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틀린글자 님의 서재입니다.

여우와 두루미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틀린글자
작품등록일 :
2015.03.14 00:15
최근연재일 :
2016.02.23 00:32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99,785
추천수 :
2,582
글자수 :
751,747

작성
15.09.13 23:15
조회
413
추천
10
글자
17쪽

월묘

영혼을 갈아넣었습니다.




DUMMY

묠드는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차를 들이켜고는 한숨부터 쉬고 봤다.

"1년 만에 대단한 짓을 하고 오는군. 내 조용한 숲을 시끄러운 얘들로 채워놓으려고 하고."

섬천은 묠드의 등을 탁탁 두드렸다.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어찌 됐든, 잘 부탁합니다."

간단한 통명이 끝나고, 공호와 묠드만 방안에 남았다.

묠드가 차를 쪼로륵 컵에 따른다. 물줄기는 찰랑대며 거품이 이고, 녹빛을 거침없이 흔든다. 나긋한 차 냄새가 통나무 집 고유의 숯내와 함께 코를 찌른다. 미동 없는 눈동자를 지닌 공호는 있는 듯 없는 듯 착각이 들 정도로 고요히 앉아만 있다. 죽었나 싶을 정도로 소년은 기척이 없었다.

묠드는 그런 공호를 차분한 눈빛으로 홅고는 가소롭다는 듯한 잔잔한 미소를 띠어 올렸다.

"어땠나?"

대하는 게 달라졌다. 이제는 꿀릴 것 없이 자신 있단 거겠지. 그러나 이게 편하다. 그는 강해졌다. 아니, 이제 힘을 되찾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지. 이제 와서 묠드를 밑에 깔아두기에는 기회비용이 막강하다.

"그곳에서 약 2개월. 그리고 나니 여기는 1년이 지나 있었어."

"용케도 살아남았네. '최강'이 결계를 뚫고 들어가던데."

"살아남았지. 어떻게 해서든."

최강. 그러니까, 용병왕은 아직도 그 구름 가득한 장소에 갇혀 있으리라.

"이제 설명해봐. 어째서 네가 그리 많은 걸 알고 있었는지."

묠드는 상식적으로 너무 많이 알고 있다. 반요정이라는 사실이 문제가 아니다. 마치 모든 일의 주동자처럼 이제껏 있던 대부분의 일에 묠드를 대입할 수 있다.

물어볼 것은 많다. 묠드 자체도 정보를 흘렸으니, 만반의 준비를 했다는 거겠지. 토실토실한 살은 따로 있는 데, 고깃조각 하나 툭 떼어 던져준다고 고개를 돌리는 멍청이는 아니다.

공호는 조용히 음의 마나를 끌어 올린다.

묠드의 눈이 끝없는 늪처럼 빛을 끌어내린다. 반사광 없는 녹색 망막이 공호만을 투영한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아군도 없다. 숲을 봤으면 알았을 게야. 1년을 버린 개척자보다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힘을 되찾았다."

힘이 있으니 말할 필요 없다는 소리.

이 말에 중심은 따로 있었다. 분명, 힘을 '되찾았다'라고 하였다.

공호는 슬며시 꼬리를 뺀다. 검은 꼬리가 탁자를 휘감는다.

"넌 말할 수밖에 없다."

"어째서?"

"알고 있을 거야. 네가 지금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S급 개척자가 누군지. 이 체스에서 몸을 움츠리고 있는 퀸이 누군지."

묠드는 딴청을 피웠다. 또옥, 아주 작은 얼음 조각이 묠드의 찻잔으로 들어간다. 금세라도 녹을 듯이 작은 그 얼음 조각.

손톱 만한 그 얼음 조각이, 찻잔 속 액체의 표면과 마주칠 때.

콰드드득.

묠드의 찻잔은 얼어붙고 만다. 공기와 접촉했을 때도 아니 얼고, 올라오는 차의 김과 접촉했을 때도 아니 얼고. 단지, 그 액체에 접촉하니 얼어붙는다.

개척자가 음의 마나를 다루기 위한 고도의 연산. 거기에 공호의 머리가 더해진다.

"그게 무슨 관련이 있지?"

태연스레 찻잔을 놓고 말을 잇는다.

"나를 아직 제대로 이용해 먹지 못했다. 투자한 것에 비하면."

묠드는 목을 넣으며 자라목을 취한다. 어색함이 자리 잡는다.

