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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스노우

에드거 앨런 포는 작가로 살고 싶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대체역사

완결

제이스노우
작품등록일 :
2023.07.02 10:33
최근연재일 :
2023.09.26 22:25
연재수 :
6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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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9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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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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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35. 낸터킷의 아서 고든 핌 (10)

DUMMY

내가 헨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확인하기 위해서. 그러나 형은 고개를 저으며 내 손길을 거부했다.


“하지 마.”

“상처를 봐야 해.”

“괜찮아. 그러지 않아도 돼.”

“안 괜찮잖아. 지금 피가 얼마나 나오는지 알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내 몸이잖아. 내가 잘 알아.”


형은 씁쓸히 웃었다. 피가 계속 흘러나와 이제 형이 입고 있는 외투를 붉게 물들였다.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쓰라린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형은 고통을 감내하고 있었다. 내게 보여주기 싫어서. 그렇다고 형을 차디찬 얼음 바닥에 그냥 두고 싶지 않았다.


결국 나는 형의 외투를 잡았다. 별거 아닌 손길에도 형은 움찔거렸다. 눈을 파르르 떨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형의 눈길을 바라보지 않았다.


곧 외투 아래로 박살이 난 얼음 조각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산산조각이 난 얼음조각은 피가 묻어 있었다. 이제 어떻게 된 일인지 나는 이해했다.


형이 단단한 얼음 조각 위로 떨어졌고, 조각이 그대로 허리를 관통했다는 걸 나는 알았다. 그 생각에 머리카락이 쭈뼛거렸다.


“심해?”

“···응.”

“결국 여기서 죽는구나. 그램퍼스 호에서도, 야만인들의 섬에서도 버텼었는데.”

“일어나. 살 수 있어.”

“다리에 감각이 없어, 에디. 나 일어나기 힘들어. 그리고 너도 알잖아.”


헨리의 말처럼, 나도 안다. 이 끔찍한 상황을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걸. 이미 손을 쓰기에는 너무나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말이다.


나는 되는대로 지껄였을 뿐이다. 머릿속이 눈처럼 새하얘져서 어떤 생각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래도, 그런데도 나는 억지로 형을 일으켰다.


“가야 해. 여기서 이렇게 있을 수는 없어.”

“날 두고 가, 에디. 너라도 살아야 해.”

“그런 말 하지 마. 제발.”


이어 나는 형을 등에 업혔다. 형은 평소보다 몇 배는 무거웠다. 다리 한 번 움직이기 힘든 처지였지만, 그래도 나는 형은 놓지 않고 동굴로 향했다.


얼음 땅의 갈라진 틈에서 떨어진 지점에서 이어진 동굴은 상당히 길고 깊었다. 웨스트포인트의 생도들이 줄지어 움직여도 될 정도로 컸다.


동굴을 가는 동안 나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보이는 건 온통 단단하게 만들어진 얼음 벽뿐이었다. 핌과 피터스는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이 길 말이야. 누가 일부러 만든 것 같아.”


내 등에 업혀 벽을 보던 헨리가 말했다. 얼음 벽에 형의 얼굴이 일그러져 나타났다.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데 형은 자기 얼굴을 바라봤다.


그리고 형이 웃음기 섞인 말투로 말했다.


“내기 이렇게 너한테 업힌 적은 처음이다.”

“그러게.”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어. 하긴, 따지고 보면 우리가 이렇게 가까이 지낸 적도 얼마 안 되지.”


내가 태어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리치몬드로 입양되었을 때, 헨리는 이미 다른 곳에서 지냈었다. 그 후 편지를 자주 주고받았을 뿐, 형의 말처럼 둘이 가깝게 지낸 적은 손에 꼽혔다.


별안간 형이 큭큭 소리를 내며 웃었다. 나는 처음에 아파서 내는 신음인 줄 알았다. 그러나 형은 분명 웃고 있었다.


“왜 웃어?”

“나 너한테 사실대로 말하지 않은 게 있어.”

“뭔데?”

“네가 보스턴에 왔었을 때, 나 사실 다시 시를 썼어. 그전에는, 그냥 어느 순간부터 시를 쓰지 않았어. 내가 재능이 부족한 걸 알았거든. 그런데 널 보니까 다시 쓰고 싶어졌어.”

