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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스노우

에드거 앨런 포는 작가로 살고 싶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대체역사

완결

제이스노우
작품등록일 :
2023.07.02 10:33
최근연재일 :
2023.09.26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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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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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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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9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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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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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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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55. 백작의 성 (2)

DUMMY

곧 거울에서 다시 윌리엄 윌슨이, 아니 백작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언제나 그렇듯이 나를 보며 싱긋 웃었다.


“이제 내 정체를 알겠나, 에디?”


그러고는 그는 거울에서 나와 내 앞에 섰다. 나는 그에게서 나타나는 서늘함에 몸이 부들부들 떨릴 지경이었다.


나는 그때까지 그런 공포를 느껴본 적이 없었다.


악마. 아니면 유령. 나는 백작이 그런 존재라고 믿었다. 인간이 아니며, 어쨌든 평범하지 않은 능력을 지닌 존재라고 여겼다.


그러나 그러한 예상에도 불구하고, 백작은 내 예상을 아득히 넘는 존재라는 걸 알자 나는 완전히 할 말을 잃었다.


내가 멍청하게 앉아 있는 동안, 백작이 어디론가 손짓했다. 그러자 절름발이 개구리가 나타나더니 내 손과 발을 묶었던 밧줄을 풀었다.


절름발이 개구리가 밧줄을 풀어주면서 나는 자유로워졌다. 그러나 의자를 박차고 나가지 않았다. 어디를 가더라도, 백작의 손에 벗어나지 못할 테니까.


백작은 명백히 조롱하는 눈으로 날 바라보면서 히죽거렸다. 나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그에게 물었다.


“왜 이런 짓을 했던 거야?”

“네가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 궁금했으니까.”

“그게 뭐가 중요한데?”

“당연히 중요하지. 아직도 모르겠어? 네가 정말로 흥미로운 존재라는 걸 말이야.”


백작이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눈을 반짝였다. 그러고는 내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면서 사악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내 세계에 없는 존재야. 이질적인 존재라고. 그러니 네가 어떤 녀석인지 내가 알아야 하지 않겠어?”


성만이 백작의 것이 아니었다.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의자, 내가 있는 이 공간, 내 옆에 있는 절름발이 개구리 모두 그의 것이었다.


백작이 내게서 조금 멀어져서는 어깨를 으쓱였다. 나는 그게 당장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러거나 말거나 백작이 말했다.


“아, 물론 이질적인 게 하나 더 있긴 하지. 내 세계로 갑자기 나타난 존재 말이야.”


나는 그게 누구를 말하는 건지 대번에 알아차렸다. 나는 공포를 잊고 백작을 노려보며 낮은 목소리를 내뱉었다.


“버지니아. 지금 어디에 있지?”

“내가 앞에 있는데도 네 아가씨를 찾나? 걱정 마. 그 아가씨는 이 성에 있어. 그리고 걱정해야 하는 건 아가씨가 아니라 너지. 너는 너무 약해. 하지만 그 아가씨는···.”


백작이 말 끝내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아무것도 없는 어둠을 보면서 웃었다. 사악한 웃음이 조금은 가라앉았는데,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함께 있던 절름발이 개구리는 어쩔 줄 몰라 하면서 계속 산만하게 움직였다. 그 모습에 나도 고개를 돌려 어둠을 지켜봤다.


또각거리며 걷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어둠에서 버지니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버지니아는 나를, 그러다 백작을 바라봤다.


나는 그때처럼 버지니아의 눈에 분노가 가득한 걸 본 적이 없었다.


그걸 백작도 아는 눈치였다. 그는 조용히 머리를 긁적이더니 괜찮다는 듯 손을 저었다. 그러자 버지니아 주변으로 수많은 광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살벌한 분위기로 버지니아를 노려봤다. 무기를 든 광대도 있었고, 횃불을 든 광대도 있었다. 하지만 버지니아는 백작만 노려봤다.


“이거 단단히 화가 났군, 아가씨. 내 하인들이 건드리지 못할 정도라니.”

“에디를 놔줘요.”


