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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스노우

에드거 앨런 포는 작가로 살고 싶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대체역사

완결

제이스노우
작품등록일 :
2023.07.02 10:33
최근연재일 :
2023.09.26 22:25
연재수 :
61 회
조회수 :
6,738
추천수 :
361
글자수 :
394,242

작성
23.09.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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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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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50. 생매장 (2)

DUMMY

나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몰랐지만, 분명 검은 고양이가 있을 만한 곳은 아니었다. 나는 그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놀랍게도, 나는 손과 발을 조금씩 움직이면서 날 짓누르는 흙으로 팠다. 그러면서 나는 계속해서 나를 내려다보는 검은 고양이를 바라봤다.


검은 고양이는 요지부동이었다. 어떤 움직임도 없이, 그저 나를 노란 눈으로 내려다볼 뿐이었다. 내가 안간힘을 쓰는 동안에도 말이다.


그 모습에 나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 나는 땅에 묻혀 있는 데도 불안에 눈이 떨릴 지경이었다.


파악!


드디어 손이 먼저 땅 위로 올라왔을 때, 나는 세상을 다 얻은듯 했다. 이어 발이 나왔을 때는 나를 얽매이던 족쇄에서 벗어나는 것 같았다.


나는 몸을 덮은 흙을 거두고 나서야 깊은숨을 들이마실 수 있었다.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그것만으로도 다시 살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나를 흙들과 죽은 시체를 치운 뒤에야 간신히 구덩이에서 나올 수 있었다. 이제는 완전히 자유의 몸이 되니 나는 더더욱 정신이 또렷해졌다.


이어 검은 고양이가 있던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온몸이 흙투성이였고, 여전히 비는 내렸지만 그건 상관하지 않았다.


그러나 고양이는 없었다. 분명 구덩이 바로 위에 있었는데 말이다. 나는 구덩이에서 간신히 기어 나와 사방을 둘러봤다.


“내가···착각했나?”


어디에도 고양이가 보이지 않으니 나는 헛것을 보았다고 여겼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사방에는 비에 젖은 평야와 수풀만 보였으니까.


나를 묻었던 2인조 강도도 당연히 보이지 않았다. 내가 저택에서 타고 온 말도 마찬가지였다. 아직도 구덩이 주변에 있었으면 나는 다시 죽었을 것이다.


부스럭!


여전히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나는 분명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그건 내 곁에서 들렸다.


그리고 소리가 들리는 곳에서 고양이가 불쑥 튀어나왔다. 생매장당했을 때처럼 녀석은 나를 노란 눈으로 쳐다봤다.


“너, 어디서 왔어? 왜 여기 있어?”


내가 넋이 나간 사람처럼 고양이에게 말을 걸었다. 물론, 고양이는 내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귀조차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 고양이가 어디론가 향했다. 방향은 동쪽. 녀석은 나를 슬쩍 쳐다보더니 다시 천천히 움직였다. 그건 분명 따라오라는 눈치였다.


나는 검은 고양이를 따라갔다. 굳이 따라갈 필요는 없었지만, 구덩이부터 날 바라보던 녀석을 무시하기 어려웠다.


온몸이 천근만근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정신은 점점 또렷해졌다. 눈꺼풀이 무거웠는데도 나는 고양이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건 분명 헛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나는 고양이 말고 다른 걸 목격했다. 그건 누워 있는 웬 남자였다. 나는 그가 이런 날씨에 누워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는 죽어 있었다. 입을 쩍 벌린 채 눈이 뒤집힌 모습이 매우 고통스러워 보였다.


“이건···?”


남자의 손에 있던 건 다름 아닌 로드릭 어셔의 편지였다. 남자는 그것을 꽉 쥐고 있어서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그건 분명 내가 가져온 편지였다.


나는 그제야 그가 2인조 강도 중 한 명이라는 걸 깨달았다. 나는 남자를 살피다가 이내 고양이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검은 고양이는 나를 빤히 쳐다봤다. 그것도 멀리서. 나와 눈이 마주친 녀석은 이내 다시 움직였다. 그런 건 신경 쓰지 말라는 듯이.


