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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스노우

에드거 앨런 포는 작가로 살고 싶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대체역사

완결

제이스노우
작품등록일 :
2023.07.02 10:33
최근연재일 :
2023.09.26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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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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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
글자수 :
39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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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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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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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44. 절름발이 개구리 (2)

DUMMY

백작의 경고에 나는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눈빛에서 섬뜩함이 나타났으니 말이다. 차츰 마음이 가라앉고 나서야 그를 상대할 수 있었다.


“무슨 말이에요, 레이놀즈? 그리고 여기는 대체 어떻게 있는 거예요?”

“이 유랑단은 영국에서 왔지. 누가 여기까지 오게 도와줬을까? 일단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에 대한 대답이 됐겠지. 난 이만큼 친절하다고. 자, 그럼 무슨 말이냐고? 에디, 이런 식으로 나오면 곤란해. 발뺌하면 정말 실망할 거야.”


백작이 여전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눈은 분명 나를 보고 있었다. 마치 나를 감시하는 듯 내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발뺌한 적 없어요. 무슨 오해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내가 무슨 잘못을 했나요? 난 이미 원고를 당신한테 보냈는데요?”


백작이 담배를 한 모금 빨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연기를 입에서 내뿜으면서 내게 다가왔다. 그는 여전히 웃고 있었고, 여전히 날 바라보고 있었다.


푸른 눈으로. 모든 걸 꿰뚫는 듯한 눈빛으로.


일순간, 백작의 모습이 커지는 걸 느꼈다. 정말 찰나였는데, 그 모습은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동시에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건 마치, 남극에서 봤던 하얀 형체와 같았다.


가까이 다가온 백작이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러고는 친근하게 어깨동무하고는 나를 천천히 단장에게 멀어지게 했다.


단장이 백작에게 말했다.


“곧 다음 무대가 시작할 거요. 절름발이 개구리가 올라간단 말이오. 저 녀석도 내가 좀 써야 해요.”

“아아, 잠시만 기다리라고. 둘이 좀 나눌 대화가 있어서 말이야.”

“하지만···.”

“가서 시간 좀 끌어. 그게 뭐 어렵다고 그러나?”


백작이 단장의 말을 무시했다. 나는 친근한 미소를 지으며 단장에게 말했다. 그러나 어떤 위압감에 그 무시무시한 모습의 단장조차 기를 펴지 못했다.


그리고 나와 백작이 무대에서 점점 멀어졌다. 그리고 사위가 어두워지니 백작이 걸음을 멈추었다. 동시에 나도 멈췄다.


주변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지나가는 사람은커녕 벌레 한 마리 없었다. 그런데도 백작은 여전히 어깨동무를 풀지 않았다.


“그래, 어디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 모르겠지만 머리가 피가 묻었군. 정말 고생했어, 에디. 자네가 지금 제정신이 아니라는 걸 내가 이해하지.”

“난 멀쩡해요, 레이놀즈.”

“아냐. 자네는 멀쩡하지 않아. 자네가 겪은 경험은 내가 글로 써서 보내주게. 벌써 흥미가 생겨. 글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낸터킷의 아서 고든 핌 이야기>도 정말 재미있게 봤네. 자네가 남극에서 겪었던 일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어. 그 끔찍한 일들 말이야.”


끔찍한, 그 말에 백작이 더 환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가 잔뜩 흥분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정말로, 정말로 간신히 흥분을 가라앉히고 있었다.


“에디, 말해 봐. 누가 자네를 도와줬나? 바로 나 아니었나? 나는 자네의 후원자로서 많은 걸 해줬네. 후원금을 매주 줬지. 자네가 가난을 피할 수 있도록. 그리고 자네에게 차도 줬어. 자네가 온전히 글을 쓸 수 있도록. 내 말이 틀렸나?”

“레이놀즈, 당신 말이 맞아요. 그걸 제가 모르지 않아요. 그런데···.”

“그런데 왜 나한테서 벗어나려고 하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내가 당신한테 벗어난다고요? 혹시 내가 시를 써서 그래요? 하지만 레이놀즈, 당신도 말했잖아요. 내가 시를 씨든 잡지사에서 다른 글을 쓰든 상관하지 않겠다고요.”