버지니아가 똑바로 말했다. 그러자 백작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이 손바닥을 보여주는 모습으로 나를 가리켰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아가씨. 나는 에디를 진작 풀어졌다고. 잘 보라고. 의자에 멀쩡하게 앉아 있잖아.”

“에디를 놔.줘.요.”


버지니아가 똑똑히 말했다. 그 말투에 백작이 이제 더는 장난하지 않았다. 그는 살벌한 눈빛을 지닌 채 버지니아에게 경고했다.


“아가씨. 그건 안 될 말이지. 지금까지 나랑 잘 놀았는데 이제 와서 놔달라고? 아가씨 혼자 독차지하려고? 절대 안 되지. 안 되고말고.”

“에디는 당신 것이 아니에요.”

“그건 아가씨도 마찬가지지.”


버지니아가 백작을 쏘아보다가 이내 내게로 눈길을 돌렸다. 맑은 눈으로 당장 내 곁으로 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타악!


나는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버지니아에게로 향했다. 의자가 바닥에 쓰러지면서 둔탁한 소리가 공간 전체로 퍼졌다.


내가 가까이 다가오자 버지니아가 내 손을 잡았다. 따뜻했다. 나는 버지니아의 손을 놓지 않고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절름발이 개구리를 비롯해 광대들이 무시무시한 무기를 든 채 나와 버지니아를 둘러쌌다. 모두 살벌하게 쳐다봤지만, 누구도 다가오지 않았다.


백작이 귀찮다는 듯 한숨을 내뱉었다.


“에디. 괜한 짓 하지 마. 어차피 여기서 벗어나지 못해.”


그런데도 내가 뒤로 물러나니 백작이 광대들에게 손짓했다. 그러자 절름발이 개구리가 짐승처럼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놈은 학교에서처럼 날 간단하게 제압할 수 있다고 여긴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때처럼 쉽게 당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빠악!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내 주먹에 절름발이 개구리가 나가떨어졌다. 동시에 그가 들고 있던 작은 칼이 바닥에서 힘없이 돌았다.


나는 그것을 잡았다. 그러자 광대들이 일순간 험악한 눈빛으로 노려봤다. 하지만 나는 그들과 상관없이 백작을 노려봤다.


백작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손을 뻗었다.


“그걸로 날 공격하겠다고, 에디?”

“···아니. 그럴 생각 없어.”


나는 칼을 그대로 던졌다. 포물선을 그리고 날아간 칼은 백작을 스쳐 지나가더니 그대로 거울을 깼다.


쨍그랑!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타원형 거울이 그대로 박살이 나서 바닥에 무너졌다. 백작과 광대들이 그 모습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백작이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를 터뜨렸다.


“에디. 고작 이런 걸로 날 어떻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 예전에 거울을 깼던 기억이 아직 남았나 보지?”


나는 그의 말에 반응하지 않았다. 대신 광대 중 하나가 들고 있던 횃불을 그대로 낚아챘다. 횃불을 뺏긴 광대가 멍청하게 날 쳐다봤다.


“당신에게 보낸 글도 모두 태워주지. 이제 필요 없을 테니까.”


그리고는 나는 횃불을 책더미에 던졌다. 불이 순식간에 붙더니 불길이 치솟았다. 그 모습에 광대들이 원숭이처럼 움직였다.


어두웠던 공간이 불길 때문에 밝아졌다. 그러자 내가 묶였던 큰 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단단한 돌로 만든 큰 방에는 책과 그림이 내 예상보다 더 많았다.


그 모든 게 불과 함께 사라질 예정이었다.


“멍청한 놈들! 뭘 보고만 있어! 얼른 꺼!”


절름발이 개구리가 꽥 소리치자 광대들이 사방으로 퍼지는 불길을 잡으려고 부산하게 움직였다. 그 사이, 나는 버지니아와 함께 도망쳤다.


백작은 그 모습을 보고도 당황하거나 화를 내지 않았다. 그저 멀어지는 나를 보면서 웃기만 했다.


“에디! 여기서 벗어나면 끝난다고 생각하나? 어림도 없지!”