나는 고양이를 다시 따라갔다. 내가 죽은 남자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무엇보다 그는 나를 죽이려고 했던 남자였으니 동정도 생기지 않았다.


그리고 곧 비가 그쳤다. 그건 정말 다행스러운 이이었다. 그리고 고양이를 따라 한참을 걷다가 나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바로 표지판이었다.


[리치몬드까지 XX마일.]


다 낡은 표지판이어서 리치몬드까지 얼마나 거리가 되는지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리치몬드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나는 기운이 났다.


그러나 나는 그 표지판 근처에서 또 다른 남자를 발견했다. 남자는 바닥에 엎드려서 한 손을 쭉 뻗고 있었다.


그 또한 이미 죽은 상태였다. 쭉 뻗은 손에는 로드릭 어셔의 편지가 있었다. 그 또한 편지를 꽉 쥐고 있었다.


나는 남자의 얼굴을 살피지 않았다. 그도 나를 죽이려고 했던 2인조 강도 중 한 사람이라고 확신할 뿐, 그 외에 다른 건 알고 싶지 않았다.


다만, 그들을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왜 이들이 죽었을까?


“에디. 잘 다녀왔나? 이런 날에 하염없이 걷기만 하다니. 정말 꼴이 말이 아니군.”


낯익은 목소리에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내 앞에 백작이 서 있었다. 그는 웃고 있었다. 그리고 고양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그가 어째서 내 앞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내 궁금증과 상관없이 백작은 여전히 웃으면서 내게 말했다.


“로드릭 어셔를 만났지? 안타까운 인물이야. 자기 재능을 제대로 보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났으니 말이야.”

“그 사람, 로드릭 어셔는 나 이전에 당신에게 후원받았죠?”

“그럼. 10년 넘게 나한테 후원받았지. 나는 그에게 많은 걸 후원했어. 돈도 주고, 편안하게 시를 쓸 수 있도록···.”

“고통을 줬겠지요.”


내 말에 백작이 말을 멈췄다.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눈빛은 차츰 가라앉았다. 그러나 눈길을 내게서 떼지 않았다. 마치 감시하듯이.


백작이 내게로 천천히 다가왔다. 그는 나와 달리 옷자락조차 젖지 않았다. 마치 방금까지 저택이나 집 같은 실내에 있다가 산책을 나온 모습이었다.


그가 여전히 웃으며 내게 경고했다.


“에디. 내가 어셔에게 준 건 경험이야. 그가 풍부한 상상력을 가지고 시를 쓸 수 있게 말이야. 그건 자네도 마찬가지잖아.”

“경험이 고통이라면, 내 말도 틀리지 않아요.”


백작은 차츰 웃음기를 거두었다. 그는 여전히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이제는 정말로 그의 눈이 나를 집어삼킬 것 같아 두려웠다.


그러나 나는 백작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에디, 이 친구야. 아주 홀랑 넘어갔군. 자네 곁에 있는 그 아가씨한테 말이야.”

“버지니아는 상관없어요.”

“아니, 상관있어. 그 아가씨 때문에 자네가 지금 그런 생각을 하는 거야. 자네 곁에 아가씨를 두지 못하게 해야 했어.”

“버지니아는 내버려···.”


그때, 백작이 내 어깨를 잡았다. 엄청난 힘이 내 어깨를 짓누르자 나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축제에서 그랬듯이 말이다.


그러나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무시무시한 백작의 말투와 살벌한 눈빛이었다. 그는 평소와 다른 목소리로, 정말로 맹수의 울음처럼 내게 말했다.


“에디. 날 열받게 하지 마. 전에도 말했잖아. 왜 자꾸 내 손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거야? 정말로 그러고 싶은 거야?”


그러더니 백작이 내게 얼굴을 바짝 들이밀었다.


순간, 그의 반짝이는 금발과 푸른 눈이 바뀌었다. 그건 밤보다 더 깊은 어둠과 같아서 순간 나는 정신을 놓는 줄 알았다.


