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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식 님의 서재입니다.

강제로 초월당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정춘식
작품등록일 :
2022.05.11 17:00
최근연재일 :
2022.12.01 19:45
연재수 :
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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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427
추천수 :
3,081
글자수 :
301,965

작성
22.05.1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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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내가 초월자라고? (1)

DUMMY

“당신은 초월자가 되었습니다.”


“초월?”


“네. 초월.”


“잠시만. 아으, 머리가 너무 아파서 잠깐만요.”


지독한 두통과 함께 눈을 뜬 승호는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게 질문했다.


“그게 뭔데요?”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뜻이죠. 비슷한 개념으로 승천이나 열반, 등선 기타 등등이 있습니다.”


목소리가 나열한 단어들의 뜻을 대충은 알고 있던 승호는 생각했다.


‘종교 쪽에서 사람 죽었을 때 쓰는 말들 아닌가?’


머리는 여전히 깨질 듯이 아팠지만 그래도 주위를 둘러본 승호는 자신이 낯선 장소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공간이었다.


‘잠깐. 여긴 또 어디야?’


눈을 뜨자마자 들려오는 생소한 단어들과 공간에 대한 정보를 받아들인 승호의 머리는 그럴듯한 결론을 도출해냈다.


“나 죽었나?!”


“초월은 죽음이 아니에요. 아, 육체와 영혼의 단절을 계기로 각성하는 분들도 계시니, 다른 관점에서 보면 죽었다는 말도 맞겠네요.”


계속되는 두통과 이해할 수 없는 목소리, 승호는 눈앞이 까맣게 변하는 것을 느끼면서 기절했다.


-


다시 정신을 차린 승호는 목소리만 들리는 존재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예수나 부처 같은 신이 됐다?”


“네.”


‘아까 머리가 엄청 아팠으니 꿈은 아니겠지. 아닌가? 꿈에서도 아플 수 있나? 사방이 새하얀 게 사후세계 같기는 한데...’


승호의 마지막 기억은 고시원 방에 누워서 잠을 청하던 것이었으니, 자다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게 맞을 것이다.


하지만 목소리의 계속되는 설득에 승호는 자신이 죽은 것은 아니라고 인정했다.


자다가 죽었으니 나름 호상이라는 생각도 했지만, 문득 떠오른 pc 속 숨겨진 폴더 때문에 절대로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포맷은 하고 죽어야지!’


승호가 딴생각하는 모습을 보이자 목소리는 다시 초월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일단 자신이 왜 초월이란 것을 했는지 알 수 없었던 승호는 폴더에 대한 걱정을 뒤로하고 의문을 쏟아냈다.


“아니, 내가 왜? 어쩌다가? 사람 잘못 본 거 아니에요? 그 예수나 부처 같은 양반들이야 대충 사랑과 평화 외치고 고행하다가 가신 분들이고 나는 그런 거 없는데?”


잠깐의 정적 뒤에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그... 옆방에 사시던 이웃 기억하시나요?”


평소에 인기척을 느끼지는 않았지만 가끔 마주칠 일은 있었고, 승호의 방이 제일 끝방이었기 때문에 하나 있는 이웃을 기억하기는 쉬웠다.


“아저씨 한 분이 사셨죠. 근데 갑자기 그 사람은 왜요?”


“그분이 저희 시공 관리국에 소속된 초월자시거든요.”


“에?”


시공 관리국이 뭐하는 집단인지에 대한 의문보다는 옆방 아저씨가 초월자라는 사실에 대한 충격이 더 컸다.


가끔 귀찮아서 속옷 차림으로 문을 열면 같은 복장으로 마주쳐서 어색한 눈인사만 건네곤 했던 그 아저씨가?


적당히 나온 배에 적당한 머리숱. 그림으로 그린 듯한 적당한 아저씨가 예수님, 부처님이랑 동급이란 사실에 승호는 혼란을 느꼈지만 목소리는 계속 설명을 이어갔다.


‘하긴 그분들도 좀 특이한 아저씨기는 하지?’


“방금 말씀드린 그분이 일하시던 중에 무단이탈하셨거든요. 그래서 강제 소환하는 와중에 승호 씨가 말려들었어요. 범위 지정은 딱 맞게 됐는데, 어쩌다 보니 끄트머리에 걸리셔서...”


방이 워낙 좁아서 생긴 일이었다.


