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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서재입니다.

나락 일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snownun
그림/삽화
원one
작품등록일 :
2020.07.17 19:55
최근연재일 :
2020.12.07 19:54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2,490
추천수 :
228
글자수 :
196,698

작성
20.11.28 19:22
조회
15
추천
1
글자
11쪽

얽히고 얽힌 이야기

DUMMY

백시현상이 일어나듯 빛이 주위를 애워싼 뒤, 다시 걷혔다. 그리고 우리가 들어갔던 동굴은 그 어떤 흔적조차 남지 않은 채 없어졌고, 우린 걸어온 길을 등에 진 채 제자리에 서 있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분명 환각을 없애준댔지 장소를 이동시켜버린다는 말은 없었다. 애초에 순간이동 자체가 그 어떤 방법으로도 이뤄낼 수 없는 일이라고 들었다. 그렇다는 건, 우리가 왔던 동굴 자체가 환각이라는 말이다......?


불안한 기색에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역시나, 널찍이 떨어진 장소에서 우릴 방해한 장본인이 서 있었다.


이 일이 모두 저 자의 자작극인 걸 눈치채고 분노에 휩싸인 우리 둘은 당장 뛰쳐가 그 머리에 칼날을 세웠다. 하지만 속삭이듯이 들려온 외마디의 영창과 함께 그의 모습은 홀연히 사라져, 다시금 우리 뒤에 나타났다. 그리고 천천히 다가오며 말했다.


"잠깐, 그 방패는......어디서 났지? 어디서났느냐?어디서났느냔말이다!어서답하거라!!도대체어떤작자가네게그방패를쥐어준거냐!?누구냐,누구냐?누구냐!"


갑작스럽게, 단 한 번의 호흡 없이 연계되는 그 목소리엔 상당한 힘이 실려 별다른 마법 없이도 충분히 큰 압박감을 안겨주었다. 아까 전의 여유롭고 우위에 서던 모습과는 정 반대다.


"감히,감히,감히!!!그방패를!!!!"


이유는 몰라도 꽤나 격노에 찬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말을 다 듣기도 전에 간느의 꼬리가 먼저 날아갔고, 그는 그걸 피했다.


더 이상 할 말마저 잃어버렸는 지, 그는 이글거리는 눈빛만을 남기고선 또다시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다. 다시 생각해보자. 우리가 따라온 길은 현실이 맞지만, 우리가 기어들어간 동굴은 모두 환영이었다. 그 속의 스켈레톤들이 환영이라는 건 진작에 알아챘으니 넘어가고, 그 다음이 문제다. 분명 드래곤의 형상이 보였을 터였다. 하지만 정작 그 곳에는 환각만이 보여왔다.


머리가 지끈지끈하게 아프다. 전부 다 그 자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난 것이었다니, 너무나 허망하고 허무한 결말이다. 아예 우리들의 목적 자체를 부정당한 거나 다름없다.


일단 돌아가자. 우리 둘이서 앓아 봤자 진전되는 건 없다. 나브에게...잠시만, 설마 나브도 한통속인 걸까? 이 방패는 환각을 직시하면 빛을 낸다. 하지만 나브가 우리에게 이 방패를 건내줬을 땐 이미 한 번 빛을 발하고 있었다. 즉, 나브조차 환각일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머릿속 한 켠에 의심을 품으면서도, 가던 길을 멈추지는 않았다. 돌아서봤자 설 자리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남겨진 신뢰가 무색하게 수일을 걸쳐 온 원점에는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눈덮힌 언덕만이 보여왔을 뿐.


난 그 광경을 제대로 직시하지도 못한 채 정신을 잃고 소리를 질러댔다. 그 자체가 허상이었다니,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동시에 칼날은 나즈를 향해 증오를 표출했고, 세상을 믿기 힘들게 만들었다. 옆에 있던 간느같은 건 안중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나브!!!! 어딜 간 거냐!!!!"


그러자 그 언덕 주변의 빛이 굴절되고 구멍이 생기더니, 내가 알던 나브의 동굴이 되었다.


나는 당장 그 안에 쳐들어가 다가오는 나브의 로브를 잡아당겼다.


"무, 무슨 일인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태연하게 말을 걸어오는 그를 보자니 더욱이 화가 치밀어올랐고, 바닥을 꿰차며 올라오는 충동을 제어할 수도 없어졌다.


난 그의 멱살을 움켜쥐며 말했다.


"전부 다 자작극이었던 거냐!!!"


이 말을 들은 그는 잠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처럼 내 얼굴을 쳐다보더니, 시선을 아래로 향하고선 이내 다급하게 날 진정시키려 했다.


"잠깐, 잠깐, 마법은 아닌 것 같은데, 일단 앉아보게나. 오해가 생겼다면 전부 다 해결해주지."