“난 형이 시를 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

“보여주기 싫었어. 에디, 널 웨스트포인트에서 만나기 전까지 난 여기저기에 시를 투고했었어. 그런데 모두 퇴짜 맞았지. 그래서 난 보스턴으로 도망치듯 갔고, 거기서 일만 했어. 술도 엄청 마시면서.”

“형은 술을 너무 좋아했어.”

“좋아한 적 없어. 나는 인정하기 싫었거든. 내가 재능이 부족하다는 걸. 그래도 술이라면 마시면 잊을 줄 알았지. 그런데 아니었어. 어쨌든 널 만났고, 나는 다시 시작하려고 했어. 하지만 다시 시를 쓸 때도 어쩐지 부끄럽다고 느껴졌어.”


나는 형이 하는 말을 가만히 들었다. 횡설수설했지만, 그래도 형의 진심을 나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형은 계속 시를 쓰고 싶어 했다.


그리고 보스턴 여관에서 사라졌다가 내 방으로 갑자기 찾아왔던 형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 형이 사라졌던 이유도 사실 시를 쓰기 위해서였다.


오랫동안 술에만 빠져 하루하루를 버린다는 내 생각은 착각에 불과했다.


형이 이어 말했다.


“보스턴에서 봤던 유령선 기억 나? 그 엄청난 사건이 날 흔들었어. 더 열심히 시를 써야겠다고 다짐했지. 그래서 사실 낸터킷으로 온 거야. 조용한 곳이라 시를 쓰기에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했거든.”

“돌아가서 다시 쓰면 돼.”


헨리가 또 웃었다. 이번에는 힘없이. 형은 내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스스로 알고 있었으니까.


“나 말이야. 어느 정도 시가 모였으면 백작한테 보여주고 싶었어. 나도 후원해 줄 수 있냐고 물어보려고 했지. 다들 거절했던 시를 혹시 그 사람만큼은 인정해 주길 바랐어.”


형이 가졌던 경외심은 오직 백작에 대한 맹신으로만 이루어졌던 건 아니었다. 사실은 시인이 되겠다는 갈망이 더 컸었다.


나는 그런 형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미안해. 형. 나는 그런 줄 몰랐어.”

“널 탓하는 게 아냐. 이해해, 에디. 내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지 않았으니까. 우리가 보스턴 이후에 이렇게 진솔한 대화를 나눈 적이 없잖아?”


우우웅!


얼음 땅에서 들었던 거대한 울음이 다시 들렸다. 그 소리는 동굴 전체에 울리니 천장이 금방에라도 무너질 것만 같았다. 나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땅을 뒤흔드는 소리가 무엇인지 나는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소리가 들린 덕분에 나는 동굴이 그 거대한 산과 이어졌다는 걸 깨달았다.


소리가 잠잠해질 무렵, 나는 다시 앞으로 향했다. 이제 힘든 건 아무렇지도 않다. 그저 앞으로,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만 머리에 맴돌았다.


한참을 걷고 있을 때, 헨리가 말했다. 목소리에 피곤함이 가득했다.


“부탁이 있어, 에디.”

“뭔데?”

“여기서 살아서 돌아가면, 나를 대신해서 시인이 되어줘. 백작 때문에 쓴 글이 아니라, 네가 원하는 글을 썼으면 좋겠어.”

“형이 직접 내가 시인이 되는 걸 보면 되잖아.”


나는 형의 말에 차디찬 감정이 가슴팍을 짓누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는 그걸 거부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건 내 뜻대로 되는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형이 다시 물었다.


“에디. 그리고 궁금한 게 있어.”

“또 뭔데?”

“백작 말이야. 정체가 뭔지 알아?”


나는 그 말에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다만 나는 형에게 되물었다.


“그건 갑자기 왜?”

“그 사람, 남다른 면모가 있어. 보스턴에서 한 번밖에 보지 못했지만, 뭐랄까,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분위기가 있어. 마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휘이잉-!


강렬한 바람이 매섭게 불었다. 눈과 함께 휘몰아치는 바람이 얼굴을 때리자 나는 얼른 고개를 숙였다. 너무 심하게 불어서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하지만 나는 중심을 잡았다. 동굴로 바람이 들어온다는 건 어딘가 나가는 출구가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나는 자세를 고치고 천천히 다리를 움직였다.