멀어지는 방에서 백작이 웃는 소리가 들렸다. 그건 마치 환청처럼 들렸다. 그러나 분명 현실이었고, 나는 그의 웃음을 쉽게 떨칠 수 없었다.


백작의 말이 사실이다. 여기서 벗어난다고 한들 무슨 소용인가. 그는 결국 다시 나를 찾아와 내 정신을 흔들 것이다.


“에디.”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달려가던 나는 버지니아의 말을 듣고 멈췄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는데, 버지니아는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이었다.


버지니아가 어두운 복도를 가리켰다.


“여기로 가야 해요. 가져가야 할 게 있어요.”

“가져가야 한다고? 뭐?”

“에디가 옮길 수 있어요. 그게 필요해요.”


버지니아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다. 그러나 나는 버지니아의 말을 거절하지 않았다. 나는 다시 버지니아의 손을 잡은 채 뛰었다.


길고 긴 복도를 따라 계속해서 뛰었다. 움직여도 돌로 만든 복도만 보였는데, 마치 거대한 정원을 움직이는 듯한 느낌조차 들 지경이었다.


그러다 어떤 방에서 멈췄다. 문조차 없는 방에는, 분명 본 적 있는 나무로 만든 상자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건···?”

“그걸 가져가야 해요, 에디.”


나는 그게 무엇인지 기억했다. 그건 다름 아닌 남극에서 봤던 상자였다. 남극에서 찾은, 이상한 돌덩이가 든 상자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돌덩이가 들었다고 말한 사람은 피터스였다. 그러나 피터스의 정체를 알았으니 그가 한 말도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거기에 무엇이 들어있는 건 분명했다. 그러니 백작이 다른 물건들과 달리 나무상자만 따로 보관하지 않았을 테니까.


나는 천천히 다가가 나무상자를 만졌다. 혹시나 싶었지만, 별 반응은 없었다. 그리고 나무상자를 들으니 생각보다 그리 무겁지 않았다.


나무상자를 열려고 하자 버지니아가 말했다.


“그걸 그대로 들고 가요.”

“상자를 들고 가자고?”


내가 묻자 버지니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복도를 바라보던 버지니아가 내게 말했다.


“시간이 없어요. 가야 해요.”


나는 백작이 쫓아오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그대로 상자를 들고 다시 방을 나왔다. 그리고 복도를 따라 뛰었다.


그러자 복도를 따라 백작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에디. 그걸 가져간다고? 그래, 가져가라고. 내 선심을 쓰지. 원래 주인에게 돌아가는 거니까.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알아야 해.”


나는 백작이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원래 주인이라니? 소용없다니? 그게 다 무슨 소리인가?


하지만 백작의 말을 무시하고는 나와 버지니아는 복도를 달리다 간신히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니 성을 따라 흐르는 강이 보였다.


거기에 배가 있었다. 낡은 배였지만, 당장은 그걸 사용해야만 했다. 왜냐하면 광대들이 쫓아오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으니까.


나는 버지니아와 상자를 배에 올린 채 배에 올라타 노를 잡았다. 그리고 있는 힘껏 배를 움직여 강물을 따라 움직였다.


곧 성에서 뛰쳐나온 광대들이 배를 발견하고는 원숭이처럼 소리를 내면서 제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화가 난 몇몇 광대들이 무기를 던졌지만 소용없었다.


나는 차츰 멀어지는 백작의 성을 바라봤다. 달빛 아래서 보이는 백작의 성은 차갑고 어두운 모습으로 서 있었다.


그리고 백작의 성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건 책들이 불타서 생긴 연기일 것이다. 나는 배를 움직이며 하늘로 올라가는 연기를 바라봤다.


연기는 밤하늘에서 흩어지는 것 같더니 이내 하늘로 점점 퍼졌다. 이내 연기는 먹구름처럼 하늘 전체를 가득 메웠다.


그리고 순간이었지만, 정말 잠깐이었지만 나는 그 하늘에서 나를 노려보는 차가운 눈빛을 볼 수 있었다. 나는 그 모습에 순간 얼어붙는 것 같았다.


