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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글자 님의 서재입니다.

여우와 두루미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틀린글자
작품등록일 :
2015.03.14 00:15
최근연재일 :
2016.02.23 00:3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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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0.07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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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2쪽

월묘

영혼을 갈아넣었습니다.




DUMMY

크르르.

짐승의 소리가 황야에 울러 퍼진다.

패도적이고, 원시적인 그 소리는 다름 아닌 공호의 것이었다.

눈이 돌아간 공호가 날뛴다. 그 어떤 몬스터도 공호를 제어하지 못하고 구멍이 숭숭 뚫려 죽어버린다.

우득.

거대한 몬스터 뼈가 공호의 손에 간단히 부러진다. 몬스터는 괴성을 내질렀고, 공호의 손톱이 놈의 눈을 파고들어 가며 괴성은 애원으로 바뀐다.

"캬아악!"

휙, 등 뒤의 몬스터의 손톱에 공호의 윗옷이 뜯겨나간다. 적당한 잔근육들이 옷이 찢기며 드러난다. 윗옷과 바지가 한복처럼 이어져 있던지라, 뜯긴 윗옷이 허리에 묶여있는 천까지 아래로 축 처진다.

공호의 머리칼이 자라나 어깨까지 다다른다.

묶지 않고 헝클어진 긴 머리칼이 공호의 모습을 흡사 맹수보다 강렬하게 만들었다.

크륵, 공호가 몬스터의 목을 물어뜯어 때었다.

쿠궁. 쿵.

날뛰던 도중 한 몬스터가 천천히 기어온다. 사납게 휘날리는 은빛 털들과 날카롭게 오른 갈퀴.

코모션 트리이앵글의 최상위 포식자이자 먹이사슬 최정점에서 군림하고 있는 절망. 몬스터의 왕, 카이센.

놈이 걸어왔다. 필멸과 영원의 경계에 자리한 늑대가 투기를 발산하며 걸어온다.

세상의 삼라만상을 찢겨 발기 듯한, 레스토의 재악이며 또는 동화 속 황혼인 그 발자국을 공포가 핡작거리며 다가왔다. 기세가 살을 찌른다.

코모션 트라이앵글을 레스토가 접근하지 않는 진실된 이유. 단 하나의 몬스터가 존재함으로 레스토의 접근을 금한다.

카이센. 그 중에서 S급 실력자도 짓누를 수 있는 녀석.

현재 몇 없는 영물이 될 가능성이 있는 카이센이자 영웅의 영물이 될 뻔한 종족. 지금은 홀로 남은 카이센. 월랑(月狼).

공호는 본능이 알려주는 천적의 감각에 월량을 향해 고개를 휙 돌렸다.

월랑은 특이하며 영리하다. 상대가 마음에 찰 정도로 강하면, 또는 자신보다 강해질 가능성이 있으면 살려준다. 하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차 없이 물어뜯는다. 녀석은 특이하게도 강자를 아끼는 습성이 있다.

역사상 월랑이 상대를 마음에 들어 한다고 알려진 것은 딱 1번밖에 없었다. 영웅이며 1대 최강. 모든 바람의 주인, 초대 용병왕. 오직 그 뿐이었다.

그런 신화와도 같은 전적을 가진 그 녀석이, 약 500년 전 종결한 개척전쟁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모습을 내밀지 않았던 녀석이 등장했다.

세계의 운명에 관여한다는 신비로운, 심지어는 SS급 용병이 토벌한다고 나서 코모션 트라이앵글을 갈아엎었을 때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그런 놈이. 고작 이 작은 소년 앞에 나타났다.

검은 소년은 두 손바닥을 바닥에 붙이고 울부짖었다. 크르륵.

자글자글, 피부가 곤두선다. 거침 하나 없이 매끄럽던 피부가 투기에 찌릿찌릿 올라선다. 소년의 본능이 말하였다. 움직이지 말라고. 시선을 떼지 말라고. 숨을 쉬지 말라고. 그리해야 살 수 있다고.

