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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스노우

에드거 앨런 포는 작가로 살고 싶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대체역사

완결

제이스노우
작품등록일 :
2023.07.02 10:33
최근연재일 :
2023.09.26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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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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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46. 어셔 가의 몰락 (1)

DUMMY

검은 고양이가 집에 들어왔다고 해서 일상이 크게 바뀐 건 아니었다. 물론 고양이를 돌보는 시간이 생겼다는 게 변화라면 변화였다.


모습이 귀여운 고양이지만, 조금 독특한 면이 있었다. 우선 나와 버지니아를 잘 따랐는데, 특히 버지니아를 졸졸 따라다니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


그에 비해 버지니아는 고양이에게 애정을 보이지 않았다. 식사를 챙겨주는 일도, 만져주는 일도 거의 없었다. 대부분 그건 내 몫이었다.


그런데도 고양이는 항상 버지니아를 쫓아다녔다. 특유의 맑은 노란 눈으로 보면서 말이다. 그런 모습을 버지니아는 거의 무시했다.


가끔 버지니아가 고양이를 품에 안은 적도 있었다. 내 침대에서 버지니아가 앉아 있는 동안 고양이가 다가와 애교를 부릴 때였다. 그럴 때면 어쩔 수 없이 버지니아가 고양이를 만졌다.


이제 내 글을 기다리는 건 버지니아만이 아니었다. 고양이도 버지니아의 품에 안겨 나를 쳐다봤다. 나는 글을 쓰다가 그 모습을 보고는 웃었다.


“버지니아. 저 고양이가 널 참 좋아하는 것 같아. 가끔 시간을 내서 놀아주지 그러니?”

“난 에디랑 더 같이 있고 싶은데요.”


버지니아는 고양이의 등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손은 고양이를 만지고 있었지만 눈은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에 어깨만 으쓱였다.


고양이에게 한 가지 더 독특한 면이 있다면, 이름을 붙여줘도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나는 온갖 이름으로 고양이를 불렀지만 도통 말을 듣지 않았다.


아무래도 고양이가 나보다는 버지니아를 잘 따르니 버지니아에게 고양이의 이름을 붙여주는 게 좋겠다고 말했었다.


그때 버지니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냥 고양이라고 불러요.”

“그래도 이름이 있어야지.”

“어떻게 불러도 반응이 없잖아요. 그럼 굳이 이름을 붙일 필요가 있나요?”


냉담한 버지니아의 태도에 나는 당황했다. 그런 모습을 보인 적이 거의 없었으니까. 내가 좋게 타일러도 버지니아는 자기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그렇게 1835년까지 고양이와의 동거가 계속되었다. 조용하지만 평화로운 시간이 지나갔다. 나는 그동안 많은 시를 써서 발표했다.


좋은 소식이 있다면, <서던 리터러리 메신저>의 판매 부수가 3,000부까지 증가하였다는 점이었다. 그 사실에 특히 토마스가 기뻐했다.


“자네가 오기 전보다 무려 4배 넘게 판매 부수가 올랐다고! 이건 정말 좋은 일이야. 모두 에디 자네 덕분이야!”


토마스는 이제 내 실력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는 언제나 내 시를 칭찬했고, 내 시가 점점 발전한다고 평가했다. 물론 가볍게 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때까지도 나는 백작에게 보낼 글을 쓰지 않았다. 처음에는 백작이 날 독촉할 것이라고 여겼는데, 이제는 그런 예상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백작이 후원금을 끊은 것도 아니었다. 매주 꾸준히 20달러를 보내니 여전히 백작이 날 잊지 않았다는 걸 짐작했다.


어쨌든 나는 충분히 시를 발표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니 이제 내 계획을 토마스에게 알릴 때가 되었다. 오랫동안 미루었던 시집 출간 말이다.


“토마스. 제가 지금까지 발표한 시를 이제 시집으로 엮어서 출간하고 싶어요.”

“그거 좋지. 이제 자네도 그럴 때가 되었지. 케네디 씨한테도 이 사실을 알리는 게 좋겠어.”


