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틀린글자 님의 서재입니다.

여우와 두루미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틀린글자
작품등록일 :
2015.03.14 00:15
최근연재일 :
2016.02.23 00:32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99,784
추천수 :
2,582
글자수 :
751,747

작성
15.10.03 19:27
조회
262
추천
5
글자
12쪽

월묘

영혼을 갈아넣었습니다.




DUMMY

쿵, 공호의 몸이 바닥에 떨어졌다.

1도 화상. 등짝이 익었다. 그뿐만이면 다행이다. 공장 자체가 터지며 튕긴 파편이 이미 멀리 떨어져 있는 데로 날아와 박혔다.

갑작스러운 고통에 공호는 눈이 돌아갔다.

"그어.."

광활한 분진폭발 속에서 살아남은 인간이 쭈몇쭈몇 기척을 내었다. 그러나 공호는 알 수 없었다. 부풀어 오른 듯한 머릿속이 토할 것 같이 어지러웠다. 한편으로는 개운하고 좋았다. 욕구를 채웠다고 해야 하나.

미쳐라.

목소리가 심어 넣은 유혹이 고통에 따라 되살아난다. 정확히는, 고통을 통해 약해진 의지를 노리고 유혹한다.

미쳐, 미쳐라, 미쳐라!

쌓아졌던 정신적 충격을 날카로운 고통이 찌르며 잠재적인 폭발력을 모두 개방한다. 그 추잡한 오물의 결정체가 공호를 덮쳤다. 이를테면 어린아이가 생의 첫 살인을 한 날이다. 멀쩡하면 그것이 진정 멀쩡한 인간일까.

그렇게 그 순간, 공호는 잠시 미쳤다. 눈이 뒤집히고, 세상이 붉게 물든다.

"아..."

공호는 불구덩이로 들어갔다. 그 속에서 어느 정신병자가 떨어뜨린 면도칼을 주웠다. 말없이 다가가, 꿈틀거리는 정신병자의 목에 면도칼을 쑤셔 박았다. 황홀한 분수가 된 피가 공호의 얼굴을 더럽힌다.

공호는 그 피를 혀로 햛았다.

그렇게, 시체든 살았든 상관하지 않고 15명 모두 목에 구멍을 뚫는다. 겨우 10살 남짓한 아이가 절망적이고도 끔찍한 비극을 쌓는다.

"아.."

공호는 날뛰었다.


섬천과 진은 옥수수 줄기에 가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고받고 싸우고 있었다.

"네가 왜! 그때 왜!"

"그럴 상황이 아니었어!"

진은 이해 못 한다.

폭탄으로 차를 제압하려면, 직접 터치는 수밖에 없다. 놈들은 정신병자. 사지가 잘려도 무섭게 돌격하는 좀비 같은 녀석이다. 그런 녀석들을 폭탄을 설 터 쳐서 제압할 수 있을 리 없다. 그들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표적이 필요했고, 그나마 표적 중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았던 이가 성인의 육체를 지닌 진의 부모님이다. 그리고 폭탄을 이용해 차를 터쳤다면, 가까이 있던 진의 부모님은 사망 확정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정말로. 결과가 너무 나빴고, 운인지 운명인지 지랄 맞은 게 정말 안 따랐다.

설명을 해도 지금의 진은 알아듣기 힘들다. 섬천은 이를 악물고 머리를 들이밀어 박치기로 진을 밀어냈다.

"내가 어이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

진은 팔 뒤꿈치로 섬천의 목을 쳐 다시 넘어뜨렸다. 콱 막히는 목에 섬천은 넘어지며 목을 부여잡았다.

월묘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고.. 공호 오빠를 불러와야 해!"

월묘는 뒤돌아 공장을 향해 달렸다. 월묘가 두 아이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진은 비명을 질렀다.

"해볼 만했다고! 그 폭탄이었다면! 차가 오는데 20초 정도 걸렸어. 그런데도 핑계 댈 거야?"

진은 한 가지 중요한 점을 놓치고 있다. 폭탄의 위력 상으로는 충분히 차를 터 쳐버릴 수 있었다.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차가 다가오는 시간 20초. 그것은 분명 '미끼'인 진의 부모님을 보고 일직선으로 달려온 것이다. 애초에 미끼가 아니었다면, 폭탄을 쓸 수도 없었다.

