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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글자 님의 서재입니다.

여우와 두루미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틀린글자
작품등록일 :
2015.03.14 00:15
최근연재일 :
2016.02.23 00:3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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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1,747

작성
15.10.03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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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2쪽

월묘

영혼을 갈아넣었습니다.




DUMMY

일주일 하고도 2시간 30분이었을 것이다. 섬천이 폭매를 전부 손으로 다져놓고, 밀정을 걸러내고, 겉모습만 보고 기어오르지 못하게 한 것은. 상식적으로, 나이도 안 찬 소년을 폭매가 상관으로 곱게 보일 리가 없다. 또 그런 건 귀신같이 짚어내는 섬천이다. 낌새가 느껴지는 족족 일단 굴리고 봤다. 신나게 굴리다가, 귀찮으면 진에게 굴리게 시키고. 여느 특수부대 못지않게 굴렸다.

"하나."

"하나!"

섬천의 한 마디에 무거운 돌덩이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폭매대원. 여전히 그들의 목에는 공호의 얼음이 차갑게 반짝였다. 이제는 눈에 생기마저 사려 지려 해 반항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그들.

A급 따로, B급 따로. 섬천은 그들을 관찰하며 딱 한계에 달할 때까지 맞춤 훈련 체계를 만들었다.

정말 한계다 싶어 포기할 때쯤 끝나는 기묘한 훈련. 그때마다 이들은 평소 느끼지 못했던 성취감을 느꼈다. 그럴 때 섬천은 스스로를 다시 볼 수 있는 분위기를 설계했다. 쉴 수도 있게 해 주며, 이른바 당근의 역할을 했다. 남의 것을 빼앗아 법 없이 사용하는 그런 더러운 만족감이 아니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손을 씻고자 했고, 플래시 효과로 주위 녀석들까지 끌어 들이는 효과를 발했다.

적어도 어느 정도의 양심이 있는 녀석들은 그렇게 관리했다. 그 외로 진짜배기라고 할 수 있는 나쁜 놈들, 죄에 찌들어 죄책감 따윈 먹어버린 놈들은 다르게 관리했다.

"죽기 싫으면 하시면 됩니다. 죽으면 네 책임이고."

개처럼 다룬다는 걸 넘어 개조차 무색해질 정도로. 생물이 아닌 것처럼 험하게 다뤘다. 죽든 말든, 상관없이 피도 눈물도 없는 모습을 보이며 다뤘다. 지겨울 정도로 죽기 전까지 몰아넣었다. 당근과 채찍에서 당근 따윈 과감히 빼버렸다. 몸에 새겼다. 억지로라도 생각을 만들어냈다. 인격적 대우는 최소한의 인격이 남아있을 때 해주는 것이고, 뼛속까지 부식된 놈들에게 갖은 걸 들이밀 생각은 없다. 정말 안 되겠다 싶은 놈은 슥싹, 조용히 죽였다.

마지막으로 밀정 놈들. 정확히 여섯의 레스토와 개척자 둘이 섬천에게 딱 걸렸다.

'진득이 같은 녀석들.'

여러 방법을 써서 어렵게 잡아낸 녀석들이다. 중요한 정보를 흘려 움직임을 관찰하는 방법으로는 잡을 수 없이 교육받은 놈들이었다. 그렇기에 아무리 섬천이라도 그놈들을 잡는 데에는 적당한 시간이 걸렸다. 걸러내고, 기다리고. 반복에 또 반복을 거듭해 추려낸 밀정들.

일단 레스토는 전부 살인멸구 했다. 깔끔하게, 제국이 알지도 못하도록. 반면 EG 측의 두 개척자는...

'둘 다 의식불명 상태지.'

드콘의 뿔을 무더기로 먹여 놨다. 적어도 1년은 푹 잘 수 있게. 적당한 때에 맞춰 음식만 넣어주며 관리한다면 죽지도 않는다. 그야말로 죽지도 살지도 못한 처지를 만들었다.

'자, 그럼 한 달만 더 굴려보고.'

지구의 시간으로 석 달. 그 시간을 이용해 정식으로 단체를 하나 만들어 놓는 것이다. 이후부터가 시작종을 치는 셈이다.

"자, A급 실력자들은 앞으로 나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헐레벌떡 87명의 A급 실력자가 튀어나왔다. 적어도 이들은 심장을 내놓을 만큼 충성적이다. 어떻게든 강한 힘을 뒤에 두려는 이 계열의 골까지 틀어박힌 사고방식이 능동적으로 움직이게 하였다.

지금으로 따지자면, 이들 하나하나가 실력으로 섬천에게 크게 꿀리지는 않는 데 말이다.

'내가 없을 때도 단체는 움직여야 한다. 이 정신없는 단체를 효율적으로 움직이려면 그 방식이 최고지.'

책임감이 따르는 이는 함부로 움직일 수 없기 마련. 먹이사슬같이 상·하위 명령체제를 가장 간편하게 만들어놓은 곳이 지구 역사적으로 있지 않았던가.

"너희는 앞으로 각 부대의 대장입니다. 마음에 드는 B급 3, 4명을 휘하에 두십시오. 나와 파블로드가 없을 때 각 부대에 대한 모든 명령은 너희가 내립니다."

