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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글자 님의 서재입니다.

여우와 두루미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틀린글자
작품등록일 :
2015.03.14 00:15
최근연재일 :
2016.02.23 00:3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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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51,747

작성
15.10.06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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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월묘

영혼을 갈아넣었습니다.




DUMMY

S급 실력자가 정말 희박만 만큼, 레스토 활동지역에서 S급 실력자보다 강한 몬스터는 드물다. 있긴 있단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이게도 대개 그런 몬스터는 국가가 존재하는 구역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존재했다. 애초에 국가란게 처음 세워질 때는 그러한 몬스터가 존재하지 않는 지역을 국토로 선정하니 말이다. 그것들 하나하나가 그야말로 자연재해에 버금가니 피해가지 않을 수가 없다.

레스토들은 그것들, 그러니까 S급 실력자에 비등한 강함을 지닌 놈들을 '카이센'이라 부른다. 아스페티아어로 '대응 불가결 생명체'라는 뜻이다.

놈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제국 정도의 단체가 나서야 한다. 카이센 하나가 뜨면 왕국 한 두개는 말아먹고 시작한다. 뒤늦게 수습하려 해 봤자, 피해가 복구 불가능일 정도란 말이다.

몬스터는 여러 개체가 있을 것이고, 카이센 역시 마찬가지다. 일단 카이센도 몬스터이니 번식하며 퍼져나간다.

어딜 가든 카이센은 그 지역를 아우르는 포식자며 먹이사슬 극최상층에 달한 몬스터들이다. 어지간하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그 지역에서 왕 노릇을 하며 일생을 보낸다.

아주 가끔 영역 다툼에 밀려 레스토가 모여있는 땅까지 내려오면, 제국과 왕국들은 발칵 뒤집혀 난리를 친다. 물에 빠진 고양이의 모습이랄까.

제국 안의 S급 실력자가 움직이거나, 아니면 S급 용병에게 막대한 돈을 찔러주며 사정해서 어떻게든 잘 막아내긴 한다.

옛날에 이런 일이 있었다. 기이하게도 SS급 실력자와 비등한 강함을 지닌 카이센 한 마리가 무언가에 의해 밀려나온 사건. 국가들의 정신을 와장창 깨부쉈던 일이다. 어떻게, SS급 실력자와 비등한 카이센이 밀려 나온단 말인가. 그 카이센을 밀어낸 카이센은 또 어떤 놈이란 말인가.

아마 그때 다섯 왕국이었나.. 여섯 왕국이었나? 그냥 그 왕국이 있던 자리가 지도에서 사라졌으니, 피해를 알아볼 사료도 띠끌도 남지 않고 증발했다.

등장했다 하면 왕국 몇 개 말아먹도 가시는 이들.

하여간 미친 놈들이다.


카이센 중에서도 특수한 개체가 있다.

이전 까지는 보통 카이센의 행동이고... 아주 악질적인 놈들도 존재한다. 협력할 줄 아는 녀석들. 공존할 수 있는 놈들 말이다.

한 지역에 카이센이 득실득실 모여있다고 생각한다면... S급 용병이고 뭐고, 아무리 약한 카이센이라 한들 뼈도 못추린다. 정말 예외인 놈들이지만 말이다.

자, 이 불길한 이야기를 왜 꺼냈을까.

공호와 섬천의 극남서부지대에서, 다섯 지대를 거치면 등장하는 외충하열지대. 카론 제국과 극에 달할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는 빛나는 밀림.

꾸물꾸물, 거대한 애벌레가 뾰족한 이를 갈며 기어갔다. 진득한 녹빛 액체가 쭈욱 애벌레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다. 몸이 과할 정도로 비대해, 지나가는 자리에는 땅이 둥글게 파여 끈적한 체액이 묻어 있었다. 대부분의 나무는 가소롭지도 않게 쓰러뜨리고 가는 그 몸집. 현대로 치면, 아파트가 옆으로 뉘어 움직이는 꼴이었다.

