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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글자 님의 서재입니다.

여우와 두루미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틀린글자
작품등록일 :
2015.03.14 00:15
최근연재일 :
2016.02.23 00:32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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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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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5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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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0.0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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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월묘

영혼을 갈아넣었습니다.




DUMMY

이가 파고든 공호의 입술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공호가 세게 차 문을 열자 정신병자는 급격히 열린 문에 맞아 넘어지고, 그 틈을 타 차는 가속했다. 그 가운데 숨을 쉬지는 이는 없었다. 의문도 하지 않았다. 의식은 생존에 맞춰져 있다.

촤악, 간신히 옥수수밭에 들어온 차는 미친 듯이 질주했다. 잘 익어가던 옥수수 줄기가 우득 하고 꺾인다. 이곳이라면 정신병자가 쉽게 따라오진 못할 것이다.

"으윽."

혹여나 또 뭔가 튀어나올까 긴장으로 몸을 조린 가운데 심장이 홀로 쿵쾅거렸다. 한번에 네 다섯 번은 주위를 살피는 공호와 섬천.

"이제 살았... 밸트 매!"

옥수수밭의 중간쯤 건너왔을 것이다.

부와앙! 뒤에서 미친듯한 엔진 소리가 들려와 보조 미러에 시선이 모였다. 전부 입도 떼지 않았다.

"더, 밟아요. 더!"

다가오는 차 한대. 붉은 차 안에는 병원복을 입은 중년 여성이 있었다. 눈은 붉어 입은 뭘 먹은 건지 피가 말라붙어있다.

앞서나가는 우리는 옥수수 줄기를 꺾어나가며 가야 한다. 당연히 속도가 나지 않아 금방 따라 잡혔다. 쾅하고 뒤에서 오는 충격에 자동차는 미끄러지며 주위의 옥수수를 마구 분질렀다.

차에서는 연기가 나고 수상한 액체가 뚝뚝 세었다.

"내려!"

확, 뛰어 내리다시피 자동차에서 빠져나온 일행은 차에서 필사적으로 멀어졌다.

펑!

거기가 있음에도 풍압이 느껴지는 차의 폭발! 마침 가까이 다가오던 자동차가 폭발에 휘말려 뒤집혔다. 그 속에서도 정신병자는 살아남았다. 어디서 온 괴력인지, 차 문을 발로 차서 뜯어버리고는 걸어 나왔다.

'저것도 아까 그 목소리의 영향인가.'

미쳐버리면서 힘까지 비정상적으로 강해졌다. 스산한 표정을 짓고 도끼를 질질 끌며 다가오는 정신병자 여성. 진의 부모까지도 겁에 질렸다. 토영삼굴. 토끼는 굴을 몇 개 더 마련해 놓는다고 했던가.

"에이씨. 혹시나 해서 가져 다녔던 건데."

섬천은 품에서 장난감 같은 블럭하나를 꺼내 들었다. 섬천이 블럭을 누루자, 달칵 하며 늘어났고 마치 작은 총 모양으로 변한 그것은 파지직 스파크를 내뱉었다.

"형은?"

공호는 허리에 매었던 벨트를 풀었다. 이상하다 싶었다. 애초에 그 나이 때는 벨트 맬 필요조차 별로 없다. 그러나 항상 벨트를 매고 다녔던 공호의 비밀이 지금 여기서 풀렸다.

공호가 벨트를 풀고 띠고리에 있는 버튼을 누르자, 순식간에 튀어나온 얇은 구리선이 벨트를 휘감았다. 경량화된 것처럼 구리선이 휘감아 쫙 펴진 벨트에 역시 스파크가 튀었다. 손잡이에는 전기가 통하지 않는지, 공호는 쉽게도 잡았다.

섬천은 이 상황에서 아쉬워했다.

"나도 그렇게 만들걸. 쳇. 휴대용에 집착하다가 멋을 버렸어."

"엄마가 그거 위험하다고 만들지 말라고.."

"어쩔 수 없잖아. 비상시인데.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이야 알았겠어? 실전은 처음이라고."

