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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힘법사의 서재입니다

내 몸 안의 블랙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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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5.05 08:35
최근연재일 :
2022.02.05 18:40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13,204
추천수 :
327
글자수 :
1,661,802

작성
22.01.2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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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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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0쪽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2)

DUMMY

(경기도 평택시 - H아파트)



저녁 7시, 이른 저녁을 먹은 황대근은 집을 빠져나와 H아파트 뒷골목으로 걸어갔다.

그의 품 안에는 걱정이 한 아름 들려있었는데, 이유는 있었다. 지난 번에 안익준에게 죽을 뻔 했으니까, 당연할지도 모른다.


저벅저벅—


H아파트 뒷골목은 H아파트의 103동 뒷편에 있는 정자쪽에 있다.

뒷골목이라고 하기 보다는, 아주 작은 숲길이라고 해야 옳은 표현일 것이다. 허나 보통 H아파트 주민들은 이곳을 뒷골목이라 부른다.

아파트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그곳에 가면 안 된다고 단단히 일렀다. 종종 뱀이 출몰하곤 했기 때문이다.


"안익준이 말한 곳이 여긴가?"


황대근이 정자에 도착할 무렵이었다.


"드디어 오는 군. 시간 약속을 잘 지키는데?"


한 수상한 남자가 나무들 틈으로 황대근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남자는 영부에게 사주받은 남자로, 바로 검은 모자의 그 남자였다. 그는 한 손에 칼을 들고 있었다.


"좋아, 여기로 오면 바로 처리하라고 했지. CCTV는 보이지 않으니 뭐, 됐ㅇ....? 어? 뭐야! 저 놈 어디가?"


황대근을 몰래 지켜보던 남자는 그만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고 말았다.

황대근이 갑자기 방향을 틀어버린 것이다.


"아니, 저 새끼 글 못 읽나? 내가 뒷골목으로 오라고 했잖아? 갑자기 왜 다른 길로 가는 건데?"







(경기도 평택시 - H아파트)



황대근이 뒷골목을 내버려두고 간 곳은 다름 아닌 103동 앞에 있는 작은 벤치였다.


"저 새끼는 왜 저기 있지?"


거기엔 안익준이 앉아있었다.


"야!"


황대근이 소리치자, 안익준은 깜짝 놀라더니 그를 바라보았다. 안익준의 눈빛은 불안해 보였다.


"골목길로 오라더니, 왜 여기로 불러내냐?"


황대근이 묻자 안익준은 대체 무슨 개소리를 하느냐는 듯 그를 쳐다보았다.


"너는 뒷골목하고 벤치하고 구분도 못 하냐?"


황대근은 투덜대며 안익준 옆에 있는 빈자리에 털썩 앉았다. 안익준은 그런 그를 흘겨보았다.


"야."


황대근이 정면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너 10월 말에 결정되는 건가?"


그의 질문에 안익준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을 본 황대근이 말했다.


"긴장되겠네. 이번이 3심인가?"

"나 놀리려고 왔냐? 지금 너 상대할 기분 아니니까 꺼져."

"나야말로 너한테 되묻고 싶은데."

"대체 뭘?"


황대근이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잠시 후 무언가를 꺼내 안익준에게 건넸다.

그 무언가는 바로, 황대근이 학교 책상 서랍에서 발견한 쪽지였다.


[오늘 저녁 7시, H아파트 뒷골목으로 - 안익준]


쪽지를 본 안익준은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내가 쓴 거 아닌데? 글씨체를 봐봐. 내가 아니지."


그러자 황대근이 어이가 없다는 듯 되물었다.


"네 글씨체를 내가 어떻게 아냐?"

"아니, 나를 3년 동안이나 같은 반 했으면서 그것도 몰라?"

"너는 내 글씨체 아냐?"

"당연히 모르지."

"그럼 입 다물어."


결론적으로, 쪽지의 주인은 안익준이 아니었다.

안익준은 미간을 좁히며 고민하는 황대근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를 유인하려는 쪽지 아니냐?"


그러자 황대근이 되물었다.


"유인한다고? 나를? 뭐 하러? 대체 누가?"

"혹시 아냐? 영부일지도 모르지."

"영부?"

"너도 이제는 알잖아? 영부가 너 싫어하는거?"


황대근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대체 무슨 잘못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영부가 자신을 쳐다보는 눈빛에서 느낄 수 있었다.

저 남자는 나를 증오한다는 것을. 나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얼마 전 안락원에서는 자기를 죽이려고도 했으니까. 말 다했지.


"너 조심해야 돼."


안익준이 말했다.