토마스는 내 생각을 흔쾌히 받아줬다. 그는 케네디와 함께 시집 출간에 대해 계획을 세우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토마스가 이어 말했다.


“마침 케네디 씨가 곧 리치몬드를 방문할 예정이야. 우리 잡지의 판매 부수를 듣고는 자네를 보고 싶다고 했어. 그때 같이 상의하자고.”


나는 일이 잘 풀리는 것 같아 만족했다. 적어도 1835년이 지나기 전까지 내 시집에 나올 것이라고 나는 확신했다.


그러나 계획은 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언제나 어떻게든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것이 크든 작든 말이다.


리치몬드에 온 케네디는 다소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에 나나 토마스는 시집 계획은커녕 그를 걱정해야만 했다.


“무슨 일이에요, 케네디 씨? 무슨 일이 있나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네. 에디 자네를 만나러 왔는데 내가 이런 모습을 보여주면 좀 그렇지.”


케네디가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니 나와 토마스는 더 걱정되었다. 우선 케네디의 문제를 해결해야 내 미래에 대한 진지한 대화가 오갈 것 같았다.


“그러지 말고 말씀해 보세요. 사업 때문인가요?”

“그렇다고 할 수도 있지. 사실 지금 볼티모어에서 출간 중인 잡지를 폐간할 예정이야.”


케네디가 볼티모어에서 운영하는 잡지는 <볼티모어 새터데이 비지터>로, 내가 데뷔한 주간지였다. 그러니 나도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왜요? 수입이 안 나나요?”

“그것도 문제지만 같이 투자한 내 친구의 상황이 좋지 않아. 오랫동안 지병을 앓고 있었는데, 자기 말로는 오래 살지 못할 것 같다고 하더군. 그래서 지금 모든 일을 정리하고 있어. <볼티모어 새터데이 비지터>에서도 손을 떼려고 하네. 내가 설득하려고 했지만 소용없었어.”


그런데 케네디가 계속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다가 이내 다시 입을 다물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나는 그가 내게 할 말이 있다는 걸 알았다.


“케네디 씨. 뜸들이지 말고 말씀해 보세요. 제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라면 도와드릴게요.”

“나도 참 염치가 없는 놈이지. 자네에게 괜히 부탁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

“지금까지 케네디 씨는 절 많이 도와주셨어요. 이제 제가 도와드릴 차례죠.”

“그럼···혹시 내 친구를 만날 생각이 있나? 내 친구가 자네의 시를 정말 좋아하네.”


누군가를 만나는 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게 케네디의 부탁이라고 해도 바뀌지 않는다. 다만 케네디의 만남은 분명 설득을 위한 만남이었다.


내가 그 사실을 짐작하고 물었다.


“그럼 제가 그 사람을 만나 <볼티모어 새터데이 비지터>를 계속 운영하게 설득하면 되나요?”

“그렇지. 자네도 <볼티모어 새터데이 비지터>에 애정이 있으니까 한 번 만났으면 좋겠어.”

“그런데 그 사람이 절 만난다고 해서 마음을 돌릴까요?”

“자네가 그 사람을 잘 몰라서 그래. 이미 그 사람도 여러 차례 시를 발표했을 정도로 문학에 애정이 남달라.”

“그럼 이름이 뭔데요? 나중에 시를 좀 찾아보고 싶은데요.”

“어차피 찾아도 없어. 항상 필명으로 자기 시를 발표했으니까. 나중에 내가 그 친구의 시를 보내주지. 그럼 만나주겠나?”


나는 같은 작가로서 케네디의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토마스는 생각이 달랐다. 그는 나와 케네디의 대화를 듣고는 고개를 저었다.


“케네디 씨. 문학은 문학이고 사업은 사업이에요. 주간지 사업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그걸 에디에게 부탁하는 건 아니지요.”

“나도 이러고 싶지 않았네. 하지만 그 사람이 날 만나려고 하지 않아. 자기 저택에서 아예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어. 거의 매일 편지를 보냈는데도 답이 없었고, 사람을 보냈는데도 문전박대를 했네.”


