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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락 일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snownun
그림/삽화
원one
작품등록일 :
2020.07.17 19:55
최근연재일 :
2020.12.07 19:54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2,504
추천수 :
228
글자수 :
196,698

작성
20.10.22 20:27
조회
31
추천
4
글자
10쪽

마법의 검사

DUMMY

"이제 기초는 된 것 같네. 나머지는 알아서 해봐. 나도 전문가는 아니라서 말야. 애초에 이 검술도 대충 사람들 사이에서 돌아다니는 아주 간단한 동작 몇 가지만 섞은 거니까. 나머지 필요한 동작들은 네가 직접 만들어서 쓰는 게 좋을 거야."


난 복습하는 셈 치고 다시 한 번 자세를 잡아보았다.


검을 대각선으로 들어 올려 막는 제 1자세.

손잡이 끝의 무게추(폼멜)를 어깨까지 당기며 칼날 끝을 상대에게 향하는 제 2자세.

검을 머리 위로 올려 하늘을 향하게 하는 제 3자세.

반대로 검을 아래로 향하게 하는 제 4자세.


제 1자세에서 검을 바깥으로 내려 공격을 흘려낸 뒤 제 2자세로 바꾸며 상대를 베어내는 제 1베기.

제 1자세에서 제 3자세와 제 4자세를 거쳐 내려베는 제 2베기.

제 2자세에서 반대쪽으로 제 2자세를 취하며 베어내는 제 3베기.

제 2베기에서 검을 찔러넣는 제 4베기.

제 4자세에서 제 3자세로 바꿔가며 올려베는 제 5베기.


총 4가지 자세와 5가지 베기다. 방금 막 배운 참이라 그런 지 완벽한 동작을 취할 순 없었지만, 적어도 혹시나 모를 전투에 대비하기엔 충분할 것이다.


"아, 맞다. 내가 재밌는 걸 하나 알려줄게. 너, '기'는 쓸 줄 알아? '아츠'라고도 부르는데."


기라면...분명 신비의 결정에서 얻은 것 중 하나였다. 영혼 내에 마력이 커질수록 작아지고, 반대로 마력이 작아질수록 커지는 힘이랬나. 자세하게는 모르겠지만, 신체나 무기를 강화한다는 설명이 있었던 것 같다.


"기...습득하긴 했지만 쓰는 방법을 모르겠어."

"그래? 그럼 일단 그것부터 알려줄게."


기는 기본적으로 한 번 습득하기 전엔 상당히 쓰기 힘들다고 한다. 허나 난 예외다. 처음부터 기를 익히고 있었으니 말이다.


"자, 먼저, 손 끝에 집중해봐. 그리고 그게 되면 검을 꺼내서 검신에 집중해봐."


집중이라...마력이랑 똑같다. 하지만 둘 다 비슷한 힘이랬으니 어찌 보면 당연하리라.


난 왼손으로 오른팔을 잡고 오른손의 끝에 집중했다.


가느다란 손가락 마디 사이로 흘러나오는, 불꽃과도 같은 빛깔의 무언가. 마치, 물방울처럼 덩어리졌으면서도, 그 안에서 태양과도 같은 빛을 발했다. 태양과 관련된 건 전혀 없겠지만, 나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이제 검에 담기만 하면 되는 건가. 난 검을 꺼내 제 4자세를 취하며 칼날을 땅으로 향했다. 그리고, 바닥에 닿은 검신의 끝을 보며 집중한다.


아까 보았던 그 빛이 검을 둘러쌌다.


"좋았어. 이제 본론이다!"


이걸 옆에서 지켜본 지크프리트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웃었다.


"검에 기를 담았으면, 거기에 마법을 걸어."


마법을 걸라고? 기와 마력은 서로 반대되는 성질을 지녔지 않나? 뭐, 일단 해봐야 알겠지.


"[불사자의 불꽃]."


그러자, 손에서부터 칼날을 따라 하늘색의 푸른 불꽃이 기를 덮었다.


"역시! 이런 걸 쓸 수 있는 사람은 흔하지 않거든! 너나 나같이 특이한 경우가 아닌 이상!"


지크프리트가 신나는 어조로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말을 이어갔다.


"원래 기랑 마력은 공존하기 힘들어서 말야. 이 두 가지 힘을 동시에 지닌 사람이 아닌 이상 검에 마법을 담는 건 불가능해. 그리고 우리같은 사람들을 마법 검사라고 부르지."


그런 원리였나. 즉, 나처럼 기와 마력을 동시에 다룰 수 있는 사람은 검신에 담긴 기에 마력을 혼합하여 검에 마법을 담는 게 가능하는 말이다.


