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올힘법사의 서재입니다

내 몸 안의 블랙기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5.05 08:35
최근연재일 :
2022.02.05 18:40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13,213
추천수 :
327
글자수 :
1,661,802

작성
22.01.29 07:15
조회
13
추천
1
글자
11쪽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5)

DUMMY

"헉...! 헉....!"


광배는 달리고 있었다.

시험이 모두 끝나자마자, 그는 근골격부서를 향해 미친듯이 달려갔다.


"프로틴 팀장님!"


광배는 그곳에서, 프로틴을 만났다.

그를 만난 광배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그에게 건네주었다.


"이, 이걸 좀 보십시오 팀장님!"


광배가 건넨 것은 다름아닌 얼마 전, 맷돌팀의 맷돌에서 주운 것들이었다.


"이게 뭔데?"


프로틴이 의아한 듯 묻자, 광배가 대답했다.


"한 번 확인해 보십시오."


프로틴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광배가 건넨 것을 확인해 보았다.


"어...? 이건...?"


그것을 확인한 프로틴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짓자, 광배가 말했다.


"역시, 수상하지요?"


프로틴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일단은 피니시팀장에게 가보자고."

"피니시팀장님이요?"

"그래. 이건 우리 근골격부서 관할은 아닌 것 같아. 하지만 결코 단순한 일은 아닌 듯 하니까 일단 가보자고!"


프로틴과 광배가 위장팀으로 가려고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띠리리—


프로틴의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에서 연락이 울렸다. 발신자는 주혁이었다.


[아, 프로틴 팀장? 지금 근골격부서에 있지? 거기서 기다리라고. 알겠지? 얌전히 기다려. 내가 곧 갈테니까]







"저기, 주이사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


약 10분 뒤, 주혁이 근골격부서에 도착했고 프로틴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그러자 주혁이 대답했다.


"급한 일이 좀 생겼어."

"급한 일이요? 무슨 일입니까?"

"근골격부서 공사 좀 들어가야 하거든. 직원들 모두 자택으로 돌아가라고 해. 지금 당장."


프로틴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공사가 무슨 옆집 찾아가는 것만큼 단순한 일인 줄 아는 건가?

사전에 이러이러한 공사를 할 것이라는 계약도 해야 하고, 미리 직원들에게 언질도 주어야 한다.


헌데 갑자기 들이닥쳐서 지금부터 공사할 테니까 꺼지라고 하는 것은 예의가 없는 짓이 아닌가?


"저기, 주이사님. 저희는 공사를 한다는 연락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만?"


광배도 말을 얹었다.


"프로틴팀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주이사님, 갑자기 근골격부서를 공사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공사는 전례에 없던 공사란 말입니다. 갑자기 공사를 들어가면, 저희 근골격부서는 더 이상 일을 할 수가 없어요. 그렇게 되면, 인간 황대근의 체력이 수직낙하를 하게 될 겁니다."


두 명의 남자가 반대표를 던지자, 주혁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근육을 매일 움직인다고 근육이 자라나?"


주혁이 말했다.


"가끔은 근육도 쉬어줄 필요가 있는 거야. 계속 근육을 사용하면, 근육들이 적응을 해서 더 이상 근육이 자라지 않을 거라고."


이런 주혁의 말에 반항하던 프로틴과 광배는 어깨를 움츠렸다.

'더 이상 근육이 자라지 않는다' 이 말은 근골격부서 직원이라면 누구나 두려워하는 말이었다.

근육과 관련된 거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그들이니까.


"....그렇게 해서, 당분간 근골격부서는 공사를 할 계획이다. 지금 당장 다들 집으로 돌아가라. 월급은 계속 챙겨줄게. 유급휴가라고 생각해."


결국, 프로틴은 근골격부서직원들을 집으로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런 프로틴에게, 직원들이 물었다.


"팀장님, 무슨 일이에요?"

"저희 짤린 거예요?"

"정리 해고예요?"

"저희 집에 먹여살릴 식구만 10명이에요."

"월급은 주시는 거죠?"

"갑자기 왜 이러시는 거예요?"

"대근건설 부도났나요?"

"큰일 난 건 아니죠?"


직원들의 질문에 프로틴은 제대로 된 답을 줄 수가 없었다.

그 역시 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빨리도 왔구만..."


주혁이 끌고온 공사장 인부들은 이미 근골격부서에 진을 친 상태였다.


"여기가 이렇게 텅 비게 될 줄이야. 어색하네."


늘 복작거리며, 시큼한 땀냄새가 풍기고는 했던 근골격부서는 텅 비어버렸다. 짧은 순간에 부서에 있던 수천명의 직원들이 모습을 감춰버렸다.


"주이사님."


프로틴이 근골격부서를 나서며, 주혁에게 말을 걸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주혁은 목례로 화답했다.


"걱정 말라고."


프로틴이 도저히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애써 움직이며 근골격부서를 벗어나는 것을 보며, 주혁은 남몰래 비열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으읍....!"


