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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스노우

에드거 앨런 포는 작가로 살고 싶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대체역사

완결

제이스노우
작품등록일 :
2023.07.02 10:33
최근연재일 :
2023.09.26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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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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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32. 낸터킷의 아서 고든 핌 (7)

DUMMY

제인 가이 호는 아프리카의 식민지 항구를 떠나 계속해서 남쪽으로 내려갔다. 항구를 떠난 지 열흘이 지났지만, 바다에는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당연히 남극으로 내려갈수록 기온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남극은 상당히 추운 땅이니까. 그런데 예상과 달리 날씨는 여전히 더웠다.


그리고 제인 가이 호도 뱃길을 바꿔야 했다. 문제는 식량이었다. 식민지 항구에서 음식과 물을 충분히 챙겼다고 여겼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소모되었다.


“남극까지 가는 건 문제 없겠지만, 그다음이 문제입니다. 솔직히 남극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선장과 함께 물품관리를 하던 헨리가 말했다. 그건 식량을 담당하는 요리사도 동의했다. 예정보다 빨리 배분하는 음식량을 줄일 수 있다고 하면서 말이다.


미지의 영역 남극으로 가는 길이 험난하다는 건 모두가 짐작했다. 그런데 벌써 이런 고비를 겪고 싶지 않아 다들 동요했다.


특히 그램퍼스 호에서 아사 직전까지 굶주렸던 나와 헨리, 핌, 피터스는 식량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쉽게 넘길 수가 없었다.


내가 선장에게 물었다.


“혹시 남극에 가기 전에 먹을 걸 구할 수 있는 곳이 있을까요?”

“하지만 선장, 먹을 걸 구하려면 예정했던 뱃길에서 벗어나는 거 아니오? 굳이 그렇게까지 시간을 허비할 이유가 있겠어요?”


선원 중 하나가 나서서 원래 뱃길대로 가자고 말했다. 선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문제였으니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 일을 중재하는 건 가이 선장이었다. 물론 그게 그의 역할이기도 했고. 그는 품에 있던 수첩을 꺼내 확인하고는 사람들 앞에 지도를 펼쳤다.


지도를 펼쳐 아프리카에서 남극으로 가는 뱃길을 따라 가이 선장이 손가락을 움직이다가 어느 지점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크고 작은 섬들이 있었다.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이 대략 이쯤이야. 그럼 이 군도(群島)에 잠깐 정박하면 돼. 예정했던 뱃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먹을 걸 구할 수 있어.”


원래 뱃길에서 벗어난다는 말에 몇몇 선원들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처음 나섰던 선원이 이번에도 선장에게 물었다.


“하지만 선장님, 이 섬에 뭐가 있는 줄 알고요? 하다못해 물고기라도 잡힐 줄 누가 압니까?”

“내가 아는 정보에 따르면 이 군도에 새와 물고기가 제법 있다고 하더군. 바다거북도 있고. 그걸 잡으면 어느 정도 식량이 보충될 거야.”

“그 정보, 확실합니까? 남극 탐험은 누구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거기에 섬이 있는지, 뭐가 있는지 어떻게 확신할 수 있어요?”

“우리가 가진 정보를 믿어야죠. 지금은 저 수첩이 우릴 살릴 수 있어요. 무작정 남극으로 가는 게 최선은 아니라고요.”


선장이 나서기도 전에 헨리가 선원에게 항변했다. 그의 적극적인 모습에 나나 핌은 조금 놀라고 말았다. 물론 선원도 마찬가지였고.


선장보다도 나이가 많은 선원은 불쾌하다는 듯 헨리에게 빈정거렸다.


“대체 뭘 믿고 저 정보를 믿는다는 거야? 뱃사람은 예정된 뱃길대로 움직여야 해. 그게 가장 최선이라고. 그런데 여기서 아무도 가지 못한 섬에 가서 먹을 걸 얻는다고?”