진은 쓰러진 섬천 위에서 돌 하나를 쥐었다.

돌을 쥔 진의 손이 차마 내려찍지 못하고 부르르 떨렸다.

"설명해. 어디 해명해봐! 정말 합당한 게 아니라면, 내가 죽든 네가 죽든 할 테니까."


"오.. 빠?"

월묘가 붉은 눈의 공호에게 다가갔다. 이미 몸이 전부 피로 물든 공호. 미쳤다. 건너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면, 이미 건넜는 지도 모른다.

하나 공호는 손에 들고 있던 면도칼을 순간 놓쳤다. 초월의 정신력이 그를 다잡는다.

"월묘야."

그러나 금방 다시 미친다.

공호는 달려가 월묘를 넘어뜨렸다. 월묘는 저항했으나, 지금 공호는 미치며 비정상 적으로 힘이 상승한 상태. 아드레날린 같은 것이 아니라, 비현실적인 현상이 붉은 달에 의해 실현된다.

꾸욱, 공호가 월묘의 목을 잡고 지그시 누른다. 이 상황을 즐기겠다는 듯 그의 손은 점차 조여든다. 월묘는 깊게 홍련을 들이킨다. 비현실이 만들어낸 세상속에 월묘는 선다.

"하지.. 마."

이런 인세 지옥이 어디서 갑자기 나온 것일까. 가족이 가족을 몰라보고 목을 조른다. 바로 어제, 달 아래에서 즐겁게 이야기했던 그 가족이.

시야가 황혼으로 물들어버려 이성을 내보내려 한다. 미쳐라. 월묘에게마저 유혹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눈 위로 뜨거운 물이 송글 차오른다.

"컥! 이제 그만. 나, 가족이니까, 이제 그만."

월묘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숨이 막혀서 죽기 전에, 목뼈가 부러질 수도 있다. 타타닥, 월묘는 급히 손으로 주위를 짚었다. 아까 전 섬천이 흘렀던 블럭 스턴건이 손에 잡힌다.

아무리 생명을 사랑해도, 목숨이 위협받는다면 본능이 앞선다. 웬만한 인간이라면. 그리고 어린아이라면 구태여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

월묘는 스턴건의 셔터를 당겼다.

지지지직!

그 자세로 경직되어 버린 공호, 손에 힘이 슬쩍 흘렸다. 월묘는 일단 숨부터 크게 들이셨다. 괴로워 버티지 못해, 진심으로 무서워서, 손으로 공호를 떼어내려 할 때었다.

"아... 월묘.."

공호가 정신을 차렸다. 전기쇼크로 인해 정신이 돌아왔다. 팍, 월묘의 발이 공호를 박차고 도망간다. 공호는 그때야 무슨 짓을 했는 지 깨닫고 손을 내뻗었다.

"돌아, 돌... 돌아와."

역시 지독하게 잔인하다. 손에 잡히는 것은 월묘가 아니고 그 무엇도 아닌 오해였다. 숨 막히던 기억 속에서 '가족이니까.'라고 하는 월묘의 목소리가 스쳐 간다. 멍하고 황당하여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어처구니없이 두 다리에 힘이 풀렸다. 10살의 육체는 그곳까지가 한계였다.

공호는 월묘가 들을 수 없는 비명을 질렀다.


허억. 헉.

저 멀리 도망간 월묘는 숨을 몰아쉬었다.

"내가 무슨 짓을... 마지막에 오빠는 분명히 정신이 들었는데..."

실수를 했다. 인격에 상처를 주고, 위협의 순간에는 살인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전기충격을 줬다. 충격이 몰려왔다.

월묘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휘이잉.

바람이 불었다. 이곳은 바람에 물결치던 옥수수밭이 아니다. 삭막한 도시. 이미 미쳐버린 이에 돌아버린 도시의 한가운데.

"아.."

그 순간, 또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축하해. 살아남거나 제정신인 인간들. 그럼, 본 게임 들어갈까?


콰아앙!

세상에 굉음이 울려 퍼졌다.