“시 따위는 아무것도 아냐. 그건 아주 사소한 문제야. 정말 사소해서 관심도 없다고.”

“그런데 대체 뭐가···?”

“네 옆에 있는 아가씨. 아직도 모르겠어?”


버지니아. 결국 백작이 말하고자 하는 건 나와 버지니아의 관계였다. 볼티모어에서부터 그렇게 신경 쓰더니, 지금까지도 버지니아를 잊지 않았다.


이제 백작은 사악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이 마치 나를 집어삼킬 것 같다는 두려움에 나는 순간 몸을 떨었다.


나는 정신이 흔들렸지만 간신히 붙잡으며 말했다.


“버지니아는 내 친척이에요. 당신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고요.”

“아니. 그렇지 않아. 에디, 너도 알고 있어. 어렴풋하게라도 눈치를 챘잖아. 그 아가씨가 남들과 다르다는 걸 말이야.”


나는 축제 첫날에 버지니아에게 느꼈던 감정을 들킨 것 같아 순간 가슴이 철렁거렸다. 하지만 나는 끝까지 모르는 척했다.


“버지니아는 고작 10대 소녀예요. 그런 애한테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할 이유가 있나요? 너무 지나친 반응이에요.”

“에디, 지금 자네가 하는 말이 진심이라면 자네는 순진한 게 아니라 어리숙한 거야. 하지만 내가 아는 자네는 그렇게 바보는 아니지. 솔직해지자고. 자네가 보기에 그 아가씨가 평범한 10대 소녀로 보이나?”


백작은 내 대답을 듣기도 전에 내게서 멀어졌다. 두어 걸음 물러난 그는 나를 똑바로 쳐다봤다. 여전히 나를 꿰뚫는 눈빛으로 미소를 머금은 채.


그가 내게 물었다.


“에디. 자네는 아직도 내가 그저 그런 사업가로 보이나?”


나는 쭈뼛거렸다. 마치 숲속에서 호랑이를 본 것처럼, 다 쓰러져가는 성에서 귀신을 만난 것처럼 발끝에서 머리까지 온몸의 털이 솟는 것 같았다.


대학교 때부터 알고 있었던 백작의 비범함은, 이제 내 예상을 아득히 넘었다. 나는 그 느낌을 바로 어제도 봤었다.


바로 버지니아에게서 말이다. 버지니아가 지닌 아우라는 백작에게서도 있었다. 다만 백작의 아우라가 지닌 느낌은, 버지니아와 정반대였다.


내가 무슨 말도 해야 할지 몰라 반쯤 벌린 입을 움직이고 있을 때, 백작이 내게 다가왔다. 그는 다시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엄청난 압박감이 내 어깨를 짓눌렀다.


“악!”


나는 비명을 지르며 무릎을 꿇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백작은 웃으면서 날 내려다봤다. 마치 폭정을 일삼는 폭군이 나약한 백성을 보듯이.


그 사악함이 사방으로 퍼졌다.


“에디. 넌 나를 위해 움직여야 해. 내가 너한테 전하는 경험에 따라서 말이야. 그리고 날 위해 글을 써. 그게 우리의 연결고리야.”


나는 처음으로 백작과의 계약을 후회했다. 그러자 백작이 내 표정을 읽고는 혀를 찼다. 쯧쯧, 하는 소리에는 명백한 조소가 담겨 있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내게 경고했다.


“이제 내 말을 이해하겠나, 에디? 넌 내게서 벗어날 수 없어. 계약은 파기하지도 못해. 우리 사이가 그렇게 손바닥 뒤집듯이 쉽게 끝나지는 않잖아?”


계속 수다스럽게 말하려던 백작이 이내 말을 멈추고는 무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는 무대를, 아니 그 너머를 주시했다.


그러다 단장이 조심히 우리 곁에 다가왔다.


“이제 더 버틸 수가 없어요. 오랑우탄 놀이가 곧 시작할 겁니다.”

“그거 잘됐군! 그럼 어디 가서 구경 좀 할까?”

“이제 저 녀석을 데려가도 됩니까?”


단장이 나를 가리켰다. 나는 고통스러운 어깨를 부여잡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백작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데리고 가게. 험한 일만 시키지 말라고.”