“남극은 누가 가본 적 있나요? 거기에 뭐가 있는지 아는 사람이 없는 건 똑같아요. 차라리 가기 전에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게 훨씬 좋다고요.”


순간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선장이 바로 중재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나와 핌, 피터스, 그리고 다른 선원들도 두 사람을 떼어놓았다.


선장이 뱃길을 선택했다.


“그럼 우리는 군도에 간다. 거기서 먹을 걸 구하면 바로 다시 남극으로 떠난다. 마지막 정비라고 생각하고 단단히 준비하도록.”


선장의 말에 몇몇만 대답할 뿐, 다들 뿔뿔이 흩어졌다. 헨리와 붙으려고 했던 선원이 다른 선원들과 함께 멀어지면서 으르렁거렸다.


“저 꼬맹이 자식, 선장 옆에서 일한다고 아주 기고만장하는군. 자기가 뭐라고 되는 줄 알아.”

“내버려 둬. 선장까지 결정한 마당에 우리끼리 투덜거린다고 무슨 수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

“흥. 저 네 놈이 이 배에 타지만 않았어도 식량은 멀쩡했을 거야.”


선원들은 일부러 들으라는 듯이 큰 소리로 떠들었다. 그때까지 헨리는 선원들과 어떤 문제도 없었기에 이번 일은 분명 좋지 않았다.


나는 형을 탓하고 싶지 않았다. 그의 말도 일리가 있었으니까. 그러나 그렇게 흥분해서 나설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형, 왜 그랬어? 굳이 싸울 필요 없었잖아.”

“저 사람들, 아까 말하는 거 들었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투덜거리나 하고.”

“형이 선장님이랑 같이 물품관리를 하니까 더 잘 알겠지. 그렇다고 이렇게 흥분해서···.”

“에디, 너도 잘 들어. 그램퍼스 호에서처럼 끔찍한 일 당하고 싶지 않으면 정신 단단히 차려야 해. 그럼 어떻게 해야겠어? 이 배는 가지고 있는 정보를 잘 활용해야 해.”

“그게 선장의 수첩이라고?”

“당연하지. 그럼 넌 백작이 준 저 수첩을 믿지 않는 거야?”


그제야 나는 헨리가 왜 이렇게 흥분하는지 알 수 있었다. 형은 누구보다도 백작이 알려준 정보를 맹신하고 있었다. 선장보다 더 깊이 말이다.


처음 선장의 수첩을 보던 헨리의 눈빛은 내 착각이 아니었다. 나는 진심으로 형에게 충고했다.


“형, 낸터킷에서도 말했지만 백작한테 너무 호의를 보내지 마.”


그러자 헨리가 미간을 찡그리더니 나를 노려봤다. 나는 지금까지 형이 내게 그런 표정을 보인 적이 없어 당황했다.


헨리가 나를 쏘아붙였다.


“너 말이야, 에디. 넌 백작한테 후원받으니까 별생각이 없는 모양인데, 내가 보기에는 아냐. 그 사람은 엄청난 사람이라고. 무슨 뜻인지 알겠어? 우리가 이 제인 가이 호에 탈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백작 때문이라고.”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우리가 이 배에 탄 건 우연이라고. 그럼 우리가 탔던 그램퍼스 호가 난파된 건 무슨 의미야?”

“솔직히 말해, 에디. 내가 백작을 좋게 보니까 불안한 거 아냐?”


불안이라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형의 말에 머리가 멍해져서 잠깐 생각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리고 형이 한 말은 더 가관이었다.


“너, 백작한테 후원받는다고 으스대지 마. 나도 계속 시를 썼으면 백작이 내 시를 인정했을 거야. 이렇게 개고생하면서 일하지도 않았고!”


형이 내게 한 말은 단순한 분노가 아니었다. 그의 속마음에는 시를 쓰지 못한다는 후회, 그리고 내가 백작에게 후원받는다는 질투가 뒤섞여 있었다.


