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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최근연재일 :
2019.05.20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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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28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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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5)

DUMMY

한편, 무천군은 이제 막 문하시중의 죽음을 전해들은 시점이었다. 중요 정적인 만큼 제거는 해야 하지만 그 명성과 위치를 고려한다면 이렇게 죽은 건 큰일임은 분명했다. 앞으로를 고려한다면 나름의 명분과 도덕성을 갖춰야 하는 만큼 문하시중의 갑작스런 죽음은 큰 약점이 될 수 있었다.

“큰일임은 분명하군요.”

서양필이 담담히 말을 꺼냈다.

“그렇지만 잘 된 일이기도 합니다. 공론을 모아서 몰아내기도 힘든 게 천신영 아닙니까. 오히려 그런 큰 걸림돌이 도려내졌으니 이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과연 그럴지······.”

진무승의 걱정에 서양필이 가볍게 미소를 지어주며 말했다.

“너무 걱정할 필요 없소. 지금 우리가 주적으로 정한 이들이 있지 않소이까. 비록 의혹은 남겠으나 공식적으로 그 모든 일을 떠넘길 수 있습니다. 오히려 문하시중의 죽음까지 알리어 우리의 명분으로 삼으면 될 일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그저 우리가 계획한 일을 이어가면 될 일입니다.”

“그랬다간 괜히 역풍을 맞을 수도 있지 않겠소? 지금 그 일을 꺼내기보다는 차라리 일을 성공시킨 뒤에 명분으로 삼는다면 좋지 않겠소이까?”

남필주의 제안에 무천군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네. 차라리 공개적으로 선수를 쳐서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을 이주신에게 뒤집어씌우는 게 좋을 거 같네. 어차피 의혹이 남을 거면 뒤로 질질 끌기보다는 대놓고 내세우는 게 좋을 수 있어. 더군다나 그러는 게 천신영을 따르는 이들이 우리를 방해할 생각을 못하게 만들 수 있네.”

“어차피 참지정사 최염계를 뺀다면 크게 걸림돌이 될 거물이 조정에 그리 없긴 하오나 이미 천신영을 따르는 이들이라면 그 일을 알든 모르든 우리의 방해가 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차라리 잠시 시간을 들여 이 일을 들어 설득하는 게 더 좋을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상서령. 오히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일을 밝히는 건 우리에게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했다는 식으로 알려질 수 있단 겁니다. 아시다시피 천신영의 집을 응양군을 움직여 포위케 한 건 우리였으니 말입니다.”

진무승과 남필주의 반대에 무천군은 서양필을 돌아보았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당문학.”

“좌복야와 우복야의 생각이 그른 건 아닐 수 있으나 오히려 숨기려다간 괜히 구린 게 있어서 숨긴다고 보일 수 있습니다. 차라리 불온한 이들의 행적을 눈치 채고 병력을 일부러 보내어 지키려 했으나 실패했다고 한다면 낫지 않겠습니까?”

“그렇겠지. 정당문학의 말이 옳네.”

무천군이 서양필의 말에 동의하였으나 여전히 남필주는 불안한 얼굴이었다.

“물론 정당문학의 생각도 옳긴 합니다만······, 허나 상서령.”

“그만두지, 우복야.”

남필주의 말을 막으며 진무승이 말했다.

“정당문학의 말이 더 옳지 않겠는가.”

“그것보다는 서두르는 게 정답이라고 봅니다.”

이승필이 차가운 눈으로 말을 꺼냈다. 아들이 허무하게 살해당하고 난 뒤 그는 아들의 죽음을 갚아야 한다는 생각에 격하게 타오르는 중이었다. 그 격함은 예전과 다르게 과감하고 과격한 면모로 나타나는 중이었다.

“상서령, 지금 이렇게 된 이상 어여 움직여야 합니다. 어여 움직여서 모든 걸 뒤엎어야 합니다. 천신영이 죽은 이상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 죄목이 상서령께 실리게 될 겁니다. 차라리 그러느니 선수를 쳐서 조정을 장악한 뒤에 이주신과 그 무리에게 뒤집어씌우면 될 일이 아니겠습니까. 어차피 역사란 승자가 쓰는 것이니 말입니다.”

타오르는 분노가 담긴 이승필의 발언에 무천군은 동의를 표했다. 그의 감정에 동의하는 건 아니나 그의 말은 이치에 맞았다. 오히려 지금 머뭇거렸다간 오히려 위험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지금 움직이는 게 좋을 수 있었다.

“서두르는 건 좋을 거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를 따르는 이들에게도 의혹을 줄 수 있습니다. 어차피 승세는 우리에게 있거늘 무엇을 서두르십니까. 상서령, 서두르다간 오히려 넘어질 수 있습니다. 그저 정한대로 움직이시지요. 그것이 답입니다.”

“그렇습니다. 정당문학의 말이 옳아요.”

진무승의 동의가 이뤄지는 와중 이승필이 말했다.