“절대 그럴 수 없어. 너는 내 거야.”


나는 어깨를 짓누르는 백작의 손을 붙잡은 채 이를 떨었다. 압도적인 두려움에도, 나는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에게 물었다.


“당신, 정체가 대체 뭐야?”

“아직 정신이 덜 깼나, 에디?”

“아니. 당신 ‘진짜’ 정체가 뭐냐고.”

“···내가 사는 세계에는 이름이 없지.”


백작의 말을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그러나 내가 다시 묻기도 전에, 내가 말하기도 전에 백작이 내 어깨에서 손을 뗐다.


백작이 한두 걸음 뒤로 물러나더니 나를 보며 평소처럼 웃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웃음이 지닌 살벌함을 나는 분명 느꼈다.


“기껏 살려놨으니 로드릭 어셔처럼 굴지 말라고, 에디. 다음 글을 기대하지. 이제 기다린 시간이 있으니 빨리 보내는 게 좋을 거야.”


그러고는 백작은 내게서 멀어졌다. 나는 어깨를 부여잡은 채 바닥만 보고 있어서 백작이 멀어지는 걸 느낌으로만 알 수 있었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예상대로 백작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백작을 찾지 않았다. 다만 자리에서 일어나 걷기 시작할 뿐이었다.


백작을 상대한 뒤로 나는 온몸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정신도 온전치 않았다. 정말로 혼이 나간 것 같아 나는 금방에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그러나 머릿속에는 계속 가야 한다는 의식만 있었다. 마치 당근 쫓아 달리는 말처럼, 나는 그 생각만 지니고 계속해서 움직였다.


그렇게 한참을 걷던 나는 결국 진이 빠져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리치몬드가 보였는데도 나는 더 힘을 쓸 수가 없었다.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내게로 다가왔다. 그건 백작이 아니었다. 나는 본능처럼 그걸 알 수 있었다.


내게 다가온 누군가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보다 더 작은 손, 나보다 더 하얀 손이 고개 숙여 바닥만 바라보는 내 눈길에 보였다.


“가요, 에디.”


버지니아. 그건 분명 버지니아의 목소리였다. 물론 내가 본 손도 버지니아의 손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는 나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곧 버지니아의 손을 잡았다. 이어 다리에 힘을 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고개를 드니 내 바로 앞에 버지니아가 있었다.


버지니아는 나를 빤히 쳐다봤다. 언제나 그랬듯이. 다만 평소와 달리 버지니아의 눈이 조금은 흔들렸다. 그러나 어떤 감정인지 내비치지 않았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돼요.”


버지니아가 나를 이끌었다. 나는 걷고 또 걸었다. 주저앉을 때는 온몸에 힘이 빠져 움직이지 못할 것 같았는데, 지금은 어떻게든 움직였다.


마침내 집에 도착했을 때, 버지니아는 나를 방으로 안내했다. 마리아 숙모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어디로 갔는지 나는 버지니아에게 묻지 않았다.


방에 도착한 나는 그대로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평소에는 그러게 딱딱하던 침대가 그때만큼은 너무나 편안했다.


나는 제대로 정리도 하지 않은 상태로 누워 내 곁에 있는 버지니아를 바라봤다. 버지니아는 의자를 가져와 내 곁에 앉았다. 여전히 손을 잡은 채.


“푹 쉬어요, 에디. 내가 곁에 있을게요.”

“자면 악몽을 꿀 것 같아, 버지니아.”


내가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농담이 아니었다. 나는 그대로 자면, 백작에게 글을 쓰지 않는데도 엄청난 악몽에 시달릴 것이라고 확신했다.


버지니아가 고개를 저었다. 버지니아는 조용히, 그러나 단호함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곁에 있는 한 그렇지 않아요.”


버지니아가 나를 바라봤다. 나를 꿰뚫는 듯한 눈으로. 언제나 그랬듯이. 버지니아는 그 눈으로 내가 어디서 무엇을 겪었는지 이해하는 모습이었다.