하나, 둘, 셋... 애벌레는 하나가 아니었다. 최소 수십, 많으면 세 자리 수까지. 무리를 지어 애벌레가 한 장소를 이동했다. 벌레를 혐오하는 자라면 까무러칠 정도의 비주얼.

"하... 저 꿈틀 대는 것들이 하나하나가 S급 용병과 맞멎는 다고요?"

냉량한 목소리가 나뭇잎 사이를 통해 퍼져나갔다. 난초 같은 나뭇잎이 파르르 돌아가며 떨어져 내린다. 목소리의 처자는 손바닥으로 떨어지는 나뭇잎을 맞받았다.

파각, 급속냉동되어 푸른빛으로 변하는 나뭇잎. 여인은 그대로 주먹을 쥐었다. 푸스슥 소리를 내며 손틈사이로 흩날리는 반짝이는 얼음가루들.

"아... 최대 운동량으로 말하자면, 어... S급 용병이 우위. 음, 어... 전체적인 능력으로도 대체로 S급 용병이 미묘하게 위이긴 해. 응.근데 요점은 그게 아니야. 저 벌레들은 하나하나 분명 카이센으로 인정 받았단 것이 중요한 거야."

여인의 말에 인상좋은 과학자, 정확히는 실험복을 입은 청년이 답했다. 나사하나 빠진 덜렁거리는 웃음과 함께. 보고 있자면, 뭐랄까. 사람이 참 좋다. 얼굴도 각지지 않고 상당히 호감형이지만, 말 하나하나가 친근해서 다가가기 쉽다. 2% 부족해서 더욱 친근해지는 천재타입? 대략 그 정도다.

"어, 어... 있잖아. 내가 생각하기에는 네 조합각성으로 얻은 음의 마나로도 일대일로 저 애벌레를 이길 확률은 산술적으로 0.0005% 미만이야. 네 컨디션이 최상이라는 전제로."

여인은 어깨를 으쓱 올렸다 내렸다.

"은근 독설 잘하시네."

흰 피부에 긴 머리칼 끝을 살짝 묶은 여인은 손에 얼음을 피어 보았다. 꽃으로 피어난 얼음들이 줄기줄기 땅에 내렸다. 여인은 손등으로 이마를 짚으며 말하였다.

"으.. 아무리 해 봐도 특수마나는 다루기 어려운 것 같아요. 뭐 하나 하는데도 연산이 필요하니까요. 마나가 변동할 때 생기는 느낌만으로 기준을 세워 머릿속으로 끌어오는 것만 해도 어려운 지경인데... 조형하나 만들려면 그 기준이 적어도 수천 번씩 반복하니. 게다가 공중에 빙결하려면 공기저항에 따른 감각도 고려해야 하고... 죽겠어요. 진짜. 꽃하나 조형하고 그 연산값을 기억해둬서 쓰는데 한 달이 걸렸다니까요."

청년이 답했다.

"어... 그건 우리가 개척자여서 더 어려운 거일 거야. 보통 레스토는 머릿속으로 딱 떠오르는 직감을 익혀 적용하는 식으로 특수 마나를 사용한다고 들었거든. 연산이 있긴한데, 감각에 의존하니 훨씬 쉬워지는 것 같아. 아... 음. 그렇지. 대표적으로 음의 마나의 대가였다는 여우요괴들. 그들은 딱 떠오르는 음의 마나에 대한 초감각이 아주 발달돼 있데. 물론 기본적으로 음의 마나를 잘 모으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렵다고요."

"다르게 말하면 너니까 얼음으로 꽃과 줄기까지 피워보는 거야. 허공빙결은 더욱 연습해서 연산값을 암기해야 할지는 몰라도.. 음... 너는 MIT 대학을 13살 때 월반했고 결국 14살 때 수석으로 졸업해서 바로 교수로 추천받은 걸로 알아. 그리고 네 특기가 암산이었잖아. 지금 동 세대에 너 정도 연산력을 넘은 녀석은.. 적어도 내가 본 사람 중에는 한 명 밖에 없어. 아마 녀석도 경험자인 걸로 알고 있는데. 어디 갔는지 통 보이지가 않네."