본래 말을 정말로 아끼는 공호다. 그러나 치고 들어갈 때를 구분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말은 끝까지 안 한다면 벙어리일 뿐이지만, 정말 필요할 때 하면 금덩어리일 때가 있다.

요리조리 빼려는 묠드를 옥죄이려면, 뱀 같은 말이, 하나하나 밧줄이 되는 말이 필요하다.

"내가 처음 여기 왔을 때, 네 숲 주위는 드넓은 초원이었다. 땅도 비옥하고 숲이 생기기에는 딱 적임인 곳이었지. 마치 이전에는 숲이였던 자리처럼 말이야. 그리고 그 초원의 시작에는 이미호를 조심하라는 표지판이 있었어. 그것 때문에 레스토는 초원을 잘 방문하지 않았고, 네 숲은 더더욱 방문할 일은 없었지."

"그게 어쨌다고?"

"그러나 이건 말이 안 돼. 폭주한 이미호? 정작 B급 용병이면 금방 토벌할 수 있는 거였어. 그것보다 더 위험한 녀석들도 세상에 널렸지. 지도를 보니 나오더군. 네 땅은 제국과 제국의 사이에 있는 상호불가침영역에 속한다. 드넓은 평지기 때문에 전쟁하기 정말 좋은 장소지. 이 구역을 굳이 왜 상호 불가침영역이라 정했을까? 우연일 수도 있겠지. 평지 자체도 서로를 감시하기에 안성맞춤이고. 하지만 이유가 그것뿐일까?"

보이지 않는 압박감이 묠드를 조여간다. 신체적으로는 아니지만, 단순 정신적으로는 찔러온다. 결론부터 말하지 않고, 천천히 밧줄부터 만든다.

"서로를 감시해야 하는 것치고는 너무 조용해. 이런 제국과 제국을 긋는 경계선에 보초도, 경계도, 아무것도 없다? 그럼 답을 유추할 범위은 줄어들지. 뭔가 개척전쟁 당시 영향이 있었던 거겠지. 개척전쟁이 끝나고 나서도 침범하지 못할 영향력이. 그리고 두 제국이 경계를 그을만한 무언가가 여기에 있단 걸 알고, 너는 여기에 있다. 오직 너만, 유일하게."

공호는 뒷말은 삼갔다. 묠드라면 충분히 알아들었을 것이다. 묠드가 무슨 반박을 하려 해도 막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약 묠드가 영향력이 없다면, 당장에라도 영토에 혈안이 되어 있는 두 제국이 여기를 이렇게 평화롭게 놔둘 리가 없다.

결정적으로 묠드는 반요정이다.

그 몸 자체만으로 국보급 비약이되고, 재료가 된다. 연구에도 막대한 영향을 차지한다. 다시 말하지만 여긴 전선.

묠드의 존재를 알았어도 수백 번을 봤을 제국이다. 그러나 제국은 묠드를 묵인하고 있다.

묠드는 반박하려다 입을 꾹 다물었다. '이 숲에 숨어들어왔으면' 이란 말은 통하지 않는다. 모순이니까.

공호는 '묠드의 존재가 제국이 함부로 건들지 못하는 것' 이란 전제를 바탕으로 유추해 냈다.

숨어들어왔다면 묠드의 존재를 모르는 제국은 이 영역을 몇 번이고 조사해 묠드의 존재를 알아챘을 것이다. 숨어들어왔다 해도, 제국이 묠드의 존재를 알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허점이 하나 있다.

"그렇다면 민간인들은? 네 말대로라면, 용병이나 민간인들이 이 영역을 단순 이미호 때문에 지나가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이 초원이 시작하는 부근까지도 경계를 서는 병사 대신 마을이 있었다며?"

"상호불가침영역. 보이지 않는 전쟁이 벌어진다고 알려진 곳이다. 뭐하러 용병이나 민간인들이 이곳에 올까. 온다 하더라도 이 끝없이 광활한 초원을 목적 없이 건너려 할까. 게다가, 여기는 별로 알려지지도 않은 장소다. 초원 건너는 크로티아. 그리고 크로티아에서 조금 더 가면 항구도시. 티에든 항구. 실질적으로 여기는 제국 경계선으로친다면 동쪽 끄트머리 정도. 보통 제국과 제국을 왕래할 때는 두 제국에서 몬스터 없이 안전하게 놓아준 길을 사용하지."

공호는 이제 적당히 말을 끝내고 싶었다. 말이 많은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생각하고, 움직이는 딱딱함이 효율적이라 뇌리에 박혀있다.

