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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힘법사의 서재입니다

내 몸 안의 블랙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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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5.05 08:35
최근연재일 :
2022.02.05 18:40
연재수 :
3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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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23
추천수 :
327
글자수 :
1,661,802

작성
22.01.2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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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카인과 아벨 (1)

DUMMY

9월 28일 수요일 밤, 인간 황대근은 꿈을 꾸고 있었다.


"꿈 속이잖아?"


황대근은 눈높이에 맞게 두 손을 들어올려보였다.


"진짜 같아."


그는 자신이 꿈 속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얼마 전부터, 검은 복면의 남자가 그를 데리고 꿈 속 이곳 저곳을 돌아다닌 덕분일 터다.


"여긴 어딜까?"


꿈 속의 배경은 아주 오래전 옛날 같다. 그것도 기원전.

현대를 상징하는 높은 건물들도, 세련된 건물들도 없다. 집들은 벽돌도 아닌 천막으로 겨우 지어져 있는 형편이다.


"완전 옛날 집이잖아. 다른 곳으로 가 봐야겠는데."


신분의 낮음을 상징하는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곳의 반대편에는 작은 언덕이 있었다.

옛날 만화영화인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살 법한, 그런 언덕이다.


매에에-


양들이 몰이꾼의 신호에 맞추어 푸른 언덕을 뛰어다니고 있다. 말들은 우물의 물을 마시고 있다.

우물 주위에는 천을 뒤집어쓴 여인들이 물동이를 들고 이리저리 지나다니고 있다.


"완전 옛날이네. 언제쯤일까? 동양은 아닌 것 같고."


저벅저벅-


주변을 탐색하며 걷던 황대근은 걸음을 멈추었다. 두 남자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누굴까?"


두 남자 중 한 남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는데, 그 옆에 있는 남자의 얼굴은 자세히 보였다.


바로 영부의 얼굴이었다. 지금의 얼굴은 아닌 듯 하고, 아마 영부가 젊었을 적 얼굴일 것이다.


"큰하늘님, 수확하고 남은 곡식과 과일입니다."

"큰하늘님, 당신이 좋아하는 어린 양의 털입니다."


두 남자 앞에는 모두 각각 제단이 있었다.


한 남자는 제단 위에 잘 정돈한 양의 털을 올려놓았고, 젊은 영부는 제단 위에 직접 수확한 곡식과 과일을 올려두었다.

그런 뒤 두 남자는 하늘을 향해 기도하기 시작했다.


"큰하늘님, 제가 드리는 당신을 위한 선물이니, 기쁘게 받으세요."

"큰하늘님, 당신이 좋아하시고 또 즐겨하시는 어린 양의 털을 받으시고 행복하시고 언제나 복을 내려주십시오."


멀찍이 서서 두 남자의 기이한 행동을 지켜보던 황대근은 속으로 생각했다.


'영부랑 진짜 똑같이 생겼네. 그런데 왜 저러는 거지? 신한테 바치는 건가?'


그때였다.


콰지지직-


하늘에서 불벼락이 두 남자를 향해 떨어졌다.

떨어진 불벼락은 양의 털을 모두 태워버렸는데, 영부가 바친 제물은 희한할 정도로 타지 않았다.


신이 남자의 제물만 받은 것이다.


"큰하늘님,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신의 선택을 받은 남자는 신의 축복을 받기라도 했는지 행복해 보였다.

허나 영부는 아니었다. 영부는 질투와 열등감에 휩싸인 채 남자를 노려보았다.


"이거, 영 불안한 걸."


황대근의 예상이 들어맞았는지, 밝았던 하늘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제단 앞의 두 남자는 그대로였으나, 우물이나 양떼들 그리고 물을 길어나르던 여인들은 사라졌다.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저벅저벅-


분위기가 단시간에 바뀌자마자, 영부는 남자에게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의 손에는 날카로운 돌 하나가 들려있었다.


콰직- 콱콱-


황대근이 말릴 틈도 없이, 영부는 남자의 머리를 돌로 내리쳤다. 남자는 신음소리 한 번 내지 않은 채,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콱콱- 콰직- 찌직-


쓰러진 남자는 아직 두 손을 움직이고 있었는데, 영부는 남자의 숨을 완전히 끊을 작정인지 또 다시 돌로 남자를 내리치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남자의 머리가 완전히 깨져 머리 안에 있던 뇌수와 온갖 분비물들이 흘러나와 피와 함께 바닥을 적셨다.


그와 동시에, 황대근은 이상한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도저히 참기 어려운, 마치 시체가 썩는 듯한 괴상한 냄새였다.


'와, 냄새 미쳤네 진짜!'


남자가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되자, 영부는 숨을 골랐다.


"헉... 헉..."


휙-


남자의 시체를 감정 없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영부가 고개를 돌렸다. 그가 황대근을 본다.


'이거, X된 거 아니야?'


불길한 예감이 든 황대근이 도망치려 하는 바로 그 순간, 어느 새 다가온 영부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이런, 젠장할!'


영부가 그의 머리를 돌로 내리치려는 순간, 황대근은 잠에서 깨어났다.