원래 [인챈트:]마법을 통해 도구에 특별한 능력을 주입할 수는 있지만, 그건 한 가지 마법을 지속적으로 거는 것일 뿐, 내가 방금 한 일, 단기적으로 검에 마법을 담는 것과는 다르다. 내가 방금 검에 마법을 담은 걸 활용하면 계속 마법을 바꿔가며 상황에 맞는 마법을 검에 담을 수 있게 된다.


잠깐, '나같이'? 그렇다는 건 지크프리트도 마법 검사라는 건가?


"참고로 나도 마법 검사야! 맨날 검을 부서먹어서 보통은 각인으로 대체하고 있긴 하지만, 제대로 된 검만 있으면 마법을 담을 수 있다고."


일단 그의 말을 통해 마법으로 만든 검엔 마법을 담을 수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사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마법에 마법을 덧씌워도 그건 그냥 마법 두 개 쓴 거나 마찬가지다.


그보다 맨날 검을 부서먹는다니, 도대체 어떻게 싸우면 그런 일이....


대충 기에 관련된 것도 끝났겠다, 우린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다. 서로 여러가지 잡담을 나누면서 말이다.


풍경만 보자면, 여긴 참 지루하다. 어딜 가도 약간의 작은 언덕이나 산, 동굴 빼곤 전부 새하얗다. 지크프리트의 말에 따르면 저기 서쪽에 있는 대륙에서는 여기보다 훨씬 다양한 종족들과 사람들이 있다는 듯하다. 게다가 국가나 마을도 많아서 혼자 여행해도 은근히 재밌다고 한다. 나도 언젠가 한 번 가보고 싶다.


"나도 그 곳에 가볼 수는 없을까?"

"하핫, 불가능해."


즉답이다. 도대체 왜?


"그야 그 대륙으로 가려면 바다를 건너야 하는 데, 바다엔 수많은 괴물들이 살거든. 나처럼 죽지 않거나 '공중부양'마법을 쓰지 않는 이상 쉽게 건너긴 힘들거야. 심지어 '공중부양'마법을 써도 마력이 부족할 걸?"


바다라는 게 그렇게 무서운 곳이었다니...뭐, 굳이 안가더라도 여기서 만족하며 사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단념하자. 애초에 바다를 헤엄쳐 간다면 움직임이 둔해져서 먹잇감이 되는 건 시간 문제이리라. 게다가 난 '공중부양' 마법을 못쓰기도 하고.


"그보다, 그 검 있잖아."


그 검? 아, 이 붉은 검을 말하는 건가.


"뭔가 특별해 보이던데, 별다른 특징은 못찾았어?"


확실히, 탁한 붉은색의 검이니 특이하긴 하다. 하지만 별다른 특징은....


"잠깐 그 검 좀 줘봐."


그는 이렇게 말해곤 내 검을 보며 마법을 시전했다.


"[감정(鑑定)]."


'감정'? 난 쓸 수 없는 마법이다. 아마 도구에 담긴 인챈트나 특별한 능력을 알 수 있는 마법이겠지.


"오...이 검, 꽤 좋은 검인데?"


그는 작은 목소리의 감탄을 내뱉은 뒤, 나에게 돌아보고선 말했다. 그리고 검의 코등이에 달린 브로치를 손가락으로 건들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일단 이 브로치, 사용자에게 걸린 저주의 일부를 흡수해. 그렇게 강한 저주가 아니면 아예 해제시켜주고. 심지어 흡수한 저주를 이용해서 사용자를 '커스드 나이트(저주받은 기사)'로 바꿔주는 듯해."


커스드 나이트라면 분명 자신에게 걸린 저주를 기로 끌여당겨 쓰는 존재라고, 신비의 결정이 양도해준 지식에 적혀있었다. 즉, 자신의 고통을 이용해 무기로 쓴다는 말이다.


내가 생각할 틈도 없이, 또다시 지크프리트가 말을 이어갔다.


"무엇보다, 이게 가장 중요한 능력이야. 이 검 자체에 있는 능력인데, 마법 한 개를 미리 저장해뒀다가 나중에 쓸 수 있어. 즉, 우리같은 마법 검사가 쓰면 검에 담은 마법 하나, 미리 담아둔 마법 하나, 총 두 개의 마법을 걸 수 있는 거라고!"


오오...그런 검이었다니, 상상도 못했다. 원래 마법 검사는 검 한 자루에 마법 하나밖에 못 담지만, 이 검의 능력을 이용하면 두 개나 담을 수 있고, 담겨 있는 마법 중 미리 저장해놓은 건 굳이 영창을 할 필요가 없기에 전술적으로도 이점이다.


"실제로 어떻게 되는 지 궁금한 걸. 한 번 써봐!"


그가 눈빛을 반짝이며 내게 말했다.


뭐, 나도 궁금하니 한 번 써볼까.


"불사자의 불꽃."

"...엥?"


...?


마법이 시전되지 않는다. 설마, 마력이 다한 건가? 전혀 눈치채질 못했다.