"네? 그래도 암산에는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기네스북에도 오르고. 도대체 누구예요? 암산도 잘하고 경험자라니."

"아... 게다가 아직 소년이야. 미소년."

"특급?"

"뭐를 상상하든 그 이상."

여인은 망상에 입술과 눈가가 슬쩍 풀려 오려 했으나, 급격히 떠오르는 생각에 의아했다.

"아니, 잠깐. 소년인데 경험자? 그 무슨.. 99명의 경험자 중에서 그런 이가 있다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요."

"그거야 당연히 경험자가 99명이 아니기 때문이지. 한 명 빠졌거든."

"놀라운 일이긴 한데... 그걸 왜 이제 말하요? 맞을레요?"

"아, 안 물어 봤으니까."

여인은 한대 쥐어패고 싶은 마음을 호흡법으로 가라앉혔다. 마나가 직접 아랫배로 들어올 때 그 시원한 느낌은 쾌감에 가까웠다. 비록 일반 마나가 음의 마나로 정제되는 데에는 오래 걸렸으나, 그리 느리게 느껴지진 않았다.

"하여튼. 얼마나 잘 하길래요?"

"아... 너는 모르겠지만, 달 뜨고 4년째 되는 날 특별한 일이 있어서 오스트레일리아로 가게 되었어. 으... 그때 만난 소년이 있는데. 그때 나이가 열넷 이랬나? 그랬을 거야. 어쨌든 또 나와 녀석이 인공위성을 해킹해서 대륙 멸살 미사일을 발포중지 시켜야 했어."

"네."

"그런데 문제가 도저히 원격제어도 먹통이고 여타 다른 방법으로도 알아낼 수 없는 암호가 있는 거야. 단지 그 암호가 삼백 오십 자 단위의 숫자를, 그러니까 삼백 오십개의 숫자로 이뤄져 있는 큰 수를 인수분해 해서 나온 소인수가 암호였거든. 그 암호를 10초 안에 대입하지 않으면 자동 발포되는 상황이었어. 당연히 그 상황에 양자컴퓨터 따위는 없었어. 인수분해를 머리로 해야 하는 상황이었지."

"설마?"

"응, 설마. 했어. 10초 안에 삼백 오십 자 단위를 암산으로 인수분해해서 바로 적어내는데... 장난 아니었어. 내가 암산을 아무리 천재 수준으로 한다 해도 녀석을 보고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어. 인간인지 싶기도 했지. 아마 개척자 중에서 그 녀석보다 더한 암산이 가능한 녀석이 있다면 나는 믿지 못할 것 같아."

"저도 의심되긴 하네요. 얼굴, 경험자, 머리. 그 정도면 그냥 다 가졌다 해도 무리가 아니잖아요. 좋겠다. 그런 머리 타고난 놈들은 참 편하게 살 텐데. 아픈 게 뭔지나 알까. 뭐, 경험자니 어느 정도 고통은 경험했다만요."

"... 네가 생각하는 이미지하고는 많이 다른 아이인 것 같아. 어, 그러니까 내 이야기는... 일반인이 특수마나를 가졌다면 단순히 얼리는 것밖에 못했을 거란 거야."

여인은 귀찮은 표정으로 고개를 덜렁덜렁 내젓고 뒤돌았다.

"그럼 이제 저것들 좀 치워줘요. 나 원. 꾸물대는데 징그러워서 버틸 수가 있어야지."

"어... 그래야지."

물질의 제 4상태 플라스마 아니, 그 무엇이라고도 단언할 수 없는 물질의 형태가 여럿 떠올랐다. 외견상 작은 구슬의 크기인 무언가들. 최소 수백 개의 그것들은 애벌레 무리를 둘러쌌다.

인상 좋은 실험복 그는 눈빛이 근원적으로부터 달라진다. 그의 의지에 따라 작은 구슬들은 공간에 자리 잡았다.

콰앙!

마치, 그 공간은 다른 곳이라는 듯. 거대한 폭발을 넘어선 것이 일어나나 바깥쪽은 아무런 일도 없다. 심지어 공기의 미동조차도.