오해는 무슨, 결국 차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한 나는 검을 들어 그의 머리를 깨부쉈고, 힘없이 늘어진 몸통을 내던졌다.


...뭔가 이상하다. 소환수라거나 환영이라면 연기가 되어 사라질 텐데, 땅바닥에 널부러진 나브의 시체는 연기가 되기는 커녕 아주 뚜렷하게 제 모습을 나타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무릎을 꿇고 그의 시체조각을 들어올려보았다. 단면은 나무였고, 자세히 보니 색도 대충 칠해져 있어 누가봐도 가짜라는 걸 눈치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멀리서부터 나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참...말을 안듣는구만. 그건 내가 만든 인형이라네. 안좋은 조짐이 느껴져서 그걸 보내보았건만, 바로 부숴버리는군. 내 나름의 야심작인데. 오해가 생겼다면 한 번 말해보게나. 전부 다 해결해주지."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안정이 되돌아왔다. 이제서야 제대로 된 사리분별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생각을 해 보니 그를 죽여봤자 득이 될 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기에 그에게 모든 의문을 털어놓았다. 내 말을 주의깊게 들은 그의 반응은 꽤나 곤란해보였다. 그럼에도 침착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음...하나하나 설명해주겠네. 일단 이 동굴이 보이지 않았던 건, 그냥 놈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였네. 어차피 발견될 바에야 잠시나마 혼란이라도 주기 위함이지. 하지만 이렇게나 빨리 자네가 돌아올 줄은 몰랐어. 이건 내 불찰이라네. 사과하지."


"그리고 내가 그 방패를 건내줄 때 빛을 발하고 있었던 이유는 아마 자네가 이미 환각에 걸린 상태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네. 그 방패는 당장 눈앞에 놓여진 환각만 눈치채는 게 아니야. 당사자가 알아챌 수도 없을 만큼 치밀한 환각마저 샅샅히 찾아내 제 기능을 하지."


"마지막으로, 내 기억에 관한 거라네. 정확히는 내가 죽기 전의 기억이지. 이걸 어떻게 말로 풀어야 할 지 아직도 정리가 되질 않지만, 할 수 있을 때까지 해주겠네. 난 원래 인간이었던 걸로 추정된다네. 뭐, 이건 겉모습에서 드러나니 자네도 눈치챘을 거라 생각해. 하지만 이름은 도무지 모르겠더군. 딱 한 번, 나브라고 불린 것 같았는데, 이건 또 룬문자로 '제(弟)'라는 뜻이라서 이름이라 하기엔 애매하지."


"그리고 기억 속에서 내 입으로 직접 나인그레즈라고 했었던 적이 있었다네. 그는 내 제자였고, 무언가를 배우고 있었어.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눈을 뜬 곳과 연관지어 보면 아마 마법일 거라 생각한다네."


"여기서 내가 의문을 느꼈던 건, 내 마법을 아는 사람은 나와 그 나인그레즈라는 자밖에 없는 데 그 나즈라는 자도 내 마법을 쓴다는 거라네. 그렇기에 난 나인그레즈와 나즈를 동일인물로 보았지. 그래, 그 자는 생전의 나와 깊은 연관이 있어. 그 자는 죽기 전을 기억하기 때문에 나에게 찾아올 수 있었을 게야."


가만히 앉아 쭉 그의 말을 들어온 나는 생각에 잠겼다. 그의 말대로라면 모든 일의 이치가 맞다. 그의 마법은 기본적으로 어두운 계열의, 특히나 환영을 보여주는 게 많았다. 나즈도 똑같은 마법을 쓰니까 내게 환영을 걸었던 거고, 나브의 입장에서 보면 동일인물로 추정되는 나인그레즈와 나즈는 자신의 생전과 관련된 아주 중요한 사람이다.


"이런 지루한 말들을 끝까지 듣고 있어줘서 고맙네. 하지만, 한 가지 부탁이 있다네. 나즈를 나에게 데려다 줄 수 있겠는가? 알다시피 이런 몸뚱아리에 나가지도 못하는 채로는 영원토록 이 난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 같아서 말이야. 어떻게든 풀어내고 싶다네."


그의 진심을 확인한 나는 흔쾌히 그 부탁을 승낙했다. 이는 옆에서 우릴 지켜보고 있던 간느도 마찬가지였다.


"...할게요. 어떤 수를 써서라도 이 곳에 끌고올게요."


그러자 나브는 창고로 향하더니 이내 몇 가지 도구들을 들고 왔다. 모두 하나같이 낡고 오래된 것들이었지만, 그 빛만은 여전히 남아 바래지지 않고 있었다.


"필요할까 싶어 있는 대로 다 가져와봤다네. 물론 나중에 돌려줘야 하네. 그 방패도 마찬가지고. 부숴먹기라도 한다면 그 때는 각오하게나."


