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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글자 님의 서재입니다.

여우와 두루미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틀린글자
작품등록일 :
2015.03.14 00:15
최근연재일 :
2016.02.23 00:32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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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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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51,747

작성
15.09.22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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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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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2쪽

월묘

영혼을 갈아넣었습니다.




DUMMY

폭매의 우두머리, 파블로드는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했다.

'구름을 다루고, 풍의 마나는... 적어도 A급 실력자는 아닌 것 같군. 육체적인 능력은... 늘어났는지 모르겠지만, 상황을 봐서는 월등하게 상승한 것 같다.'

파블로드는 눈을 빛냈다.

'그러나 승산은 있다. 경험적인 면에서는 내가 위인 것 같군.'

적어도 그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그 정도의 풍의 마나를 다룰 실력이었다면,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기절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굳이 막대한 풍의 마나를 사용해가며 하늘까지 끌고 올라가 기절시킬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높을 곳을 이용해 심리적으로 압박했을 생각이었다면... 아니야. 그건 아닐 거야. 그렇게까지 포괄하여 판단한 경험은 없을 거야. 막 약관이 되었을 법한 모습이니..'

아스페티아에서 약관은 15세 정도. 보통 막 성인이 된 레스토를 지칭한다.

'이길 수 있다. 내겐 격지부(激地斧)가 있다.'

파블로드는 도끼를 패기있게 들쳐메고 뛰어들었다. 그는 막강한 파괴력의 도끼를 사용하는 레스토로 유명하다.

격지부. 천의 병기에 속하는 막강한 도끼. 들고 있는 것만으로 힘이 비정상적으로 부풀려지나, 사용자의 체력을 급속도로 빨아먹는다는 괴이한 병기.

본래는 S급 실력자 이상 소유하고 있어 마땅하나 어째서 그가 격지부를 소유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없다.

다만, 그는 이제까지 격지부를 사용했기에, 다른 레스토에게 격지부를 뺏기지 않았다는 우스꽝스러운 이야기가 있다.

'와라. 얼마나 강하던지 이 격지부로 반 토막 내주마.'

섬천은 다가오는 파블로드를 향해 손을 휘저었다.

콰아아!

파블로드를 막대한 바람이 찍어누른다. 이대로 바람에 휘말린다면 그는 섬천에게 도달하기도 전에 저 멀리 땅에 처박혀 버릴지도 몰랐다.

휙.

"격지부가 그리 약해 보이더냐!"

그는 격지부를 각각 대각선으로 두 번 그었다. 그러자 강대하게 나아가던 바람이 흩어지며 파블로드는 아무런 지장 없이 나아갔다. 집단전과는 달리, 범위가 작은 바람쯤이야 힘으로 무마할 수 있다.

막강한 속도는 공간을 접어 붙인 듯 움츠리게 만든다.

파앗.

숨 한번 쉴 시간에, 그 거리를 뚫고 섬천의 지척지간에 도달했다.

'작군.'

실제로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파블로드는 섬천보다 키와 덩치가 곱절은 되었다. 게다가 소와 비슷한 머리 모양과 우왁스런 근육까지 지니고 있는 그가 격지부를 들어 올리자, 어지간히 담력이 센 아이도 눈물을 꼭 빼놓을 험악한 레스토가 탄생했다.

심리적으로 상대가 작다면 더욱 기세등등해지기 마련하다. 하나, 경험이 많은 파블로드가 덩치 하나 때문에 목숨을 내던지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았다.

먼저 친 놈이 이길 가능성이 큰 법. 그는 있는 힘껏 격지부를 내리쳤다. 패도적인 힘이 섬천을 향해 다가갔다.

그렇지 않아도 작은 산 하나쯤은 가루로 만드는 파블로드.

'막아라, 부딪혀라, 닿아라! 닿기만 하여라.'

닿는 순간, 찌뿌러질 테니.