“이제 얼마 안 남았어, 형. 조금만 참아.”

“너무 추워, 에디. 너무 피곤하고.”

“이제 사람들을 만날 거야. 우리가 가려던 지점까지 얼마 남지 않았어. 그때까지만 참아.”


나는 바람을 뚫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어마어마한 바람이 당장 돌아가라는 듯이 날 밀쳤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돌아갈 수 없었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걸었다. 동굴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여전히 알 수 없었다. 다만 살아야 한다는 본능에 따라 계속해서 움직였다.


거친 바람을 뚫고 나아가니 점점 동굴의 크기가 넓어졌다. 이제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움직일 정도로 넓어지니 그만큼 바람도 더 맹렬해졌다.


온몸에 눈이 묻어 눈사람이 될 것 같았다. 추위와 눈보라는 마치 몽둥이처럼 내 몸을 두들겼고, 나는 금방에라도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에디.”


나는 형의 목소리에 번뜩 정신을 차렸다. 하마터면 정말로 쓰러질 뻔했다. 나는 자세를 다시 잡았다.


“조금만 참아, 형. 다 왔어.”

“아니. 그게 아냐.”

“여기서 벗어나면 돼.”

“그게 아니라, 앞에 말이야.”

“앞에?”

“백작이 있어.”


백작이라니. 그때까지 나는 눈보라 때문에 앞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여기 백작이 있겠나. 나는 형이 잠시 꿈을 꿨다고 여겼다.


내 앞에 무언가 있는 걸 발견할 때까지 말이다.


“에디, 너도 보여? 저기. 백작 말이야.”

“아냐. 저건 백작이 아니야. 레이놀즈가 아니라고. 저건 하얀···하얀···.”


나는 내 앞에 서 있는 무엇을 발견했는데도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그것이 나는 대체 무엇인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얼핏 보기에는 눈으로 만든 거대한 벽처럼 생겼다. 그러나 그건 벽이 아니었다. 크기는 어마어마했지만, 그것은 살아 움직였다. 그리고 나를 내려다봤다.


마치 전설에서나 나올 법한 하얀 거인이 내 앞을 가로막는 것 같았다. 너무나 거대한 크기에 나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단순히 크기에 압도되는 게 아니었다. 그 하얀 무언가가 나를 계속 짓누르는 듯했다. 그런 분위기가, 아우라가 나를 계속해서 압박했다.


나는 버티려고 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자꾸만 눈이 감겼다. 온몸을 짓누르는 것처럼 거대한 잠이 자꾸만 나를 눈보라에 파묻었다.


우우웅-!


머리를 뒤흔드는 소리에 나는 그대로 다리가 풀렸다. 더는 움직이기 힘들었다. 나는 바닥을 손으로 짚은 채 숨을 헐떡였다.


“에디.”


눈보라를 뚫고 들린 건 형의 목소리였다.


“살아야 해.”


형, 이라고 말하기도 전에 나는 그대로 쓰러졌다. 여전히 앞에 하얀 무엇이 서 있었다. 그것이 여전히 나를 내려다봤다.


그게 마지막 기억이었다.


* * *


“에디! 에디! 정신이 들어요? 제가 보여요?”


흐릿한 시야로 누군가가 보였다. 그는 연신 뺨을 두드렸고, 나는 서서히 감각이 돌아오는 걸 느꼈다. 그리고 점차 눈앞이 또렷해졌다.


그는 핌이었다. 핌은 내가 바라보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 옆에 피터스가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죽은 줄 알았어요. 한참 흔들었는데도 반응이 없었거든요.”

“어떻게 된 거야? 분명 동굴에 있었는데.”


핌과 피터스만 보이는 게 아니었다. 맑은 하늘이 보였다. 단단한 얼음으로 만든 동굴이 아니었다. 여전히 추웠지만 거센 눈보라도 느껴지지 않았다.


핌이 상황을 알려줬다.


“기억나요? 저랑 피터스도 갈라진 틈으로 빠졌잖아요. 저희는 나갈 방법을 찾고 있었거든요. 그러다 동굴에 쓰러져 있던 당신을 피터스가 발견했어요.”

“하얀 형체는?”

“하얀 뭐요?”


핌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피터스도 마찬가지였고. 나는 동굴에서 환영을 보았던 걸까. 그러나 나와 헨리가 분명 그것을 봤었다.