달이 올라선다. 공호의 꼬리 세 개가 흔들흔들 춤춘다. 흑미호와 월랑. 서로 대치한다. 만용과 긴장. 각자 다른 기다림으로 상대를 노렸다.

싸아아.

고요함이 흐른다. 감히 다른 몬스터가 근처 땅을 밟지도 않는다.

"크륵."

월랑은 앞발을 살짝 들었다 놨다. 마치 인간이 벌레를 죽을 때처럼, 아주 미약한 힘만으로 움직였을 뿐이다. 여유롭게, 부채질이라도 하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공호는 경계하며 허리를 들어 올리고는 섬뜩한 소리를 내었다.

콰르르르륵!

땅을 갈아 버리며 다가오는 푸른 기운. 몬스터가, 그저 몬스터가 초월점의 경지를 넘어섰다. 마나는 겉으로 발현되며, 그것은 곧 기적의 증거가 되고, 의지의 결정체가 된다.

오직, 몸뚱어리의 힘만으로도 S급 실력자를 긴장시키는 녀석이 마나를 쓴다. 그것도 초월점에 다다른, 마나가 배출 가능한 기적의 경지에 오른 녀석.

극악하며, 그 자체가 역운 덩어리다.

푸른빛 마나의 결정체가 천지를 찢으며 다가온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으나 맹수의 눈과 같이 눈빛만으로 먹이를 사로잡는 힘이 있다.

막아야 한다. 미쳐버린 본능이 그걸 선택했다. 공호는 피하면 될 것을 오로지 막을 생각만을 했다.

"키아아."

소년이 가지고 있는 가장 단단한 건 뭘까. 극한까지 음의 마나를 집어 넣은 얼음? 아니면 순전히 몸뚱어리만의 방어력?

다 아니다.

공호가 가지고 있는 가장 단단한 것. 하나, 활용도가 떨어져 쓰지 않았던 것. 그의 손톱이다.

소년의 손톱이 길게 자라난다. 은은히 붉은 빛을 내뿜던 손톱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제 얼음보다 50배나 강한 물질이 광란에 물들여 번득인다.

파앗, 하고 달려듦과 동시에 손톱은 푸른빛 에너지 덩어리에 맞닿는다.

콰지지지직.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스파크가 중구난방으로 번져나간다. 약 3초간 그 빛가 대치했다. 월량은 놀란듯 주둥이를 쭈글거렸다. 그 표정은 빛과 손톱의 대치하고 5초가 지날 때 극에 달했다.

전신의 힘을 쏟아부어 손톱에 집중하는 소년. 그리고 애매하기 짝이 없는 표정을 짓는 월량.

소년은 직감적으로 불안함을 느꼈다.

우득.

손톱이 부러지며 튕겨 나간다. 동시에 다가오던 푸른 빛무리가 거짓말처럼 멈춰 선다.

소년는 재주를 넘으며 땅에 착지했다. 그리고 짐승의 소리를 내며 다시 경계를 시작했다.

"크르르르."

그에 맞서 월량이 울부짖는다.

파앙.

그 울림이 고리 형태의 에너지가 되어 퍼져 나간다. 겹겹이 쌓여있던 몬스터의 시산이 터져나간다. 두 팔로 얼굴을 보호하던 소년의 팔등도 터져나간다.

지금 이 시각, 코모션 트라이앵글 전체의 지각이 1cm 밀린다.

대륙적인 지진이 미약하게 퍼진다.

파각, 숲에 있던 묠드는 순간 놀라 찻잔을 깨뜨렸다.

"그 놈?"

구멍이 뚫렸다. 하나 비틀어진 퍼즐 조각하나가, 예측 불가 '예외성'으로 변질한다. 공호가 비틀어져 섬천도 비틀어졌고, 그 둘이 틀어졌기에 월묘라는 변수까지 생겨났다.

운명이라 틀이, 처음부터 그랬는지 아니면 틀어졌는지 모를 그 틀이 모든 결과를 비틀었다.

월량은 천천히 걸어 앞으로 나아갔다.