섬천은 붕 떠 있는 검을 집었다. 거대한 도끼가 머리를 쪼개러 다가옴에도, 차가운 눈을 유지하며 검을 허리춤에 대고 손을 얹는다.

바람 소리가 없다. 고요한 순간, 섬천의 검 뒤편에 한계까지 압축된 공기가 모여든다. 압축된 공기는 검에 깃들지 아니하고, 그저 두루뭉술한 검의 뒷면에 머무른다.

그렇게 구슬모양으로 압축된 공기덩어리 하나가 검의 뒷면에서 기다린다. 작고 둥글지만, 강하다. 마치 아르마딜로처럼 몸을 말고 때를 기다린다.

"...어린 인간!"

기합이 쩌렁쩌렁 모두를 때리고, 필경 놈의 도끼가 코앞까지 당도할 때. 소년은 서슬 퍼런 눈빛을 세상에 내놓는다.

섬천식 제2장.

옥풍(玉風) 베기.

파앙.

검 뒤편, 기다리던 바람 구술이 터져나간다. 압축되었던 막대한 바람이 터져 나오며 주위의 모든 것을 밀어내기 시작한다. 기류가 팽창한다. 땅은 눌리고, 바위는 몸을 사린다.

"뭐 먹으면 저리 날뛸 수 있습니까잉!"

공간을 찢을 듯한 바람이 추진장치가 되어 검을 밀기 시작한다. 추진력은 섬천의 힘과 더해진다.

검과 도끼가 부딪힌다.

콰앙!

마찰로 인한 열에너지가 팽창하며 작은 폭발이 일어난다.

'뭔 놈의 바람이!'

이런 식으로 육체 능력과 풍의 마나를 이용한다는 이야기는 듣도보도 못했다. 검과 도끼의 파괴력이 호각을 이룬다. 파블로드의 격지부는 그렇다 쳐도, 놀랍게도 그 파괴력에도 섬천의 검은 부러지지 않았다.

그 틈을 타 날카로운 바람 두 줄기가 파블로드를 향해 다가갔다. 그러나 파블로드의 도끼질 앞에 바람은 또다시 파훼 되었다.

빡.

속임수였다. 약한 바람을 흘려보내고 섬천은 움직이고 있었다. 바람이 압축된 발차기가 놈의 배를 걷어차 올렸다.

커헉.

순간적인 고통에 배를 움켜잡은 파블로드는 순간 뭔가 잘못됐다 느꼈다. 등위를 바람과 함께 섬천의 팔꿈치가 타격한다.

몸은 기울어져 아래로 솟구쳤고, 다시 바람이 압축된 섬천의 발이 안면에 꽂혀 들었다.

퍼억!

녀석은 멀리도 날아가서 처박혔다.

"네놈!"

검을 쓰면 죽인다. 죽이면 모든 의미가 없어진다.

모든 일은 월묘가 내민 손을 뿌리치고 다시 원으로 돌아가 영원히 돈다. 월묘의 외면도 원으로 돌아가 버릴지도 모른다. 돌고, 돌며, 돌지만 제자리를 멤돌 뿐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 공포감이었을 거다. 공호와 섬천을 움직이게 한 원인은. 가족에게 마음을 뿌리치고 외면받기 싫었던 거다.

바람의 길에 주먹을 흘려보낸다. 오직 검만이 바람에 흘릴 수 있는가. 아니다. 그 무엇이든 바람은 받아들인다.

"카아아!"

놈이 흥분하며 달려왔으나 결과는 같았다.

하나, 둘. 차례로 주먹이 바람을 타고 틀어박힌다. 압축된 바람이 터져나가며 추진력으로 변해 속도와 위력을 높인다.

섬천의 미동 없는 차가운 눈이 놈을 더 흥분시킨다. 눈을 까뒤집은 놈은 평정심을 잃고 그만 격지부의 능력을 발동시켰다.

파블로드의 몸집이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앙상할 정도는 아니지만, 근육질이 대부분 빠져나간 몸.