휘이잉-!


순간 거센 바람이 불더니 배를 흔들었다. 나는 배가 뒤집히지 않기 위해 중심을 단단히 잡았다. 순간 잘못하면 모든 게 끝났다.


후두둑! 후두두둑!


바람과 함께 차가운 비가 계속해서 떨어졌다. 마치 계획했다는 듯이. 나는 더 단단하게 정신을 부여잡고 노를 저었다.


나는 거친 바람을 따라 백작의 목소리를 들었다.


“도망치라고, 에디. 더 멀리. 나를 찾지 못하는 곳으로 말이야.”


그러고 곧 백작이 나를 비웃었다. 나는 이를 꽉 깨물고는 오직 노 젓기에만 집중하려고 했다. 하지만 백작의 비웃음에 계속 정신이 흔들렸다.


삐걱!


순간 강한 바람에 배가 크게 흔들렸다. 그리고 어느새 불어난 강물에 배가 금방에라도 뒤집힐 것 같았다.


나는 정말로 그때 정신을 놓을 뻔했다. 그러다 나는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그 시선은 바로 옆에 있었다.


버지니아도 나처럼 온몸이 젖었다. 그런데도 버지니아는 추워하는 모습 하나 없이,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믿어요, 에디.”


그 말에 나는 정신을 잡았다. 다시 노 젓기에 집중하며 강물을 따라 배를 몰았다. 나를 위해서, 버지니아를 위해서.


어디로 가는지도 몰라도 배는 성에서 멀어졌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노를 잡았던 손에 더 힘이 들어갔다.


하늘에서 나를 쳐다봤던 시선은 사라진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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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60. 몰락은 없다 (완결) 23.09.26 112 6 13쪽
59 59. 검은 고양이와 갈까마귀 (2) 23.09.25 66 4 13쪽
58 58. 검은 고양이와 갈까마귀 (1) +1 23.09.22 57 4 13쪽
57 57. 붉은 죽음의 가면 (2) +1 23.09.21 73 4 13쪽
56 56. 붉은 죽음의 가면 (1) +1 23.09.20 48 3 13쪽
» 55. 백작의 성 (2) +1 23.09.19 58 4 13쪽
54 54. 백작의 성 (1) +1 23.09.18 46 4 13쪽
53 53. 윌리엄 윌슨 (3) +1 23.09.17 48 4 15쪽
52 52. 윌리엄 윌슨 (2) +2 23.09.15 54 5 14쪽
51 51. 윌리엄 윌슨 (1) +2 23.09.14 64 3 13쪽
50 50. 생매장 (2) 23.09.13 47 4 12쪽
49 49. 생매장 (1) 23.09.12 47 4 13쪽
48 48. 어셔 가의 몰락 (3) +2 23.09.08 53 4 13쪽
47 47. 어셔 가의 몰락 (2) +1 23.09.06 48 3 14쪽
46 46. 어셔 가의 몰락 (1) +1 23.09.05 49 4 12쪽
45 45. 절름발이 개구리 (3) +2 23.09.04 52 4 13쪽
44 44. 절름발이 개구리 (2) +1 23.09.01 59 4 16쪽
43 43. 절름발이 개구리 (1) +1 23.08.31 43 4 14쪽
42 42. 아몬티야도 술통 (4) +1 23.08.29 54 5 16쪽
41 41. 아몬티야도 술통 (3) +1 23.08.28 57 4 14쪽
40 40. 아몬티야도 술통 (2) +1 23.08.25 48 5 14쪽
39 39. 아몬티야도 술통 (1) +1 23.08.24 74 4 13쪽
38 38. 볼티모어에서 (3) +1 23.08.23 67 4 13쪽
37 37. 볼티모어에서 (2) +1 23.08.22 64 4 13쪽
36 36. 볼티모어에서 (1) +1 23.08.21 75 4 13쪽
35 35. 낸터킷의 아서 고든 핌 (10) +2 23.08.20 72 6 17쪽
34 34. 낸터킷의 아서 고든 핌 (9) +1 23.08.18 61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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