나는 그제야 헨리가 떠올랐다. 벌떡 일어나 주변을 둘러봤다. 주변에는 다른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나를 힐끗 쳐다보다 다시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 갑판에 누워있었다.


“에디. 당신 말이 맞았어요. 제인 가이 호가 남극에 도착했어요. 우리보다 조금 늦게요. 우리가 갈라진 틈에 빠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사람들이 왔어요. 사람들이 우리를 구조했죠. 하지만···.”

“헨리는? 형은?”

“미안해요, 에디. 우리가 당신을 발견했을 때도 이미 늦었어요. 헨리는···죽었어요.”


핌이 구석진 곳에 놓인 나무상자를 가리켰다. 우리가 남극에서 처음 발견했던 상자, 옷과 장화, 장갑 따위가 들어있던 그 상자 말이다.


내가 상자 안을 살피니 헨리가 누워 있었다. 피 묻은 외투를 뒤집어 입은 채 형은 눈을 감고 있었다. 창백한 얼굴이었지만, 형의 모습은 편안해 보였다.


피터스가 내 곁으로 왔다. 그는 누런 이를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말했다.


“이대로 데려가면 돼. 사람들이 도와줬다.”

“고마워요, 피터스.”

“가지. 여기서 할 일은 모두 끝났으니까.”

“그냥 이렇게 떠난다고요?”


피터스가 내 말의 뜻을 이해하고는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나는 그를 따라 선장실로 향했다. 이제는 주인이 없는 방이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깔끔했다.


선장실 바닥에는 헨리가 눕혀 있던 상자와 똑같은 것이 놓여 있었다. 다만 뚜껑이 단단히 닫혀서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상자에 다가가려고 하니 피터스가 즉시 내 어깨를 붙잡고는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저기에 뭐가 있죠?”

“남극에서 찾았지. 너희 형제가 쓰러져 있었던 그 동굴에서. 이상하게 생긴 돌덩이야.”

“돌덩이요?”

“그래. 하지만 보지 마. 저걸 만졌던 사람들이 미친 듯이 소리치더니 갑자기 기절했어. 여기까지 간신히 옮겼지.”


그러더니 피터스가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내게 넘겼다. 그건 백작의 수첩이었다. 분명 내가 가지고 있었는데 말이다.


“네가 쓰러져 있을 때, 핌이 그 수첩을 읽었다. 나는 글자를 읽지 못하니까. 핌이 수첩을 읽더니 표시된 지점에 도착했다는 증표를 가져가야 한다고 했어. 그래서 우리는 저걸 가져왔고.”


나는 피터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했다. 분명 내 기억에도 수첩에 표시된 지점에서 남극에 도착했다는 증표를 가져오라고 적혀 있었다.


사람들이 가져온 정체불명의 돌덩이가 수첩에 적힌 증표인지 확실치 않았다. 그러나 만지자마자 정신을 무너뜨린 돌이라면, 그 수수께끼의 돌이 분명 어떤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나는 짐작했다.


그렇게 제인 가이 호는 다시 영국으로 향했다. 돌아가는 길은 남극에 가는 길만큼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60일 넘게 뱃길을 따라 움직여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영국 런던의 항구에 도착했을 때, 제인 가이 호를 가장 먼저 환영해 준 사람은 바로 백작이었다.


백작은 짐짓 놀라면서 내게 인사했다.


“에디? 왜 자네가 제인 가이 호에 있는 거지? 미국에 있는 줄 알았는데?”


굳이 내가 설명하지 않아도 됐다. 제인 가이 호의 사람들이 어떻게 된 일인지 백작에게 알려줬으니까. 백작은 사람들의 말을 듣고는 빙긋 웃었다.


“그런 일이 있었는지 나는 몰랐군. 뜻하지 않은 여정을 겪었군. 정말 고생 많았어. 그리고 헨리는 애석하게 생각하네.”


나는 여전히 나무 상자에 눕혀진 헨리를 바라봤다. 몇 주가 지났는데도 형의 모습은 그대로였다. 선원 들은 남극에서 저주받았다고 저들끼리 수군거렸다.


“레이놀즈. 부탁이 있어요.”

“뭐든 말만 하게.”

“우선, 저와 함께 형을 미국으로 보내주세요.”