사용자의 기혈과 마나를 빨아먹으며 힘을 주는 괴부(怪斧).

지켜보던 묠드는 인상을 찌푸렸다.

'초월점에 다다르지 못한 놈이 과분한 걸 다루는군. 기혈을 흡수당했다는 건, 기혈을 빨아 먹힐 정도로 마나가 부족했단 이야기다. 절대 저 도끼가 발생시키는 저주 따위가 아니야.'

우웅.

화려한 문양이 담겨 있었던 격지부가 붉게 달아오른다. 파블로드의 파괴력이 몇 배 아니, 몇십 배 상승한다.

우웅.

도끼는 짐승처럼 울부짓으며 섬천의 바람을 떨게만들었다.

"하아."

이쪽도 마지노선. 동화(同化)의 남은 시간은 대략 5초 정도. 그 안에 어느정도 추스려야 한다.

섬천은 한 번 더 허리춤에 검을 가져다 대고 손을 얹는다.

이번에도 아무런 소리도 없이 바람이 모여 압축한다. 곧 막강하게 압축된 공기는 하나의 구슬을 만들고, 구슬은 검의 뒷면에 자리잡는다.

투명한 바람 구슬이 또룩 굴렀다.

'아까와 같은 기술. 충분하다!'

섬천의 기술이 막강해 호각을 이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파블로드는 도끼에게 마나와 기혈을 빨리는 대신, 파괴력이 몇 십배나 상승했다.

단순 옥풍(玉風) 베기로는 승산이 없다.

'이긴다.'

뻔히 보이는 승산에도 같은 기술을 사용한다는 것은 밑천이 드러났다는 뜻. 게다가 정직하게 같은 자세를 취한 것을 보니, 역시 경험도 부족하다. 파블로드는 소년을 훈계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 나이에 대단하지만, 세상 경험은 내가 더 위다.'

이런 격차에도 섬천의 눈빛만은 일절 변하지 않았다. 아니, 극도의 집중으로 더 날카롭다.

파블로드가 회심의 미소를 띨 때었다.

후욱.

섬천의 검에 또 하나의 바람 구슬이 나타난다.

'뭐?'

순식간에 생겨난 두 번째 바람 구슬.

후욱, 후욱!

연달아 빚어지는 6개의 바람 구슬. 파블로드는 당혹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사이에도 바람 구슬은 멈추지 않고 계속 나타난다.

'저만큼 공기를 압축하려면, 분명 기류에 이상이 있었어야 할 텐데!'

바람 구슬 하나에는 엄청난 양의 공기가 압축되어 있다. 지금 섬천이 만들어낸 바람 구슬의 수를 생각하면, 이 일대의 공기를 전부 끌어다 써야 할 양이다.

그리고 이 일대의 공기를 전부 끌어왔다면, 분명 이상현상이 생겼을 것이다. 비워진 공기를 메꾸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바람이 불어와야 정상이다.

'어째서?'

수십 개의 바람 구슬이 섬천의 검을 빙빙 돌기 시작했다.

'잠깐, 저거 지금 만든 게 아니라..'

파블로드는 경악했다.

'설마, 아까 우리 얘들을 질식 시킬 때!"

눈빛이 달라지는 파블로드를 보며 섬천은 아무 말 없이 이를 악물었다. 연홍 빛으로 달아오른 격지부가 번쩍 타오른다.

섬천의 검 주위를 빙글빙글 돌던 구슬들이, 검 안으로 한 번에 스며든다.

섬천식 제3장.

진(眞) 바람 가르기.

콰아앙!

재앙과 재앙이 격돌한다. 공간이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카아아악!"

강렬한 폭발과 함께 파블로드는 격지부와 같이 날아갔다. 파각, 그 단단하던 격지부의 날에 흠집이 생긴다. 파블로드는 끝까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짓고 필사적으로 섬천을 노려봤다.

