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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최근연재일 :
2019.05.20 21:1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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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14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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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3)

DUMMY

망아는 조용히 가지고 온 노(弩)에 화살 하나를 장전한다. 그리고 천천히 그 끝을 천신영을 향해 겨누면서 숨을 깊이 들이쉰다. 참고로 지금 이 노에 장전한 화살의 끝에는 치명적인 독이 발라져 있다.

문하시중 천신영. 지금 병석에 누워서 정신을 못 차리는 임금이 총애를 하여 문하시중까지 임명한 인물로, 본래 한미한 가문출신이다. 때문에 제대로 된 뒷배 없이 오직 스스로의 실력과 유력가문에 질린 임금의 총애로 인해 만인지상일인지하(萬人之上一人之下)에 해당하는 문하시중에 오르게 된 인물이다.

그런 배경이 있는 만큼 그는 개혁이라는 이름하에 유력가문들이 가지는 특권을 줄이고 나라와 백성에 이익이 될 여러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에 옮겼다. 그로 인해 무천군을 비롯한 왕실 종친들과 유력가문의 일원들, 그리고 그들의 영향 아래에 있는 이들은 천신영을 싫어했다. 만일 역시 유력가문이나 개혁에 호의적인 입장인 최염계의 지원이 없었다면 아마 고립무원이 되어 몰락했을 것이다.

그만큼 적이 있는 동시에 지지자들도 많았다. 그의 개혁으로 득을 본 신진세력들은 분명 존재했다. 그리고 유력가문 아래에 놓인 이들 중에도 적지 않게 천신영을 지지하는 이들이 있었다. 또한 지방을 비롯한 여러 백성들도 천신영을 지지하며 호의를 보냈다. 다만 그들의 지위나 영향력이 중앙정치에서 그리 크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도 그 호의와 지지는 분명 무시할 수준은 아니었다.

때문에 무천군이 천신영을 직접 해할 생각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제 아무리 무천군이라도 천신영을 지지하는 많은 이들의 원한을 샀다간 뒷일을 감당키 힘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금 망아가 천신영을 노리는 데에는 다름 아닌 동궁 환관 이주신의 명령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주신도 천신영을 해치면 그 원망과 분노가 발생할 것임은 잘 알고 있다. 때문에 그는 무천군이 행동을 벌이는 이 시점을 선택한 것이다.

만일 이 시점에서 천신영이 살해당한다면 분명히 그 배후가 무천군일 것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난 일련의 연쇄살인 당시 천신영의 친족이자 중요 지지 세력인 상장군 천신무가 살해당한 만큼 천신영의 죽음과 엮어서 그 일도 무천군이 벌였다고 뒤집어씌울 수 있게 된다. 그리 된다면 무천군이 아무리 조정을 장악한들 민심과 수많은 이들의 지지를 잃을 것이고, 결국 그것이 원인이 되어 와해될 것이 분명하다.

이것이 바로 이주신의 생각이었다.

과연 환관 일을 오래 해먹은 인물답게 나름 생각을 굴린 것이다. 게다가 지난 연쇄살인 당시 은근 천신영을 지지한 이들을 주로 노리고, 무천군 일파 쪽에서도 천신영에게 나름 호의적이었던 이들을 노린 것도 이와 무관한 일은 아니었다.

“정말 대단해. 하지만······.”

그러나 그런 방식이 과연 성공적으로 끝날지 의문이다. 설령 성공적으로 천신영을 죽이고 무천군 일파를 무너뜨린다고 한다고 할지라도 이후 조정에 생긴 공백을 어찌 메꾸느냐가 큰 문제로 작용할 것이다. 천신영이나 무천군 일파나 조정과 군부에서 제각각 중요한 직책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이들이 한꺼번에 사라지면 커다란 공백이 발생하여 혼란이 일 게 뻔할 것이다.

이처럼 조정 일과는 무관한 삶을 살아온 망아도 짐작할 만한 일을 이주신은 과연 생각이나 했을지 의문이다. 허나 지금 그게 중요한 일은 아니다.

망아에게 있어 조정의 혼란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그것이 망아로 하여금 위로 날아오를 기회를 줄 수도 있다. 바로 그 기회를 얻고자 자신을 믿고 따라온 일당을 전멸시키기도 한 것이다. 그들의 신뢰를 무시하면서 말이다.

“자, 그럼······.”

조용히 노를 발사할 준비를 한다. 자신의 딸을 위로하고 자신을 둘러싼 병사들을 호통치며 기선제압을 하는 천신영을 보며 감탄하면서 조준한다. 그리고 그의 명성과 인품을 속으로 칭찬하면서 노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자 독화살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갔다. 그리고 화살은 정확하게 천신영의 머리를 명중했다. 화살에 맞은 천신영은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와 함께 발생한 병사들의 혼란과 천인예의 슬픔이 가득한 절규를 들으며 망아는 그 자리를 떠났다.

한편, 중랑장 김승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본디 무천군으로부터 그저 연금하라는 식의 명령만 받은 그였고, 무엇보다 천신영이라는 인물이 가지는 영향력에 대해서 모르는 인물이 아니다. 비록 무인의 길을 걸어왔고 그의 아버지도 응양군 상장군 김지순인 만큼 집안도 무인의 집안이나 유력 가문의 자제인 만큼 정치와 관련된 내용들에 무지한 건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는 이 눈앞의 광경에 당황치 않을 수 없었다.

갑자기 날아온 화살에 문하시중 천신영이 절명했다. 도대체 누구의 짓인가 하는 마음에 둘러봤으나 선랑인 남우중과 이송아는 물론이고, 병사들 역시 전혀 모른다는 눈치였다. 오히려 그들이 누구보다도 놀라서 주변을 돌아보거나 경계하면서 혼란에 빠진 상황이었다.