“저 꼬맹이, 정신이 나갔어? 아까 전부터 사람들한테 왜 저렇게 시비야?”

“이제는 자기 동생이랑 싸우네?”


갑판에 있던 사람들이 나와 헨리를 쳐다봤다. 특히 헨리의 태도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날카로운 눈으로 쳐다보니 곁에 있던 피터스가 말렸다.


“그만들 하고 각자 할 일 해. 남극에 도착할 때까지는 조용히 지내라고.”


그렇게 나와 헨리는 서로 떨어져 각자 할 일을 했다. 나와 헨리의 문제를 사람들은 그저 그런 형제들끼리의 싸움으로 여겼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헨리는 그때부터 나를 없는 사람 취급했다. 그게 형의 진심이 아니길 바랐다. 그저 백작에 대한 깊은 마음이 만든 뒤틀린 태도라고 믿었다.


* * *


제인 가이 호가 가려는 군도는 남극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었다. 아프리카 최남단에서도 며칠은 가야 찾을 수 있었다.


아프리카에서 멀어지니 점점 더위가 가라앉았다. 그렇다고 날씨가 급격하게 추워진 건 아니었다. 적당히 선선한 바닷바람이 배를 감쌌다.


“섬이다! 선장, 섬이오!”


돛 위에서 바다를 살피던 선원이 외치자 사람들이 모두 나와 수평선 가까이 보이는 섬들을 발견했다. 가이 선장이 말한 군도가 눈앞에 펼쳐졌다.


먼저 중앙에 산이 있는 섬이 보였다. 다른 섬에 비하여 크기가 컸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산 주변에 무성한 수풀이 있어서 야생 짐승이 살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섬을 중심으로 좌우로 작은 섬들이 있었다. 산이 있는 섬에 비하면 작았지만, 그래도 배를 정박할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


좌우에 있는 섬은 수풀은커녕 나무도 몇 그루 보이지 않았다. 대신 섬을 따라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눈썰미가 좋은 선원이 그걸 보고는 주변에 알렸다.


“바다거북이야. 확실해. 그것도 꽤 많은걸?”

“그럼 물고기도 많겠지?”

“많겠지. 저걸 다 잡으면 남극까지는 충분히 갈 수 있겠어.”


그때까지도 군도에 확신을 가지지 않았던 선원들은 이제 완전히 생각을 바꿨다. 그 모습에 헨리는 묘한 웃음을 머금었다.


“좋아! 가장 큰 섬에 먼저 내린다! 그리고 주변을 수색해서 무엇이 있는지 알아본다!”


제인 가이 호는 가장 큰 섬에 정박했다. 그리고 사람들을 조로 나누어서 섬을 수색했다. 모두가 총과 칼로 무장한 채 말이다.


나는 핌과 선장, 그리고 다른 선원 2명과 함께 가장 큰 섬을 살폈다. 헨리는 피터스와 함께 다른 섬을 살피러 떠났다.


우리는 섬 중심에 있는 산으로 올라갔다. 주변이 나무로 울창했는데, 산은 그리 높지 않아 정상에 오를 때까지는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산 정상에서 나와 핌, 선장은 주변을 둘러봤다. 중앙에 있는 섬은 둥근 모양이었고, 좌우로 있는 섬은 반달처럼 생겼다.


“저기 섬이 하나 더 있군.”


선장이 남쪽을 가리켰다. 네 번째 섬이었는데, 거기도 나무가 어느 정도 있었다. 크기는 중앙 섬의 절반 정도였다.


선장이 섬들을 둘러보고는 아쉬워했다.


“생각보다 별거 없군. 바다거북만 잡고 빨리 남극으로 가는 게 낫겠어.”

“선장님. 저기 좀 보세요.”


핌이 남쪽에 있는 섬을 가리켰다. 가장 남쪽에 있는 섬은 남쪽으로 갈수록 눈이 쌓여 있었다. 이제 정말 남극에 다다랐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나 핌은 눈을 가리키지 않았다. 섬에 뿌리를 내린 나무들이 듬성듬성 있었는데, 그 사이로 분명 사람이 만든 천막이 보였다.