다른 고시원들에 비하면 꽤 양호한 편이었지만 승호는 몸에 열이 많은 편이라 항상 벽에 붙어서 잠을 청하곤 했기에, 소환 범위에 아슬아슬하게 포함돼버린 것이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잠을 자는 자세나 행동과 어쩜 그리 똑같냐며 이모가 호들갑을 떨길래 어릴 때부터 일부러 벽에 붙어 자 버릇했는데, 그 잠버릇이 사달을 낸 것이다.


“제가 어떻게 여기 왔는지는 알겠는데, 저보고 초월자라면서요.”


“옆방 초월자분이 소환되자마자 징계가 내려졌거든요. 땡땡이를 100년 치셨으니, ‘시공 감옥’이라는 공간에 그 기간만큼 갇히시는 걸로요.”


승호는 순간 무슨 땡땡이를 100년이나 치나 싶었지만 일단 자신의 사정이 더 급했다.


“그런데요?”


“같이 소환된 소지품들은 창고에 그대로 처박아두는데, 저희가 하나하나 살펴보지를 않아서요. 근데 그 창고 공간도 원리가 방금 말한 감옥이랑 비슷해요...”


“그래서 나도 갇혔었다?”


“네,”


“거기 100년 정도 갇히면 다들 신이 됩니까?”


“아뇨. 보통은 정신이 완전히 망가져버린 다음에 죽죠.”


“그럼 나는요?”


“승호 씨 처음 발견했을 때는 진짜 아슬아슬했죠. 톡 치면 바스러질 정도로 영혼이 부서져 있어서 얼마나 놀랐는데요. 문자 그대로 죽기 일보직전?”


어떤 사고를 당했는지 알게 된 승호는 피가 싸늘하게 식는 것이 느껴졌지만 목소리는 그런 기색을 전혀 느끼지 못했는지 꼬리를 늘리던 말투도 어느새 제법 경쾌해져 있었다.


“즐거우신가 봐요? 얘기 들어보니 그쪽 실수로 이렇게 된 것 같은데요.”


“아뇨! 아니, 그... 죄송합니다... 그 아무튼-”


“아무튼? 아무트은?!”


“아뇨. 그런 뜻이 아니라, 아무튼 승호 씨 상태가 너무 안 좋기는 해도 일단은 살아계시니,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는 생각에 ‘세계수 프로젝트’에 넣어봤더니 150년쯤 지나니깐 그냥 초월하시더라구요.”


“세계수 프로젝트?”


“일단 깨어나기만 하면 초월이 확실시되는 거대 식물종인데, 발아가 힘들기도 하고, 하도 많이 노려져서 보호육성용 인큐베이터를 만들고 있어요.”


“그런데요?”


“승호 씨 상태가 식물인간이나 마찬가지였으니, 한번 넣어보자는 의견이 나와서요. 다른 종에게 시험해볼 필요도 있었고요.”


답변을 들은 승호는 한동안 같은 자리에 계속 서 있었다.


목소리가 설명해준 내용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개꿈이 너무 리얼한데...’


찰싹! 찰싹! 찰싹!


승호는 꿈에서 깨고자 뺨을 몇 대 때려보더니, 진심으로 힘을 실어서 자기 얼굴에 주먹질하기 시작했다.


퍽! 퍽! 퍽! 퍽!


스윽.


승호가 계속해서 자신에게 주먹질을 하고있는데, 아무것도 없던 새하얀 공간에 갑자기 문이 생기더니 웬 여인이 들어왔다.


하지만 승호는 그녀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괴성을 지르며, 자해를 이어갔다.


“으아아아아아!”


“음, 특이 사례인 데다가 정신이 완전히 부서졌었으니 정상은 아닐 거라 생각하긴 했는데... 일단 한숨 재워야겠다.”


여성의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승호는 다시 기절했다.


-


다시 정신을 차린 승호의 눈앞에 웬 여인이 앉아있었다.


‘엄청난 미인! 예쁘다!’


자해하다가 정신을 잃은 놈이 할 생각은 아닌 것 같았지만 남자는 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이성을 바라본다고 하지 않는가.


승호가 여태껏 봐온 어떤 사람보다도 외모가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그녀는 승호가 눈을 뜬 것을 알아차렸는지 바로 입을 열었다.


“정신이 좀 들어?”


“아, 네. 그런데 누구세요?”


“네 담당자. 이름은 레니스다.”