이제 케네디는 자신의 걱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거의 한 달 넘게 이 문제를 끌고 가는 바람에 자신도 지칠 대로 지쳤다고 하소연했다.


“나는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싶네, 에디. 만약 이번 일을 잘 마무리해 준다면 자네의 시집을 출간시켜 주겠네.”


나는 더 고민하지 않고 케네디의 부탁을 수락했다. 그가 이토록 딱한 사정을 내게 숨기지 않고 말한 적이 없었다. 그러니 내가 나설 필요가 있었다.


“제가 케네디 씨에게 받은 도움을 생각하면 어려운 일도 아니죠. 그런데 그 분이 누군지 저는 모르겠네요.”

“내가 내 친구의 주소를 알려주겠네. 미리 자네가 간다고 알려줄 거고.”


케네디는 이제 한시름 덜었다는 표정으로 내게 친구의 주소를 적어주었다. 아예 리치몬드에서 어떻게 가야 하는지 상세하게 알려주기까지 했다.


그는 종이를 내게 건네면서 주의를 주었다.


“미리 말하지만 상당히 독특한 친구네. 조심해야 해, 에디.”

“그런 일을 자주 겪었죠.”


나는 케네디가 적어준 종이를 확인했다. 리치몬드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그의 친구가 은거하고 있었다.


이름은 로드릭 어셔. 어셔 가문의 주인이었다.


* * *


로드릭 어셔의 저택은 도시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었다. 서부로 향하는 숲에 있었는데, 개발이 되지 않아서 사람이 찾지 않는 숲이기도 했다.


마차를 타고 굽이진 길을 따라 숲으로 들어갈 때, 마부가 내게 이런 말을 했었다. 그 또한 숲으로 가는 길이 초행이었다.


“세상에. 이런 곳에 사람이 산답니까? 내 50년 가까이 살았지만 이렇게 숲 깊은 곳에 저택을 짓고 사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

“세상에는 별별 특이한 사람이 다 있더라고요.”

“그게 맞는 말이네요. 온갖 사람들이 살지요. 그런 사람들을 만나는 게 직업이오? 서쪽에는 온갖 사람들이 산다고 하던데요.”


마부는 그저 재미로 말이었지만, 나는 그가 동부와 서부를 구분한다는 걸 알았다. 나이 든 그에게도 서부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나는 울창한 숲을 지나 점점 모습을 드러내는 저택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혼잣말이 아니라 마부에게도 한 말이었다.


“세상에는 별별 사람들이 다 살지요.”


숲에서 모습을 드러낸 저택은 내가 예상하는 것과 너무나 달랐다. 고즈넉하면서 편안한 모습의 저택이 아니라, 어딘가 을씨년스럽고 괴기한 모습이었다.


언뜻 보면 벽돌로 만든 평범한 2층 저택으로 보였다. 그러나 곳곳에 깨진 창이며 뚫린 벽, 방치된 마당은 흔한 저택이 아니라는 걸 알려줬다.


정말 저택에 사람이 사는지 의심이 되는 정도였다. 저택 앞에서 날 내려주는 마부는 한참 동안 저택을 바라보다 내게 모자를 만지면 인사했다.


“행운을 빕니다.”


그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저 가벼운 인사말이 아니었다. 그리고 마차는 도망치듯 숲을 빠져나갔다.


나는 현관 앞에서 사람이 왔다고 알리기도 전에 저택을 세세하게 살폈다. 과연 이 저택에 정말 사람이 사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우선 사람이 사는 건 분명했다. 다 쓰러져 가는 저택 옆에 마련된 마구간에 말 한 필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외관이 좋지는 않았으나 주변 경관은 나쁘지 않았다. 푸른빛의 잎을 지닌 나무와 생기 가득한 풀이 곳곳에 널려 있었으니 말이다.


다만 주변에 늪이 있었다. 눅눅한 지면이 곳곳에 있었는데, 깊이를 알 수 없어 함부로 움직였다가는 큰일이 나겠다는 걸 직감했다.