살아생전 이런 일이 있을 줄은, 또 지니고 다닐 때 이런 일이 있었을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공호가 나설 필요도 없었다. 섬천의 블럭 스턴건은 상당히 사정거리가 넓어 자리에서 그대로 쐇다.

지지지직. 춤추는 푸른 플라스마.

다가오던 미치광이 여성은 괴로워하며 도끼를 손에서 놓쳤다.

"니들... 대단하긴 하구나."

진의 어머니와 진은 탄성을 질렀다. 머리가 월등히 좋다는 소리는 들었다. 그러나 실제로 보니 장난 아니었다. 어느 초등학생 저학년이 공대생도 귀찮고 힘들어할만한 것을 직접 만들겠는가. 그것도 저렇게 위험한 무기를. 게다가 들고 다니기까지 한다니, 저거 잘못하면 사람 잡을 무기 아닌가? 무식한 건지, 대담한 건지...

그 생각을 섬천이 딱 자른다.

"혹시 무식하다고는 생각하지 마세요. 그냥 설마 하고 들고 다녔는데 일이 이렇게 된 거에요."

일반인은 한 번에 기절할 섬천의 스턴건을 오래도 버틴다. 그러나 어찌됐든 인간. 끝내 버티다가 정신병자는 기절하고 말았다.

"세상이 갑자기 왜 그런 거지... 목소리를 나만 들은 건 아니겠지?"

"나도 들었어."

"전부 다 들은 것 같은데.."

말 안 해도 이미 눈빛으로 알았던 기정사실인 일이다.

차는 폭발했다. 여기서 집까지는 적어도 15km. 걸어서 가기에는 너무 위험하나 별 방도가 없다. 낭패불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갈팡질팡 고민했다.

"일단 이거부터."

섬천은 품에서 블럭 스턴건을 4개를 더 꺼내어 하나씩 돌렸다.

"이거 재료 구하느냐 5개월 걸렸는데..."

"나중에 사줄게."

방법은 하나. 걸어갈 수밖에 없다. 정신병자가 타고 왔던 차는 뒤집혔고,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져 어떻게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괜히 또 잘못 건들려 터질 위험도 있으니, 저 차를 탈 방법은 없었다.

"문제는 이게 전국적인 현상이냐.. 아니면 지역적인 현상이냐는 건데.."

강환은 고개를 둘래 둘래 내둘렸다. 그가 내민 스마트폰에는 난리가 난 인터넷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섬천이 옷을 탁탁 털었다. 잠깐의 소동이었을 뿐인데, 몸의 여러 곳에 상처가 나 있다.

"겨우 5분 지났어. 전국적으로 동시에 일어난 것 같아. 아니, 그것도 모르겠어. 세계적일 수도 있어. 그럼.."

"잠깐."

공호가 손을 들어 말을 제재시켰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행동이라기엔 깔끔하고 정결했다.

"온다. 젠장. 옥수수 줄기가 갈라지지 않은 곳으로 숨어!"

이곳은 시야가 제한된 곳이다. 공호가 말을 끝내기 무섭게 차 한 대가 저 멀리 보이기 시작했다. 무기가 있다 한들, 인간의 몸이다. 강환은 입술을 깨물었다.

"숨어 있어."

옥수수 줄기를 헤치고 진의 부모님은 걸어나갔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건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어린 몸이다. 거슬리겠지. 진의 부모님 두 분 모두 스턴건을 쥐었다. 파지지직. 사용법은 숙지했다.

"지금 이 바닥은 꺾어진 옥수수 줄기들로 미끄러워. 차가 적당히 왔을 때 몸을 옆으로 빼서 피하는 거야, 여보. 알겠지?"

침을 꿀꺽 삼켰다.

성낸 차 한 대가 다가온다. 공간은 좁혀져 오고 압박감은 늘어난다. 차의 속도에 주위 옥수수 줄기는 물결치기를 반복하고, 땅은 살 떨리게 울린다.

공호는 지켜보며 섬천을 물끄러미 지켜봤다.

"그거 써."

"있지도 않고, 있다고 해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냐."

아, 확실히 그렇다. 섬천이 가진 '그것'은 지금 사용하면 진의 부모님까지 한 번에 죽는다. 섬천은 입술을 깨물었다. 도움을 줄 방법이 없었다.

