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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식 님의 서재입니다.

강제로 초월당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정춘식
작품등록일 :
2022.05.11 17:00
최근연재일 :
2022.12.01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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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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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6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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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1)

DUMMY

‘난감하네...’


-


당연히 웬 정보기관이 자신을 표적으로 좁혔다는 사실에 압박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조금 수고스러워도 관련자들을 다 죽이거나 백치로 만들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문제를 해결하든 물리적으로 없애버리든 어찌 됐건 문제가 사라지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다만 단순히 문제가 적힌 시험지를 찢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험이란 제도를 시행하는 주체까지 없애버려야 했다.


학교(엔티티)를 넘어 교육부(교황청)까지. 그게 제일 깔끔하다.


그에 대한 뒤처리는 클럽이 기겁할 일이지 승호에게는 별 영향 없을 것이다.


직접 벌인 일이니만큼 정말로 아무 영향이 없지는 않을 테지만 귀찮은 수준에 그치겠지.


그리고 바로 그 부분에 승호는 난감함을 느끼고 있었다.


‘진짜 애매하네. 다 없애는 게 나을지, 그냥 알버트한테 맡기는 게 나은지 모르겠어.’


클럽은 예전 영국에서의 일을 깔끔히 정리하기 위해 이런저런 요구를 해왔었다.


요구라고 해봤자 단순히 여권을 요청하는 것에서부터 알리바이를 만들고 그에 대한 내용을 설명받은 것과 승호에 대한 정보를 숨기기 위한 본인 확인 및 동의에 불과했다.


주민센터에서 민원 서류 떼는 수준에 불과한 과정이었지만, 원래 그런 일이 귀찮은 법이다.


‘알버트한테 맡기면 칭찬이라도 해달라고 달라붙을 테니 알프레드한테 말해야겠지.’


엔티티의 표적이 된 지금 상황도 클럽에 맡기면 그들은 어떻게든 해결을 할 것이다.


그 이후에는 저번과 비슷한 수준으로 승호를 번거롭게 하겠지.


어떤 선택을 하든 간에 예상되는 번거로움은 비슷하다.


하찮고 귀찮은 여파를 피할 방법이 떠오르질 않는다.


주민 센터에서 서류를 떼는 일이나 교황청을 지우는 일, 클럽의 장단에 맞춰주는 일이 그게 그거라서 난감한 것이다.


-


‘일단 교황 모가지부터 뽑아버리고 시작할까?’


겨우 조직의 우두머리 하나 없어진다고 모든 일이 해결될 정도로 2020년의 사회망은 허접하지 않다.


‘아니지. 대놓고 했다가는 오히려 더 귀찮아질 거야.’


중세와 근대에 비하면 끗발이 떨어지다 못해 명예직에 불과한 자리지만, 그래도 교황이다.


잘못 건드렸다가는 최소 지구에 있는 인류 1/3과 전쟁을 벌여야 한다.


질 자신은 전혀 없지만, 이모와 몇몇 친구들이 세상을 뜨기 전까지 인류 전체와의 전면전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그러면 어느 정도까지 조져야 하나...’


생각을 정리한 승호는 관련자들만 처리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이제는 관련자라는 기준선을 어느 곳에 그어야 할지 애매하다.


조금씩 대상의 범위를 넓히다 보면 결국 다시 교황부터 처리하는 것으로 생각이 되돌아간다.


더 나아가 기독교 전체를 지우는 것으로 생각이 바뀌었다가 그 범위 안에 하비에르와 이모가 포함돼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승호는 어쩔 수 없이 대상의 범위를 초기화하고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본다.


지금까지 한 고민에 도돌이표가 붙은 것이다.


‘진짜 난감하네.’


-


승호의 고민을 해결해준 것은 하비에르였다.


“야, 넌 가만히 있어. 내가 다 알아서 해결할게.”


“네가?”


가만히 있는 승호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충이나마 예상한 그가 나선 것이다.


물론 그 극단적인 문제해결 방법이나 어마무시한 스케일에 대해 짐작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같이 지내며 승호의 성향이 귀찮은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는 것 정도는 충분히 눈치채고도 남았다.


“너 지금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고민하는 거잖아.”


“그렇지.”


“말단이 왜 그런 걸 고민하고 있어. 그냥 상사한테 말하면 되지. 이런 일 책임지라고 관리자가 있는 거야. 어쨌거나 엔티티 놈들이 들킨 거니까 클럽 쪽이 갑이잖아. 이번에는 너희가 좀 세게 나가도 암말 못할걸?”


“들킨 건 너 아니었냐?”


“에헤이~ 그놈들 작전하다 걸린 거면 걔들 잘못이지 내 잘못이냐?”


“음...”


승호의 반응을 보기 위해 대놓고 질문을 던지다 걸린 하비에르 잘못이 맞는 것 같지만, 좀 더 이야기를 들어보기로했다.