"알겠습니다!"

약탈민족 몽골이 썼던 방식. 피라미드 형식으로 층계를 나눠가며 명령체계를 확립한다. 가장 위에는 섬천이, 그 아래는 파블로드가, 그다음부터 각 부대의 대장이 있는 셈이다. 다시 한 부대에는 3, 4명의 B급 실력자가, 한 명의 B급 밑에는 수십의 C급이... 이렇게 탄탄한 피라미드가 만들어졌다.

이런 체계를 이어가다, 때가 되어 용병대를 꾸릴 때는,

'각 부대가 하나의 용병이 되는 거지. 가장 위에있는 A급 만이 움직여 정보의 틈새를 최소화 해야 해.'

섬천은 절로 웃음이 나왔다. 야망이 천천히 이뤄지고 있었다. 지금 이 피라미드 같은, 언젠가는 가장 높은 꼭짓점을 쳐버리고 올라가겠지.

섬천은 아스페티아어가 아닌, 영어로 말했다.

"우리는 따로 협상합시다."

폭매에는 개척자들도 포함되어 있다. 그들을 이용해 적당한 다목적 부대를 이룰 작정이었다. 물론 월묘에게 좋지 않은 일을 했던 그 개척자들은 척살했다. 공호가 한 번 죽였지만, 되살아난 그놈들을 그 자리에서 쉴 새 없이 죽였다. 그들을 제외하고, 섬천은 개척자들과 담판을 나눴다. 어디까지나 칼자루는 섬천이 쥐고 있었지만.

뭐든지 조화가 중요한 법이다. 적절한 힘의 균형은 경쟁심을 일으켜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된다. 개나 소나 다 아는 그 중요한 사실. 개나 소나 다 아는 만큼 핵심이니 섬천은 그쪽에도 더 신경을 썼다. 마침 그 요소를 건들건 넘쳤다.

예를 들어 무기 배급제라던가. 전부 무기를 회수한 다음에, 실력이 가장 뛰어난 조에게 먼저 좋은 무기를 선택할 권리를 주던가.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좋은 무기를 쓰려 하는 게 당연. 불꽃은 악랄하게 번져 갈 것이다.

아니면, 마법사 소속제 라던가. 마법사가 그리 많지 않은 특성상, 폭매에 마법사는 대략 30명이 있다. 그 희소성을 이용하여, 가장 좋은 성과를 낸 30명의 부대에게 마법사를 소속시키는 것이다. 마법사가 여부는 집단전에서 상당한 차이를 벌인다. 또 욕심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

위와 비슷한 방식으로, 벌어들인 돈은 실적순 나눠 넘겨진다든가. 물론 그의 50% 이상은 섬천이 홀로 꿍쳤다. 월묘에게는 비상자금이라며, 그들 모르게 교묘하게 빼내는 계산 수법에 파블로드도 고개를 끄덕거릴 정도였다. 간을 빼고 내장을 뺀 다음, 순대를 해먹는 착취.

"피라미드 위로 올라가는 방법? 이 악물고 다른 조를 제치려 하십시오. 그럼 저기, 저 멍청하지만 마나 하나는 천재인 저 파란 머리가 도움을 줄 겁니다."

진의 마나에 관한 능력을 뭐라 하면 좋을까. 가히 사기적이라 할 수 있다. 알지 못했던 재능이 아스페티아에 오며 봄을 만난 꽃들처럼 개화해버렸다. 단순 마나가 성장하는 속도를 보면, 그 천재라던 닐조차 제칠 정도다.

그가 알려준다. 그가 마나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위로 올라서는 방법을 알려준다. 매혹적인 이야기다.

"혹시 압니까. B급이 A급이 될지."

반응은 콰광 터지는 버섯구름 핵폭탄 수준이었다. 등급을 넘는다. 그게 얼마나 절망적이고 동시에 희망적인지 모른다. 레스토들은, 심지어 A급들까지도 눈에 심지를 박고 불을 켰다. 마나는 대부분 재능이 좌지우지한다. 초월점을 넘기지 않았더라면, 그 전에는 재능을 가진자의 요령이 마나에 엄청난 지장을 배우는 것이다. 재능을 갖고 태어난 이는 요령이란 것을 갖고 태어난다. 등급에 상관없이, 요령을 배워보고자 하는 레스토는 세상에 널렸다.

이처럼 별의별 방법이 다 모색되어 있다. 이게 다 섬천의 머리에서 오래전 부터 설계해왔던 이야기.

여기서 또 만족하면 안 됀다.

'또 심각히 격차가 벌여져 도태됨을 방지해야한다.'

뭔가를 다스리기는 복잡하다. 월등히 한 쪽을 전폭적으로 키우려면 한쪽은 피가 말라 쓰러지는 경우가 있다. 위와 같은 방법이라면, 실적이 좋으면 계속 유리할 터. 1등을 한 부대가 다음도 1등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당연 뒤처진 조의 의욕도 떨어져 단체의 전체적인 손실을 불러올 수 있다.