"하나, 둘, 셋, 지금!"

양옆으로 도망치는 부부. 그러나 운이 좋지 않았다. 미친 운전자는 미리 핸들을 홱 꺾었고 차는 원을 그리며 돌았다.

'안 돼.'

부딪힐 수 있는 접촉면이 순식간에 늘어난 셈이다.

쾅!

동시에 나가떨어진 두 부부. 믿을 수 없단 듯한 눈이지만 그들을 유린하고 몸에서 빠져나가는 피가 현실을 증명했다. 혈향이 맴돌기 시작한다.

끼익, 녹은 가위를 들고 차에서 내리는 정신병자의 얼굴이 쾌락에 가득 차 있다.

"아악!"

보다 못한 진이 그 현장에 뛰어들었다. 공호는 진을 붙잡고, 섬천은 스턴건을 쏴 정신병자를 제압했다. 월묘는 예고 없이 다가온 죽음에 덜덜 몸을 마구 떨었다.

섬천과 공호도 대응은 잘 했으나 정상은 아니었다. 섬천은 놈을 죽일 듯이 스턴건을 마구 눌렀고, 공호는 진정하지 못하고 전기가 흐르는 벨트를 정신없이 휘둘렀다.

"형.."

저 멀리, 연장을 들고오는 30명의 미치광이들. 폭발이 관심을 끌었나 보다. 미리 도망갔어야 하는데..

공호는 벌떡 일어섰다. 집에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기다리신다. 그곳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 지 모른다. 빨리 가봐야 한다. 가려면 일단 살아남아야 한다.

공호는 섬천을 불렀다.

"그거 꺼내봐."

"뭐? 없다니까. 그거 위험하대서 안만들었어."

"지금 강짜부릴 상황이 아니니까 꺼내봐. 차도 터진 마냥에 뭐도 못 터져."

"그거 터지면 사람 죽어."

"우리가 사는 게 먼저야. 남 걱정 할 때가 아니라고!"

"난 몰라. 형이 책임져."

섬천은 품에서 붉은 블럭을 다섯 개 정도 꺼내었다. 겉보기에는 아주 평범한 장난감 블럭이다.

"기본 딜레이로 설정되어 있어. 약 15초. 위력은 tnt 120파운드 정도."

섬천은 말을 하며 진의 눈을 피했다. 마주치기 껄끄러웠기 때문이다.

"야, 너..!"

진의 눈이 까뒤집어졌다. 퍽, 진이 섬천의 배를 발로 찼다. 그렇게 넘어뜨린 다음, 멱살을 잡고 처절하게 흔들었다. 푸른 진의 눈동자가 붉은 핏줄에 휩싸인다.

"그런 게 있었는데.. 왜, 왜 지금 꺼내!"

말로 할 시간은 없다. 상황이 복잡하게 얽힌다. 섬천은 몸을 비틀며 얄미울 정도로 쉽게 빠져나왔다. 결국 아이들의 다툼이다. 주먹이고 뭐고 없이, 진은 다시 달려들어 섬천을 넘어뜨렸다.

"말해! 개자식아."

퉤, 섬천이 피가 섞인 침을 땅에 내뱉었다. 사과라도 할 줄 알았는데, 끝까지 차갑기만 한 섬천이 진은 죽이고 싶을 정도로 얄미웠다. 월묘는 질질 짜며 비명을 질렀다.

"나중에! 제발 나중에! 오고 있잖아!"

섬천이 주머니에서 블럭하나를 꺼내었다.

파지직.

블럭에서 흘러나온 전기가 진을 감전시킨다. 몸이 엉겨 붙어 있기에 섬천도 덩달아 감전됐다. 진의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아주 잠깐의 순간이었기에, 기절한 아이는 없었다.

투두두.

달려오는 미치광이 정신병자들. 공호는 진과 섬천을 일으켜 세웠다.

"도망가자. 그 뒤에 내가 대신 죗값을 치르든, 변명을 하든 할 테니까."

공호는 전신의 힘을 쥐어짜 소리쳤다.

"달려! 지금부터 무조건 일직선으로 달리는 거야. 알겠어?"

