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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글자 님의 서재입니다.

여우와 두루미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틀린글자
작품등록일 :
2015.03.14 00:15
최근연재일 :
2016.02.23 00:3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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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1,747

작성
15.09.1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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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3쪽

월묘

영혼을 갈아넣었습니다.




DUMMY

'변수가 크다. 생각 이상으로 기가 세.'

묠드는 활시위를 슬쩍 당겼다. 힘이 상당히 회복되며 쓸 수 있게 된 활. 백팔병기 중 하나, 태초의 심장을 꿰뚫은 활. 천갈궁(天喝弓).

장력에 손끝에 피가 맺힌다. 하나 단 한발의 전진을 위해 기다린다. 누군가는 예술의 고통이라 하며, 누군가는 파괴 속인고라고 한다.

피가 한 번 쓸어간 활시위가 붉게 덧씌어진다.

환상이며 마나의 기하학. 마법. 수많은 마법 중에서도 많이 쓰이는 결계마법.

지잉.

화살 하나에 특수한 이중결계가 깃든다. 이미 한계점까지 압축된 결계는 결계라 칭하기 무색하지만, 분명 특성은 결계다.

깊게 숨을 들이쉰 묠드는 하늘을 향해 손을 놨다.

"하늘을 꾸짖으니 빈틈을 감추더라."

핑.

화살이 공간을 찢는다. 공간을 끌어내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화살은 하늘을 늪에 빠뜨린다.

화살의 입자가 공기의 입자를 만나며 한계를 넘은 속도에 순간 플라즈마가 치솟는다. 화살은 이미 녹아버릴 만하지만, 결계가 열에너지까지 흡수한다. 흡수한 열에너지는 다시 속도에너지로 변환한다.

여유롭던 구름을 꿰뚫는다. 구름은 순간 단순한 물로 변했다가 팽창하는 열에 의해 수증기가 되어 퍼진다.

욕심 가득한 화살은 더 나아간다. 구름을 뚫고 어딘가에 맞닿는다.

결계와 결계가 만나며 생기는 쌍방향 반응. 순간 날아오른 화살과, 묠드가 쥐고 있는 활이 동시에 빛난다.

치잉!

화살은 한 줌의 빛의 알갱이로 변해 흩어지고, 하늘은 물의 표면장력처럼 볼록히 내려앉는다. 뭔가 깨졌다. 마치 뜯어진 천사의 날개처럼 성스러운 깃털이 이리저리 흩날린다.

"앞으로 삼천 년은 거뜬하겠군."

이 일대의 하늘은 무너졌다. 세상의 틈으로 갈 통로가 힘으로 메 꿰진 셈이다. 출구만 봉한 것이 아니라, 이제 입구까지 완전 밀봉되었다.

진득한 강함이 묠드의 주위를 끌어내렸다. 끈끈이주걱보다 끈적한 묠드의 힘. 그 외향적인 힘의 중심에서 묠드는 미친놈처럼 홀로 속삭였다.

만인을 홀린 요물 덩어리.

떫은 감이라도 먹은 것처럼 묠드의 표정은 미묘하다. 기묘한 힘을 지니고 하늘을 깨부순 자치고는 호탕하지도, 전지해 보이지도 않는다. 그리움을 들이쉬는 늙은이와 가장 닮았다.

"서로를 등쳐먹는다.."

맞다. 정확해서 뭐라 하지 못했다. 섬천이도 놀랐지만, 그녀가 아니, 이제는 그 소년이지. 그 소년이 그렇게 말할 줄은 몰랐다. 도움을 요청할 줄 알았다. 강해진 자신 앞에서 사정없이 가족을 찾아달라고 빌 줄 알았다. 어쩌면 그게 가장 빠르게 가족을 찾는 길인지도 모르는 데.

하지만, 만약 그랬다면 묠드는 공호를 죽였을 것이다. 섬천이도 죽였을 것이다. 여기 있는 모두를 포함해서.

묠드는 입술을 깨물었다.

"좋아. 해보자고. 미친 '그'가 더 빠른지, '그들'이 더 빠른지."

말하자면 세기의 대결이다. 어쩌면 패륜적일지도.

"그리고.."

묠드는 월묘를 돌아봤다. 아이들과 노인들을 보살피고 있는 월묘.

"또 다른 변수는 어떨지."


#


폭매. 제 54 지부.

