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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글자 님의 서재입니다.

여우와 두루미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틀린글자
작품등록일 :
2015.03.14 00:15
최근연재일 :
2016.02.23 00:32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99,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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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51,747

작성
15.09.15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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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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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1쪽

월묘

영혼을 갈아넣었습니다.




DUMMY

공호는 눈을 감는다.

녀석이 만들어낸 아이스 스피어는 하나. 그렇지만 상당히 거대하다. 개수는 내팽개치고, 크기 만으로는 공호의 것과 대등한 크기. 저런 게 내려 꽂힌다면, 몇십 명 먹줄은 한 번에 딴다. 제압만 한다던 목표가 한낱 물거품이 되어 승천한다.

"음의 마나다!"

"흩어져!"

부술까? 파편은 눈이 없다. 사상자가 발생하기 쉽다. 흡수할까? 불가능하다. 할 수는 있지만, 아이스 스피어가 내리꽂히는 속도가 더 빠르다.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완전 봉쇄.

쫘아악!

하늘에 얼음 장막이 쳐진다. 빈틈없이 반구 형태로 공간을 차단한다. 얼음의 강도가 자이언트 터틀의 등껍질을 넘어선지 오래다.

놈의 얼음쯤이야 1cm의 두께 장막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쾅!

"으.. 울리는구먼."

"이때다. 밟아!"

지면이 비틀릴 정도로 큰 충격.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대로 완벽히 공격을 차단했다. 일차적인 공격은 성공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이차적인 공격이 남아 있었다.

"우와아아!"

바로, 사기. 위협적인 공격을 적에게 먹였다는 그 충만한 사기. 성공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공격은 강렬했고, 전장은 흥분으로 물든다. 광란이 스며들어온다.

그러나 공호는 아무런 조치도 미리 취하지 않고 기다린다. 적의 사기가 물오를 때까지. 그들이 충분히 승기를 잡았다 생각할 때까지.

역시나 전장이 힘들게 변한다. 놈의 외침을 시작으로 서로를 신경 쓰지 않은 위험한 공격들을 퍼붓는다. 규율이 무너지고, 공호는 중구난방으로 움직여야 했다.

혼란의 붉은 광기가 들이켜 들 때.

공호는 음의 마나를 들끓게 하였다. 그 공간의 온도가 독보적으로 곤두박질친다. 한기가 손을 뻗는다.

차르르륵.

섬천은 눈웃음을 짓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형이라면 그럴 줄 알았다. 섬천이었어도, 같은 선택을 하였을 것이다.

공호는 음의 마나를 한계까지 끌어 올렸다. 깊은 곳에서부터 피가 솟구쳐 올라올 때까지. 한 번에 끌어 올릴 수 있는 최대의 양을 준비하였다.

그럴 때 즈음, 폭매의 사기는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치솟아 올라 있었다.

"놈의 움직임이 느려졌다!"

"아까의 공격이 먹혀들었어."

그들이 겉만 보고 희망을 찾으려 할 때.

쩌저저저적.

직경 2km. 최대 둘레 850m. 주위의 공기를 덩달아 얼려버릴 정도의 극한온도.

아까 그 놈의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압도적인 크기.

정확히, 12개의 빙검.

"어?"

그 위용에 그저 처음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다음. 음, 그래. 다음으로 올라오는 반응.

"어, 어어어!"

도망쳐, 피해, 숙여.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들을 향해 쏘아져 오는 게 아님에도, 보는 것만으로 다리의 힘이 풀리는 광경이다.

섬천이 비웃듯 진에게 크게 물었다.

"수 천 톤의 물체 12개가 초당 5km의 속도로 움직일 때 나오는 운동량이 어느 정도인지 아십니까?"

"몰라잉."

섬천은 일부러 더 크게 소리를 질렀다.

"아, 그냥 이 일대는 터져나가는 겁니다!"

명백히 들으라고 하는 소리!

시퍼렇게 질려온 레스토들. 누군가는 고개를 도리도리 젖기까지 한다. 이때만큼은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누군가의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잔잔히 퍼져오는 두통. 공호의 손이 우둑 꺾인다. 거추장스러운 겉옷이 바람에 날아간다.

마침내 떨어지는 12개의 거대 빙검(氷劍).

이 주위를 둘러싸고, 각자 저 먼 땅에 떨어져 내린다.

콰아아앙!

거대한 굉음에 몇 레스토는 귀를 막았다. 치솟았던 사기가 단번에 곤두박질친다. 부풀린 기대를 잔인하게 쳐 버리는 효과. 마치 기대란 것이, 종기로 변해버려 크면 클수록 치명적인 상처로 남게 된다.

공호와 섬천. 그리고 진은 눈이 맞았다.

이때다. 이때 움직여라.