황대근은 두 눈을 떴다.


"으으읍!"


시야가 흐리다. 하지만 점점 밝아지고, 또 선명해졌다.

한참을 눈을 껌벅이고 나니, 황대근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


"으으읍?"


그가 있는 곳은 바로 구영원이었다.


[너 자신을 사랑하는 것 만큼 네 이웃을 사랑하라]


'저 문구는.... 구영원 건물 벽에 걸려있는 현수막이잖아?'


황대근은 이 현수막을 잘 알고 있었다.


'왜... 왜 목소리가 안 나오지?'


의문이 들었지만, 그 의문은 곧 풀렸다.

황대근의 온 몸은 밧줄로 꽁꽁 묶여있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그의 입에 푸른색의 청테이프가 붙어있었기 때문이다.


'납치 당한 거야, 나?'


그는 그나마 멀쩡하고 자유로운 두 눈으로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이곳은 구영원이다. 그렇다면 나를 납치한 것은 누구인가?


'설마, 영부?'


황대근은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마지막으로 본 이가 누구였던가?


'폐지 줍는 할머니였는데.... 잠깐만, 그러고 보니까 그 할머니 목소리가 조금 이상했어. 처음에는 일부러 목을 긁는 것처럼 쇳소리가 났는데, 마지막으로 들었던 목소리는 남자 목소리였다고.'


그렇다면 그 할머니가 영부란 말인가?

왜 나를 납치했을까? 이유가 뭘까?

나에게서 돈을 뜯어내려고? 하지만 내게는 돈이 없는데?


"오랜만이구나."


황대근이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소리없는 아우성을 내지르고 있는데, 목소리가 들려왔다.

황대근은 이 목소리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살짝 듣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이 목소리, 이 목소리의 주인은...


"다시 만나게 되다니, 영광이구나."


영부다.







비상사태다.

메모리아 4인방은 근골격부서로 달려갔다.


"뭐, 뭐야?"


프로틴팀장에게 당장 인간 황대근을 도와주라고 하려던 4인방은 깜짝 놀랐다.

근골격부서의 문이 닫혀있었던 것이다.


"이상하네요, 근골격부서는 회사 창립 이래 단 하루도 쉰 적이 없는 부서인데."


혜윰이 말했다.


"뭔가 수상해요. 근골격부서 직원들이 일을 쉴 리가 없어요. 그들에게 있어서 일을 쉰다는 건, 운동을 쉰다는 건데 그럴리가 없잖아요."


황대근 역시 혜윰의 말에 동의했다.

근골격부서는 늘 밝고 시끄러운 곳이었는데, 오늘따라 어두웠다. 아무도 없었다.


"황대근?"


그런 4인방에게 한 남자가 말을 걸었다. 프로틴팀장이었다.


"여긴 무슨 일로 왔냐?"


프로틴이 힘 없이 묻자, 황대근이 대답했다.


"지금 인간 황대근이 위험한 상황입니다. 도와주셔야 합니다."


황대근이 애타는 목소리로 말했으나, 프로틴은 힘이 없었다.


"주이사님께서 지시하신 일이야. 나한테는 권한이 없어."

"주이사님이요?"

"그래. 갑자기 나타나서는, 근골격부서 전체를 공사해야 하니 나가라고 하지 뭐야."

"아니, 갑자기 공사를 하다뇨?"

"나도 몰라. 묻지마."


황대근은 답답했다.

주혁이고 뭐고, 이사고 뭐고. 그런 게 중요한가?

대근건설은 인간 황대근을 위해 움직인다. 헌데 지금 주혁의 이런 행동은 인간 황대근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쉐도우!"


결국, 황대근은 홀로 사장실로 달려갔다.

그가 쉐도우에게 미친듯이 따졌으나, 쉐도우는 태연히 커피를 마시며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걱정 마십시오. 인간 황대근은 그렇게 쉽게 안 죽으니까. 그보다 여기 와서 저랑 차 한 잔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황대근은 몸이 아팠다.

팔과 머리 뒷통수 쪽이 쑤시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얻어맞은 듯 하다.

물론, 기절해서 기억은 잘 안 나기는 하지만.


"황대근."


영부가 바닥에 쓰러진 황대근의 입에 붙은 테이프 떼어주면서 말했다.


"탐정 놀이는 여기까지다, 꼬맹아."


그러자 황대근이 물었다.


"탐정놀이라고요?"

"그래, 탐정놀이. 이제 더 이상 날 방해할 수는 없단다."


황대근이 소리쳤다.


"날 죽일 생각입니까?!"

"죽이다니, 그런 무서운 표현은 쓰지 않는 게 좋아. 난 그저 너를 편안하게 해주려는 것 뿐이니까.

"그게 죽이는 거잖아요!"


영부는 혀를 끌끌 차며 혀를 내둘렀다.


"이런, 너는 어린 녀석이 말이 너무 많구나."

"난 당신이 지금까지 한 일을 모두 알고 있어요."