"아, 미안. 마력이 다한 것 같아."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가 미간을 매만지며 한숨을 내쉬었다. 뭔가 실망한 듯 하긴 한데, 장난스럽기도 한 한숨이다.


"하아...검 좀 잠시 빌려줄래?"


한 번 써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난 일단 그에게 검을 건냈고, 그는 자세를 잡으며 기를 흘려보냈다.


"[마법 화살]. [플레어]."


그가 건 마법은 두 가지, 마력 덩어리의 화살을 발사하는 '마법 화살'과 높은 열기의 화염을 내뿜는 '플레어'였다. 그러고선 검을 아무데다 겨누더니, 마법 화살을 날렸다.


방금은 영창을 하지 않은 걸 봐서 마법 화살을 검에 저장해둔 모양이다. [무영창:]마법을 썼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그럴 이유가 없다. 여기서 중요하게 여겨야 할 부분은 바로 플레어를 쓴 상태에서 마법 화살을 쐈다는 점이다. 이걸로 이 검이 두 개의 마법을 담을 수 있다는 건 증명됐다. 사실 증명이라 할 것도 없다. '감정'마법으로 미리 능력을 봤으니. 그냥 신기할 뿐이다.


"캬!! 역시...! 멋있어!!"


그가 주먹을 쥐며 환호했다.


계속해서 느끼는 거지만, 아무리 지루해도 그와 같이 있으면 지루하지가 않는다. 지크프리트라는 사람 자체가 밝고 웃음이 많은 것도 있지만, 왠지 분위기가 환해지는 느낌이다. 그렇기에 이런 정처없는 여행도 뭔가 즐겁게 느껴진다.


우리들은 몇날, 며칠을 걸으며 극한의 대지에 도착했다.


여긴 공기부터가 살벌하다. 마치, 금방이라도 얼어붙은 것만 같다. 날카로운 한기가 내 전신의 뼈를 쏘아붙였고, 점점 더 둔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나에 비해 지크프리트는 상당히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어떻게 이 추위로부터 버틸 수 있는 거지...지크프리트도 옷차림만 보면 그냥 노숙자인데, 의외로 유식하고 힘도 세다.


"음? 뭐야. 아, 미안! 너 추위에 면역이 없었지. 일단은 잠시 돌아가자."


우리들은 결국 가던 길을 멈추고 얼어붙은 대지까지 되돌아갔다.


드디어 살았다. 아직도 춥긴 하지만, 아까 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나저나 나 때문에 되돌아왔다니...뭔가 내가 그의 여행에 방해가 되는 듯해서 미안하게 느껴졌다. 괜한 짐이 되는 건 아닐까.


아, 맞다. 생각해보니 그 마법이 있었다! 추위에 내성이 없는 내가 버틸 수 있는 방법이!

자세.png


작가의말

오늘도 딱히 할 말이 없네요...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밤 보내세요.


삽화는 와이트가 쓰는 검술의 자세 4가지를 표현한 것입니다. 비록 빠르게 그리느라 퀄리티는 떨어지지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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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24 밤사과
    작성일
    20.10.22 23:29
    No. 1

    가끔씩 글에 넣는 삽화는 언제봐도 좋군요!(저도 넣고 싶지만 컴퓨터 그림을 못 그리는 지라...) 재밌게 읽고 갑니다 추천!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 snownun
    작성일
    20.10.23 08:35
    No. 2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삽화가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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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두 개의 동굴 +2 20.10.30 31 3 13쪽
36 드래곤 +4 20.10.25 25 5 14쪽
» 마법의 검사 +2 20.10.22 32 4 10쪽
34 신비의 결정, 푸른 세상 +6 20.10.20 34 6 11쪽
33 2부-창백의 일대기 +2 20.10.17 44 4 9쪽
32 하나의 육체, 두 명의 영혼, 동일한 운명. +6 20.10.16 29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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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반복되는 하루의 끝 +4 20.10.12 19 5 11쪽
29 복수의 여정 +8 20.09.23 41 7 13쪽
28 허무함(삽화) +4 20.09.19 38 4 12쪽
27 되돌아가다 +8 20.09.13 33 6 15쪽
26 되돌아오다 +6 20.09.08 32 5 15쪽
25 불사의 존재(삽화) +2 20.08.31 50 3 13쪽
24 결전의 날(삽화) +8 20.08.17 58 7 19쪽
23 다시 만난 웨어울프들 +6 20.08.16 40 6 10쪽
22 지하실 +4 20.08.14 33 5 12쪽
21 괴뢰와 마녀 +6 20.08.12 40 6 9쪽
20 잠시의 휴식 +2 20.08.10 35 6 12쪽
19 베어내지 못했던 것 20.08.08 29 4 9쪽
18 베어내지 못하는 것 +2 20.08.02 37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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