몸을 일으킨 승호가 주위를 둘러보니, 정신을 잃기 전에 있었던 새하얀 공간이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레니스라는 여인과 그녀가 앉아있는 의자, 승호가 누워있던 침대뿐이다.


‘개꿈이 아니었네.’


그제야 승호는 지금 일어나는 일들이 현실이라는 것을 받아들였다.


“저한테 원하는 게 뭐죠?”


“원하는 거라니?”


“날 초월자로 만들었잖아요. 그리고 내 담당자라면서요. 정확히 무슨 담당인지는 모르겠지만 목적이 있을 거 아니에요.”


“자해까지 하길래 승천 과정에서 정신오염이라도 당한 건가 했는데 생각보다 멀쩡하네?”


자해소동을 일으키기는 했지만 승호는 냉철한 상태였다.


패닉의 이유도 목소리가 말한 내용을 되짚어보다가 창고에서 100년, 뭔지 모를 인큐베이터에서 150년을 보냈음을 깨닫고, 이건 꿈이다라는 생각과 자신이 진짜로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갑작스러운 인지부조화를 일으킨 것뿐이다.


“일단 목적이라고 한다면, 너에 대해서 관찰하고 보호하는 거지.”


“관찰이랑 보호?”


“얘기는 들었겠지만 혹시나 해서 시험삼아 해본 일로 용이 태어날 줄은 아무도 몰랐거든.”


“용은 또 뭔가요.”


“아, 초월자나 신은 너무 거창하고 건방지다는 의견이 많아서 우리는 우리를 용이라고 불러.”


승호는 용도 충분히 거창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을 말하기보다는 질문에 대한 답을 원했다.


“비슷한 상태의 종족들을 대상으로 시험해보고 있기는 한데, 아직까지 성공사례는 너 하나뿐이거든.”


그녀는 승호가 생각하는 것처럼 수행을 통해 승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복숭아나 사과 또는 이상한 구슬을 주워먹고 용이 된 경우도 제법 많다고 알려줬다.


“그렇다고 너를 그런 케이스로 넣기에는 조금 애매하단 말이지. 본인 의사와는 상관없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용이니, 혹시 다른 용들과 차이점이 있는지 다들 궁금해하고 있어.”


“보호는요?”


“용은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거든. 무슨 뜻인지는 이 방을 나가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을 거다. 여긴 일종의 무균실이니까. 일단 한숨 더 자는 게 좋겠다.”


그 말과 함께, 레니스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승호는 그녀를 붙잡았다.


“저 방금 일어났는데요?”


“네 영체는 지금 나에 대한 정보를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피곤할 테니, 생각보다 쉽게 잠들 거야.”


레니스가 떠난 뒤, 승호는 그녀의 말대로 누워서 잠을 청해봤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새하얀 공간에 침대와 의자만 덩그러니 있으니, 평소처럼 붙어 잘 벽이 없어서 그런가 싶었지만 잠버릇 때문에 이 사달이 난 것을 생각하니 자보려는 마음이 싹 가셨다.


‘빌어먹을...’


승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참을 서성대다가 아무것도 없는 정면을 바라봤다.


‘계속 내가 초월했다고 말은 하는데 뭐가 바뀐 거지?’


밑도 끝도 없이 우울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는 그렇게 시간을 날리고 싶지 않았고, 자신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알고 싶었다.


생각에 잠겨있던 승호는 갑자기 양손을 오른쪽 허리 아래로 모았다가 앞으로 쭉 뻗었다.


“합!”


그러자 전신에서 힘이 확 빠지는 것을 느낌과 동시에 그의 손바닥에서 에너지파가 튀어나왔다.


푸슝!


몸에 힘이 빠진 상태에서 에너지파의 반동까지 받은 승호는 그 자리에 쓰러졌다.


당연히 실제로 나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기에 그는 기운이 빠져 엎어진 상태로 중얼거렸다.


“아니 미친, 이게 왜 진짜로 나와?”


그리고 그런 중얼거림에 누군가 답했다.


이 공간에서 처음으로 승호에게 초월에 대해 설명해주던 목소리였다.


“아! 에네르기파 아시는구나!”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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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크로노스 (3) +1 22.08.14 505 23 11쪽
53 크로노스 (2) +2 22.08.13 496 2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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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마무리 (2) +2 22.07.19 768 26 10쪽
41 마무리 (1) +2 22.07.17 808 2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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