완전히 짓이겨진 건물에 얼음기둥이 처참히 관통해 있다. 그 얼음 기둥에는 수백의 레스토가 묶여있다. 진득한 피가 벽을 타고 쭈욱 내려온다. 홍련으로 가득한 공기가 호흡을 끊게 한다.

타닥타닥, 불이 타오르며 땅을 좀 먹어간다. 검은 재들은 느릿하게 휘날리고, 파각 하는 소리와 함께 급속냉각된다.

콰득, 그 잔해를 짓밟고 세 소년이 다음으로 나아간다.

하아.

간신히 기절하지 않은 레스토 하나가 벽 뒤에 숨어, 마나 수신기를 붙들고 공기 가득한 신음을 흘린다. 부들 거리는 그의 손.

"오, 오십 사 지부. 정체불명의 세 괴인에 의해 전원 사망.."

빡.

섬천의 발차기가 그의 명치에 틀어박힌다. 그는 말을 잇지 못하고 레스토는 쓰러져 숨을 헐떡인다. 그는 천재지변을 보듯 항거할 수 없는 재해를 보는 눈으로 소년을 올려다본다.

"아무도 안 죽였잖습니까. 거짓말하지 마십시오."

월묘의 방식대로, 그러나 조금 다르게. 죽이진 않는다. 하지만 뜯어 고쳐질 때까지 두드린다. 이게 소년들이 찾은 방법이다.

공호는 마나 수신기를 손에 쥔다. 고요하고, 공간을 멈추는 그 목소리가 울린다.

"어디냐."

"네 놈.. 감히 어디에서 물을 흐리는 거냐! 그곳과 여긴 격이 다르다!"

공호는 일정한 음성으로 다시 한 번 묻는다.

"어디냐."

".... 미친 새끼. 23 지부다."

진이 얼음의 기둥에 붙어있던 지도에 쿠나이를 던진다.

팍.

정확히 23 지부가 있는 지역에 쿠나이가 꽃혀 든다.

다음으로 걷는다.


촤악!

마지막 놈을 전투불능으로 만들며 다시 한 번 상황이 정리된다. 마지막 놈은 A급 실력자이면서도 중반 수준에 달했다. 그렇기에 공호도 상당한 상처를 입었다. 내장이 드러나고, 피부도 갈갈히 찢겼다. 넝마가 된 등은 말할 것도 없었다.

A급 용병정도의 능력을 지닌 이를 A급 실력자라 한다. 용병 중심 사회에서, 용병이 아닌 레스토의 실력을 말할 때 이렇게 쓰이곤 한다.

A급 실력자 중에서도 능력은 천차만별로 갈린다. 어떤 이는 손쉽게 공호에게 꺾이지만, A급의 극에 달해 초월점만을 앞두고 S급이 되지 못하고 있는 거라면 지금 공호는 절대 이길 수 없다.

놈은 중간 정도의 실력자였다.

공호의 옷이 너덜너덜하다. 검은 옷에, 몇 번이고 중복되어 뿌려진 붉은 피는 확실한 얼룩을 새겼다.

B급 실력자와 잔당은 섬천과 진이 처리했다. 공호는 강한 놈을 찾아 움직였다.

효율은 좋았다. 그러나 시도 자체가 무모했다. 다른 이가 본다면, 달걀로 바위 치는 격이다.

상대는 폭매. 제국에서 토벌령을 내려도 쟁쟁하게 버티는 놈들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강한 놈들이 많았다. 간단하면서도, 역시나 가장 큰 이유다.

이 모두는 개척자가 나타나며 혼란스러운 세상이 만들어낸 결과다.

범죄단체가 이리 커진 일은 역사상 몇 번 없었다.

"하아. 하아."

피가 흐른다. 팔을 타고 밑으로 쭉 내려온다. 고통은 익숙하다. 그러나 이 기분은 미묘하다. 제압만 한다는 것은 정말 색달랐다.

놈들을 죽이지 않아 세포 포인트가 쌓이지도 않는다. 그 덕분에 전투 도중 체력이 회복되는 일도 없다. 몸이 부셔질 것만 같다. 심장은 비명을 지른다. 벌써 몇 명의 A급 실력자를 제압했다.

극한상황까지 몸이 삐그덕 댄다. 그런 몸을 몇 번이고 이끌어 적을 제압했다.

차라리 죽였다면 얼음을 난무하니 편했을지 모른다. '제압'만 했기에 힘은 두 배로 더 들었다.

힘든 것은 섬천과 진도 마찬가지, 이미 정신 끝까지 비틀거렸다.