“공연을 망치고 싶지는 않다면 제대로 움직여야 할 거요.”


그러더니 단장이 내 손을 우악스럽게 붙잡고는 끌고 갔다. 덩치는 내 절반 정도였지만 가지고 있는 힘은 남달라서 저항 한 번 못 하고 끌려가야 했다.


그 모습을 보던 백작이 뒤에서 날 놀리듯 격려했다. 방금 있었던 일은 이미 잊은 모양이었다.


“에디, 가서 잘해보라고. 마지막을 장식해.”


어느새 나는 단장과 함께 무대 뒤에 서 있었다. 내가 오건 말건 무대 뒤에 숨어 있던 수많은 광대들이 단장을 보며 히히거렸다.


“다 됐어요, 단장. 이제 시작하면 됩니다.”

“사람들은 뭣도 모르고 구경하겠지.”

“볼거리가 풍부하지! 암 그렇고말고!”


광대들이 저들끼리 떠들자 단장이 으르렁거리며 마디 없는 손을 그들에게 휘둘렀다.


“시끄럽게 하지 말고 빨리 자리로 돌아가! 공연 망치면 모두 목이 날아갈 줄 알아!”


단장의 외침에 광대들이 낄낄거리며 흩어졌다. 단장은 곧장 무대를 가리켰다. 무대에는 절름발이 개구리만 홀로 공연하고 있었다.


단장은 무대에 올라간 광대는 신경 쓰지 않고 천장을 가리켰다.


“잘 봐라. 나가서 실수하지 말고. 절름발이 개구리가 사람들을 무대로 부를 거다. 너는 무대로 올라온 놈들의 허리에 줄을 감아. 저기 천장에서 내려온 밧줄 말이야.”


천장에는 나무로 만든 장치가 있었다. 사실 광장은 천장 없이 넓은 하늘이 보였는데, 언제 유랑단이 만들었는지 임시로 대충 만든 천장이 있었다.


끼익-끼익-


그리고 천장 밑에 있는 나무 장치가 바람에 따라 기분 나쁜 소리를 냈다. 나무 기둥과 판자로 얼기설기 만든 모습이 영 불안했다.


그러나 그 모습은 마치 왕관과 같았다.


“···그러더니 영국 귀족이 내게 말했지요. ‘네 녀석은 너무 작아서 내가 휘두른 칼도 그냥 지나가겠구나.’라고요. 그래서 저는 ‘나리가 휘두른 칼도 지나가고 다리 밑으로도 지나갈 수 있습니다요. 거기에 닿지도 않고요.’라고 했지요.”


광대가 우스갯소리를 하더니 광장에 있던 사람들이 시끄럽게 웃었다. 이미 사람들이 광대의 말에 홀린 듯 반응했는데, 그만큼 말재간이 대단했다.


광장에 모인 사람은 수백에 달했는데도 절름발이 개구리는 사람들을 휘어잡았다. 그가 왜 가장 유능한 광대라고 소개하는지 알 것 같았다.


다만 모든 사람들이 그의 말과 행동에 박장대소하는 게 아니었다. 수백의 사람들 사이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붉은 천막 아래 서 있는 패트릭과 남자들이었다. 그들은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하기 어렵다는 얼굴로 절름발이 개구리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 사이로 나는 마리아 숙모와 버지니아를 발견했다. 두 사람은 무대보다는 사람들 곁을 계속해서 오갔다. 그건 나를 찾는 행동이었다.


“자, 이제 마지막 공연입니다! 저희 유랑단의 큰 자랑거리죠! 오랑우탄 놀이입니다!”


절름발이 개구리가 외치니 사람들이 박수를 보냈다. 광대는 사람들을 보면서 익살스럽게 행동하더니 이내 손가락으로 사람들을 가리켰다.


“이 공연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요. 왕과 신하 역할을 해야 하거든요.”

“내가 하겠소!”

“아니, 저요! 제가 할게요!”


무대에서 가까운 사람들이 손을 흔들었다. 그러나 절름발이 개구리는 그들에게 눈길조차 보내지 않았다. 그는 미소를 머금은 채 사람들을 둘러보다가 이내 붉은 천막을 가리켰다.


“거기, 신사분들! 여기 나와서 흥을 돋워주시겠습니까요?”