"그래?"

"13년 전 평탟 살인사건. 당신도 공범이죠?"

"......"

"다 알아요, 나는. 나는 얼마전 당신의 기억을 봤어요. 아니, 무의식인가? 아무튼."


영부의 표정이 굳었다. 허나 황대근은 조금도 신경쓰지 않았다.


"당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다 알고 있다고요."

"그런데, 그게 뭐?"

"예?"

"난 잘못 없어. 모든 건 다 신의 뜻이니까."

"당신은 곧 경찰에 잡혀갈 걸! 법의 심판을 받게 될 거라고!"

"상관없어. 형법 제 10조를 이용하면 되지."

"형법 제 10조?"

"그래. 그걸 이용하면 난 무사할 걸. 심신미약으로 감형을, 아니 운이 좋다면 무죄판결을 받을지도 모르지."


황대근은 어이가 없었다.


"심신이 그렇게 미약한 놈이 지금까지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을 죽였습니까?"

"인간은 신 앞에서 나약하고 무력한 존재야. 인간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지. 다들 자기들이 정상인이라고 지껄이는데, 사실은 아냐. 그 말은 틀렸어. 우린 모두 이상하고 부족해."

"그게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아니, 이유가 된다. 황대근."

"설령 당신이 정말로 심신미약이라 해도 증거는 없어요."

"아니, 증거가 있어."

"뭐라고요?"

"서류를 조작하면 되지. 간단해! 지금까지 해온건데 그걸 못하겠어, 설마?"


지이잉- 턱-


황대근의 근처에는 작은 크레인이 하나 주차 되어있었다.

영부는 두 손에 하얀 장갑을 낀 채 크레인에 탑승하더니, 시동을 켰다.


"이제 슬슬 이 세상에 작별인사를 해라, 황대근!"


영부가 두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자, 크레인의 갈고리 끝이 황대근의 밧줄에 걸렸다.


"높은 곳에서, 마지막을 누려라."


영부가 기다란 레버를 자기 몸통 쪽으로 당기자, 황대근의 몸이 점점 허공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황대근은 최선을 다해 움직이려 했으나, 소용없었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그의 몸은 더욱 단단하게 갈고리에 고정되었다.


영부는 황대근의 그런 모습을 보며 악마처럼 웃었다.


"하하하! 네 몸은 이제 위 아래로 갈려나갈 거다!"







쉐도우가 건네는 커피를 거절한 황대근은, 처참한 심정으로 사무실로 돌아가려 사장실의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바로 그때, 쉐도우가 이상한 소리를 내었다.


"프흑!?"


상당히 거슬리는 바람빠지는 소리였다.

이상한 소리를 내는 쉐도우 때문에 황대근은 뒤를 돌아 그를 바라보았다.

쉐도우의 두 눈이 사장실 벽에 걸려있던 화면에 고정되어있었다.

화면에서는, 인간 황대근의 현 상황이 실시간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잠깐, 저거 설마....?!"


화면을 본 황대근은 경악을 금하지 못했다.

화면에 나타난 것은 다름 아닌 그 녀석이었기 때문이다.


"안익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 몸 안의 블랙기업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0 외전(完) 22.02.05 53 0 14쪽
299 수능전야 22.02.05 37 1 14쪽
298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3) 22.02.05 22 1 12쪽
297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2) 22.02.04 17 1 12쪽
296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1) 22.02.04 18 1 11쪽
295 등잔 밑이 어둡다 (2) 22.02.03 15 1 12쪽
294 등잔 밑이 어둡다 (1) 22.02.03 15 1 12쪽
293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3) 22.02.02 16 1 12쪽
292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2) 22.02.02 14 1 12쪽
291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1) 22.02.01 16 1 12쪽
290 뒷조사 (3) 22.02.01 16 1 11쪽
289 뒷조사 (2) 22.01.31 17 1 11쪽
288 뒷조사 (1) 22.01.31 15 1 11쪽
287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8) 22.01.30 14 1 11쪽
286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7) 22.01.30 19 1 11쪽
285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6) 22.01.29 16 1 11쪽
»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5) 22.01.29 14 1 11쪽
283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4) 22.01.28 16 1 13쪽
282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3) 22.01.28 14 1 11쪽
281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2) 22.01.27 17 1 10쪽
280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1) 22.01.27 16 1 12쪽
279 공범들 (4) 22.01.26 17 1 11쪽
278 공범들 (3) 22.01.26 15 1 12쪽
277 공범들 (2) 22.01.25 14 1 12쪽
276 공범들 (1) 22.01.25 16 1 12쪽
275 카인과 아벨 (3) 22.01.24 15 1 10쪽
274 카인과 아벨 (2) 22.01.24 14 1 12쪽
273 카인과 아벨 (1) 22.01.23 14 1 12쪽
272 J아파트 살인사건의 전말 22.01.23 18 1 10쪽
271 점점 부서지는 왕국의 벽 22.01.22 17 1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