"이, 이!"

분노에 찬 진이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생존본능에 의해 몸은 달렸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섬천을 노려보는 것은 잊지 않았다.

'15초다. 견제만 하면 성공이야.'

달칵, 공호가 블록을 누르자 '15' 라는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었다. 적당히 놈들이 올 만한 지점에 획 던져 놓고는 이를 악물고 달렸다.

촤아악!

헤쳐지며 거친 소리를 내는 옥수수 줄기들.

'시야는 제안되어 있어. 방향을 유도 하면 돼.'

공호는 아이들이 달려나간 방향과 비틀어진 방향으로 달렸다. 수풀사이를 헤치는 사이, 쾅! 하고 굉음이 울리며 몇 명의 비명이 들렸다. 공호는 달칵, 또 하나의 블록을 열고는 바닥에 던졌다. 그리고 허파가 노래지도록 달렸다.

15초. 쾅! 하고 터지는 폭탄. 폭압에 옥수수 줄기가 한 방향으로 흔들린다. 정신병자들이라 그런지 잘 속았다. 놈들은 먹이 앞의 돼지처럼 침을 질질 흘리며 폭발의 방향을 따라 뛰어온다.

"에이씨."

달칵, 달칵. 공호는 블록 두 개를 열고 엉뚱한 방향으로 던졌다. 그리고 아이들이 달려나갔던 방향으로 다시 죽을 악을 쓰고 뛰었다.

쾅!

몇이나 죽었을까. 누군가 죽였다는 생각이 피가 끓어오르고 미칠 지경이다.

저런 위험의 폭탄을 만든 섬천을 혼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언제봐도 실용성 있는 무기다. 휴대용에, 폭발력에, 시선 끌기 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폭탄이다.

이제 남은 폭탄은 하나.

"월묘야!"

달리기가 제일 느린 월묘와 월묘의 손을 붙잡고 뛰는 섬천과 진이 보였다. 다시 폐가 뚫어지도록 달려가 따라잡았다.

"그거 더 남았어?"

"없어. 정말로."

"내놔."

"젠장.. "

섬천은 품에서 3개의 블록을 공호에게 건넸다. 진은 흥분하려다 주먹을 부르르 떨며 참아내었다. 살아남고 이야기하자.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이게 뭔 짓인지, 하교하다 말고 블록버스터 영화를 찍고 앉아 있다. 직접 겪어보니 장난 아니게 무서운 건 덤인가.

아이들은 그렇게 한참을 달렸다. 귀신같은 녀석들. 어떻게 또 찾아냈는지 놈들이 근방에서 공호를 추격해 왔다. 달리기의 속도부터 차이가 나니 어쩔 수 없는 부분 이기도 하다.

부스럭거릴 때마다 무너지는 심장.

'이제 보일 때가 됐는데..'

원래 여기는 옥수수 가루 공장과 가장 가까운 옥수수밭이다. 이 밭의 근처에는 공장이 하나 있고, 옥수수 분말 공장에는 옥수수 분말이 밀폐된 공간에 있다. 공장은 공호가 달려가던 방향에 있고, 점차 공장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차를 몰지 않는 이상 체력 차이 때문에 잡힐 수밖에 없다. 그럴 바에는 제거하는 게 더 안전해. 폭탄으로는 승부가 나지 않아. 확실히 제거해야 한다. 이참에 이 주위의 관심도 끌 수 있으면 좋겠지.'

드디어 건넌 옥수수밭, 그 끝에 있는 소규모의 옥수수 공장.

"월묘와 진은 일단 주위에 숨어."

먼저 갈 길을 가라고 하기엔, 둘을 지킬 무언가가 없다. 그렇기에 내린 판단이다.

그러나 진은 뭔가 해야겠다는 마음에 반항했다.

"싫어."

이럴 줄 알았다. 지금의 진은 답이 없었다.

"친구 죽일 거야?"

이렇게 나온다면 다르다. 월묘를 들먹여야 한다. 그래도 간당간당하다. 상식적으로, 부모가 모두 한 번에 죽은 충격이 가벼울 리는 없으니. 진은 섬천은 노려보며 월묘의 손을 잡고 뒤로 물러갔다.