절름발이 개구리가 정확히 패트릭과 남자들을 가리켰다. 모두 네 명. 그들은 광대의 행동에 당황하여 눈을 동그랗게 떴다.


사람들이 일제히 그들을 쳐다봤다. 누군가는 부러워하는 눈으로, 누군가는 빨리 무대로 나가라는 눈으로. 수백 명이 말도 없이 눈만 깜빡였다.


패트릭과 남자들은 처음에 움직이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절름발이 개구리가 사람들의 호응을 유도하니 결국 그들이 무대로 올라왔다.


“이, 이 자식! 대체 뭐 하는 거야?! 왜 우리가 무대로 나가야 해?!”


패트릭과 남자들이 무대로 올라온 사이, 무대 뒤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더니 남자 셋이 광대들에게 이끌려 나왔다. 나는 그중 하나가 낮에 광대들에게 소리쳤던 남자라는 걸 기억했다.


“자, 그럼 이렇게 한 번 해보지요! 다들 준비됐으면 시작하자고!”


절름발이 개구리가 동료들에게 신호를 보내니 그들은 잽싸게 남자들에게 옷을 입혔다. 우스꽝스럽게 표현한 왕과 신하 복장이었다.


패트릭과 남자들이 어떻게 거부하려고 해지만 광대들의 손은 능숙했다. 그들이 금방 바보 같은 모습으로 변하니 광장에 있던 사람들이 자지러지게 웃기 시작했다.


“뭐해? 너도 빨리 나가.”


단장이 있는 힘껏 날 무대로 밀쳤다. 나는 남자들과 떨어진 곳에 멈춰 서서 광장에 있는 사람들을 쭈욱 살폈다.


그들은 내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단둘만 빼고. 사람들 사이에 있던 마리아 숙모와 버지니아가 있었다. 숙모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분명히 나를 바라봤다.


“자, 국왕폐하! 이 놀이는 오랫동안 전통적으로 이어져 온 놀이이지요! 부디 이 미천한 몸의 장난을 허락해 주십시오!”


절름발이 개구리가 과장된 행동으로 왕의 복장을 한 패트릭에게 절을 올렸다. 그 사이, 다른 광대가 내게 와 나를 다시 밀쳤다.


“빨리 가서 묶어요! 얼른요!”


나는 시키는 대로 천장에서 내려온 밧줄로 그들을 묶었다. 모두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 있었는데, 패트릭이 다가오는 날 보고는 입을 떡 벌렸다.


“너, 너! 대체 어떻게 여기 있는 거야? 분명히 창고에서 있었는데! 아니, 그보다 대체 뭘 하려는 거야?! 이게 대체 무슨 짓이냐고!”


패트릭이 수상함을 느끼고 무대에서 나가려고 하니 광장에서 야유가 터졌다. 이미 흥미가 생긴 사람들은 패트릭의 모습을 돌발행동이라고 여겼다.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당신들 덕분에 우리도 재미 좀 보자고!”

“리치몬드 사람들이 그렇게 인내심이 없어서야 되겠나?”


무대에서 가까운 사람들이 패트릭을 조롱했다. 그 사이, 나는 패트릭의 허리를 밧줄로 단단히 묶었다. 동시에 천장에 있는 나무 왕관을 올려다봤다.


그 거대한 왕관과 달리 패트릭의 모습은 한없이 작았다. 그게 무엇이 되었든, 나는 패트릭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그럼 잘 즐기라고. 이게 저 광대의 복수니까.”

“복수? 복수라니?! 이게 대체···!”

“국왕폐하! 이 몸이 직접 영국에서 가져온 왕관이옵니다요! 그들의 기고만장함이 하늘을 찔러 왕관조차 크게 만들어서 폐하의 머리에 맞지 않겠사오나, 충신들과 함께 저 왕관을 머리에 써야 하지 않겠습니까요?”


절름발이 개구리는 패트릭이 듣건 말건 대사를 읊었다. 정말로 왕을 알현하는 모습이었지만, 그 안에는 살벌한 기운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날 선 눈의 광대가 패트릭을 노려봤다.


“이제 그만 올라가 왕관을 차지하십시오.”

“대체 무슨! 안 돼! 이거 놔!”


파악!