하지만 그 폭발이 미치는 공간 안쪽은 마치 태초의 폭발, 빅뱅을 보듯이 장엄하고 강렬했다. 물질은 플라스마 상태로 분해되며, 질량은 전부 에너지로 변환된다. 정말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난 폭발은 아무리 카이센이라 하더라도 피해갈 수 없었다.

잠시 뒤 나온 것은 아무것도 없는, 거대한 둥근 구덩이. 마치 거대 운석의 크레이터를 보는 듯한 거대 구덩이. 완벽하게, 그것도 수십 마리의 카이센를 형체도 없이 폭발열로 녹여버렸다.

그리고 연달아 오르는 실험복 차림 청년의 레벨. 적어도 한 번에 50레벨은 오른 것 같다.

"대략 55레벨 정도 올랐다네."

"아, 아. 제가 조정하라고 했잖아요. 레벨이 그렇게 급격히 오르면 의심만 받는 다고요."

"아... 의심받는다고 크게 뭔가 변할 것 같진 않아. 음... 우리가 추구하는 건 끝없이 의심받으면서 이뤄질꺼니까."

"알 수 없는 말 좀 하지 말고 이제 가요. 무슨 정신질환있는 것도 아니고... 레벨 올렸으니 한동안은 잠수를 타 줘야 밑에서 알아서 떠 받들어주죠."

"알 수 없는 말이 아니라니까. 아... 음... 내 방식이 바르다는 것을 산술적으로는 표현 못 하지만, 그게 가능하다고 믿고 있어. 설령 어떤 경험자라 하더라도 다시 그런 실수를 하려 하면 책임을 물을 거야. 모든 경험자에게도 약조를 받아 낼 것이고. 마지막 경험자인 공호에게 까지도. 우리는 저번 경험자와 달라. 인간이야. 생각할 줄 알고 협상할 줄 알고 평화를 지향할 줄도 알아."

"공호. 그 친구 이름이 공호에요? 특이한 이름이네. 아 뭐, 평화고 뭐고 일단 네가 그렇게 하겠다면 하는 거고요. 약속이나 지키세요."

여인은 손에서 얼음을 피었다. 싸하게 등장하는 빙화(氷花). 여인은 낑낑대며 빙화의 줄기로부터 촘촘히 가시덩쿨을 넓혀나갔다. 정신이 혼미해지는 연산. 여인은 중얼거렸다.

이런 제기랄. 역시 어려워. 안 그래요?


프레셔.


작가의말

열심히 쓰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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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묘 15.10.06 413 4 12쪽
89 월묘 +1 15.10.06 311 5 7쪽
88 월묘 +1 15.10.04 330 7 15쪽
87 월묘 15.10.03 309 7 12쪽
86 월묘 15.10.03 328 7 20쪽
85 월묘 15.10.03 263 5 12쪽
84 월묘 15.10.01 273 4 16쪽
83 월묘 15.09.28 382 8 11쪽
82 월묘 15.09.27 285 10 15쪽
81 월묘 +1 15.09.26 389 7 12쪽
80 월묘 15.09.25 355 8 13쪽
79 월묘 15.09.24 301 6 20쪽
78 월묘 15.09.22 261 7 12쪽
77 월묘 15.09.22 321 7 14쪽
76 월묘 +1 15.09.20 446 6 12쪽
75 월묘 15.09.20 328 7 13쪽
74 월묘 15.09.19 327 9 14쪽
73 월묘 15.09.17 304 8 11쪽
72 월묘 15.09.17 309 9 12쪽
71 월묘 15.09.15 283 10 11쪽
70 월묘 15.09.14 551 7 13쪽
69 월묘 15.09.13 414 10 17쪽
68 월묘 +1 15.09.12 346 7 10쪽
67 월묘 15.09.12 370 9 13쪽
66 월묘 15.09.12 280 7 12쪽
65 월묘 +2 15.07.29 457 10 12쪽
64 월묘 15.07.25 365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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