“주, 중랑장!”

남우중이 당황한 얼굴로 어찌 해야 할지 물어보고자 했으나 어찌 해야 할지 알지 못하는 건 김승윤도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어디서 화실이······.”

이송아는 두리번거리다가 화살이 날아온 방향으로 추정된 방향을 노려보았다. 어두운 밤이고 범인이 자리를 뜨긴 했지만 화살이 날아와 박힌 방향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중랑장······.”

당황한 김승윤의 어깨를 이송아가 툭 치자 그제서야 김승윤은 정신을 차렸다. 김승윤은 눈앞에서 죽은 아버지의 시신을 부여잡고 울부짖는 천인예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박 별장, 이 산원!”

“예!” “부르셨습니까!”

김승윤의 부름에 두 부하가 급하게 대답했다.

“자네들은 여기 이 선랑과 함께 화살이 날아온 방향으로 급히 가라! 가서 어찌된 영문인지 소상히 알아보고 조사해! 범인을 찾으란 말이다! 반드시!”

“조, 존명!”

박 별장과 이 산원, 이송아는 한 무리의 병사와 함께 급히 화살이 날아온 방향으로 달려갔다.

“전 교위, 자네는 급히 무천군께 이 상황을 알려라. 우 대정은 내 아버지이신 응양군 상장군께 사태를 알리고. 알았나!”

““존명!””

“제길, 그리고······”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리던 김승윤은 말을 멈췄다. 김승윤만이 아니라 남우중을 비롯한 모든 이들의 시선이 전부 천인예로 향했다.

“······이······야······.”

“뭐, 뭐?”

천인예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남우중이 장검을 고쳐 쥐었다. 병사들 역시 잔뜩 긴장을 하면서 무기를 꽉 쥐었다. 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 속에 천신영의 하인들은 다가가지도 못하고 있었다. 김승윤은 명령을 내린 부하들을 재촉해 보내고는 천인예에게 말을 걸었다.

“이봐.”

“······.”

“안타깝게 됐군. 문하시중을 죽인 이는 우리가······.”

“······때문이···야······.”

“뭐?”

“다 너희 때문이야!”

격한 외침과 더불어 돌격한 천인예를 막고자 남우중이 나섰다. 두 사람의 창과 장검이 격렬히 부딪치자 김승윤의 병사들이 남우중을 돕고자 나섰다. 그러나 재빠른 천인예의 창놀림에 두 사람이 허무하게 목숨을 잃을 뿐이었다.

“진정해, 이 년아!”

남우중이 장검으로 쳐내자 천인예는 뒤로 뛰어올라 착지했다. 어두운 밤임에도 그녀의 눈은 분노로 타오르고 있음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사나워져 있었다. 말 역시 평소의 그녀와 달리 전혀 더듬지 않고 있었다.

“이, 이봐, 천인예······.”

“닥쳐!”

사나운 맹수의 그것과 같은 외침에 모두가 순간 움츠러들었다.

“너희가 이러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어!”

“이봐, 저······.”

반론을 하고자 한 남우중이었으나 그럴 틈을 줄 천인예가 아니었다. 화려하고 재빠른 그녀의 창을 상대해야 하는 남우중 대신 김승윤이 병사들을 지휘하면서 그녀를 진정시키고자 했다.

“말 좀 들어봐라, 천인예. 좀 진정해. 우리가 무슨 이유로 문하시중을 살해하겠냐!”

“입 닥쳐!”

천인예의 창끝이 빛이 나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천인예가 품속에서 꺼내 내던진 부적과 함께 거대한 폭발과 폭풍을 일으켰다. 남우중을 비롯한 병사들은 거기에 말려들어 기절하거나 부상을 입거나 하면서 나가떨어졌다.

“절대 용서할 수 없어. 너희, 희도 범인도······.”

정상적인 대화가 이뤄질 수 없음을 깨달은 김승윤은 결국 병사들을 지휘하여 무력으로 천인예를 진압시키기 시작했다.

병사들은 김승윤의 지휘 하에 남우중을 앞장세워서 공격을 시작했다. 포위망을 형성하여 남우중을 비롯해 뛰어난 무술실력과 도술을 지닌 이들이 천인예와 직접 맞붙고, 일반 병사들은 포위하여 방패와 창을 앞세웠다.

그러나 역시 천인예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도술과 법보, 무술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걸 활용하여 그들을 상대했다. 그녀가 휘두른 창은 날카롭고 재빠르게 자신을 공격하는 이들을 찌르고, 치고, 베었다. 그리고 그녀가 날린 부적과 외운 주문은 그들의 발목을 묶고 포위망을 좁히는 걸 방해했다. 종종 그녀가 쓴 법보의 힘은 포위망 일부를 무너뜨기리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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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1) 18.09.30 111 1 10쪽
88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9) +1 18.09.23 121 1 9쪽
87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8) 18.09.10 114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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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0) 18.07.15 115 1 9쪽
78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9) 18.07.08 86 1 10쪽
77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8) 18.07.01 103 1 9쪽
76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7) 18.06.25 106 1 9쪽
75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6) 18.06.10 131 1 9쪽
74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5) 18.06.03 87 1 9쪽
73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4) 18.05.27 116 1 9쪽
72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3) 18.05.20 143 1 9쪽
71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2) 18.05.13 169 1 9쪽
70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 18.05.07 167 1 9쪽
69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2) 18.04.29 145 1 9쪽
68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1) 18.04.23 130 1 10쪽
67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0) 18.04.16 146 1 9쪽
66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9) 18.04.08 172 1 9쪽
65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8) 18.04.01 150 1 9쪽
64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7) 18.03.25 151 1 8쪽
63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6) 18.03.18 209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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