패트릭의 비명과 무색하게 밧줄이 팽팽해지더니 이내 사람들이 공중으로 올라갔다. 나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밧줄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확인했다.


무대 뒤에서 광대들이 있는 힘껏 밧줄을 당기고 있었다. 그들이 낄낄거리며 밧줄을 당기는 동안 패트릭과 남자들은 점점 왕관과 가까워졌다.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패트릭과 남자들이 발만 구르니 광장에 있던 사람들이 죄다 웃기 시작했다. 마리아 숙모와 버지니아만 빼고 말이다.


절름발이 개구리가 왕관과 가까워진 패트릭과 남자를 한심하게 쳐다보고는 삐딱하게 서서 팔짱을 낀 채 한쪽 발로 바닥을 계속 두드렸다.


“흠, 아무래도 왕관이 국왕폐하께 안 맞는 모양이네요. 그렇게 계시니까 꼭 오랑우탄 같네요.”

“망할 놈! 빨리 내려주지 못해!”


패트릭이 꽥 소리치자 광장에 있던 사람들이 더 웃었다. 어떤 사람은 정말 웃겨서 배를 부여잡고 헐떡이기까지 했다.


나는 그 모습을 무대 바로 옆에서 지켜봤다. 누구도 내게 눈길을 보내지 않았다. 모두가 나무 왕관에 매달린 사람들만 볼 뿐이었다.


그러다 나는 버지니아와 눈이 마주쳤다. 버지니아는 놀라지도, 당황하지도 않은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버지니아는 입을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히 그 맑고 푸른 눈으로 내게 말하고 있었다. 눈빛으로 말이다.


도망치라고. 당장 도망쳐서 자신에게 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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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후기 +4 23.09.26 172 14 3쪽
60 60. 몰락은 없다 (완결) 23.09.26 111 6 13쪽
59 59. 검은 고양이와 갈까마귀 (2) 23.09.25 66 4 13쪽
58 58. 검은 고양이와 갈까마귀 (1) +1 23.09.22 56 4 13쪽
57 57. 붉은 죽음의 가면 (2) +1 23.09.21 73 4 13쪽
56 56. 붉은 죽음의 가면 (1) +1 23.09.20 48 3 13쪽
55 55. 백작의 성 (2) +1 23.09.19 57 4 13쪽
54 54. 백작의 성 (1) +1 23.09.18 45 4 13쪽
53 53. 윌리엄 윌슨 (3) +1 23.09.17 48 4 15쪽
52 52. 윌리엄 윌슨 (2) +2 23.09.15 54 5 14쪽
51 51. 윌리엄 윌슨 (1) +2 23.09.14 64 3 13쪽
50 50. 생매장 (2) 23.09.13 46 4 12쪽
49 49. 생매장 (1) 23.09.12 47 4 13쪽
48 48. 어셔 가의 몰락 (3) +2 23.09.08 53 4 13쪽
47 47. 어셔 가의 몰락 (2) +1 23.09.06 48 3 14쪽
46 46. 어셔 가의 몰락 (1) +1 23.09.05 48 4 12쪽
45 45. 절름발이 개구리 (3) +2 23.09.04 52 4 13쪽
» 44. 절름발이 개구리 (2) +1 23.09.01 59 4 16쪽
43 43. 절름발이 개구리 (1) +1 23.08.31 42 4 14쪽
42 42. 아몬티야도 술통 (4) +1 23.08.29 53 5 16쪽
41 41. 아몬티야도 술통 (3) +1 23.08.28 57 4 14쪽
40 40. 아몬티야도 술통 (2) +1 23.08.25 48 5 14쪽
39 39. 아몬티야도 술통 (1) +1 23.08.24 73 4 13쪽
38 38. 볼티모어에서 (3) +1 23.08.23 66 4 13쪽
37 37. 볼티모어에서 (2) +1 23.08.22 64 4 13쪽
36 36. 볼티모어에서 (1) +1 23.08.21 74 4 13쪽
35 35. 낸터킷의 아서 고든 핌 (10) +2 23.08.20 72 6 17쪽
34 34. 낸터킷의 아서 고든 핌 (9) +1 23.08.18 61 4 15쪽
33 33. 낸터킷의 아서 고든 핌 (8) +1 23.08.17 66 5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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