아무런 판단도 행동도 하지 않고, 분노로 가득 차 나아갔다. 공호의 옆을 월량이 스쳐 지나간다. 그 거대한 숨결이 퍼져 내려온다.

공호는 오직 손과 발로 땅을 짚은 체 경계를 올린다.

파앗, 하고 공기가 뒤틀린 순간 월량은 사라진다. 털 한 올 아기 남기지 않은 채 날아가 버린다.

크륵.

공호는 목을 한 번 털었다. 경계대상은 갔다. 그가 누군지도, 어떤 것인지도 단 한 번 이성적으로 생각해 본 적 없이 월량을 허무하게 떠나보냈다.

고통은 그대로. 다를 건 없었다. 그에게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쩌저저적.

대기에 수천 개의 한기가 깃든다. 다시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


정말, 이 고통을 남에게 설명하려 한다면 어떤 수식어를 써야 할까. 극악? 최악? 지독? 다 필요 없다. 설명 자체가 불가능한 고통이었다.

그 고통을 1초, 1초. 천천히 24시간, 그리고 지구 시간으로 72시간동안 받아들였다.

울어서, 눈물을 흘린다고 흘려보낼 고통이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입술을 너무 강하게 깨물어 터졌다가 회복되기를 수백 번. 그와 같이 수만 몬스터를 학살하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110일 안에 채울 수 있는 한계까지 고통을 채웠습니다.


-앞으로 110일 동안은 고통 포인트가 쌓이지 않습니다.


-정신력 포인트가 1상승합니다.


시스템도 제어할 정도로 고통은 지독했다. 공호는 초승달 눈을 뜨고 괴롭게 호흡을 갈무리했다.

"허억. 허억."

토가 나올 지경이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지옥이었다.

110일 동안은 소용이 없으니, 45일 정도 마다 찾아오는 이 고통을 두어 번 정도는 그냥 넘겨야겠지. 한 편으로는 포인트를 쌓을 수 없어 아쉽고, 한 편으로는 고통을 받지 않을 수 있어 기쁘다. 애증도 이런 애증이 없다.

시스템의 굴레가 딱 맞물려 이런 특이한 상황을 겪는 거겠지.

비밀의 마나 페인을 뚫으며 흑미호가 된 것도 엄청난 일인데, 흑연호를 잡으며 고통을 포인트를 쌓는 칭호를 얻었다. 흑미호의 특성으로 인해 45일 마다 고통이 발현되고, 그것을 마치 강해지기 위한 수단처럼 칭호 '고통의 주인'은 포인트로 쌓는다.

우연, 그리고 필연. 정신없이 섞여 이런 결과를 낳았다. 더 강하게, 더 고통스럽게.

참, 아이러니하다.

'정신력 포인트는 뭐지?'

포인트에 대한 아무런 설명이 없다. 정신력 포인트라. 이름도 뭐라 짐작하기 애매모호했다.

최악의 고통은 끝났다.

공호도 일단 사람인지라,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을까.

이제, 고통이 맺은 열매를 볼 때이다.


-육체등급:S 레벨:118 육체랭킹:362435231위

이름:공호 칭호:11세대의 선구자,그외...


힘:1090 민첩:1570 순발력:395 체력:330 육감:385

마나 친화도:665 마나 제어력:640

부여가능 스탯포인트:120


-현재 축적된 고통:10503


달다. 정말로 달다. 이제까지의 고통에 대해 걸맞은 보상이다.

레벨만 하더라도, 이때까지 사냥하면서 112레벨에 달했었다. 100 레벨을 넘고 나서는 죽어라 사냥해도 한 달 동안 12 레벨 올린 게 고작이었다. 그런데 하루 만에 그 절반인 6레벨이 슉 상승해 있다. 이건 너무할 정도로 비대칭적이다.

그리고 고통 포인트. 전환하자면, 1050 스텟포인트에 달했다. 그냥 미쳤다. 만약 이 시스템이 단순 게임이었다면, 분명히 밸런스 붕괴급이었다.

"고통 포인트 전부 전환."