"말로는 감당 안 되는 족속들이 용병들이다."

"반요정은 전설에 나올 만큼 강하다고 들었어."

폰의 서재를 뒤져본 결과, 개척전쟁 당시 '늪의 재앙' 이라는 반요정이 활약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숲에서 태어난 그 반요정은 막강한 힘으로 개척자들 소통에 큰 공을 세웠다 한다. 특히 늪의 제왕답게 아래로 끌어내리는 듯한 끈적하고 질긴 결계마법은 그의 주특기였다.

"SS급 용병도 쉽게 눈치채기 어려운 은둔결계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을 만큼. 그리고 약해졌더라도 언제든지 결계를 펼칠 수단을 마련할 수 있을 만큼."

공호의 손이 하늘을 가리킨다. 이 하늘, 세상의 틈을 연결해줬던 통로. 세상의 틈의 통로를 어중이떠중이가 맡고 있을 리는 없다.

과연 반요정이나 되는 이가 대비책 하나 준비해 두지 않고 약해졌을까.

"결론은."

"너는 나를 이용해야 하고, 나는 너를 이용해야 한다. 이것만 기억해 둬."

공호의 손에서 스산한 기운이 사라진다. 이야기는 끝. 여기 더 있으면 말만 많아진다.

"그럼."

공호는 방을 빠져나가려 했다.

"잠깐."

공호는 멈추지 않았다. 이야기는 끝났으니. 삐걱, 나무바닥을 밟으며 나무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연신 울렸다.

"내가 만약 너와 네 가족을 모두 일반적으로 죽이고 협박한다면?"

공호가 멈춰 선다. 생각했던 최악에 상황에 마주쳤다.

묠드는 집이 울리도록 쩌렁쩌렁 웃었다. 그 작던 묠드가, 순간 태산보다 더 높고 비대하게 느껴진다. 몸이 눌리는 느낌이 든다. 압도적인 묠드의 존재감.

"...라고 말하면 멈춰 설 거라더군. 섬천이가."

공호는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다시 삐걱대며 걸어가 의자를 빼 앉았다.

"그리고 이름을 밝히면 놀라며 뒤돌아 자리를 않을 거라더군. 이것 역시 섬천이가."

공호는 혼란을 대면했다. 입안이 따끔거릴 정도로 고요한 마음을 마구 뒤흔든다. 이야기가 이상하게 변했다, 갑자기 섬천이라니.

"아까, 그 모든 이야기는 섬천이와 모두 끝난 이야기였다. 걔 사람 다루는 머리는 너도 못 따라가. 네가 아무리 변했어도 너를 한 박자 일찍 알아내."

"그게 무슨.."

"네가 흑미호가 되고 섬천이를 나에게 맡겼을 때, 2일 만에 내 정체를 맞추더군. 내 정체를 지레짐작 해서 말이야. 그러고 나서 조금 있으면 네가 와서 나에게 따질 거란 것까지 예측했어. 그리고 너를 이 자리에 앉힐 방법까지."

섬천이가 어째서 묠드에게 많을 것을 알려줬을까. 공호는 머리를 필사적으로 굴렸다.

"어쩌면 너와 내가 이렇게 대화해서 나올 결론까지 유추해 냈을지도 모르지. 그리고 녀석의 목표에 이득을 만들지도 모르고."

섬천이의 목표?

"너의 목표를 그놈의 목표에 대입하지 마. 네 기준에서 세상을 보지 말라고. 가족을 찾는 건 어디까지나 너의 최종목표다. 놈의 최종목표는 더 높을 거야. 더 무서운 것은, 내가 이런 말을 할까 봐 또 말하더군. 결국 자신의 목표가 가족에게 해가 가지는 않는다고."

믿지 않는다. 섬천이의 지능을 믿지 않는 것이 아니다. 섬천이가 묠드에게 나를 당황케 하도록 말했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당황이 동공을 마구 때려 흔들게 했다.

"내가 어떻게 믿어. 걔가 그런 말을 했다고. 다 네 자작극일 수도 있는데?"

"지옥. 그리고 1년째. 안전지역의 비극. 죽였다며? 네가 미쳐버린..."

공호의 눈이 크게 떠진다.

"그만!"

심장이 철렁 내려않는다. 공호에게는 이례적인 감정변화다.

"여기까지. 그 뒤는 몰라. 하지만 여기까지만 말해도 믿을 거랬다. 물론 이것도 섬천이가."