"무조건, 무조건 조심하라고."

"뭘 조심해?"

"H고에서 널 죽이려는 영부를 돕는 놈이 있을 수도 있잖아."

"김철환은 이미 감옥갔어."

"아니, 한 명 더 있잖냐?"

"뭐? 누구?"

"전주한!"







(경기도 평택시 - 구영원)



약 20분 뒤, 황대근을 해하려 했던 검은 모자의 남자는 영부실에 있었다.

달려왔는지 남자의 호흡은 제법 거칠었다.


"헉... 헉... 그, 그러니까... 그게..."


남자가 헉헉대며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자, 영부가 말했다.


"실패했습니까, 형제님?"


영부의 날카로운 질문에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렸다.

영부의 저런 소름끼치는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끔찍하다.

당장이라도 나의 목숨을 앗아갈 것만 같은, 그런 저승사자의 목소리와 비슷하다.


"그, 그러니까.... 예, 그렇습니다. 실패했습니다."

"왜 실패했습니까?"


영부가 질문하자, 남자는 안정적으로 돌아온 호흡을 가다듬더니 말했다.


"큼큼, 그러니까... 황대근은 어떤 남자아이에게 갔더군요."

"남자아이요?"

"네. 안익준이라는 아이 말입니다."

"....당신이 안익준을 어떻게 압니까?"


철렁.


순간, 남자의 가슴에 커다란 돌 하나가 쿵 하고 떨어졌다.


'젠장, 내가 주인님에게 안익준을 죽이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건 비밀로 해야겠지? 괜히 말했다가는 어떻게 될 지도 모르잖아!'


결국, 남자는 거짓말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분이 알려주셨습니다."

"그분?"

"네. H고에 저희랑 같은 편인 선생이 한 명 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제서야 영부는 영문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 분 말입니까. 그렇군요. 괜히 쓸데없는 소리는 해서."

"저, 그럼... 사례금은....?"


남자가 두 손을 비비며 은근슬쩍 질문하자, 영부는 그런 남자를 흘겨보며 대답했다.


"이번 일이 제대로 성사되면 드리겠습니다. 그럼 이제 그만 나가보시죠. 나중에 보충 계획을 전달해줄 테니까."

"아, 알겠습니다!"


검은 모자의 남자가 영부실을 나가자마자, 영부는 이를 갈기 시작했다.


"안익준.... 그 새끼...."


영부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어째서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가? 왜 이렇게 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가?

지금까지는 그 누구도 날 방해하지 않았다.


헌데, 황대근이라는 놈이 나타난 후로 베들레헴이 무너지고, 안광윤이 잡혀가는 등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절대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다."


똑똑똑—


영부가 황대근을 생각하며 이를 갈고 있는데, 누군가 영부실 문을 두들겼다.


"영부님?"


곧 문이 열리더니, 한 남자가 들어왔다.

영부는 그 남자를 보며 반갑다는 듯 두 팔을 벌려 환영했다.


"드디어 오셨군요, 전주한 선생님."







(대근건설 - 메모리아부서)



저녁시간, 메모리아 4인방은 조금은 늦은 저녁을 먹고 있었다.

오늘의 저녁 메뉴는 봉골레 파스타. 분명 맛있는 메뉴이기는 하지만, 단체로 주는 파스타의 특성상 퉁퉁 불어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게다가 조개는 해감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인지 종종 모래가 씹혔다.


버석-


황대근은 벌써 바지락을 5개나 먹었는데, 운이 나쁜 것인지 그가 먹은 바지락에는 모두 모래가 들어있었다.


"이러다 이빨 나가겠네."


황대근이 투덜거리자, 혜윰이 포크로 돌돌 말린 파스타 면을 한입에 쏘옥 넣으며 말했다.


"저처럼 차라리 조개를 먹지 말아봐요."

"하지만 봉골레는 조개가 생명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억지로 먹다가 이빨 다 나가면 어떡하려구요?"

"이 정도로 이빨 나갈거면 뭐 하러 달고 있습니까?"

"지금 우리 이빨이 무시하는 거예요?"

"뭔 무시입니까? 그리고 이빨이는 뭡니까, 대체? 혜윰씨는 이빨한테도 이름 지어주는 겁니까, 혹시?"


서로 으르렁대며 싸우는 두 남녀를 제지하며 레이지가 말했다.


"그만들 좀 싸우십쇼! 도대체가 허구한 날 그딴 걸로만 싸우니! 탕수육은 부먹이냐 찍먹이냐 같은 싸움 아닙니까! 유치해 죽겠네! 탕수육이던 봉골레던 뭐던 그냥 쳐먹으면 장땡이지 그게 뭐가 중요합니까!"