그럼에도 나아갔다.

그 소년들은 인간의 눈이 아니었다.

활활 타오르는 야수의 눈이었다.


무려 소년 세명에서 폭매의 50개 지부를 분쇄했다. 폭매의 본부는 비상이 걸려 모든 조직원이 집결하고 있는 상태다.

평지 하나를 메어버릴 인원이 들이찬다. 기세는 흉흉하며 당장 산이라도 깍을 기세다. 더 무서운 건 이 인원이면 산 하나 옮기는 것은 일도 아니란 거다.

개중에는 B급 개척자도 섞여 있었다.

모든 지부의 인원을 1 지부와 2 지부에 밀어 넣었다. 매춘이나 마약 공장 같은 수익을 위한 최소한의 인원을 남겨두고 모두 무기를 챙겨 들었다.

개미소굴같이 바글바글한 레스토들.

"여기는 2 지부. 소년 셋.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지쳐 보인다. 뼈는 덜그럭 거리고, 얼굴은 상처투성이에 옷은 여기저기 베어 축 내려앉았다. 단 셋에서 50개의 지부를 박살 냈다. 지치지 않는다면 허세거나 거짓말이겠지.

그러나 이들이 모르는 게 있다. 이 세 소년은 모든 적을 죽이지 않고 제압만 하였다.

공호는 음의 마나를 자제했고, 섬천도 풍의 마나로 밀어내기만 했을 뿐 죽이지는 않았다. 진도 쿠나이의 뒷부분으로 급소를 쳐서 기절시키기만 수백 번 반복했다. 마나가 남아 날 리가 없다.

21 지부였던가. 어느정도 수준 있는 A급 실력자가 10명이 버티고, B급 개척자가 14명 정도 있어서 고생 좀 했다. 아니, 골로 갈 뻔했다.

"친절하게도 모와줬네잉."

"그러게 말입니다."

대화를 나누는 사이 공호는 주위를 관찰한다. 정확하게 마나를 느끼거나 하지는 못하지만, 대략 A급 실력자가 14명, B급 개척자 몇 명. 그리고... A급 특수용병, 게다가 음의 마나를 다루는 놈이 한 명 정도.

나직하게 한마디 끌어낸다.

"버겁다."

진이 쿠나이를 역수로 쥔다. 섬천은 검을 늘어뜨린다. 전장에 바람이 분다. 피 냄새를 싣은 바람을 사정없이 코를 능욕한다. 피와 고통은 인간을 미치게 한다. 희망을 꺾일 만한 광경까지. 끝없이 있는 인간들. 수백, 어쩌면 수천. 그 모두가 세 소년에 살기를 몰아세운다. 폭풍 같은 전야가 살갗을 태워버린다.

섬천이 진을 불렀다.

"야, 8개월."

이름을 부를 필요는 없었다.

"왜, 1년."

씨익 미소를 짓는다. 아마 정상은 아닐 거다. 어째서 이 상황에 이 소년들은 정신하며 미소까지 지을 수 있을까. 언제 죽을 지 모르는 이 상황에.

답은 간단하다.

보다 더한 걸 이제껏 넘어왔다. 인간의 몸으로 미쳐버린 수억의 광기와 싸웠다. 지옥이라면 이미 봤다. 지구에서. 우리의 고향인, 그 풍토에서 실시간으로 체험했다.

지옥에서의 전율이 일어난다. 그 짜릿한 느낌이 아드레날린을 불러일으킨다. 나이에 걸맞은 유치한 사고방식까지도 유들유들 올라온다. 일반적인, 그리고 마나에 의지한 싸움이 아닌, 정신력이 가미된 집단전. 정신이 아찔하다. 하나, 이 소년들에게 그건 알 수 없는 에너지로 전환한다.

누군가 말했다.

'광기를 회피하는 방법을 알려줄까?'

간단해. 이미 살짝 미쳐있으면 돼. 이미 미친놈이기 때문에 미쳐버리는 걸 피할 수 있지.

악귀가 되살아난다. 죽이진 않지만, 그럴 각오가 돼 있다는 살기가 형상화한다. 독기가 광기를 무찌르고, 안에 있던 본질적인 정신병이 돋아난다. 또옥, 평온을 유지하던 호수에 떨어지는 광기 한 방울.

눈이 붉게 물든다.

여기까지는 지옥의 3년 차를 넘기지 못한 이의 증상.

공호는 두 소년을 보며 차분히 말한다.

"병 도졌군."