심장은 믿지 말라고 외치는데, 머리로는 믿는 게 맞다. 치밀하다. 내 동생, 그 녀석이 이렇게 치밀할 줄 몰랐다.

솔직히 적잖이 놀랐다. 녀석의 머리가 이렇게 넓게 작용할 줄은 몰랐다.

"좋은 동생을 뒀어."

마치 이용당하는 모습 같다. 모든 것을 파악 당하고, 나는 파악 당한 대로 움직이고.

'나를 이용한 다라...'

가족이 나를 이용한다. 생각지 못한 거다. 그러나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이용해. 얼마든지.

"그리고... 녀석은 지금쯤 네가 당황해하며, 이용하리라 생각했을 것이랬다. 그리고 이용하는 걸 허락했을 것이고. 녀석이 말하기를, 이용하지 않는단다. 그저 가족으로서 도와 달랜다."

"..."

더는 생각을 그만두었다. 놈은 날카롭다. 놈의 웃음 뒤에는 잘 벼른 검 수십 자루 예기를 흘린다. 그 검은 사람의 가슴을 도려내어, 심장을 본다. 그리고 치밀하리 만큼 그것을 이용한다.

가족으로서 도와라. 당연하지. 얼마든지 도와주리라 마음먹었다. 섬천의 꿈이 무엇이든 간에.

그리고 묠드는..

"서로를 이용하자고 말했는데.."

묠드는 섬천이에게 이용당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지만. 녀석은 그것을 가족을 도움이라 했다.

"그럼 다시 하지."

일이 복잡해진다. 바라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 이 할 말이 나와 묠드 사이를 명확히 드러낸다.

"우리는 서로를 이용하려 했어."

"그렇지."

공호는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일어선다.

"이번에는 서로를 등 처먹어보자."

으핫!

묠드는 그만 폭소하고 만다.

공호는 자리를 떴다.

의미있으나, 재미없는 대화였다.


#


이야기가 끝나고 공호와 묠드는 각제 제 자리로 돌아갔다.

오직 진만이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궁금해 했다. 월묘일행은 안전한 장소를 얻었다며 좋아라 하는 데만 정신이 팔렸으니.


-육체등급:A 레벨:32 종족:봉황

이름:은치 칭호:하늘의 제왕, 그 외.. 주인:섬천(종속관계)


힘:140 민첩:250 순발력:40 체력:50 육감:40

특수 마나 친화도:210 특수 마나 제어력:160


-레벨이 상승하면 10 스텟 포인트가 경험에 따라 자동으로 부여됩니다.


-구름을 다룰 수 있습니다.


-구름을 다루는 능력은 특수 마나 친화도와 특수 마나 제어력에 정비례합니다.


"뭡니까, 이 애매한 생물은."

섬천은 턱을 부여잡고 은치의 정보를 살폈다. 이제는 힘이 좀 세 졌다고 가끔 난동부릴 때가 있는데, 거 참 말리기 어려웠다.

조금 전에도 난동부리다 나무 한 그루를 꺾어 묠드가 눈물을 찔끔 흘렸고, 마침내는 섬천이 은치를 말리다가 나무 서너 그루를 날려버렸다.

섬천이 고기를 던졌다. 고기는 곡선을 그리며 떨어지고, 은치는 냅다 받아먹는다. 잘 먹이는데도 불구하고 신체에 변화가 없다. 능력은 상승하지만, 몸무게나 크기에는 아무런 미동도 없다.

"천! 천!"

아주 근래의 변화로는 발성 기관의 발달로 섬천을 부를 수 있다는 것쯤. 사소한 의사소통도 가능했다.

"천, 배고파."

"고기 줬습니다. 분명히."

버릇은 어릴 때 잡아 놓는 것이 좋다. 섬천은 한 번에 딱잘라 거부했다.

섬천은 은치를 어깨 위에 올려놓고는 주위를 둘렀다.

이제 묠드의 숲은 완전히 D급 개척자의 소굴이 되어 버렸다. 아이들이 뛰놀고, 노인은 공기가 좋다며 만족해한다.

공호는 묠드에게서 월묘가 보호하는 이들을 같이 보호할 것을 약속받았다.

이미 다 아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섬천은 크게 관심을 두진 않았다.

이것으로 월묘의 보호는 확실해졌다.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섬천의 계획대로 라면, 앞으로 길어봐야 10년 안에는 모든 가족을 찾을 수 있다. 물론 아스페티아 시간으로 10년.