“무얼 계획대로요. 그 계획이 이미 어그러질 수 있음을 보지 않았소? 그 때문에 내 아들도 죽었단 말이오! 이미 저들도 막나가는 데 괜히 계획이니 명분이니 하다가 크게 낭패를 볼 수 있소. 명분이야 일이 갈무리된 뒤에 해도 늦지 않소이다.”

“예부상서, 진정하게.”

“상서령, 지금입니다. 녀석들이 조정의 영수인 문하시중까지 죽였다면 이미 그 행동은 결코 예사로운 일이 아닙니다. 놈들이 일을 눈치 채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주신이라면 특히 환관들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문하시중을 죽이는 등 무모한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무천군을 부추기는 이승필에게 남필주가 나서서 말했다.

“진정하시오, 예부상서. 아직 문하시중을 중인 게 놈들이라는 게 밝혀진 것도 아니오. 더군다나 우리의 움직임을 알았다면 차라리 문하시중으로 하여금 우리를 막게 하는 게 더욱 나을 게 아니오. 헌데 어찌······.”

“그야 우리에게 그 죄를 뒤집어 씌어서 전부 없애려고 그러는 게 아니겠소.”

“자자, 진정들 하시오.”

격해지는 논쟁을 서양필을 막으며 나섰다.

“상서령의 앞에서 다들 뭐하시는 짓들이오.”

서양필의 제지에 남필주와 이승필은 말을 멈추었다.

“죄송합니다, 상서령.”

“괜찮네, 예부상서.”

이승필의 사죄를 가볍게 넘긴 뒤 무천군이 말했다.

“모두의 말이 그른 것이 아니나 결정은 하나로 이뤄질 수밖에 없소. 일단 계획대로 하는 건 분명 변함이 없는 일이오. 지금에 와서 괜히 계획을 앞당겼다가 명령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아서 꼬일 수 있소. 허나 그렇다고 해서 예부상서의 말을 무시할 상황은 아니니, 일단 군을 장악하는 건 확실하게 해야겠구려.”

“군을······말씀이신가요?”

“그렇소. 상장군 김지순에게 지금 상장군, 대장군들을 불러서 포박하거나 어여 우리 편으로 만들라고 하시오. 서두르라고 말이오. 야간에 모든 준비를 마친 뒤 당당히 계획한 시기에 우리의 정당한 기치를 올릴 것이오.”

사실상 본래 계획대로 움직이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상장군 한순에게 일러 선랑들과 초정회와 장락원, 허염을 제대로 감시토록 하라고 하시오.”

“알겠습니다.”

서양필이 전체를 대신하여 대답했다. 진무승과 남필주도 순순히 받아들였으나 이승필만큼은 불만이었다.

이승필 입장에선 아들에 대한 보복도 보복이나 이렇게 급한 일을 어찌 속전속결로 하지 않는가에 대한 불만을 가진 것이다. 허나 그가 속한 세력의 우두머리의 결정이니 반론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무천군 세력의 움직임이 이뤄지는 와중 진무령의 얼굴은 지극히 어두워져 있었다. 어찌 되었든 문하시중 천신영이 죽었다는 건 결코 좋은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장군.”

“최 중랑장인가.”

중랑장 최화승이 급히 나선 일을 마치고 왔음을 알렸다.

“장락원 근방에서 소란을 피우던 선랑들을 포박했습니다.”

“오호라.”

장군 이영진이 감탄하며 씩 웃었다.

“그 짜증나는 놈들을 잡았다, 이거군. 크하하하하하.”

평소 선랑들의 행동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던 이영진인 만큼 고소하다는 감정을 잘 드러내는 중이었다.

“그들은 어찌 했는가?”

“대장군의 명령대로 그들은 모두 법보를 강탈하고 구속하여 옥에 가뒀습니다.”

“잘했네.”

의무적인 칭찬을 진무령이 마치자 최화승이 물러났다. 싱글싱글 웃으며 있던 이영진은 대단하다는 얼굴로 진무령을 보며 물었다.

“대단하십니다, 대장군. 그런데 어떻게 그 녀석들이 장락원 근방에 있으실 거라 예상하셨습니까?”

“익히 얻은 정보가 있는 것도 있네만, 일단 무천군이 오랫동안 장락원에 머물었음을 생각해본다면 분명 뭔가 있지 않을까 싶었을 뿐이네.”

그렇게 담담히 말을 마친 진무령은 기뻐하는 이영진을 놔두고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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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1) 18.09.30 111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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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2) 18.07.29 110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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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7) 18.06.25 106 1 9쪽
75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6) 18.06.10 131 1 9쪽
74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5) 18.06.03 87 1 9쪽
73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4) 18.05.27 117 1 9쪽
72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3) 18.05.20 144 1 9쪽
71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2) 18.05.13 169 1 9쪽
70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 18.05.07 168 1 9쪽
69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2) 18.04.29 146 1 9쪽
68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1) 18.04.23 131 1 10쪽
67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0) 18.04.16 147 1 9쪽
66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9) 18.04.08 172 1 9쪽
65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8) 18.04.01 150 1 9쪽
64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7) 18.03.25 152 1 8쪽
63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6) 18.03.18 210 1 9쪽
62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5) 18.03.11 158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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