버지니아가 다시 말했다.


“날 믿어요, 에디.”


나는 숨을 골랐다. 그리고 서서히 잠이 왔다. 금방에라도 눈을 감으면 그대로 잠에 빠질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 버지니아에게 할 말이 있었다.


“내가 쓰는 글, 백작과 내가 연결되는 지점이야. 연결고리 같은 거지.”

“알아요, 에디.”

“나 다시 글을 쓸 거야. 시 말고.”

“그러지 않아도 돼요.”

“아니, 그럴 거야.”

“대체 왜죠?”


버지니아의 목소리에서 조금 떨림이 느껴졌다. 나는 점점 잠에 빠져드는 와중에도 그 떨림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나는 흐릿한 시선으로 버지니아를 바라봤다. 이 말은 분명히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으니까. 그리고 나는 최대한 분명한 어조로 버지니아에게 말했다.


“내가 쓴 글은 백작을 위한 글이 아니야. 버지니아, 너를 위한 글이야.”


그때, 버지니아는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걸 분명히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말하고 나서야 나는 안도감이 들어 그대로 머리를 베개에 파묻었다.


백작이 보여준 공포를 잠들기 위해서는 내게 버지니아가 필요했다. 그건 버지니아도 알았고, 때문에 내 곁에 있을 것이다.


공포는 잠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이 나를 집어삼키고 말 것이다. 그 공포를 잠들게 하지 않으면, 내게는 죽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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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후기 +4 23.09.26 173 14 3쪽
60 60. 몰락은 없다 (완결) 23.09.26 112 6 13쪽
59 59. 검은 고양이와 갈까마귀 (2) 23.09.25 66 4 13쪽
58 58. 검은 고양이와 갈까마귀 (1) +1 23.09.22 56 4 13쪽
57 57. 붉은 죽음의 가면 (2) +1 23.09.21 73 4 13쪽
56 56. 붉은 죽음의 가면 (1) +1 23.09.20 48 3 13쪽
55 55. 백작의 성 (2) +1 23.09.19 57 4 13쪽
54 54. 백작의 성 (1) +1 23.09.18 46 4 13쪽
53 53. 윌리엄 윌슨 (3) +1 23.09.17 48 4 15쪽
52 52. 윌리엄 윌슨 (2) +2 23.09.15 54 5 14쪽
51 51. 윌리엄 윌슨 (1) +2 23.09.14 64 3 13쪽
» 50. 생매장 (2) 23.09.13 46 4 12쪽
49 49. 생매장 (1) 23.09.12 47 4 13쪽
48 48. 어셔 가의 몰락 (3) +2 23.09.08 53 4 13쪽
47 47. 어셔 가의 몰락 (2) +1 23.09.06 48 3 14쪽
46 46. 어셔 가의 몰락 (1) +1 23.09.05 49 4 12쪽
45 45. 절름발이 개구리 (3) +2 23.09.04 52 4 13쪽
44 44. 절름발이 개구리 (2) +1 23.09.01 59 4 16쪽
43 43. 절름발이 개구리 (1) +1 23.08.31 43 4 14쪽
42 42. 아몬티야도 술통 (4) +1 23.08.29 53 5 16쪽
41 41. 아몬티야도 술통 (3) +1 23.08.28 57 4 14쪽
40 40. 아몬티야도 술통 (2) +1 23.08.25 48 5 14쪽
39 39. 아몬티야도 술통 (1) +1 23.08.24 74 4 13쪽
38 38. 볼티모어에서 (3) +1 23.08.23 66 4 13쪽
37 37. 볼티모어에서 (2) +1 23.08.22 64 4 13쪽
36 36. 볼티모어에서 (1) +1 23.08.21 75 4 13쪽
35 35. 낸터킷의 아서 고든 핌 (10) +2 23.08.20 72 6 17쪽
34 34. 낸터킷의 아서 고든 핌 (9) +1 23.08.18 61 4 15쪽
33 33. 낸터킷의 아서 고든 핌 (8) +1 23.08.17 66 5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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