“아니 그렇게 티가 날 정도로 연달아서 주변 인물을 찍어 붙인 엔티티놈들 잘못이지! 솔직히 두 번째 친구 아니었으면 그냥 나 게이 취급받고 끝날 일이었잖아. 그게 내 잘못이냐?”


“알았으니까 어디 한 번 떠들어봐.”


“그놈들한테 어떤 방식으로 대응해야 할지 머릿속에서 이미 매뉴얼까지 짜놨다고. 네 상사랑 자리만 만들어줘.”


-


하비에르는 알버트와 만나 기적감정사들과 엔티티의 내부정보까지 노출하면서 대응책을 짰다.


“흐흐, 고든이랑 길지모어 이 개자식들 다 죽었어.”


사적 원한에 불타 내부정보를 다 발설하는 모습이 마치 이날만을 기다려왔다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승호가 걱정이 들 정도였다.


“너 이래도 괜찮은 거야?”


“엔티티 놈들 엿좀 먹여줘야지. 엄연히 별개 조직인데 자꾸 귀찮게 구는 거 이참에 끊어버릴 거다. 아, 혹시 문제 생기면 제가 클럽 쪽으로 자리 좀 알아봐도 될까요?”


“그럼요. 제가 변방에 나와 있는 처지라지만, 그래도 추천서는 얼마든지 써드릴 수 있습니다.


여태껏 경계한 게 무색할 정도로 잠깐 사이에 알버트와 죽이 맞아서는 이직 준비까지 하는 상황이었으니 말 다한 것이다.


‘나는 이쯤에서 그냥 신경 끄는 게 낫겠네. 정말로 다 죽이기도 좀 그랬으니까.’


엔티티는 승호의 주변을 조사하고 상황을 유도해 반응을 떠보려고 시도했을 뿐이다.


그들에게 죄가 있다면 작전을 너무 졸속으로 진행해 승호에게 들켰다는 것.


그마저도 아직은 금전적이나 물리적인 피해를 입히지는 않았다.


그냥 기분이 조금 나쁜 정도?


정신적인 피해를 주장하면 할 말이 없겠지만, 겨우 그것 가지고 죄다 때려죽여서 일을 크게 만드는 것은 역시 좀 그렇다.


레니스라면 모를까 승호는 아직 그 정도로 극단적이지는 않다.


사실 제법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어쨌든 행동으로 옮기진 않았으니 된 거다.


‘이 정도로 넘어가는 게 맞겠지. 나는 따로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결국 선을 지키는 수준에서 승호가 할 수 있는 방법은 클럽을 통해 항의하는 것밖에 없다.


그래도 그 항의에 사적 원한으로 불타는 내부고발자가 곁들여졌으니 어느 정도 통쾌한 복수가 이뤄질 것이다.


-


승호가 따로 할 일이 있다고 마음먹은 그날 밤.


조금 더 시간이 흘러 대부분 잠에 빠져드는 다음 날의 새벽이 되었고, 이쯤이면 괜찮겠다고 생각한 승호는 한순간 감각을 넓혔다.


화악!


항상 반경 10m 수준이던 그의 정보 흡수 범위가 아파트 단지를 넘어 동네로, 동네에서 서울, 서울에서 경기도. 경기도를 넘어 한반도 전체를 감쌌다.


평상시 감각을 넓히는 행위를 담배 피우는 것마냥 싫어하던 승호였지만 오늘은 해야 할 일이 있기에 어쩔 수 없다.


잠시 후.


‘찾았다 이 새끼!’


야훼를 찾기 위해서였다.


이미 한번 만나 그 존재감을 기억하고 있으니 녀석을 찾는 일이야 금방이다.


지금까지는 허가 문제도 대충 해결되었겠다 더 이상 귀찮은 일에 엮이기 싫어 놓아 둔 것에 불과했을 뿐.


헌데 오늘 녀석을 찾아야 할 일이 생긴 것이다.


‘역시!’


일의 주동자가 엔티티란 정보기관임을 듣고 바로 엎어버릴까 생각했음에도 승호가 생각을 바꾼 이유는 문득 야훼에 대해 떠오른 것이 가장 컸다.


교황 직속의 정보단체?


야훼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게 더 이상하다.


그는 신도들의 정신과 꿈을 통해서 그들을 조종하니까.


승호의 생각은 정답이었다.


예전에 만났을 때도 신도들의 꿈을 경유해서 조심스럽게 접근했던 것처럼, 녀석은 승호의 옛 친구들의 꿈속에 머물고 있었다.


박신혁은 신도가 아니었으니 경유하는 수준에 불과했고, 원천석의 꿈에서 무언가를 하는 중이었다.


아마 승호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수작을 부리는 것이겠지.


