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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힘법사의 서재입니다

내 몸 안의 블랙기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5.05 08:35
최근연재일 :
2022.02.05 18:40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13,200
추천수 :
327
글자수 :
1,661,802

작성
22.01.29 18:15
조회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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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6)

DUMMY

영부는 당황스러웠다.

자신의 죄를 대신 뒤집어쓸 검은 모자의 남자가 나타나야 하는데, 안익준이 대신 나타난 것이다.


'대체 왜? 저 녀석이 왜 지금 나타난 거야? 지금 나타나다니, 타이밍이 좋지 않은데.'


그렇다고 해서 영부는 안익준을 죽일 생각은 없었다.

안익준의 아버지인 안광윤이 현재 징역살이를 하고 있다고 해도, 결국 안익준은 안광윤의 아들이었으니까. 그것도 유일한 아들.


"이제 그만하라고요!"


안익준은 영부에게 달려들었다.

문제는 영부가 있는 크레인의 높이가 제법 높았던 터라, 안익준의 모습은 조금 버거워보였다.


"넌 여기까지 못 올라온다, 안익준!"


영부가 호언장담하듯 소리쳤다. 그러자 안익준의 눈이 빛났다.


"포기 안 해!"


안익준은 영부에게 달려들었다. 아니, 정확히는 크레인에 달려들었다.

잘못 달려들었다가는 다칠위험이 있었으나, 안익준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아, 아니!"


놀랍게도, 안익준은 영부가 앉아있는 운전석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저 새끼 내려놔요, 당장!"


안익준이 영부의 팔을 쥐고 흔들자, 공중에 매달려있던 황대근도 함께 이리저리 흔들렸다.


"그만 해, 그만 하라고!"


영부가 소리쳤지만, 안익준은 계속해서 그의 팔을 흔들었다.


"저 새끼 내버려둬요, 당장!"


안익준은 황대근이 이리저리 뒤흔들리느라 멀미하는 것은 쥐뿔도 신경쓰지 않았다.

분명 그의 행동은 황대근을 위한 행동일 것임이 분명함에도, 어쩐지 조금 어설펐다.


'뒤지겠네, 젠장!'


사투는 영부와 안익준이 벌이고 있었으나, 공중에 매달린 황대근이 어째 더 힘들어 보인다.


"미안하다 이 새끼야!"


안익준은 여전히 영부와 씨름을 하면서 황대근에게 소리쳤다.


"내가! 내가 너한테 말하지 못한 게 있어! 그 남자, 그 남자 있잖아!"


사실, 황대근은 안익준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저 놈이 나를 위해 저짓을 하는 것 까지는 이해하겠는데, 그는 너무 어지러웠던 것이다.

여기서 조금만 더 흔들렸다가는, 공중을 향해 토사물을 뱉어버릴 것만 같았다.

제발 안익준도, 영부도 이곳에서 꺼져주기를 그는 간절히 바랬다.


"황대근, 그 남자있잖아! 그 남자!"


안익준이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는 어쩐지 다급하게 들렸다.

당장 이 사실을 전하지 않으면 지구가 멸망하기라도 할 것 같은 다급함이었다.


"그 검은 복면의 남자! 그 남자의 정체는 사실!"

"이게 지금 뭐 하는 거지?"


안익준의 말이 모두 끝나기도 전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그 남자는 바로 검은 복면의 남자였다.

헌데, 목소리가 영 이상하다. 평소와는 다르게 약간 톤이 높은 듯하다.


"귀찮게 굴지 말라고 했잖아."


남자는 품에서 칼을 하나 꺼내들었다.


"난 이런 거 싫어한다고. 예의가 없잖아."


그런 다음, 칼을 던져 대롱대롱 매달린 황대근의 밧줄을 끊어버렸다.


철푸덕!


결국, 불쌍한 황대근은 바닥에 얼굴을 박고 말았다.

허나, 지금 이곳에 있는 그 누구도 황대근의 얼굴을 신경쓰지 않았다.

안익준은 갑자기 나타난 남자를 보며 벌벌 떨기 시작했다.


'지금이다!'


안익준이 방심한 틈을 타서, 영부는 그를 밀쳐버렸다.


"으아악!"


그렇게 안익준은 바닥에 떨어졌다.

크레인과 바닥 사이의 높이가 제법 높았던지라, 안익준은 떨어지면서 받은 충격이 상당했는지 몸을 덜덜 떨었다.


"안익준."


남자는 바닥에 쓰러진 안익준에게 다가갔다.

안익준은 그런 남자를 마치 구세주라도 된 것 마냥 쳐다보았다.

아픈 자신을 도와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허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다.


콰악-


"으악!"


남자가 구둣발로 안익준의 몸통을 짓밟았다.

가뜩이나 높은 곳에서 떨어져 갈비뼈가 부서진 것만 같은데, 남자의 발길질이 더해지니 안익준은 괴로웠다.


"귀찮군."


남자가 바닥 저편에서 버둥거리는 황대근을 보며 중얼거렸다.