선장이 즉시 수첩을 펼쳤다.


“뭔가 이상한데. 여기에는 사람이 살고 있다는 말이 전혀 없는데.”

“선장님! 저길 보십시오!”


선원이 천막을 보며 소리쳤다. 천막은 물론 남쪽 섬에서 검은 그림자들이 뛰쳐나왔다. 그것도 수십에 달하는 그림자들이었다.


처음에 작은 점처럼 보이던 그림자들은 빠르게 중앙 섬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거기다 섬 가장자리에 있던 카누처럼 생긴 배를 타기까지 했다.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간다는 걸 안 선장이 선원들에게 명령했다.


“이 섬에 사는 야만인들이야! 다들 배로 모이라고 신호를 보내!”


탕!


가이 선장이 명령하자마자 선원 중 하나가 허공으로 총을 쐈다. 총성이 섬 전체로 퍼졌고, 우리도 바로 산에서 내려와 배로 이동했다.


섬을 수색하던 선원 모두가 배로 모였다. 아직 야만인들을 보지 못한 선원들은 영문을 알지 못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무슨 일이야? 바다거북들을 발견해서 막 사냥 좀 하려고 했더니만.”

“다들 정신 바짝 차려라! 여기 사는 야만인들이 이리로 오고 있다! 놈들이 우리한테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조심해라!”


야만인이 산다는 사실에 놀란 선원들이 어수선하게 배 앞에 진을 쳤다. 모두가 수풀을 향해서 총과 칼을 겨누었다.


그리고 한참 뒤, 수풀에서 야만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아프리카에서 사는 어떤 흑인들보다도 더 까무잡잡한 피부를 지닌 자들이었다.


눈을 제외하고는 하얀 구석은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누런 이는 야생동물처럼 날카로워서 무시무시한 인상을 지녔다.


말랐지만 키가 제법 큰 그들은 정말 그림자처럼 보였다. 또 각자 몽둥이나 창, 활로 무장하고 있었다. 그들은 저들끼리 무어라 말했다.


“누누! 누누!”


짐승처럼 무어라 말했지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누누’뿐이었다. 물론 그게 무슨 뜻이 아는 사람은 누구도 없었다.


“선장, 쏠까요?”


피터스가 호기롭게 말했다. 그는 당장 총으로 야만인의 머리를 날릴 기세였다. 그러나 가이 선장은 침착하게 행동했다.


“잠깐 기다려. 저 깜둥이가 아무래도 우두머리인 모양이군. 내가 만나보지.”


야만인은 우리보다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적어도 150명은 됐는데, 그중 뚱뚱하고 화려한 모자를 쓴 야만인이 앞으로 나왔다.


다른 야만인보다 덩치가 두 배는 큰 야만인이었다. 그는 두툼한 턱을 연신 움직이며 우리와 제인 가이 호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누누! 누누!”


그가 무어라 외치든 가이 선장이 앞으로 나섰다. 그는 여전히 손에 권총을 들었지만 야만인들을 위협하지 않았다.


“진정하라고. 해치지 않을 테니까.”


가이 선장이 야만인 우두머리에 다가가더니 손짓발짓을 하며 자신들이 남극으로 간다는 걸 알렸다. 당연히 해를 끼칠 생각도 전혀 없다고 알렸다.


“토퉁가! 토퉁가!”


야만인 우두머리가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선장은 그걸 이해하지 못했다. 그가 이해하든 말든 야만인 우두머리는 다시 배를 가리켰다.


“누누! 누누!”

“젠장. 대체 뭐라고 하는지 알아먹어야 무슨 대화를 나누지.”


참다못한 가이 선장이 투덜거렸다. 그런데 그건 야만인 우두머리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고, 자신과 배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누누! 토퉁가!”