“당연히 해줘야지. 나도 아는 사이지 않나?”

“그리고 한 가지 더요.”

“뭐지?”

“나중에 후원금을 보내주실 때 차도 같이 주실 수 있나요?”


백작은 얼른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살짝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더니 나를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나는 그가 대답하길 기다렸다.


한참 뒤에 백작이 환하게 미소 지었다.


“좋아. 그것도 약속하지. 나는 자네의 후원자이니 글을 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지.”


아마 백작은 내 요구가 의외라고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 수밖에 없었다. 미국에 돌아가면 나는 또 악몽을 겪을 테니까. 그 악몽을 이기려면 차가 필요했다.


그렇게 나는 백작과 함께 미국으로 돌아갔다. 낸터킷에서 출발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는 여정은 계절이 두 번이나 바뀌는 긴 시간이었다.


그 후, 나는 나중에 낸터킷에 간 적이 있었다. 사실 낸터킷에 다시 갈 줄은 몰랐다. 그건 정말 우연이었다.


어쨌든 다시 낸터킷에 갔을 때, 예전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이미 피터스는 다른 지역으로 떠난 뒤여서 그에 대한 소식은 들을 수 없었다.


핌은 여전히 낸터킷에서 지냈다. 그러나 핌은 나를 만나지 않았다. 그가 더는 모험을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다른 사람을 통해 내게 전했다.


그리고 낸터킷을 떠날 때 나는 핌의 타이거를 봤다. 그 개는 남극 탐험 때 핌이 돌봤던 타이거가 아니었다. 핌이 키웠던 예전 타이거는 그 당시에 행방이 묘연해졌으니까. 하지만 모습은 똑같았다.


함께 기나긴 여정을 떠났던 사람들을 보지 못했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그때 나는 일 때문에 무척이나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이유도 백작과 관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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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59. 검은 고양이와 갈까마귀 (2) 23.09.25 66 4 13쪽
58 58. 검은 고양이와 갈까마귀 (1) +1 23.09.22 57 4 13쪽
57 57. 붉은 죽음의 가면 (2) +1 23.09.21 74 4 13쪽
56 56. 붉은 죽음의 가면 (1) +1 23.09.20 48 3 13쪽
55 55. 백작의 성 (2) +1 23.09.19 58 4 13쪽
54 54. 백작의 성 (1) +1 23.09.18 46 4 13쪽
53 53. 윌리엄 윌슨 (3) +1 23.09.17 49 4 15쪽
52 52. 윌리엄 윌슨 (2) +2 23.09.15 56 5 14쪽
51 51. 윌리엄 윌슨 (1) +2 23.09.14 66 3 13쪽
50 50. 생매장 (2) 23.09.13 49 4 12쪽
49 49. 생매장 (1) 23.09.12 47 4 13쪽
48 48. 어셔 가의 몰락 (3) +2 23.09.08 55 4 13쪽
47 47. 어셔 가의 몰락 (2) +1 23.09.06 51 3 14쪽
46 46. 어셔 가의 몰락 (1) +1 23.09.05 49 4 12쪽
45 45. 절름발이 개구리 (3) +2 23.09.04 53 4 13쪽
44 44. 절름발이 개구리 (2) +1 23.09.01 60 4 16쪽
43 43. 절름발이 개구리 (1) +1 23.08.31 43 4 14쪽
42 42. 아몬티야도 술통 (4) +1 23.08.29 55 5 16쪽
41 41. 아몬티야도 술통 (3) +1 23.08.28 57 4 14쪽
40 40. 아몬티야도 술통 (2) +1 23.08.25 50 5 14쪽
39 39. 아몬티야도 술통 (1) +1 23.08.24 74 4 13쪽
38 38. 볼티모어에서 (3) +1 23.08.23 69 4 13쪽
37 37. 볼티모어에서 (2) +1 23.08.22 65 4 13쪽
36 36. 볼티모어에서 (1) +1 23.08.21 75 4 13쪽
» 35. 낸터킷의 아서 고든 핌 (10) +2 23.08.20 73 6 17쪽
34 34. 낸터킷의 아서 고든 핌 (9) +1 23.08.18 61 4 15쪽
33 33. 낸터킷의 아서 고든 핌 (8) +1 23.08.17 67 5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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