주위에 있던 수십의 레스토가 손발이 얼음에 묶인다. 얼음의 살상력을 최대한 낮췄다. 강도는 올리고, 온도는 얼지 않을 정도로 유지한다. 막대한 집중력이 필요한 일이다.

섬천과 진이 날뛴다.

팍.

섬천이 무릎으로 턱을 올려치고, 상체를 뒤로 젖히며 한 바퀴 돈다. 동시에 검 등으로 레스토 세 놈의 머리를 치고 지나간다. 은빛 섬광이 번쩍인다.

파앙.

등 뒤에 추진장치가 있는 것처럼 풍의 마나를 이용해 쏘아져 나간다. 주먹으로 한 놈의 안면을 뭉개는 동시에 몸은 다음 자세를 준비한다. 마치 경로라도 외우고 있듯, 무섭도록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정신 차려, 새끼들아! 조그만 놈 가지고 빌빌대지 마라!"

5M는 될 듯한 B급 실력자가 섬천을 가로막았다. 팔이 8개나 달려, 마치 아수라를 대면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날다람쥐 같은 새끼가!"

놈의 주먹을 검면으로 흘리며 좌측으로 파고들어 갔다. 일직선으로 명치에 꽂아넣는 발차기. 쿨렁, 놈의 내장 움직이는 소리가 울렸다.

"커헉!"

그 상태로, 몸을 흘리며 허벅지를 팔꿈치로 찍는다. 각지면서도 정교한 움직임. 지독한 고통을 격으며 놈은 여덟 팔을 사용해 섬천을 어떻게든 뿌리치잔 마음으로 휘둘렀다.

섬천은 그 순간 눈을 빛낸다. 좌측으로 돌며 검을 찔렀다.

촤차자자장.

정확히 얽혀 걸려드는 8개의 검. 계산이 만들어낸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최대의 효과를 낸 경우다.

섬천은 검을 비틀었다.

차앙.

빗겨 쳐지는 8개의 검들. 섬천은 쏘아져 나가 우측으로 돌며 검등으로 놈의 명치를 다시 한 번 쳤다. 완벽하게 먹혀든 공격.

놈의 거대한 몸이 나무작대기처럼 넘어지기 시작했다.

쿵, 섬천은 쓰러지는 놈의 어깨에 앉아 귀에 대고 의미심장한 말을 속삭였다.

"너는 내가 나중에 반드시 인성 교육부터 시킵니다."

휙, 섬천은 놈의 어깨에서 날아올랐다.

"에허. 매너 좀 지키면 좋겠습니다잉."

놈의 거대한 몸집이 쓰러지자, 그 밑에 있던 진이 몸을 흘려 부드럽게 빠져나온다.

곧이어 뛰어올라 공중에서 모든 손가락에 쿠나이를 끼고 던졌다.

"5번 , 8번, 9번, 10번 혈."

진이 아스페티아에서 사냥하며 스스로 깨우쳤던 레스토의 혈 자리에 쿠나이를 꽂는다. 혈 자리 중에서도 기절을 시킬 수 있는 곳만 골라 틀어박히는 쿠나이들.

쿵,쿵,쿵.

10명의 레스토가 정신을 잃으며 무너져 내린다. 다시 바닥에 떨어져 한 바퀴를 구르며, 놈들에게 꼽혀있던 쿠나이 하나를 뽑아든다 .

차앙.

쿠나이와 검이 부딪히며, 마찰열에 튀는 스파크. 진은 머리를 뒤로 빼며 비스듬히 공격을 흘린다.

챠르르륵.

진의 망막 위로 10cm에서 쿠나이와 검이 거침없이 불꽃을 튀며 맞물려 움직인다. 진은 몸을 뉘고 다리에 마나를 넣어 뻗는다.

팍.

놈이 균형을 잃고 넘어진다. 진은 녀석의 뱀처럼 매끄러운 동작으로 놈의 등 뒤로 흘러가 8번 혈에 쿠나이를 꼽는다.

하나하나가 생사를 위협하는 공격들. 체력이 어김없이 빠져나간다. 죽이지 않고 급소만 노려 기절시키고 있는 게 용하다.

정신을 차린, 나머지 실력자들이 전부 공호를 노린다. A급의 실력자 넷이 달려든다. A급이긴 하나 어중간한 놈들. 공호는 과감한 시도를 하였다.

소년은 머리에 피가 쏠릴 정도로 집중한다. 세상이 느려진다. 어딘가에서 부서져 날아오던 검의 파편이 공호의 배 앞에서 천천히 날아간다. 올라온 흙먼지가 천천히 내려앉고, 유람하던 얼음 조각이 반짝인다.

그리고 그런 느린 세상에서도, 걷는 속도만큼의 빠르기로 다가오는 A급 실력자들.

소년은 움직였다.

