끊겼습니다. 아마 공범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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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외전(完) 22.02.05 53 0 14쪽
299 수능전야 22.02.05 37 1 14쪽
298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3) 22.02.05 22 1 12쪽
297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2) 22.02.04 17 1 12쪽
296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1) 22.02.04 19 1 11쪽
295 등잔 밑이 어둡다 (2) 22.02.03 16 1 12쪽
294 등잔 밑이 어둡다 (1) 22.02.03 15 1 12쪽
293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3) 22.02.02 16 1 12쪽
292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2) 22.02.02 14 1 12쪽
291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1) 22.02.01 17 1 12쪽
290 뒷조사 (3) 22.02.01 16 1 11쪽
289 뒷조사 (2) 22.01.31 17 1 11쪽
288 뒷조사 (1) 22.01.31 15 1 11쪽
287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8) 22.01.30 15 1 11쪽
286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7) 22.01.30 19 1 11쪽
285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6) 22.01.29 16 1 11쪽
284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5) 22.01.29 14 1 11쪽
283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4) 22.01.28 16 1 13쪽
282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3) 22.01.28 14 1 11쪽
281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2) 22.01.27 17 1 10쪽
280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1) 22.01.27 16 1 12쪽
279 공범들 (4) 22.01.26 18 1 11쪽
278 공범들 (3) 22.01.26 15 1 12쪽
277 공범들 (2) 22.01.25 14 1 12쪽
» 공범들 (1) 22.01.25 17 1 12쪽
275 카인과 아벨 (3) 22.01.24 15 1 10쪽
274 카인과 아벨 (2) 22.01.24 14 1 12쪽
273 카인과 아벨 (1) 22.01.23 14 1 12쪽
272 J아파트 살인사건의 전말 22.01.23 18 1 10쪽
271 점점 부서지는 왕국의 벽 22.01.22 1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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