“선장님. 저 야만인은 선장님이 우리들의 대표라는 걸 아나 봐요.”


내가 말하니 가이 선장이 얼른 손짓했다. 자기 옆에 오라고 말이다. 나는 선장 옆에 섰다. 야만인 우두머리도 이제 고함을 질렀다.


“토퉁가! 토퉁가!”

“에디, 이 녀석 좀 조용히 시켜봐. 이러다 싸움이라도 나면 서로 곤란해진다고.”


물론 나라고 야만인의 언어를 이해하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특정 단어를 계속 말하는 걸 보면서 무슨 뜻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토퉁가. 토퉁가.”


내가 가이 선장을 가리키며 야만인 언어를 흉내 냈다. 그러자 야만인 우두머리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자기를 가리켰다.


“토퉁가! 트윗!”

“에디, 알아듣겠어?”

“확실하지는 않지만, 자신을 트윗이라고 부르라고 하는 것 같아요.”


가이 선장이 이해했다는 듯 야만족 우두머리를 가리키며 ‘트윗’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야만족 우두머리가 더 환한 미소를 지었다.


“트윗! 토퉁가! 찰랄!”


이번에는 야만인 우두머리가 자신을 가리키더니 이내 발을 굴렸다. 나는 이 섬, 아니면 자기네 영역을 ‘찰랄’이라고 부른다고 이해했다.


“그러니까, 이 찰랄 섬은 자기들 땅이라고 말하는 것 같은데요?”

“찰랄 섬이야, 찰랄 족이야?”


‘찰랄’이 섬을 뜻하는지 부족을 뜻하는지 나나 가이 선장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우리가 ‘찰랄’이라고 말하니 야만인 우두머리는 만족했다.


이제 야만인 우두머리는 트윗으로 불렀다. 뚱뚱한 트윗이 함께 온 야만족에게 무어라 외쳤다. 그러자 그들이 우리 앞에 내려놓았다.


그건 바다거북과 해삼을 말린 고기였다. 그것도 제법 잘 말려서 바로 먹을 수 있었다. 고기를 살핀 가이 선장이 헨리에게 소리쳤다.


“헨리! 아무래도 이들과 잘 지낼 수 있겠어! 배에서 이 깜둥이들이 좋아할 만 걸 가져와!”


곧 헨리가 배에서 동물 가죽과 털로 만든 옷, 그리고 팔찌를 가져왔다. 그걸 야만족이 가져온 고기 옆에 내려놓으니 트윗이 흥미를 보였다.


뚱뚱한 야만인은 특히 동물 가죽과 털로 만든 옷에 관심을 보였다. 아예 옷은 입어보기까지 했다. 그에 비해 보석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누누! 누누!”


트윗은 무어라 외치더니 우리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라 아무도 나서지 않았지만 결국 가이 선장이 움직였다.


“저들이 우리를 초대하는 모양이군. 나와 함께할 사람은 따라와. 나머지는 배에서 머문다.”


선장의 지시와 함께 나와 핌, 피터스를 포함해 10명이 야만족을 따랐다. 헨리를 포함해 20명은 배에 남기로 했다.


서로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일단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한 건 분명했다. 왜냐하면 야만족을 따라가는 동안에도 위협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남쪽 섬에 도착했을 때, 나는 그 섬 전체가 야만족이 사는 터전이라는 걸 알았다. 산에서 처음 봤을 때와 다르게 야만족의 천막은 꽤 많았다.


제인 가이 호를 찾았던 야만인은 일부에 불과했다. 적어도 수천 명이 남쪽 섬에 자리를 잡고 살았다. 그 모습에 가이 선장이 낮게 한숨을 내뱉었다.


“이 깜둥이들이랑 처음부터 싸웠으면 우리 모두 살아남지 못했겠어.”


트윗과 함께 야만족들이 사는 터전으로 들어가니 모두가 호기심과 경계심이 섞인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봤다. 가이 선장이 한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트윗이 그들에게 무어라 외치니 분주하게 움직였다. 모두가 길을 터주니 가이 선장이 만족스럽다는 듯 웃었다.