한계를 훨씬 넘어선 연산. 처음 사용해 보는 막대한 양의 풍의 마나. 분노가 날아가며 생긴 감정의 블랙홀까지, 모든 게 한 번에 폭발하며 섬천은 비틀거렸다.

마지막 의식까지 섬천은 목표를 잃지 않았다.

"월묘 앞에서 머리 박으라..고."

눈이 감긴다.

소년은 그렇게 또 한 번 정신을 잃는다.


-동화(同化)가 정지합니다.


-능력, 동화(同化)가 봉인됩니다.


-알 수 없는 풍의 마나의 사용의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번쩍, 빛과 함께 섬천의 날개가 등으로 스며들기 시작한다.

휘이이.

한껏 날뛰었던 신화적인 풍모와는 달리, 정신을 잃은 소년은 땅으로 허무하게 떨어져 내린다. 그런 소년의 주위를 은치가 마주하며 날았다.

"천, 천! 까아악!"

털썩.

공호와 진이 섬천을 받았다. 진은 정신을 잃은 섬천을 괴물보듯이 대했다.

"이 놈 하는 짓이 형보다 더 강해 보였습니다잉. 여태 실력 숨긴 겁니까?"

"일단 실력을 숨긴 건 아니었어."

"젠장. 우리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잉?"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돌무더기 아래에서 격지부가 튀어나왔다.

"크르르."

놈은 정신을 빼앗겼다. 격지부가 격렬하게 불타올랐다.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처럼 초췌한 몽골이 잔인하게끔 드러났다.

지켜보던 월묘는 입술을 깨물며 묠드를 쳐다봤다. 연륜 한 자태를 뽐내던 묠드는 한 마디를 툭 던졌다.

"도구에 정신을 빼앗겼군. 개나 소나 함부로 건드니까 저런 일이 생기는 거지. 병기에게 선택받지 않은 주제에 제 몸도 못 가누지 못하는 놈이 건드니 그런 거다. 그렇게 큰일은 아닐 게다. 섬천이 때보다 쇠약해진 상태야. 다만, 저 무기는 손에서 떼어 놓는 게 좋을 거야."

해골처럼 바싹 마른 파블로드는 쾌쾌한 목소리를 흘렸다.

"케, 케엑. 구, 구덩이. 나는 아직... 못했다. 지옥을 보여주마."

두 소년의 눈이 시리게 불타올랐다. 저 녀석은 건들지 말아야 할 걸 많이도 후벼놓는다. 지옥을 경험해 본 자, 지옥을 증오하리.

공호와 진은 기절한 섬천을 공연히 내려보며 말했다.

"바톤 터치."


작가의말

언제나 처럼,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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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월묘 15.10.03 308 7 12쪽
86 월묘 15.10.03 327 7 20쪽
85 월묘 15.10.03 263 5 12쪽
84 월묘 15.10.01 273 4 16쪽
83 월묘 15.09.28 382 8 11쪽
82 월묘 15.09.27 284 10 15쪽
81 월묘 +1 15.09.26 389 7 12쪽
80 월묘 15.09.25 354 8 13쪽
79 월묘 15.09.24 301 6 20쪽
» 월묘 15.09.22 261 7 12쪽
77 월묘 15.09.22 320 7 14쪽
76 월묘 +1 15.09.20 446 6 12쪽
75 월묘 15.09.20 328 7 13쪽
74 월묘 15.09.19 326 9 14쪽
73 월묘 15.09.17 304 8 11쪽
72 월묘 15.09.17 308 9 12쪽
71 월묘 15.09.15 283 10 11쪽
70 월묘 15.09.14 551 7 13쪽
69 월묘 15.09.13 414 10 17쪽
68 월묘 +1 15.09.12 345 7 10쪽
67 월묘 15.09.12 369 9 13쪽
66 월묘 15.09.12 279 7 12쪽
65 월묘 +2 15.07.29 457 10 12쪽
64 월묘 15.07.25 365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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