'댐을 지을 때처럼 꼼꼼하게, 물이 빠져나갈 틈이 없게 하는 거다.'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치명적인 단체하나가 꾸려나가고 있었다.


콰득.

찐득한 체액을 내뿜는 몬스터의 사체 앞에서 월묘는 그만 눈을 질끈 감았다. 공호를 따라 사냥을 나왔다가 속이 안 좋아지려 한다. 공호는 괜히 미안한듯하면서도 표정변화 없이 물병을 내밀었다.

"아니야. 버틸 수 있어."

이 정도 각오는 했다. 월묘는 배에 힘 빡주고 고개를 도리도리 돌렸다. 그저 조용히 공호에게 축복을 걸어줬고 공호는 잔잔히 들어오는 힘을 만긱했다.

그동안 여러 몬스터의 시체를 봐왔던 월묘다. 이제 그런 것 같고 토를 하진 않는다. 최대한 참으며 공호에게 축복을 걸어줬다. 그러나 막상 공호를 돕다 보니 황당한 걸 발견했다.

'이거 뭐야, 충전형이였잖아.'

월묘는 축복이란 것이 생각하던 것과는 많이 다름을 느꼈다. 첫째로 우선 틈이 존재한다. 처음 축복을 내렸을 때는 강력한 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점점 가면 갈수록 사용빈도가 높아지며 효과가 곤두박질 치기 시작했다. 축복을 충전이라도 해서 내리는 것처럼, 금방 재사용한다면 효과가 정말 미약하다.

월력 스텟이 높을수록 그 충전시간을 빠르게 하는 역할을 한다지만, 아직은 충전시간이 꽤 길다.

'그래도 괜찮아. 몰랐던 장점도 있잖아.'

전혀 생각지도 못한 장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달의 축복이 깃든 대상이 몬스터를 잡는다면, 그 몬스터의 세포포인트 1 할이 월묘에게 그대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그 덕에 지금 레벨이..'


-육체등급:C 레벨:78 육체랭킹:865425253위

이름:월묘 칭호:달의 요정


힘:85 민첩:140 순발력:75 체력:85 육감:75

월력:177

부여가능 스텟 포인트:100


단번에 20레벨을 뛰어오른 월묘. 상상치도 못한 레벨업 속도에 자신도 놀라 현실로 느껴지지 않았을 정도다. 그들에게 '레벨'은 게임 같은 유흥거리에서의 강함의 척도가 아니라 생존과 일직선으로 관련된 확률이니까.

이에 대해선 공호도 적잖이 만족했다. 월묘가 힘을 갖게 하려면, 몬스터를 죽여 힘을 갖게 해야 한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월묘의 특성도 있고, 몬스터의 강함도 있고 하니 그게 쉬운 게 아니다.

'흘러들어 가는 세포포인트라...'

획기적이다. 이쪽에서 월묘를 성장시키기도 간편해졌고 말이다. 월묘의 달의 축복은 평소에 무리하며 잡았던 몬스터도 손쉽게 요리 가능케 만들었다.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맞으면서 싸우면 고통 포인트가 올라가나 월묘와 함께 있을 때는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것 쯤.

대신 레벨은 손 쉽게 부쩍부쩍 올라가 핑곗거리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제 1레벨만 올리면..'

100에 당도한다. 세자릿수가 되는 것이다. 별다른 감흥은 없다. 전투하며 엉겨 붙은 끈적한 몬스터의 체액이 이 일의 증표라면 증표일까.

"가자."

"응."

죽을 만큼, 아니 죽더라도 노력해서 잡아야 해. 석양이 드리운다. 월묘는 늘어진 공호의 그림자를 밟으며 기지개를 핀다. 여전히 헤픈 웃음을 잇는다. 그런 월묘를 공호는 대충 눈으로 슬며시 살펴 지나간다. 슬쩍 찟어진 월묘의 옷이 좀 추워보인다. 공호는 뒤로 살포시 겉옷을 밀었다.

'역시 상냥해. 좀 웃기만 하면 더 좋을 텐데.'

고민을 품어보는 월묘. 그리고 월묘의 앞에서 전혀 다른 생각을 하며 걸어가는 공호.

'이제 조금이면 사미호가 된다. EG는 그때까지 미뤄두는 게 좋겠어.'

확실히, 월묘가 있어 사냥은 더욱 효율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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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묘 15.10.03 309 7 12쪽
86 월묘 15.10.03 328 7 20쪽
85 월묘 15.10.03 263 5 12쪽
84 월묘 15.10.01 273 4 16쪽
83 월묘 15.09.28 382 8 11쪽
82 월묘 15.09.27 285 10 15쪽
81 월묘 +1 15.09.26 389 7 12쪽
80 월묘 15.09.25 355 8 13쪽
79 월묘 15.09.24 301 6 20쪽
78 월묘 15.09.22 261 7 12쪽
77 월묘 15.09.22 321 7 14쪽
76 월묘 +1 15.09.20 446 6 12쪽
75 월묘 15.09.20 328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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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월묘 15.09.12 370 9 13쪽
66 월묘 15.09.12 279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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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월묘 15.07.25 365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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