똑. 똑.


나는 현관 앞에 서서 문을 두드렸다. 사실 힘껏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냥 열릴 법한 문이었다. 그러나 나는 잠자코 기다렸다.


똑. 똑.


다시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인기척은 여전히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현관문 가까이 귀를 가져다 대고 누가 오는지 집중했다.


“···누구요?”


곧 목소리가 들리니 나는 얼른 자세를 가다듬었다. 그리고 헛기침을 몇 번 낸 뒤 품에서 편지지를 꺼내 보였다. 앞에 사람도 없는데 말이다.


“케네디 씨가 보내셨습니다. 미리 연락을 드렸다고 들었어요. 에드거 앨런 포입니다.”

“에드거···에드거 앨런···포?”


느리지만 목소리는 꽤 또렷했다. 음침한 구석이 있었지만, 그래도 사람 목소리는 분명했으며 그가 날 내칠 것 같지는 않았다.


끼익-.


“들어오시오. 오랫동안 기다렸어요, 에드거 앨런 포. 나는 당신의 시를 무척이나 좋아하지요. 케네디에게 편지를 받았소이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문이 열렸다. 그러나 앞에 사람은 없었다. 목소리의 주인도, 저택의 주인도 내 눈에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당황하지 않고 저택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곳에서 길어야 하루, 짧으면 몇 시간만 저택에서 자리를 지키면 될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러나 그건 내 착각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계획은 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언제나 어떻게든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것이 크든 작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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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후기 +4 23.09.26 173 14 3쪽
60 60. 몰락은 없다 (완결) 23.09.26 112 6 13쪽
59 59. 검은 고양이와 갈까마귀 (2) 23.09.25 66 4 13쪽
58 58. 검은 고양이와 갈까마귀 (1) +1 23.09.22 56 4 13쪽
57 57. 붉은 죽음의 가면 (2) +1 23.09.21 73 4 13쪽
56 56. 붉은 죽음의 가면 (1) +1 23.09.20 48 3 13쪽
55 55. 백작의 성 (2) +1 23.09.19 57 4 13쪽
54 54. 백작의 성 (1) +1 23.09.18 45 4 13쪽
53 53. 윌리엄 윌슨 (3) +1 23.09.17 48 4 15쪽
52 52. 윌리엄 윌슨 (2) +2 23.09.15 54 5 14쪽
51 51. 윌리엄 윌슨 (1) +2 23.09.14 64 3 13쪽
50 50. 생매장 (2) 23.09.13 46 4 12쪽
49 49. 생매장 (1) 23.09.12 47 4 13쪽
48 48. 어셔 가의 몰락 (3) +2 23.09.08 53 4 13쪽
47 47. 어셔 가의 몰락 (2) +1 23.09.06 48 3 14쪽
» 46. 어셔 가의 몰락 (1) +1 23.09.05 49 4 12쪽
45 45. 절름발이 개구리 (3) +2 23.09.04 52 4 13쪽
44 44. 절름발이 개구리 (2) +1 23.09.01 59 4 16쪽
43 43. 절름발이 개구리 (1) +1 23.08.31 42 4 14쪽
42 42. 아몬티야도 술통 (4) +1 23.08.29 53 5 16쪽
41 41. 아몬티야도 술통 (3) +1 23.08.28 57 4 14쪽
40 40. 아몬티야도 술통 (2) +1 23.08.25 48 5 14쪽
39 39. 아몬티야도 술통 (1) +1 23.08.24 73 4 13쪽
38 38. 볼티모어에서 (3) +1 23.08.23 66 4 13쪽
37 37. 볼티모어에서 (2) +1 23.08.22 64 4 13쪽
36 36. 볼티모어에서 (1) +1 23.08.21 74 4 13쪽
35 35. 낸터킷의 아서 고든 핌 (10) +2 23.08.20 72 6 17쪽
34 34. 낸터킷의 아서 고든 핌 (9) +1 23.08.18 61 4 15쪽
33 33. 낸터킷의 아서 고든 핌 (8) +1 23.08.17 66 5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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