(대근건설 - 제1건물 브레인 - 사장실)



늦은 시각, 헨리는 사장실에 있었다. 사장실에는 헨리 뿐이다.


"헉... 헉..."


그는 두 다리로 겨우 지탱해 서있었는데, 상당히 위태로워 보였다. 괴로워 보였다.

하지만 그가 이토록 나약한 상태인 것도 이상한 것은 아니다.

꽤 오랫동안, 비교적 최근까지도 쉐도우에게 신체적인 학대를 당했으니,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어서... 가자..."


그는 말을 들어먹지 않는 나약한 두 다리를 애써 끌었다.

그는 중얼거렸다. 책상, 책상을 향해 가야 한다고. 어서 저곳으로 가야 한다고.


"얼른... 얼른....!"


그가 가려고 하는 책상은 원래는 사장 헨리의 전용 책상이다. 사장실 한 가운데에 책상이 있다는 건, 당연히 사장의 것일 테니까.


허나 언제부터인가 그 책상은 더 이상 헨리의 책상이 아니게 되었다.

쉐도우에게 모든 것을 지배당한 후부터일까, 사장실의 책상은 쉐도우의 것이 되고 말았다.


"으으....!"


그는 괴로웠다.

어서 책상을 뒤져 '그것'을 찾은 다음 인간 황대근에게 전달해주어야 하는데.

어째서 나의 두 다리는 이토록 말을 듣지 않는단 말인가. 왜 이렇게까지 나약해졌나? 왜 이렇게 된 건가?


헨리와 책상까지의 거리가 20미터도 채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거리는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빨리...!!"


콰당-


그는 넘어졌다. 몇 번이고, 계속해서, 끊임없이 넘어졌다. 다리에 힘이 없어도 너무 없다.


"포기... 못 해..."


이제보니 헨리의 몸이 매우 야위었다. 거의 뼈밖에 없는 수준이다. 이대로 계속 간다면, 헨리는 죽는다.


"헉.... 헉... 돼.. 됐어...!"


수십번을 넘어진 끝에, 헨리는 겨우 책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는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을 옷 소매로 슬쩍 닦아냈다.

그는 눈치채지 못한 듯 하지만, 땀을 닦아낸 그의 옷 소매에는 검은 거품이 묻어났다.


"어딘가에... 어딘가에 있을 거야... 분명히..."


헨리는 책상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는 불안한지 사장실 문 쪽을 힐긋힐긋 쳐다보았는데, 아마 쉐도우가 들어올까봐 걱정된 탓일 터다.

만약 쉐도우가 이 현장을 발견하게 된다면, 모든 것은 수포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기 전에, 무슨 일이 있어도 빨리 그것을 찾아내야 한다.


"....아!"


한참을 뒤진 끝에, 그는 겨우 자료 하나를 찾아낼 수 있었다.


"돼... 됐어! 드디어!"







(대근건설 - 메모리아부서)



"이 전서혈은 인간 황대근이 전날 밤 꾸었던 꿈과 관련이 있는 것 같네요."


황대근은 조금 전, 헨리로부터 받은 전서혈을 동료들에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4인방은 곧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방법이나 정확한 날짜는 모르겠지만, 결국 영부가 황대근을 죽이려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사실을.


"제 생각에는 말입니다. 영부와 검은 복면의 남자가 서로 형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황대근의 말에 혜윰이 물었다.


"형제요? 친형제?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예요?"


황대근이 대답했다.


"그 꿈의 내용은 분명 카인과 아벨에 대한 내용일 겁니다. 카인과 아벨은 친형제인데, 신이 아벨의 제물만 받고 카인의 것은 받지 않아 질투에 사로잡힌 카인이 아우인 아벨을 죽이는 유명한 이야기죠."


그러자 레이지가 물었다.


"그럼 그 남자가 아벨이고, 영부가 카인인가요?"


황대근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번 일은 아마, 영부가 두 사람을 죽이려는 걸 겁니다. 인간 황대근과 검은 복면의 남자를 말이죠."


황대근의 말에 메모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런데.... 죽이는 거, 그러니까 살인이 나쁜 건 맞는데.... 그 뭐시기야, 검은 복면의 남자를 꼭 살려야 하나요? 그 녀석은 13년 전 평택살인사건의 범인 아닙니까?"


나머지 동료들 역시 그의 말에 동의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 상황은 상당히 묘한 상황이다.

영부를 응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검은 복면의 남자를 응원할 수 도 없다.

영부야 말이 필요없는 악인이지만, 남자 역시 13년 전 평택 살인사건의 범인인데 어떻게 응원하겠는가.


"일단 우린 인간 황대근이 유리한 상황으로 만들어야죠. 피해 안 보도록."


한참의 고민 끝에, 결국 4인방은 결정을 내렸다.

우선은 인간 황대근을 위하는 쪽으로 가자고.







(경기도 평택시 - 구영원)



"뭐... 뭐야, 대체...?"


영부는 절망스러웠다.


쿠구구궁-


건물이 무너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쿠궁- 쿵-


"꺄아악!"