그가 가져온 장비는 총 3개 정도이고, 각각 소검(숏소드), 스틸레토, 철퇴의 모습을 했으며 하나같이 특이한 외관이 돋보였지만 전투에는 그다지 적합해 보이지 않았다. 어쨌든 이것들을 모두 챙긴 내게 나브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요약하자면, 일단 소검은 마법을 둘로 쪼개었다가 다시 억지로 붙여 오작동을 일으킨다. 예를 들어 하나의 눈덩이가 있다고 치자. 근데 이 검에 베이면 반으로 갈라지게 된다. 근데, 여기서 그 둘로 나뉜 눈덩이를 아무렇게나 서로 부딫히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십중팔구 눈덩이는 제 모습을 찾지 못하고 바스러져버린다.


또, 스틸레토는 정확하게 찌를 시 마법에 허점을 만들어주는 기능이 있다. 즉, 못 피할 마법도 하나의 허점을 만들어 피할 수 있게 만든다. 그리고 철퇴는 닿은 마법을 일시적으로 멈추게 한다.


이쯤 되면 마법에 대항할 수단은 충분하다. 환각은 방패를 통해 눈치챌 수 있고, 공격 마법은 방금 받은 무기들로 막아내면 된다. 남은 건 나즈를 찾고 이 곳까지 끌고오는 것 뿐이다. 나머지는 나브가 알아서 할 수 있으리라.


이번엔 평소와 다르게 나브가 먼저 사거(辭去)를 나눠왔다.


"그럼 잘 갔다오게나. 무모한 짓은 하지 말고. 또, 몸 성히 돌아오게. 한 번 더 강조하는 거지만, 자네에게 준 그 장비들은 상당히 좋은 물건들이니 만에 하나 부서트리기라도 한다면 그 값을 똑똑히 치르게 해주겠네."

"하하...네. 반드시 나즈를 데려오겠습니다."


이제 막 나가려는 참에, 나브가 우릴 다시 멈춰세웠다.


"나즈의 위치에 관한 건 걱정 말게나. 그 방패는 자신이 없앤 환각의 사용자를 귀신같이 찾아내니 말일세."


그의 말을 듣고 방패를 들어 자세히 관찰해보니 중앙에 박힌 보석의 눈동자가 어딘가를 향하고 있었다. 아마 나즈의 위치를 바라보고 있는 거겠지. 참 유용한 방패다. 전에 이 동굴에 살았던 사람은, 혹은 죽기 전의 나브는 도대체 어디서 이런 귀한 물건을 얻은 걸까.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요즘따라 집에 돌아오면 컨디션이 조금 안좋네요......그래도 가능한 한 정상연재를 할 수 있도록 힘내겠습니다!! 양해를 바라지는 않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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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나브, 나즈 20.12.07 9 0 14쪽
42 풀려가는 이야기 +2 20.12.02 9 1 12쪽
» 얽히고 얽힌 이야기 +2 20.11.28 16 1 11쪽
40 수수께끼 +2 20.11.25 14 1 15쪽
39 습격 +2 20.11.20 16 1 14쪽
38 지식 쟁탈전 +2 20.11.17 19 2 16쪽
37 두 개의 동굴 +2 20.10.30 30 3 13쪽
36 드래곤 +4 20.10.25 24 5 14쪽
35 마법의 검사 +2 20.10.22 31 4 10쪽
34 신비의 결정, 푸른 세상 +6 20.10.20 33 6 11쪽
33 2부-창백의 일대기 +2 20.10.17 44 4 9쪽
32 하나의 육체, 두 명의 영혼, 동일한 운명. +6 20.10.16 29 5 13쪽
31 불멸자와 필멸자(삽화) +4 20.10.14 29 5 14쪽
30 반복되는 하루의 끝 +4 20.10.12 19 5 11쪽
29 복수의 여정 +8 20.09.23 40 7 13쪽
28 허무함(삽화) +4 20.09.19 37 4 12쪽
27 되돌아가다 +8 20.09.13 33 6 15쪽
26 되돌아오다 +6 20.09.08 32 5 15쪽
25 불사의 존재(삽화) +2 20.08.31 50 3 13쪽
24 결전의 날(삽화) +8 20.08.17 57 7 19쪽
23 다시 만난 웨어울프들 +6 20.08.16 40 6 10쪽
22 지하실 +4 20.08.14 33 5 12쪽
21 괴뢰와 마녀 +6 20.08.12 40 6 9쪽
20 잠시의 휴식 +2 20.08.10 35 6 12쪽
19 베어내지 못했던 것 20.08.08 29 4 9쪽
18 베어내지 못하는 것 +2 20.08.02 37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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