레이지 덕분에, 다투던 두 남녀는 그제서야 조금 조용해질 수 있었다.


"그런데 말이에요."


그때, 조용히 두 접시 째 파스타를 먹고 있던 메모리가 입을 열었다.


"대근이, 집에 잘 들어갔을까요?"


그의 질문에 황대근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잘 들어갔겠지요. 집 근처에 있었는데, 설마 못 들어가겠습니까."

"그런데 조금 전에 연락이 왔거든요."

"연락이요?"

"네. 제가 여기 식당에 조금 늦게 도착했잖아요."


그제서야 황대근은 떠올렸다.

메모리는 잠시 볼일이 있다면서, 나머지 세 명의 직원들에게 먼저 구내식당으로 가 있으라고 했던 것이다.


메모리가 부서에 잠시 남아있었던 이유는 별 것 아니었다. 그저, 출근을 늦게 한 나머지 업무가 밀렸을 뿐이다.

헌데 메모리가 하는 말을 들어보니, 아마 직원들이 없는 사이 전서혈이라도 온 모양이다.


"대근이가 갑자기 어디로 갔다고 하더라구요."


메모리가 말했다.


"중요한 건, 어디로 간 게 아니라, 누군가를 만났다는 거죠."


황대근이 물었다.


"누구를 만났는데요?"


메모리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대답했다.


"검은 복면의 남자요."







황대근이 안익준과 헤어진 후, 저녁 8시가 조금 넘어갈 무렵이었다.


저벅저벅—


황대근은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오랜만이구나."


갑자기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황대근은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자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아, 얼마 전에 봤으니 오랜만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애매할까?"


목소리는 뒤에서 들려온다. 황대근은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천천히 몸을 뒤로 돌렸다.

그리고, 그는 볼 수 있었다.


"당신은!"


바로 검은 복면의 남자였다.


"여긴 왜 온 겁니까?"


질문을 하면서도, 황대근은 두려웠다. 어쨌든 저 남자는 13년 전 범인이 틀림없다.

그러니, 그런 남자와 단 둘이 있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너무 그러지 마."


남자가 안심하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


"난 그냥 잠깐 와본 것 뿐이야. 그냥 궁금했거든. 이 H아파트는 그대로인지, 어떤지에 관해서 말이야. 얼마 전에...."


사실, 황대근은 남자의 목소리가 제대로 귀에 들려오지 않았다. 그는 궁금했다.


'저 복면을 벗겨보자.'


그는 진심으로 궁금했다.

저 복면을 벗기면 어떤 얼굴이 있을까?


범인의 얼굴을 아직은 알지 못하는데, 저 남자는 대체 누구일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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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외전(完) 22.02.05 52 0 14쪽
299 수능전야 22.02.05 37 1 14쪽
298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3) 22.02.05 22 1 12쪽
297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2) 22.02.04 17 1 12쪽
296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1) 22.02.04 18 1 11쪽
295 등잔 밑이 어둡다 (2) 22.02.03 15 1 12쪽
294 등잔 밑이 어둡다 (1) 22.02.03 14 1 12쪽
293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3) 22.02.02 15 1 12쪽
292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2) 22.02.02 14 1 12쪽
291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1) 22.02.01 16 1 12쪽
290 뒷조사 (3) 22.02.01 16 1 11쪽
289 뒷조사 (2) 22.01.31 16 1 11쪽
288 뒷조사 (1) 22.01.31 14 1 11쪽
287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8) 22.01.30 14 1 11쪽
286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7) 22.01.30 18 1 11쪽
285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6) 22.01.29 16 1 11쪽
284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5) 22.01.29 13 1 11쪽
283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4) 22.01.28 16 1 13쪽
282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3) 22.01.28 13 1 11쪽
»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2) 22.01.27 17 1 10쪽
280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1) 22.01.27 16 1 12쪽
279 공범들 (4) 22.01.26 17 1 11쪽
278 공범들 (3) 22.01.26 15 1 12쪽
277 공범들 (2) 22.01.25 13 1 12쪽
276 공범들 (1) 22.01.25 16 1 12쪽
275 카인과 아벨 (3) 22.01.24 15 1 10쪽
274 카인과 아벨 (2) 22.01.24 14 1 12쪽
273 카인과 아벨 (1) 22.01.23 14 1 12쪽
272 J아파트 살인사건의 전말 22.01.23 18 1 10쪽
271 점점 부서지는 왕국의 벽 22.01.22 1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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