-너희의 달은 파괴했어. 이제부터 세상은 붉은 달이 비춰줄 거야. 붉은 달은 밤이 아니라도 항상 떠 있으니 이 점을 유의해. 아, 물론 기상적으로나 지질적으로나 아무런 이상은 없어. 그럼, 시작하자. 누가 가장 정신력이 강한지를 일단 천천히 뽑아보자고.


우웅.

하늘에 붉은 달이 떳다.

이전과는 비교도 못할 유혹이 다가왔다. 눈이 핑, 돌았고 그냥 이대로 미쳐버렸으면 좋았을 정도다.

그렇게 월묘가 유혹을 몰아내려 한 눈 팔고 있을 때.

"뭐.. 야."

쾅!

그 자리에 자동차 한 대가 떨어져 내린다. 어린 여아의 육체는 고통조차 없이 한 순간 짓뭉개진다. 찟겨진 사지가 사방에 튀었다.

"카아아!"

광기에 물든 인간 수백명이 마치 좀비처럼 월묘를 깔아뭉갠 자동차를 스쳐지나간다. 그들에 발에 사정없이 쳐진 월묘의 팔이 나뒹군다.

월묘는 그렇게 지구를 떠났다.


"아니야! 이건 아니야!"

진이 울부짖었다. 섬천은 진에게 좌우 지종을 2번에 걸쳐 설명했다. 비극이었다. 이해라는 시스템으로 인간이 메울 수 있는 갈등의 분야가 아니었다.

그렇게 친했던 사이는 갈기갈기 찢겼다.

"야!"

진은 어디론가 달렸다. 섬천은 진을 차마 잡을 수 없었다. 마치 아지랑이처럼 옥수수 줄기 사이로 진은 사라졌다. 그의 장발 머리카락 한 가닥만이 편린된 감정을 보이며 흩날렸다.

부스럭.

섬천이 멍하게 손을 뻗고 있을 때, 옥수수 줄기를 헤치고 공호가 텅 빈 눈으로 다가왔다. 옷은 너덜너덜하고 등은 그냥 익어버렸다. 움직일 때마다 피가 뿜어져 나온다. 정신이 없었다.

"월묘는.."

섬천은 도중에 입을 다물었다. 아낀 말은 절망의 창이되어 입을 꿰뚫었고, 심장이 터질 것 같아 처절히 절규했다.

"왜, 왜, 대체 왜?"


-축하..


목소리와 함께 붉은 달이 떠오른다.

지옥. 그 첫째 날의 시작었다.


#


"지독하게 꼬였구나.."

공호는 월묘에게 손을 내밀었다. 싸한 바람이 얼음을 거쳐 코를 찌른다. 냄새는 좋다. 입맛을 돋우는 고기 냄새가 담겨 있다.

월묘는 공호의 손을 잡았다. 움직이려던 공호는 순간 흠칫 놀란다. 월묘가 겁도 없이 이 높은 곳에서 뛰어내렸다.

공호는 손을 뻗어 월묘의 발밑에 얼음을 생성했다. 마치 월묘는 알고 있었단 듯, 가볍게 얼음위에서 안착했다.

월묘는 이를 보이며 히히거렸다.

"거봐. 놀랐잖아. 그런데 이번에도 망설임 없이 구했어. 그러니까, 목을 졸랐건 어쨌건 이제는 구할 거잖아."

장난꾸러기 인가 아니면 달빛처럼 잡을 수 없이, 알 수 없는 깊은 마음인가. 공호는 잠시 고민하다 때려치우기로 했다.

달빛이 내려와 월묘의 목에 부딪히며 산산이 흩어진다. 이제 안 보인다. 그 무엇도 월묘의 목에서 볼 수 없다.

그래서 기쁘다. 볼 수 없어서 기쁘다.


묠드가 작은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아무도 듣지 못하도록 작은 소리로. 신화적 음률이 자연에 태동한다. 태수의 편안함 처럼 공간은 포근함 속에 빠져든다.

묠드는 품에서 슬쩍 무언가 꺼냈다.

달의 조각(Piece of the moon).

모든 음의 근원, 달에서 내려온 요정이 내민 약조의 증표. 유일히 지상에 내려앉은 달.