건물이 무너졌고, 무너진 건물 밑에는 사람들이 깔려있었다. 몇몇은 이미 죽은 것처럼 보였다.


"건물에 사람이 있어요! 아직 몇 명 있다구요!"

"영부님! 영부님 제발 구해주세요! 도와주세요!"

"빨리 빠져나와! 얼른!"

"내 손을 잡아!"

"저기 건물 안에 사람이 있어요! 누구 119좀 불러봐요! 뱃 속에 아기가 있는 애들도 있다구요!"

"영부님 어디계세요?!"


라헬의 여종들이 머무는 건물, 즉 베들레헴이 무너졌다.

형체도 없이, 원래의 모습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처참히 무너져버렸다.


"씨발...."


영부는 베들레헴과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무너진 건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이게 말이 돼? 말도 안 된다고!"


그는 억울했다.


신이 나에게 이럴 수는 없는 것이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기도를 했는가?

얼마나 많은 예배를 드렸는가?

가난하고 힘없고, 무지몽매한 자들을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쏟아부었나?

무료 잔치 국수도 먹여줬고, 또 빵도 주었다.

희망없는 여자들을 위해 라헬의 여종들이라는 신성한 집단도 만들어 주었다.

그녀들을 위해 집도 지어주었다.


"그런데 그게 잘못된 거야? 왜 건물을 무너뜨려, 무너뜨리기는?"


그는 처음으로, 신을 원망했다.

신이 나에게 이럴 수는 없다.

라헬의 여종들은 신이 나에게 준 하나의 선물이 아니던가?

열심히 살아왔으니까, 그 댓가로 준 것이 아니던가?


"그런데 왜 선물을 줬다가 빼앗으시는 겁니까?!"


지금의 영부에게는 한 가지 큰 문제가 있었다.


"꺄아아아악!"


바로, 건물의 붕괴로 죽은 라헬의 여종들은 관심조차도 없다는 것이다.


"꺄아악! 영부님! 어디 계세요!"

"팔! 팔! 팔이 잘렸어! 팔이 잘렸어!"


안타깝게도, 라헬의 여종들은 그토록 기다리던 119의 구조를 받을 수 없었다.

우선 첫 번째, 그녀들에게는 핸드폰이 없다. 설령 있다고 해도 구영원 측에서 강제로 걷어 사용할 수도 없었을 터다.

그리고 두 번째, 영부의 지시였다.


영부는 철저히, 이번 사태를 비밀리에 부치도록 명령했다.

건물 하나가 무너졌고, 그 바람에 수십 명이 다치거나 죽었다는 것이 발견되면... 영부의 악행은 드러나게 될 테니까.

영부가 라헬의 여종들을 얼마나 심각하게 착취하고 인권을 침해했는지에 대한 모든 것이 드러날 테니까.


"내가 얼마나 많이 기도했는데."


지금의 영부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한 가지 생각 뿐이었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기도했는데. 신도들로부터 걷은 십일조로 기부도 했는데.


"큰하늘님, 제게 어째서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당신께서는 저에게 복을 내리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왜 이러시는 겁니까?"


"왜 이러는 거겠어?"


저벅저벅—


아경실색한 영부에게 한 남자가 다가왔다.

검은 복면의 남자였다. 남자는 자신을 노려보는 영부를 똑바로 쳐다보며, 그를 비웃었다.


"글쎄, 신은 너를 버린 것 같은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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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 수능전야 22.02.05 37 1 14쪽
298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3) 22.02.05 22 1 12쪽
297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2) 22.02.04 17 1 12쪽
296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1) 22.02.04 19 1 11쪽
295 등잔 밑이 어둡다 (2) 22.02.03 16 1 12쪽
294 등잔 밑이 어둡다 (1) 22.02.03 15 1 12쪽
293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3) 22.02.02 16 1 12쪽
292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2) 22.02.02 15 1 12쪽
291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1) 22.02.01 17 1 12쪽
290 뒷조사 (3) 22.02.01 17 1 11쪽
289 뒷조사 (2) 22.01.31 17 1 11쪽
288 뒷조사 (1) 22.01.31 15 1 11쪽
287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8) 22.01.30 15 1 11쪽
286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7) 22.01.30 19 1 11쪽
285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6) 22.01.29 16 1 11쪽
284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5) 22.01.29 14 1 11쪽
283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4) 22.01.28 16 1 13쪽
282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3) 22.01.28 14 1 11쪽
281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2) 22.01.27 17 1 10쪽
280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1) 22.01.27 17 1 12쪽
279 공범들 (4) 22.01.26 18 1 11쪽
278 공범들 (3) 22.01.26 15 1 12쪽
277 공범들 (2) 22.01.25 14 1 12쪽
276 공범들 (1) 22.01.25 17 1 12쪽
275 카인과 아벨 (3) 22.01.24 15 1 10쪽
274 카인과 아벨 (2) 22.01.24 14 1 12쪽
» 카인과 아벨 (1) 22.01.23 15 1 12쪽
272 J아파트 살인사건의 전말 22.01.23 18 1 10쪽
271 점점 부서지는 왕국의 벽 22.01.22 1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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