"... 반드시 설명해야 할 꺼야. 어째서 그랬는지."

어린아이 치고는 살기가 물들여져 있다.

공장 앞에 다다랐을 때, 공호와 섬천은 약속한 듯 옥수수 공장에 다가갔다. 공장 안에 들어갈 필요도 없이 바로 보관창고가 나타났다.

"이 문이 허술해서 다행일 날이 올 줄이야."

단지 자물쇠로 채어져 있는 문. 공호는 남은 블럭 모두 문 앞에 두었다. 그리고 멀리 떨어져 기다리는 15초. 긴장감을 머금은 땀이 주륵 뺨을 타고 내린다. 혹여나 벌써 다가올까 몇 번이고 주위를 둘렀다.

펑!

폭탄이 터지며 넝마가 된 문짝. 섬천과 공호는 쾌조를 지었다. 그러나 그것도 금방 굳었다.

"키아아!"

언제 찾았는지 저 멀리에서 달려오는 정신병자들. 이제 이성도 완전히 버렸는지, 인간의 말 따윈 버린 것 같다. 본래 감금될 만큼 정신병자였으니, 유혹에 넘어가 이성도 남지 않은 체 미친 게 틀림없다.

"제기랄. 하나, 둘!"

쾅!

두 형제는 헐렁해진 문을 온 힘을 다해 몸으로 부딪혔다. 문을 뚫고 들어간 몸이 땅에 떨어져 내리며 살이 쓸린다. 쓰라림을 느낄 새도 없이 두 아이는 다급히 일어섰다.

'일단 밀폐는 됐고, 옥수숫가루 보관장소인지 건조해.'

조건은 일단 됐다. 불운이 오지 않게 비는 수밖에 없다.

공호는 전류가 흐르는 혁대의 구리로 사정없이 포대를 뜯더니, 사력을 다해 흔들기 시작했다. 옥수수 분말이 대기 중에 고르게 퍼졌다. 알갱이가 극심하게 작아 쉽게 가라앉지 않는 옷수수 분말.

있는 힘을 다해 옥수수 분말을 대기 중에 흩날렸다.

공간이 뿌옇게 물든다.

적당한 때에 공호는 섬천을 진과 월묘에게로 보냈다. 반대했지만, 결국 공호의 애원에 섬천은 조용히 정신병자의 눈을 피해 물러났다.

공호는 섬천을 보내고 나서, 끝까지 남아있는 옥수수 분말을 대기 중으로 퍼트렸다. 쉬지 않고 움직였다. 코로 분말이 들어가 괴로워도 참고 정신없이 퍼트렸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도록 뿌옇게 변한 공간.

그럴 때 즈음, 정신병자들은 아주 근접하게 다가왔다. 그림자의 방향이 뒤바뀐다. 숨은 넘어가고, 해는 죽어간다.

공호는 문밖에 나와 그들을 유혹했다. 좀비처럼 몰려오는 15명의 정신병자.

크아아.

그들이 가까이 올 때, 공호는 뿌연 공간 속으로 들어갔다. 뒤따라 들어가는 15명의 정신병자들.

'됐다.'

공호는 문 옆의 벽에 기대어 기다렸다. 공호를 지나쳐 그들은 단순히 앞으로만 내달렸다.

문을 박차고 뿌연 공간에서 뛰쳐나간 공호.

"그어어."

투두두, 정신병자들이 다시 문밖으로 달려가며 땅이 울린다. 공호는 터지려는 심장을 무시하고, 심장박동을 토대로 수를 새 나갔다.

"하나, 둘..."

놈들은 어린아이 하나 잡자고 사지(死地)에 뛰어들었다. 토끼를 잡으려다 호랑이 굴에 들어온 격. 공호는 이미 그 사지에서 꽤 거리를 벌렸다.

"셋."

한 놈이 문을 나오기 직전. 달리던 공호는 앞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 순간, 손에 들린 블럭을 쭉 빼며 셔터를 당겼다.

파지직, 짧지만 강렬한 플라즈마 한 줄기가 번쩍였다.

콰아아앙!

공장에 화염이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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