"내가 주인공인데."


남자는 이번에는 안익준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빛은 경멸, 그 자체였다.


"네 녀석이 나댈 일은 아니야."


안익준은 대답 한 번 하지 못하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남자는 그런 그에게 다시 말했다.


"그리고, 섣불리 함부로 혀를 놀려서는 안 되는 법이란다. 학교에서 그런 것도 가르쳐주지 않았니?"


안익준은 몸을 더 심하게 떨기 시작했다.

남자는 그런 안익준을 보며 한숨을 내쉬더니, 발로 안익준을 밀어버렸다.


"이봐."


여전히 크레인의 운전석에 앉아있던 영부가 남자에게 말했다.

남자 역시, 영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너야말로 이게 뭐 하는 짓이지?"


영부가 물었지만,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왜 넌 항상 나를 방해하지?"

"방해하는 것 같아? 내가?"

"당연한 거 아닌가? 내 앞을 가로막는 걸림돌 하나 좀 치우겠다는데 그게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

"너는 황대근 털끝하나도 못 건드려."

"뭐?"

"내 장난감을 함부로 건들지 말란 말이야."


지이잉—


영부는 크레인을 작동시켰다. 그러자 크레인의 끝에 매달린 갈고리가 위협적으로 흔들렸다.

갈고리는 추의 움직임을 따라 흔들렸기에 속도는 약간 느린 편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북이 걸음마냥 느린 것도 아니었다.

저 갈고리에 맞기라도 한다면, 아마 머리가 터져 즉사할지도 모른다.


"죽어라, 죽어!"


영부는 남자를 향해 위협적으로 갈고리를 흔들어댔다.


"죽어라, 죽어! 이제 너 같은 건 필요 없다고!"


헌데 조금 이상했다.

영부는 남자를 위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의문을 가졌다.

저 남자랑 하루 이틀을 함께 지낸 것이 아닌데, 저 녀석은 움직임이 영 시원찮다.

뭔가 이상하다. 저 남자가 정말로 그 녀석이 맞는 걸까?


쾅-


천지를 뒤흔들던 갈고리가 바닥에 쓰러진 안익준 옆에 떨어졌다.

안익준은 깜짝 놀라서, 바닥을 마구 기어다녀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려 했다.

그러나 아까 영부에 의해 바닥에 떨어졌을 때 다리가 부러졌는지 그러지 못했다.


"으으....!"


안익준은 움직이고 싶었으나, 움직일 수가 없었다.


다다다—


그때, 남자가 안익준 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뭐, 뭐지...?"


바닥에 쓰러져있던 안익준은 갑작스러운 남자의 행동에 당황했다가, 그만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남자의 등 뒤에는 갈고리가 있었다. 갈고리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남자의 뒤를 위협적으로 쫒아왔다.


"도, 도, 도망가야 해!"


안익준은 두려웠다.

이곳에 계속 쓰러져 있다가는 내가 저 갈고리에 맞아 죽는다.


헌데 움직일 수가 없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으어어!"


남자는 이미 몸을 피했으나, 갈고리의 움직임은 여전했다.


"아, 아, 안 돼!"


갈고리는 안익준을 향해 점점 다가왔다.

그는 피하려고 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으아아아악!"


퍼억-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뭐, 뭐야.....?"


황대근은 방금 전 자신에 눈 앞에서 벌어진 이 일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안익준이 죽었다. 그것도 머리가 터져서.


"아니, 아니, 이게.... 대체...."


황대근은 지금까지 영화 속에서 머리에 총을 맞아 죽는 등장인물들을 수도 없이 봐 왔다.


칼에 찔리고, 폭탄이 터져 죽고, 가스가 터져 죽고. 하지만 영화는 결국 허구일 뿐이다. 현실과 영화의 거리는 상당했다.


"일부러 이런 거냐?"


황대근의 벌어진 입이 도무지 다물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동안, 영부는 안익준의 처참한 시체를 보며 남자에게 물었다.


"어? 일부러 이런 거냐고? 저 안익준 녀석이 네 심기를 건드려서 그런 거야?"


그러자 남자가 대답했다.


"나도 너처럼 내 일을 방해하는 걸림돌을 좀 치웠을 뿐이야."

"하하! 어리석은 놈. 내가 널 살인죄로 고소하겠어."

"누가 가장 먼저 살인죄로 잡혀가게 될까?"


순간, 영부는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저 남자의 목소리가 이상하다. 아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하기는 했는데.

마치 두 사람이 말하는 것 같다.


지이잉—


영부는 애써 몸에 돋은 소름을 떼어내며, 다시 크레인을 작동시켰다.

그리고 능숙한 솜씨로, 매서운 갈고리를 남자를 향해 던졌다.

하필이면 남자는 영부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 멍청한 놈! 오늘이 바로 네 제삿날이야! 적에게서 등을 돌리면 어떻게 되는지 제대로 알려주마!"


퍼억—


결국, 남자 역시 안익준과 같은 방식으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

이 역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남자의 시체는 바닥에 갈려 더 이상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지 않았다.