숲의 바람은 청량하다. 머리 아픈 계산을 그만두고, 시원한 바람을 느꼈다. 섬천은 검을 뽑아 바람을 갈랐다. 순간 검은 반지가 반짝거린다.

은치에게 배운 검술이 이 반지를 만나며 더욱 날카로워졌다.

바람의 틈을 베어, 주위의 바람이 순간 위로 솟구친다. 그 검이 지나간 자리에 나뭇잎이 떨어져 내린다.

사각.

검을 휘두르지 않았음에도 나뭇잎은 부드럽게 잘라진다. 섬천은 바람의 틈을 베어 일시적으로 바람을 날카롭게 만들었다.

바람은 상상이 필요하다. 풍의 마나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매번 변하는 바람을 머릿속에 넣어야 가능한 것이다. 형체가 없어 부드러운 바람을 머릿속에 넣고, 1초에 방향과 모양을 수백 번 수천 번 연산한다.

그게 가능해야 풍의 마나가 덧씌어진 검으로 바람의 틈을 갈라 그 공간을 일시적으로 날카로운 바람이 자리 잡게 만들 수 있다.

기본적으로 특수한 마나를 정교하게 다루기 위해서는 시원한 상상력과 정확한 연산이 가능한 두뇌를 가져야 한다.

'폴시아에서 경험했다. 내가 얼마나 약한지.'

육체 능력이 부족해 실리아 하나 제대로 제어하지 못한 섬천이다. 물론 그때는 풍의 마나가 익숙하지도 않았고, 검은 반지의 위력을 제대로 끌어낼 수 없었다.

그때보다 더 성장했다.

섬천은 만족해하며 자리를 벗어났다.

휘이잉.

그제야 날카로운 바람이 자유로워진다. 비웠던 공간을 바람이 채워 넣는다.

자, 이제는 다시 움직일 때다. 이제 해야 할 것이 있다.


공호가 말없이 앞장선다.

"나도 갑니다잉."

그 뒤를 이어 진이 쿠나이를 돌리며 따라 걷는다.

"갑니다."

섬천은 검을 혁대에 꽂아넣으며 진 옆에서 나란히 걷는다. 앞에는 공호, 옆에는 푸른 머리 진. 섬천은 여유로운 미소를 짓는다. 그러나 눈만은 섬뜩한 빛이 깃든다.

서로 같은 목표를 가진다. 폭매. 그 멍청한 참새는 매의 꼬리를 물어버렸다.

그것도 봉황이 될 매의 꼬리를.

그들의 눈에는 단 한 가지의 목표가 깃든다.


'가족을 건드렸다.'

'동생을 건드렸다.'

'친구를 건드렸다.'


날개를 꺾으리라. 다시는 날지 못하도록.


작가의말

귀하신 독자분들, 언제나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여우와 두루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3 월묘 +1 15.10.09 440 8 9쪽
92 월묘 15.10.08 406 7 15쪽
91 월묘 +3 15.10.07 368 7 12쪽
90 월묘 15.10.06 412 4 12쪽
89 월묘 +1 15.10.06 311 5 7쪽
88 월묘 +1 15.10.04 330 7 15쪽
87 월묘 15.10.03 308 7 12쪽
86 월묘 15.10.03 327 7 20쪽
85 월묘 15.10.03 263 5 12쪽
84 월묘 15.10.01 273 4 16쪽
83 월묘 15.09.28 382 8 11쪽
82 월묘 15.09.27 284 10 15쪽
81 월묘 +1 15.09.26 389 7 12쪽
80 월묘 15.09.25 354 8 13쪽
79 월묘 15.09.24 301 6 20쪽
78 월묘 15.09.22 260 7 12쪽
77 월묘 15.09.22 320 7 14쪽
76 월묘 +1 15.09.20 446 6 12쪽
75 월묘 15.09.20 327 7 13쪽
74 월묘 15.09.19 326 9 14쪽
73 월묘 15.09.17 304 8 11쪽
72 월묘 15.09.17 308 9 12쪽
71 월묘 15.09.15 283 10 11쪽
70 월묘 15.09.14 551 7 13쪽
» 월묘 15.09.13 414 10 17쪽
68 월묘 +1 15.09.12 345 7 10쪽
67 월묘 15.09.12 369 9 13쪽
66 월묘 15.09.12 279 7 12쪽
65 월묘 +2 15.07.29 457 10 12쪽
64 월묘 15.07.25 365 6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