그러나 지금이라면 환영이다.

지금까지 월묘를 위해 죽이지 않고 싸웠다. 미안해서. 고생시킨 것에 대해 어떠한 보상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월묘에게 사과를 한 다음 죽이든, 잔인하게 죽이든 그 두 방법 중에서 택할 생각이다.

이렇게 위험천만하니 공호 혼자 하려던 일이다. 그러나 두 소년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따라붙었다. 이렇게 위험한 길을 동행한다. 애매한 감정이 자리 잡는다.

섬천은 그렇다 쳐도... 진에게 가장 궁금했다. 어떻게 친구라면 하나만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는 건가. 아니면, 친구라는 것의 본질이 그런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월묘가 친구 이상이란 것인가.

난해하다. 친구라는 걸 먼 나라 보듯 한 공호로서는 그저 이해할 수 없기만 하였다.

휙.

진이 쿠나이를 입에 물고 달려나갔다. 섬천은 검을 늘어뜨린 그대로 달리기 시작한다.

두 소년이 레일의 두 단명처럼 일직선으로 아슬아슬 균형을 유지하며 달린다. 청사(靑蛇)와 섬조(剡雕). 독수리와 뱀이란 두 천적 관계에 놓인 녀석이 먹이를 찾아 눈을 번뜩거린다. 태풍의 눈에 되어 전장을 휘감는다.

지나가는 모든 자리의 레스토를 휩쓴다.

"끼아악!"

은치도 움직였다. 바람의 예기가 담긴 날갯짓은 관절을 끓고 전투능력을 상실시킨다. 위급하다 싶으면 냅다 머리로 박아버리고 도망을 간다. 은빛 날개가 바람을 흩뿌린다.

적은 범람한다. 아찔해서 녹아버릴 정도로. 그걸 부수려 든다.

콰득.

공호도 움직이기 시작한다.

한 걸음.

압도적인 스텟이 세상을 느린 세상을 만든다. 느림에서 빠름을 거친 자의 이중성. 소년은 다시 두 개의 세계를 가진다.

콰득.

A급 실력자의 관절이 꺽이며 허무하게 쓰러진다. 무릎 꿇은 놈의 어깨 위에서 다음을 놈을 노린다.

하나, 둘.

다시 차례로 꺾어버린다. A급이라도 그 안에서 실력 차이는 엄청나다. 이들은 A급의 초입 정도 이른 녀석들. 닐보다 어리버리 하고, 흑연호보다 무뎠다.

콰광!

땅이 폭발한다. 공호는 바닥에 있던 놈을 발로 차 버리고, 빠르게 뒤로 빠진다.

누군가 짙은 음지에서 비릿한 웃음을 흘린다.

"왜인지 몰라도 우리를 죽이지 않으려 한다. 인정사정없이 퍼부어라."

카드드득.

공호가 땅에 착지한 순간.

A급 특수 능력자의 아이스 스피어 하나가 폭매의 머리 위로 내려 꽂혀갔다.


작가의말

항상 감사합니다. 말없이 그저 지켜보시는 것 만으로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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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월묘 +1 15.10.06 311 5 7쪽
88 월묘 +1 15.10.04 330 7 15쪽
87 월묘 15.10.03 308 7 12쪽
86 월묘 15.10.03 327 7 20쪽
85 월묘 15.10.03 262 5 12쪽
84 월묘 15.10.01 273 4 16쪽
83 월묘 15.09.28 382 8 11쪽
82 월묘 15.09.27 284 10 15쪽
81 월묘 +1 15.09.26 389 7 12쪽
80 월묘 15.09.25 354 8 13쪽
79 월묘 15.09.24 301 6 20쪽
78 월묘 15.09.22 260 7 12쪽
77 월묘 15.09.22 320 7 14쪽
76 월묘 +1 15.09.20 446 6 12쪽
75 월묘 15.09.20 327 7 13쪽
74 월묘 15.09.19 326 9 14쪽
73 월묘 15.09.17 304 8 11쪽
72 월묘 15.09.17 308 9 12쪽
71 월묘 15.09.15 283 10 11쪽
» 월묘 15.09.14 551 7 13쪽
69 월묘 15.09.13 413 10 17쪽
68 월묘 +1 15.09.12 345 7 10쪽
67 월묘 15.09.12 369 9 13쪽
66 월묘 15.09.12 279 7 12쪽
65 월묘 +2 15.07.29 456 10 12쪽
64 월묘 15.07.25 365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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