"조건은 전부 풀린 것 같고.. ."

달의 조각이 빛으로 변질한다. 만질 수 있는 유일한 달빛. 그 달빛이 파앗 하고 빛의 속도로 월묘의 심장에 스며든다.

그 옛날 여섯 영웅 중 한 분. 달에서 태어나 밤을 지키던 실체. 반쪽짜리가 아닌 진짜 요정. 무한한 음. 혹은 무한한 밤.

그녀는 이어진다.


-'칭호:달의 요정'을 획득하셨습니다.


-조합각성에 성공하셨습니다. 일반 각성과 달리 조합각성의 고유한 특징은 스스로 찾아내야 합니다.


-스텟, 마나 친화력과 마나 제어력이 사라집니다. 기존에 있던 마나 친화력과 마나 제어력 스텟은 부여 가능 상태로 전환됩니다.


-모든 스텟이 30 상승하였습니다.


알람이 들려왔다. 월묘는 신경 쓰지 않았다. 전신의 마나가 사라져 놀란 만도 한데, 평온하기만 하다. 마치 뭔가를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머리에서 시키는 것이 아닌,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은 본능.

월묘는 손으로 공호의 이마를 쓸었다.


-미약한 달의 축복이 깃듭니다.


미약하지만 확실한 달의 직접적인 축복. 달, 그 자체나 다름없는 그녀의 축복. 공호에게 그 영광이고 고결한 힘이 내려왔다.


-달이 떠 있는 밤. 달의 축복이 지속하는 5분간, 모든 능력이 30% 상승합니다.


-달과 밤에게 영혼을 팔아치운 자. 흑미호에게 달의 축복이 내려집니다. 5분간 모든 능력이 추가로 30% 더 상승합니다.


-육체의 고유적 특징을 찾아내었습니다. 첫 번째 고유적 특징은 월력(月力)입니다. 월력에 따라 축복의 강도와 지속시간이 상승합니다.


-월력이 부족합니다. 시크릿 마나 페인, 제 2문이 반응하지 않습니다.


공호와 월묘는 눈만 마주칠 뿐, 강함이나 축복이라던가 그런 것들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저 앞에는 뜯을 수 있는 고기가 준비되어 있고, 얼음은 여전히 하늘을 헤쳐나가고 있다.

섬천과 진의 흥겨움이 들린다. 노인들의 여흥과 아이들의 재롱이 울려 퍼진다.

자, 축제가 시작했다. 먹고 마시고 즐겨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여우와 두루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3 월묘 +1 15.10.09 440 8 9쪽
92 월묘 15.10.08 406 7 15쪽
91 월묘 +3 15.10.07 368 7 12쪽
90 월묘 15.10.06 412 4 12쪽
89 월묘 +1 15.10.06 311 5 7쪽
88 월묘 +1 15.10.04 330 7 15쪽
87 월묘 15.10.03 308 7 12쪽
86 월묘 15.10.03 327 7 20쪽
» 월묘 15.10.03 263 5 12쪽
84 월묘 15.10.01 273 4 16쪽
83 월묘 15.09.28 382 8 11쪽
82 월묘 15.09.27 284 10 15쪽
81 월묘 +1 15.09.26 389 7 12쪽
80 월묘 15.09.25 354 8 13쪽
79 월묘 15.09.24 301 6 20쪽
78 월묘 15.09.22 260 7 12쪽
77 월묘 15.09.22 320 7 14쪽
76 월묘 +1 15.09.20 446 6 12쪽
75 월묘 15.09.20 327 7 13쪽
74 월묘 15.09.19 326 9 14쪽
73 월묘 15.09.17 304 8 11쪽
72 월묘 15.09.17 308 9 12쪽
71 월묘 15.09.15 283 10 11쪽
70 월묘 15.09.14 551 7 13쪽
69 월묘 15.09.13 413 10 17쪽
68 월묘 +1 15.09.12 345 7 10쪽
67 월묘 15.09.12 369 9 13쪽
66 월묘 15.09.12 279 7 12쪽
65 월묘 +2 15.07.29 457 10 12쪽
64 월묘 15.07.25 365 6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