1050, 본래 있던 것 까지 합하면 1270의 스텟포인트가 대기 중이다. 이 막대한 스텟 포인트를 어디에 투자하면 좋을까.

'민첩을 상승시키면 파괴력이 올라간다.'

흔히 착각하는 것이 있는데, 파괴력인 운동량을 결정짓는 것은 질량과 속도다. 단순 힘이 강하다고 해서, 절대로 파괴력이 강한 것은 아니다.

단지 이제껏 힘이 강할수록, 그 강함 힘이 속도로 전환되어 파괴력을 높였던 뿐에 불과하다.

하나, 지금의 신세는 개척자.

힘과 민첩이 나뉘어 있어, 힘이 강하다하더라도 속도가 빨라지진 않는다.

힘은 그저 힘을 뿐이다. 무거운 것을 들 수 있는... 그런 것.

'몸이 못 견딜 수도... 아냐. 그건 아닐 거야.'

110레벨이 넘은 S급 신체의 내구력은 막강하다. 충격파 따위에게 방해받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타격에 의한, 작용과 반작용에 의한 데미지에서도 지금까지는 충분히 견뎠다.

문제라면 대기와의 마찰열일까.

'하지만 그건 다른 개척자의 문제고.'

음의 마나가 상당히 쌓인 만큼 그것만큼은 문제가 안 된다. 음의 마나를 몸에 두르고 다니기만 하더라도, 마찰열 걱정은 없었다.

'대략 짐작건데 6천도 까지는 견디는 것 같다.'

지금의 음의 마나로는 6천 도까지가 한계다. 하지만 그게 어딘가? 한때 지구에서 가장 녹는 점이 높다고 여겨지던 텅스텐보다 열에 강하단 소리 아닌가.

공호는 단순 힘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시험해보지 않았다. 힘 스텟 1290. 과연 어느 정도의 힘일까.

"...."

인벤토리에서 자이언트 터틀의 등껍질 조각을 꺼내었다. 딱 한 손에 쥘 만한 조각.

꾸욱.

공호는 손을 꽉 쥐었다. 그러자 손 모양대로 가볍게 찌그러지는 등껍질 조각.

치이이이.

손을 펴자 압축된 등껍질에서 연기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이번에는 대기를 빙결시켰다. 단단하게, 무조건 단단하게. 자이언트 터틀의 등껍질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그 얼음을 손에 쥐었다. 공호의 눈은 한결같이 담담하기만 하다.

꽈드득.

부서져 멀리 흩날리는 얼음가루들.

충분하다. 이로써 결정이 났다.

"모든 스텟, 민첩 부여."

결국, 질러버린 공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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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월묘 +1 15.10.06 311 5 7쪽
88 월묘 +1 15.10.04 329 7 15쪽
87 월묘 15.10.03 308 7 12쪽
86 월묘 15.10.03 327 7 20쪽
85 월묘 15.10.03 262 5 12쪽
84 월묘 15.10.01 272 4 16쪽
83 월묘 15.09.28 381 8 11쪽
82 월묘 15.09.27 284 10 15쪽
81 월묘 +1 15.09.26 389 7 12쪽
80 월묘 15.09.25 354 8 13쪽
79 월묘 15.09.24 300 6 20쪽
78 월묘 15.09.22 260 7 12쪽
77 월묘 15.09.22 320 7 14쪽
76 월묘 +1 15.09.20 445 6 12쪽
75 월묘 15.09.20 327 7 13쪽
74 월묘 15.09.19 326 9 14쪽
73 월묘 15.09.17 303 8 11쪽
72 월묘 15.09.17 308 9 12쪽
71 월묘 15.09.15 282 10 11쪽
70 월묘 15.09.14 550 7 13쪽
69 월묘 15.09.13 413 10 17쪽
68 월묘 +1 15.09.12 345 7 10쪽
67 월묘 15.09.12 369 9 13쪽
66 월묘 15.09.12 279 7 12쪽
65 월묘 +2 15.07.29 456 10 12쪽
64 월묘 15.07.25 364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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