왼쪽 팔꿈치로 한 놈, 오른팔로 한 놈, 다시 머리를 부딪쳐서 한 놈, 마지막으로 다리를 뒤로 빼서 한 놈.

그런 다음 손을 내리고 제 자리에 선다.

세상이 다시 빨라진다.

공호 뒤에 접근했던 4 놈 모두 우수수 무너진다.

"무, 무슨 일이.."

"뭔가 지나갔어."

죽인 것이 아니라서 세포 포인트는 들어오지 않는다. 거침없는 움직임에 체력이 바닥을 친다. 정신이 혼미하다.

팅.

누군가 공호의 등을 노리고 찌른다. 90이 넘어가는 레벨의 S급 개척자 피부가 고작 그 정도에 뚫릴 리가 없다. 그러나 옷은 더러워진다. 관통하지는 않지만, 피가 조금 나올 정도로는 베인다.

흰옷에 피가 확산한다.

전장. 피가 튀기는 전장. 시야가 멀쩡할 리 없다. 이리저리 혼란에 광기가 겹쳐 난해해져 버린 이 전장.

닥치는 데로 기절시켰다. 질릴 만큼 수가 많다. 아무리 강해도 이렇게 수가 많고, 일일이 제압하려면 정말 힘들어진다는 것을 몸으로 되뇐다.

정신을 다잡으니 곁에서 섬천과 진이 등을 맞대고 버티고 있다. 녀석들, 힘껏 날뛰었지만 체력은 넉넉지 않았을 것이다.

부들거리는 발로 이끌고 마지막 놈의 뒷목을 적당할 정도로 쳐 내린다. 놈은 허무하게 기절한다.

하아.

신음이 절로 나온다.

털썩.

주저 앉았다. 그리고 그대로 누워버렸다. 섬천과 진도 서로의 등을 지탱하며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죽을 것만 같이 숨을 몰아쉰다. 하늘이 노랗다.

주위를 두를 힘이 없었다. 피 냄새가 상황을 상상케 한다. 확실한 것은 성공했다. 이제껏 단 한 명도, 죽이지 않았다.

"힘들면 쉬어. 다음은.."

녀석들은 더 지쳤을 것이다.

"가야죠잉."

"갑니다."

객기였다. 분명 객기를 부린 것이었다. 지금은 멍청하고, 어리석기만 하여라. 무모하기만 하여라.

수백을 상대로 애초에 제압만 한다는 것이 미친 짓이었다.

소년은 물통을 꺼내 머리 위에 들이붓는다. 그리고 비틀거리며 일어선다. 거대한 기둥에 수백의 레스토를 묶었다. 전부 기절했는지 콩나물처럼 고개를 풀 내리고 있다.

다리가 후들거린다.

"아니, 갈 필요도 없겠다."

그러나 이젠 정말로 설 수밖에 없는 사유가 생겼다.

"어린 새끼들이 물 좀 먹었나 보네? 이만한데, 여기는 만만치가 않은 곳이라서 말이야."

놈들이 왔다.

수 백 명의 폭매 조직원이 공호와 섬천, 그리고 진을 감쌌다.

"그래서 내가 마음에 들었다. 그 미친 듯한 객기, 어린 나이에 생길 수 없는 눈빛. 풀린 동공. 믿기 힘든 실력. 제안하도록 하지. 어떠냐. 폭매의 일원으로서 세상을 바꿔 볼 테냐?"

위험하다. 정말로 위태롭다. 이놈들은 이제까지의 놈들과 다르다.

"우리 서로 손해볼 짓은 하지 말자. 어?"

진이 작게 속삭였다.

"젠장. 보스가 저놈 이였습니까잉. 어쩐지 얼굴 안 내민다 했더니, 이유가 있다잉. 저놈 본 적 있습니다잉. 개척전쟁에 참여했던 녀석이다잉. 초월점에서 막힌 A급 실력자 이다잉. S급 용병을 노리다가 결국 실패해 은퇴한 녀석이라고잉."

A급의 극에 이룬 녀석. 호랑이도 제 말 하면 나온다더니 진짜로 나왔다. 생포하고 그럴 문제가 아니다. 죽을 각오를 하고 덤벼도 불가능한 상대다.

이번에는 섬천조차 함부로 검을 들지 않았다.

강한 놈들이 지겹도록 모여들었다. 지긋지긋하도록 엄청난 조직력을 갖춘 녀석들이다.

웬만한 도시국가는 쌈 싸먹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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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월묘 15.09.28 381 8 11쪽
82 월묘 15.09.27 284 10 15쪽
81 월묘 +1 15.09.26 389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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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월묘 15.09.22 320 7 14쪽
76 월묘 +1 15.09.20 445 6 12쪽
75 월묘 15.09.20 327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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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월묘 15.09.17 308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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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월묘 15.09.12 369 9 13쪽
66 월묘 15.09.12 279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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