"자, 이제 검은 모자를 쓴 그놈만 오면 돼. 그 놈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워야지. 나랑 거래했으니까."


영부가 웃으며 말하자, 황대근은 애써 정신을 차리며 물었다.


"거래?"


그러자 영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녀석은 살인죄로 판결받게 될 거야. 살인이니만큼, 감옥가는 걸 피할 수는 없겠지. 하지만 내게는 인맥이 있어. 그 놈이 심신미약으로 2,3년 정도만 살다 나오게 할 거야. 놈에게는 감옥에서 나오면 많은 돈을 주겠다고 했어. 평생 놀고먹어도 상관없을 정도로."


영부는 남자의 시체를 보면서, 황대근에게 말했다.


"네 놈이 죽었어야 했는데... 뭐, 괜찮아. 짜증나는 두 놈이 죽었으니까. 이제... 넌 내 마음대로 해도 상관이 없겠지. 널 어떻게 해줄까? 지독한 수치심을 느끼게 해 줄까? 응?"







영부가 크레인에서 내려왔다.

황대근은 여전히 묶여있었기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참, 어이가 없구만."


영부가 손에 낀 하얀 장갑을 벗으며 중얼거렸다.


"검은 모자를 쓴 놈은 대체 언제 오는 거야? 그놈에게 저 뒤진 시체 피를 묻혀야 하는데..... 크레인 장비에도 지문 좀 묻히라 해야겠어."


그런 영부를 보며 황대근은 속으로 생각했다.


'설마, 저 하얀 장갑은 지문을 남기지 않으려고 한 거야? 나야말로 어이가 없구만.'


황대근이 속으로 자신을 욕하는 줄도 모른 채, 영부가 그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네놈만큼은 내 손으로 직접 죽여야겠어."


그러자 황대근이 대꾸했다.


"저 두 사람은 직접 안 죽이기라도 한 것처럼 얘기하는군요."

"당연히 내가 안 죽였지. 그 검은 모자 쓴 놈 짓이라니까?"


영부는 자신은 너무나 당당하다는 듯, 품에서 칼을 꺼내들었다.

갈은지 얼마 안 되었는지, 아주 날카로워 보인다.


"황대근, 황대근."


어느새 황대근에게 가까이 다가온 영부는 칼 끝으로 황대근의 이마를 긁었다.

그 바람에 황대근의 이마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흘러내린 피가 황대근의 입가에 닿은 바람에, 그는 비릿한 피맛을 느껴야만 했다.


"너도, 이젠 그만..."


영부가 칼로 황대근의 입을 쑤시려 할 때였다.


퍼억- 땡그랑-


영부가 들고 있던 칼은 바닥에 떨어졌고, 영부는 갑자기 바닥에 나동그라 졌다.


"한국인의 인생은 말이야, 끝까지 보지 않으면 몰라."


누군가가 바닥에 떨어진 칼을 주웠다.

분명, 저 사람이 영부를 발로 차든 어쩌든 했을 터다.


"영부 네 인생도, 죽기 전까지는 모르는 거지."


곧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고, 황대근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원래 한국식 드라마가 이런 법이잖아?"


바로 검은 복면의 남자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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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외전(完) 22.02.05 52 0 14쪽
299 수능전야 22.02.05 36 1 14쪽
298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3) 22.02.05 21 1 12쪽
297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2) 22.02.04 17 1 12쪽
296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1) 22.02.04 18 1 11쪽
295 등잔 밑이 어둡다 (2) 22.02.03 15 1 12쪽
294 등잔 밑이 어둡다 (1) 22.02.03 14 1 12쪽
293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3) 22.02.02 15 1 12쪽
292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2) 22.02.02 14 1 12쪽
291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1) 22.02.01 16 1 12쪽
290 뒷조사 (3) 22.02.01 16 1 11쪽
289 뒷조사 (2) 22.01.31 16 1 11쪽
288 뒷조사 (1) 22.01.31 14 1 11쪽
287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8) 22.01.30 14 1 11쪽
286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7) 22.01.30 18 1 11쪽
»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6) 22.01.29 16 1 11쪽
284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5) 22.01.29 13 1 11쪽
283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4) 22.01.28 16 1 13쪽
282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3) 22.01.28 13 1 11쪽
281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2) 22.01.27 16 1 10쪽
280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1) 22.01.27 16 1 12쪽
279 공범들 (4) 22.01.26 17 1 11쪽
278 공범들 (3) 22.01.26 15 1 12쪽
277 공범들 (2) 22.01.25 13 1 12쪽
276 공범들 (1) 22.01.25 16 1 12쪽
275 카인과 아벨 (3) 22.01.24 15 1 10쪽
274 카인과 아벨 (2) 22.01.24 13 1 12쪽
273 카인과 아벨 (1) 22.01.23 14 1 12쪽
272 J아파트 살인사건의 전말 22.01.23 18 1 10쪽
271 점점 부서지는 왕국의 벽 22.01.22 1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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