크리스 신부와 하비에르의 정신을 방패 삼은 것처럼 안전을 위한 방어책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보고 싶어 하던 이모조차 번거로운 존재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던 승호다.


그런 그에게 흐릿했던 옛 친구들이 과연 걸림돌이 될 수 있을까?


물론 오늘처럼 어떤 선택을 하는데 고려할 요인이 되기에는 충분하지만, 그렇다고 끌려다닐 정도는 아니다.


‘너 사람 잘못 봤어 이 새끼야.’


야훼의 행태에 괘씸함을 느낀 승호는 아무 것도 신경쓰지 않은 채 친구들의 꿈과 함께 야훼를 통째로 짓뭉갰다.


콰직!


-


승호에게 완전히 겁을 집어먹고 도망친 야훼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도망친 당일은 신성 속에 숨어 벌벌 떠는데 바빴고, 당황을 겨우 다스리고 나서는 승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단 뭐라도 파악해야하지 않겠는가.


지피지기. 고작 인간들의 격언이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마침 야훼의 손이 뻗어있는 신도 중 승호에 대해 의심을 품은 자들이 있었다.


다만 준비한 작전에 쓰이는 두 요인 중 먼저 실행하기로 예정된 박신혁이라는 인간은 자신의 신도가 아니었다.


냉정한 상태였다면 당연히 시간을 두고 기다렸겠지만, 겁에 질린 야훼에게 그럴 정신머리가 있을 리 없다.


그래서 엔티티의 몇몇 요원들과 신도인 원천석의 정신을 조종해 바로 승호에게 접근시켰다.


그래도 제법 유서 깊은 정보기관이니 내부에서 많은 반발이 있었지만, 겁에 질린 야훼는 작전을 강행시켰다.


일이 틀어지고 나서야 자신이 너무 급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이미 틀어진 일은 어쩔수 없다.


게다가 승호가 정말로 예전에 마주했던 상위 존재들과 비슷한 수준이라면 최대한 빨리 뭐라도 해야 했다.


이것 보라.


당장 지금도 저 정체불명의 존재가 느닷없이 덮쳐오지 않았나?


콰직!


-


공간이 짓뭉개지는 소리와 함께 야훼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정신을 차렸다.


현실이 아닌 꿈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무슨 일은, 반갑다고 인사 좀 한 거야. 지난번에 못다 한 얘기도 할 겸 오늘 일에 대한 설명도 들어보려고.”


[어떻게 날 찾아낸 거냐?]


“그건 알 거 없고, 일단 이야기 나누기 전에 딱 한 대만 맞자.”


[뭐?]


야훼는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


분명 자신은 무형의 정신체인데 육체의 특정 부분이 존재하는 게 느껴진다.


승호에게 꿈이 공격당하면서 저도 모르게 신도의 육체에 깃들어 도망치려 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과는 뭔가 달랐다.


여전히 무형체인데도 불구하고 오직 ‘가랑이’만이 존재하는 것이다.


승호의 형태 구현이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내 친구를 건드렸으니 나도 네 주변부터 건드릴 생각이었는데, 너 유일신이라며. 친구 없는 걸 진짜 잘 포장했더라.”


친구라고 할만한 로키와 크로노스를 눈앞의 존재가 죽였으니 야훼 입장에서는 기가 막힐 따름이지만, 승호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아무튼 내 불알친구들을 건드렸으니, 난 네 불알이라도 터트리려고. 딱 대.”


[무슨 말도 안 되는-]


야훼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희뿌옇기만한 정신체의 가랑이 사이로 승호의 오른발이 틀어박혔다.


콰직!


[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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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술래잡기 (1) +2 22.10.01 368 1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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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기억 탐색 (2) +1 22.08.27 396 11 11쪽
56 기억 탐색 (1) +2 22.08.24 433 17 10쪽
55 뒷정리 +1 22.08.20 492 21 10쪽
54 크로노스 (3) +1 22.08.14 504 23 11쪽
53 크로노스 (2) +2 22.08.13 496 24 10쪽
52 크로노스 (1) +3 22.08.11 495 2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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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요괴들의 사정 (1) +1 22.08.05 513 28 9쪽
49 게임 중독(2) +3 22.08.02 542 26 10쪽
48 게임 중독(1) +1 22.07.31 563 21 13쪽
47 악연 (3) +2 22.07.29 580 25 13쪽
46 악연 (2) +1 22.07.27 573 21 10쪽
45 악연(1) +3 22.07.25 626 2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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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나들이 +2 22.07.21 689 24 10쪽
42 마무리 (2) +2 22.07.19 768 26 10쪽
41 마무리 (1) +2 22.07.17 807 25 10쪽
40 세상의 끝 +3 22.07.10 906 32 12쪽
39 침식 (4) +2 22.07.09 870 26 10쪽
38 침식 (3) +3 22.07.08 885 2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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