“이제야 다들 우리를 손님으로 아는 모양이군. 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가이 선장의 웃음에 곁에 이던 트윗도 함께 웃었다. 당장은 서로가 서로에게 위협하지 않고 좋게 지내니 문제 될 게 없었다.


그리고 트윗은 그들 나름의 방식대로 우리를 위한 환영식을 열어주었다. 음식은 바다거북에 해산, 물고기가 전부였고, 모두 바짝 구워서 줬다.


“그래도 날것으로 먹지 않는 게 어디야?”


가이 선장이 말에 함께 왔던 선원들이 동의했다. 아마 날것을 먹으라고 했으면 누구도 입을 대지 않았을 것이고, 그럼 분위기도 험악해졌을 것이다.


트윗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둘러앉아 음식을 나눠 먹었다. 그동안 트윗은 야만인들에게 자기들 언어로 무어라 말했다. 가끔 우리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누누! 누누!”


아무래도 우리를 ‘누누’라고 부르는 듯했다. 그게 무슨 뜻인지 몰라도 대충 이방인이나 손님이라는 뜻이 아닐까 짐작할 뿐이었다.


사람들이 음식을 나눠 먹는 와중에도 피터스는 못마땅한 얼굴로 야만인들을 살폈다. 음식도 먹지 않고 누런 이를 가끔 드러낼 뿐이었다.


내가 그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왜 그래요, 피터스? 뭐가 마음에 안 들어요?”

“난 깜둥이들을 믿지 않아. 미국에서도, 여기서도 마찬가지야.”

“너무 그러지 말아요. 지금 다들 우리를 환영해 주잖아요.”

“지금이야 그렇지. 하지만 지켜보자고.”

“누누! 누누!”


트윗이 계속 우리를 가리켜 ‘누누’라고 말하자 야만인들도 ‘누누’라고 말했다. 분위기에 취한 가이 선장이 자기를 가리키며 외쳤다.


“누누!”

“누누!”


그러자 트윗과 야만인들이 크게 웃었다. 그들은 원숭이처럼 박수치면서 좋아했고, 그런 야만인들을 보며 가이 선장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 깜둥이들 꽤 괜찮군. 마음에 들어.”


야만인들이 마치 노래를 부르듯 ‘누누’라고 말하며 우리를 즐겁게 해줬다. 날이 어두워지자 이들은 우리 곁에 불을 피워서 따뜻하게 해줬다.


모닥불 주변으로 야만인들이 움직이며 저들끼리 떠들었다.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누누’뿐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우리를 보며 낄낄거렸다.


그림자처럼 생긴 이들이 그림자처럼 움직이며 웃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웃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피터스가 왜 그런 태도를 보이는지 이해됐다.


야만들의 모습에 기분 나쁜 기묘함이 등을 타고 스멀스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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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8. 검은 고양이와 갈까마귀 (1) +1 23.09.22 57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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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55. 백작의 성 (2) +1 23.09.19 58 4 13쪽
54 54. 백작의 성 (1) +1 23.09.18 46 4 13쪽
53 53. 윌리엄 윌슨 (3) +1 23.09.17 49 4 15쪽
52 52. 윌리엄 윌슨 (2) +2 23.09.15 55 5 14쪽
51 51. 윌리엄 윌슨 (1) +2 23.09.14 66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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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49. 생매장 (1) 23.09.12 47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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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4. 절름발이 개구리 (2) +1 23.09.01 59 4 16쪽
43 43. 절름발이 개구리 (1) +1 23.08.31 43 4 14쪽
42 42. 아몬티야도 술통 (4) +1 23.08.29 54 5 16쪽
41 41. 아몬티야도 술통 (3) +1 23.08.28 57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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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 낸터킷의 아서 고든 핌 (10) +2 23.08.20 72 6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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